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어쩐지 동현의 말투가 조금 나이 들어 보여 한마담의 기분을 묘하게 하였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일이 아니었다. 그 실력을 눈으로 확인을 하였기에 반드시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냥 가시기만 하면 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알겠소. 나중에 봅시다.”
동현은 인사를 마치고 바로 만영이 있는 룸으로 돌아갔다. 안에는 이미 나갈 준비를 마친 아가씨둘이 만영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많이 기다렸지 그만 나가자.”
동현은 만영을 보자 바로 나가자고 하였다. 만영도 아름다운 아가씨가 옆에 있으니, 기분이 묘한지 요상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
“어서 가자.”
만영의 총각 딱지를 떼는 날이니 좋은 곳으로 가게 해 주고 싶은 동현이었다.
룸을 나와 밖으로 나가려고 하니 입구에서 이미 차가 대기를 하고 있었다.
“어서 타십시오. 저희가 가는 호텔에 방을 잡아 두었습니다.”
“응? 방을 잡아 두었다고?”
“예, 아가씨들이 이차를 가면 가는 곳입니다.”
남자의 말에 동현은 이해를 했다. 아가씨들이 이차를 가도 기본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만영아 타자.
“어, 그래.”
동현과 만영이 그리고 아가씨들이 차를 타자, 남자는 익숙하게 운전을 하여 한 호텔의 입구에 내려 주었다. 동현과 일행이 내리자 남자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동현은 그런 남자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어 품에서 수표를 한 장 꺼내 주었다.
“여기 수고했어, 가서 식사나 해.”
“아닙니다. 저희는 이런 거를 받으면 곤란합니다.”
“그냥 받아. 내가 주었다고 하면, 아무도 말하지 않을 거야.”
동현의 말에 남자는 마지못해 수표를 받았다.
동현은 그렇게 남자를 보내고 호텔의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만영과 아가씨들이 이미 키를 받아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어서 가자.”
“어, 잠깐만. 만영아 나 좀 보자.”
동현은 만영을 불러 입구에서 빼 놓은 수표를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이거 한 장은 아가씨 팁으로 주고, 혹시 아침에도 있으면 밥이나 먹어라. 밥은 먹여 보내야지.”
“어, 그래, 고맙다. 자식이 그런 것도 챙겨 주네.”
“하하하. 친구니 당연히 챙겨야지. 누가 챙겨 주겠냐.”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자신의 파트너 곁으로 갔다. 만영과 동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고, 같은 층은 아닌지 만영이 먼저 내렸다.
동현은 만영에게 주먹을 살며시 흔들어 파이팅을 해 주었고 만영도 웃으면서 헤어졌다.
다음 층이 되자 아가씨는 동현을 보며 내리라고 했다.
“오빠 우리도 내려야지.”
“그래, 가자.”
방은 제법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이, 아마도 한 마담이 무슨 수작을 부린 것 같아 보였다. 강남이라고 해서 이렇게 고급스러운 호텔로 오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방에 도착을 하자 아가씨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고 있었다.
“오빠 우리 가볍게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자.”
“맥주 좋지. 어서 가지고 와라.”
동현은 아가씨와 둘만 있으니 조금은 분위기가 어색했는데, 마침 맥주를 가지고 오겠다고 하니 기분 좋게 허락을 하였다.
“오빠,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이세요?”
“나? 아직 전문적인 일은 하지 않고 그냥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동현은 쪽팔리게 백수라고 할 수는 없어 대강 둘러댄 말이었다.
‘나중에 조그만 가게라도 해야지. 이거 만나는 사람마다 이렇게 거짓말을 해야 하잖아. 쪽팔리게 시리.’
내심 그러고 있을 때 은주는 그런 동현을 신기하게 보고 있었다. 한 마담이 대하는 것을 보면 중요한 손님이라는 것을 알겠는데, 막상 보고 있으면 그냥 일반인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빠, 맥주는 그만 마시고 우리 같이 씻어요.”
“응? 같이 씻자고?”
동현은 은주의 말에 마음에 드는지 다시 물었다.
“예, 함께 가요. 내가 씻겨 주고 싶어요.”
은주는 동현과 함께 있으니 마음이 편해서 하는 말이었다. 어차피 이런 생활을 하면 남자들과 밤을 보내는 일들이 자주 생기게 되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나는 날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동현은 은주의 말에 솔깃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여자가 그립기는 했지만 이렇게 돈을 주고 하려고 하니, 조금은 꺼리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렇지만 결국 은주가 하자는 대로 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말았다. 은주의 눈빛이 간절해 보여서 자신이 거부를 하면 마음에 상처를 입을 것 같아 차마 뿌리칠 수 없었다.
“그래, 같이 씻자.”
동현은 그리 말을 하고는 우선 겉옷을 벗으려고 했다.
“아이, 오빠 잠시만 기다려요. 제가 벗겨 드릴게요.”
동현은 은주의 나긋한 목소리에 온몸이 전기가 오는 전율을 느꼈다. 그런데 옷을 벗기면서 은주의 손길이 몸에 닿자, 온몸의 희열을 느끼기 시작했다.
은주는 동현의 표정을 살며시 보면서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가슴을 애무하듯이 스쳐 지나갔다. 그 손길에 동현은 기쁨과 환희가 느껴졌고, 자신의 손길도 은주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갑자기 빠르게 서로의 옷을 벗기려고 하였고 마침내 원초적은 육체로 돌아갔다. 욕실의 샤워기에서 내리는 물살에 동현과 은주는 서로의 몸을 씻겨 주며 동현은 은주의 몸을 보며 감탄을 하고 있었다.
“은주는 살결이 참 부드럽네.”
“오빠가 더 부드러워요. 남자가 이렇게 살결이 좋아도 되는 거예요?”
은주는 진심으로 동현의 살결이 마음에 들었다.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남자를 알고 있는 은주였는데 이처럼 부드러운 살결은 본 적이 없었다.
동현과 은주는 서로의 몸에 대한 칭찬을 하며 몸을 달구고 있었다. 대강 몸을 씻은 동현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는지, 은주를 안고 침대로 향하고 말았다.
“아이, 오빠 부드럽게 대해 주세요. 거친 것은 싫어요.”
은주는 동현의 귓가에 대고 애교가 살살 녹는 말을 하니, 동현의 보물은 더욱 강하게 자라기 시작했다.
침대의 누운 두 사람의 시작은 부드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거칠게 변하고 있었다.
“아… 아… 오빠 조금만 더…….”
은주의 몸은 더 이상 갈 수 없을 정도의 정상의 오르가즘을 느끼고 있었다. 다른 남자와는 다르게 동현과의 밤은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은주의 오르가즘이 동현의 몸도 달아오르게 했고, 둘은 정상을 향해 거칠게 달려가고 있었다.
“아… 아… 오빠… 나 미치겠어, 진짜 미칠 것 같아.”
동현은 아무런 말도 없이 진격을 하였고 결국 두 사람은 정상에 도달하게 되었다.
은주는 몽롱한 시선으로 동현을 보았지만 말을 할 힘도 없을 지경이었다. 머릿속으로는 세상에 이런 남자도 있다는 사실에 은주는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동현은 오랜만에 안아 보는 여자라 그런지, 예전과는 많이 부족한 기분이 들었다.
“전과는 다르게 몸이 조금 부실해졌나?”
동현의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에 은주는 깜짝 놀라는 눈빛을 하였다. 자신과 무려 2시간을 쉬지 않고 항해를 했고 그 끝의 희열감은 정말 최고였다. 그런데 그걸로 부족하다고 하니 다음에 만나게 되면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들자 안색이 창백해져 버리고 말았다. 자신은 지금도 정말 죽을 것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편으로는 이런 기분이라면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 씻고 자자.”
은주는 동현의 말에 대답도 하지 못하고 힘들게 고개만 끄덕였다.
동현은 그런 은주를 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동현은 은주를 안고 다시 욕실로 향했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은주를 천천히 씻겨 주었다.
은주는 마치 아빠와 같은 동현의 자상함 손길에 따스함을 느끼며 온몸을 맡겼다.
욕실의 뜨거운 물이 은주의 기운을 조금은 회복시켜 주는지, 은주는 아주 사랑스러운 눈빛을 하며 가볍게 말을 하였다.
“오빠, 고마워요.”
“아니야.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동현은 다정한 은주의 눈빛을 보며 싱긋 미소 지어 주었다. 동현과 은주는 목욕을 마치고, 다시 가볍게 안아 들고는 침대로 돌아왔다.
“은주야 이제 자자.”
“오빠 나 안아 주세요. 오빠의 품에 안겨 자고 싶어요.”
은주는 동현의 품에 착 달라붙어 파고들어 왔다. 동현은 나긋한 여체가 안겨 오자, 밑에서 다시 발동을 걸려고 하는 것을 속으로 애국가를 외우며 견디고 있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은주는 동현의 심정을 모르니 동현이 자려고 하는 줄만 알았다. 하기는 그렇게 긴 시간을 움직였으니 피곤하기도 할 것이었다. 은주는 동현의 품에서 조용히 눈을 감으며 아주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고요한 밤은 모든 이에게 평화를 주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어떤 이에게는 고통을 주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잠도 안 오고, 하고는 싶고 은주는 자고 있으니 어쩌지?’
동현은 단단해지는 자신의 보물을 보며 한숨만 나왔다. 이제 한번 맛을 보았으니 앞으로 더욱 난리를 칠 것이 걱정이 되어서였다.
동현이 여자를 밝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는 여자 마다하지 않는 타입이었다. 물론 가는 여자 또한 잡지 않았고 말이다.
동현은 심심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팔을 베고 자고 있는 편안히 은주를 보니 깨우고 싶지 않았다. 결국 자신의 감정은 억누른 채,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하여 보았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 아침이 돌아왔지만 동현이 자고 있는 방에는 아직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은주는 지난밤에 동현에게 시달려서인지 늦잠을 자고 있었고, 동현도 달아오르는 몸을 누르고 억지로 잠을 청한 탓에 새벽이 다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든 상태였다.
우우웅- 우우웅-
동현의 핸드폰에서는 요란한 진동소리가 들렸다.
“아함… 아침 댓바람부터…누구지?”
동현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가지는 의문이었다.
“여보세요?”
“아직도 자냐?”
만영이 전화였다.
“아, 미안하다. 어제 조금 늦게 자는 바람에 그렇네.”
“자식이 대단하다. 나 지금 호텔의 입구에 있는데 나올 수 있냐?”
“어, 그럴게 잠시만 기다려 줘.”
동현은 피곤함에 곤히 자고 있는 은주를 깨울 수가 없어, 그냥 두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 혼자 방에 두고 나간다는 것에 좀 찝찝한 맘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여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계와는 다른 곳이 현실이었고, 은주를 안 지 이제 하루밖에 되지 않았기에 그냥 편하게 대하고 싶었기도 했다.
무언가 여자와 관계가 복잡해지는 것은 동현 자신이 싫었다. 동현은 벗어 놓은 은주의 옷에 백만 원짜리 수표를 넣어 두었다. 아마도 만영도 자신과 같이 돈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동현이 호텔의 입구에 나가니 만영이 기다리고 있었다.
“많이 기다렸냐?”
“아니, 일단 어디 좀 가서 밥이나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자.”
“그러자.”
동현은 갑자기 바뀐 만영의 태도에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일단은 먼저 말을 꺼내기 전까진 묻지 않기로 했다.
호텔에서 나가니 멀지 않은 곳에 설렁탕을 파는 곳이 보였다.
“여기 설렁탕 두 개요.”
“예.”
시내라 그런지 상당히 친절하게 손님을 대해 주는 듯했다.
“그런데 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
“일은 무슨 어제 만난 미연이 때문에 할 말이 있어서 그래.”
“미연이?”
“어제 나하고 함께 잔 여자가 미연이다.”
“그런데 왜?”
동현은 만영이 자꾸 말을 질질 끌자 조금 짜증이 났다.
만영은 그런 동현의 인상을 보고는 심각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제 나하고 잔 애가 사실은 처녀였어.”
“응? 처음이었다고?”
동현의 만영이 왜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만영의 성격에 순진한 처녀와 잤으니,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고민 되냐?”
“그럼, 고민이 안 되면, 그게 사람이냐?”
“하지만 잘 생각해 봐. 어제 애들은 우리가 돈을 주고 관계를 가지게 된 사이야 그런 사이에도 고민을 해야 하냐?”
동현은 술집 여자라고 해서 무시를 하지는 않았지만, 정당하게 돈을 주고 관계를 가지는 것에는 항상 부담을 가지지 않아서 좋았다. 결국 처녀라 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나도 알고 있는데, 자꾸 머릿속에서 걸리는 기분이 들어서 그래.”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