18화
“장사를 한다고 하니 당연히 경험을 쌓아야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도움을 주는 분께 고맙다고 전하고, 너도 열심히 해야 한다. 여기는 걱정하지 마라.”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아버지.”
동현은 그렇게 아버지와 통화를 마치고 이번 일이 끝나면 진짜 장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무엇을 할 것인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고민해 보면 좋은 것이 있을 것이었다.
동현은 집과 통화를 마치고 다시 성철에게 갔다.
“이제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이지?”
“다른 것은 없고 차를 타고 조직의 거점을 돌아보기만 하면 된다. 이미 이야기를 마쳤으니, 거점을 돌아다니며 놈들의 시선을 끌어 기습을 하게 만들면 돼.”
“흠, 그럼 내가 미끼가 되는 거네?”
동현의 말에 성철은 흠칫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이제 와서 다른 말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놈들의 위치도 모르니, 기습하기만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라 누군가는 미끼가 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그만한 실력이 있어야 했다. 이는 강남의 세 조직이 모두 동의를 한 일이다. 그러니 나중에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다.”
성철은 동현이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기에, 강남의 세 조직들 중 자신과 같은 레벨의 친구들에게 이야기하여 허락을 얻어 놓아두었다.
물론 계획은 자신과 같은 친구들만 알고 있었기에 정보가 새어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을 하였다.
동현은 성철의 말대로 차를 타고 똘마니 몇을 대동하고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야 문제가 없지만, 동현이 이 단순한 일에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야! 이제 어디로 가냐?”
“예, 다음 가게는 청담동에 있는 곳으로 갑니다.”
똘마니의 대답에 동현은 잠시 청담동을 떠올려 보았다. 강남의 청담동은 가게들이 고급스럽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조직들도 청담동에 가게를 내면, 건달들의 출입을 자제시키고 있을 정도로 청담동은 남의 눈치를 보고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청담동에 가면 그 연예인들이 자주 가는 클럽 같은 데도 가냐?”
“예, 저희가 관리하는 업소 중에 연예인들이 가는 곳이 있습니다. 그리로 모실까요?”
똘마니는 대답을 하면서도 가소롭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단지 성철이 형님이 조직의 간부이니 형님으로 모시라고 했기 때문이다. 동현의 정확한 위치도 모르고 있었고, 누군지 알 수도 없었다. 마치 낙하산을 타고 온 것 마냥 허울뿐인 간부처럼 보였기에 똘마니는 불만이 있는 모양이었다.
“가 보자. 오늘은 연예인 구경이라도 해 보자.”
“알겠습니다. 그리로 방향을 잡겠습니다.”
똘마니는 연예인이 출입하는 가게에는 자신들도 가지 못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 사실을 동현에게 알려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동현이 엿 먹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말이었다. 동현은 똘마니의 계획을 모르니 그냥 이동을 하고 있었다.
청담동에 있는 ‘체리필터’라는 가게의 입구에는 동현의 차가 멈추어 섰다.
“여기가 우리 조직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출입하는 곳입니다.”
똘마니의 말에 동현은 과연 있는 놈들이 다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에 들어가 보자.”
“저기. 여기는 제가 안내를 할 수 없는 곳입니다. 연예인들이 오는 곳이라 저처럼 건달의 냄새가 나면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 내가 전화를 해 보지.”
동현은 성철에게 전화를 바로 걸었다.
따르릉-
“무슨 일이냐?”
“나 지금 청담동의 체리필터라는 가게에 도착했는데, 안에 좀 들어가 보았으면 하는데 말이지.”
동현의 말에 성철은 골치가 아픈 표정을 지었다. 체리필터는 조직에서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여기는 연예인들이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지로는 정치인들도 출입을 하는 곳으로 조직의 미래가 있는 장소였다.
“거기서 사고를 치면 곤란하니 다른 곳을 봐라.”
“내가 사고만 치는 사람인지 아냐? 그냥 안을 구경만 하려고 한다. 그러니 연락해서 구경만 하고 가게 해 줘.”
동현의 말에 성철은 이해를 했다. 연예인들이 출입하는 장소이니 한 번쯤은 구경을 하고 싶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동현은 누가 건들이지만 않으면 상대를 먼저 공격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크게 사고를 칠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알았다, 내가 조치를 취해 주마. 그런데 명심할 것은 절대 사고를 치지 말라는 말이다.”
“알았으니 빨리 전화를 해라.”
동현의 대답에 성철은 바로 전화를 해 주었고, 성철의 연락을 받은 안에서 누군가가 급히 뛰어나오고 있었다.
동현의 모습을 발견한 남자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형님.”
“형님은 무슨. 그냥 나는 가게 안으로 구경하고 싶어 온 것이니 호들갑을 떨지 마라.”
“알았습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남자는 아직 이십 대 정도의 나이였지만, 제법 운동을 하였는지 체격이 제대로 잡혀 있었다.
여기는 연예인들과 각 정치인들도 출입하기 때문에 겉으로는 말쑥한 모습의 이들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장소였다. 남자들은 일종의 보디가드 겸 가게에 남아 있다는 이야기였다.
동현을 따라 온 똘마니는 갑자기 걸려 온 전화를 받고는 급히 동현에게 말을 하였다.
“형님, 저희는 주변에 대기를 하고 있겠습니다. 구경을 마치시면 바로 연락을 주십시오. 여기 제 전화번호입니다.”
“알았다. 잘 숨어 있어라.”
동현은 번호를 받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정말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 모습에 놀라고 있었다. 가게의 겉과 속이 적잖이 돈이 들어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는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할 수 있는 거야?’
화려한 가게의 모습에 일본 놈들이 이런 곳을 노리고 있을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드는 동현이었다. 가만히 보니 돈이 되는 장소였고, 그런 곳을 투자 없이 기습을 이용하여 먹을 수만 있다면 이는 해 볼 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한국의 삼류 조직을 돈으로 흡수하여 그들을 앞세워 강남을 먹으면, 아주 많은 이득이 남는 장사가 될 것이었다.
동현은 일본인들이 분명히 한국의 건달들을 앞세워 일을 벌이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여기는 연예인들이 와서 무슨 일을 하는 거냐?”
“예? 무슨 말씀이신지?”
“장난 하냐? 연예인들이 여기에 와서 접대를 하는 거냐?”
동현도 대충 들은 이야기가 있어, 묻는 말이었다. 남자는 동현의 직설적인 말에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주변을 급히 둘러보고는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형님, 안으로 들어가셔서 이야기를 하시죠. 그런 이야기는 여기서는 조금 곤란합니다.”
건달 같지 않은 놈은 무언가 두려운 눈빛을 하며 대답을 하였다. 동현은 그런 행동을 하는 놈을 신기한 눈빛으로 보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남자는 바로 동현을 데리고 안내를 하였다. 한참을 뒤따라 이동하니 룸들이 있는 곳이 나타났다. 동현은 이동을 하면서 여기는 마치 미로와 같은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형님, 마실 것 좀 가져다 드릴까요?”
“그래, 시원한 음료수나 가지고 와라.”
“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남자가 나가자 동현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강남이라는 말만 들었는데, 막상 강남에 있는 가게들을 둘러보니 충분히 탐을 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정도의 가게를 운영하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하게 될 것이고, 그런 자금을 관리하려면 아마도 정치인들과의 연결은 반드시 있어야 가능할 것이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이제 건달들도 정치인과 연결이 되어야 살아갈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현은 일부분만 보고도 나머지를 추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동현이 단순하고 무식하다고 알고 있지만, 그는 확연히 예전과는 달라졌다. 이계에서 사는 동안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켜 현실로 돌아왔기 때문에 이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동현의 두뇌도 차원이동을 하면서 많은 발전을 하였고, 지금도 높은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었기에 앞으로 그 능력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흠, 일본인들이 개입을 한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 증거를 모두 소멸시킬 수가 있는 거지? 설마 이들에게 아직도 닌자 같은 존재들이 남아 있는 건가?”
동현은 일본인들 중에 아직도 닌자와 같은 존재들이 있는지를 의심해 보았다. 기습이라는 것은 처음에는 성공할 수가 있지만, 계속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닌자가 아직도 있다면 이들을 어찌해야 하나?”
동현이 일본 놈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들에게도 정통적인 무술이라고 할 수 있는 닌자의 무예를 없애 버릴 수는 없었다.
비록 닌자의 무예가 고대 백제의 무예라는 설이 있기는 하지만, 닌자들 스스로 무예를 발전시키고 아직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이제는 그들만의 무예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동현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면서 남자가 들어왔다.
“형님. 여기 시원한 사이다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래, 고맙다. 그런데 너는 이름이 뭐냐?”
“예, 저는 김영민이라고 합니다. 형님.”
영민은 제법 실력이 있는 자라 조직에서도 주시를 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동현은 영민의 실력은 형편없어도 무예를 익히기 좋은 체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지는 관심이었다. 영민은 아직 자신의 체구가 무예를 익히기에는 타고난 몸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지만 말이다.
동현은 영민을 보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무예를 조금 가르쳐 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모든 일을 혼자 처리를 할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자신에게도 조수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서였다.
“너, 나를 따라 가자.”
“예? 무슨 말씀이신지?”
“여기 그만 두고, 나 따라 가자는 말이다. 아직 너의 실력이 내가 보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될 것 같으니. 나랑 가자.”
동현은 생각을 하면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성격이라 그런지 일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영민의 입장은 전혀 고려를 하지 않고 하는 말이었기에, 영민은 순간적으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저기 형님 제가 여기를 그만 두면 조직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인데요?”
“그런 문제는 신경 쓰지 마라. 내가 다 알아서 처리를 해 주마. 생각이 있으면 말만 해라. 바로 조치를 취해 주도록 하지.”
동현의 입장에서는 조직의 똘마니 하나 정도는 부탁을 하면, 충분히 해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영민이 조직에 그만한 영향력이 있는 존재였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지금 보니 그리 신경을 쓰는 인물은 아닌 것 같았다.
물론 조직에서 주시를 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일이 더욱 중요하니 자신의 부탁을 충분히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해 내린 판단이었다.
“제가 형님을 따르면, 저에게 얻어지는 것은 무엇입니까?”
영민은 동현의 말대로 따르는 것이야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앞으로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고 간다는 것이기에 생각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민이 운동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학창시절에 한 싸움 탓에, 상당한 부상을 입어 다시는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결국 먹고 살아야 하니 영민이 선택한 것이 건달의 길이었고, 이제 조금 편하게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다시 시작을 하라고 하니 솔직히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동현은 그런 영민의 눈을 보다가 다시 설명을 하였다.
“지금 너는 아직 다듬지 않은 상태다. 내가 보기에는 아직도 부족하다는 말이다. 지금처럼 그렇게 있으면 아마도 중간 간부는 되겠지만, 더 이상 발전은 없다고 보여서 기회를 주려고 하는 것이다. 나에게 오면 앞으로 너의 실력은 장담을 하마. 건달이라는 것이 실력이 있어야 대가리도 하는 것이지. 너처럼 대충 가지고 있는 실력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나를 따라가면 너의 부족한 실력을 더욱 강하게 해 줄 수가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