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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13화 (13/222)

13화

동현은 지금 다른 수표는 감추어 두었지만 일억의 수표는 지갑에 보관을 하고 있었다. 정장을 사면서 장지갑도 사두었는데, 오늘 이렇게 사용하게 될 줄은 모르고 말이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장님.”

웨이터는 초장부터 수표로 팁을 받게 되니 눈빛이 달라졌다.

“호호호, 사장님 오늘 너무 무리를 하시는 것이 아니에요?”

“하하하, 이 정도가 무리라면 아예 술을 마시지 못하지요.”

동현은 한 마담의 말에 가볍게 받아쳐 주었다.

오늘은 친구인 만영과 정말 거하게 술을 마시고 싶었고, 여자도 안겨 주려고 마음을 먹었다. 지난날을 떠올리면 일억 정도는 써도 된다고 생각하고 온 것이기에 호기롭게 대답을 할 수가 있었다.

원래 오십억 정도의 금액을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백억이라는 돈이 생겼기 때문에, 간덩이가 조금 커진 것도 이유가 되었지만 말이다.

만영은 한 마담만 없으면 당장에 동현을 잡고 말리고 싶지만, 지금 분위기에 그럴 수는 없었기에 그냥 두고 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만영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한 마담은 그런 만영을 보고 속으로 비웃음만 나왔다.

‘사내자식이 수표 한 장 썼다고 눈동자가 흔들려?’

한 마담은 어려서부터 이 생활을 하여 화류계에서는 나름 잔뼈가 굵었다. 그래서인지 사람을 보면 대충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할 수가 있었다. 이는 마담으로서 가장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할 안목이었다. 자신이 관리하는 아가씨들에게 많은 돈을 벌게 해 주려면 안목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한 마담의 눈에는 동현이 ‘봉’이라고 쓰여 있었다. 성격으로 보나 인물로 보나 저 정도면 충분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대강 어떤 아가씨를 넣어야 할지를 결정한 한 마담은 이제 서서히 자신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호호호, 사장님이 원하시는 아가씨를 데리고 올 테니, 예쁘게 봐 주세요.”

“아니 예쁘지 않은 아가씨를 예쁘다고 하면 곤란하지요. 나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원형을 좋아하니 선택을 잘해 주세요. 그리고 오늘 이 자리의 주인고은 내가 아니라 이 친구이니 신경을 좀 써 주시고요.”

동현은 만영을 보며 오늘의 주인공이라고 해 주었다.

한 마담은 그 말에 눈빛이 반짝였지만 이내 웃으면 대답을 하였다.

“호호호,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후회가 없을 거예요.”

한 마담이 나가자 만영은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동현에게 말했다.

“너 어쩌려고 그렇게 돈을 펑펑 쓰냐?”

동현은 자신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만영을 보니, 그동안 만영이 직장 생활을 하며 어렵게 살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영의 집은 그리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자도 아니었다. 부모님이 장사를 하시고 계시는데, 그냥 가족들 생활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이 살아가는 그 정도였다.

만영의 사정을 알고 있는 동현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만영아, 오늘은 내가 거하게 산다고 했으니, 그냥 보기만 해라. 그리고 오늘 아가씨가 마음에 들면 이차가자. 오랜만에 몸도 풀어야지.”

동현의 말에 만영이는 대번에 눈빛이 달라지고 있었다. 만영은 아직도 애인도 없는 총각의 몸이었다. 그런 만영에게 아가씨와 밤을 보낼 수 있다는 말이 흥분을 하게 만들었다.

만영은 돈에 대한 문제는 모두 잊었는지 갑자기 눈빛이 달라졌다. 흥분과 기대, 그리고 설렘이 묻어나는 그런 눈빛이었다.

“자, 일단 한잔하면서 예쁜 아가씨가 오기를 기다리자.”

“오케이. 오늘 덕분에 죽어 보자.”

만영은 다시 기분이 좋아졌는지 분위기가 달라졌다. 동현은 그런 만영을 보고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자식이 오늘 내가 반드시 총각 딱지 떼게 해 준다.’

동현은 이계에서 이미 결혼까지 하였던 몸이다. 그곳에서 아름다운 여자를 많이 보았기에 조금은 숙달이 되어 있었다.

사실 한 마담의 미모도 상당하여 남자라면 한번쯤은 대시를 하고 싶은 여자였다. 하지만 동현의 입장에서는 이미 미스 월드와 결혼까지 한 사람이었기에 한 마담의 아름다움은 그리 눈에 차지 않았다.

잠시 후 한 마담과 아가씨들이 들어왔다. 그런데 아가씨는 두 명이 아닌 세 명이 들어와서 동현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어? 우린 두 명인데?”

동현의 말에 한 마담과 아가씨들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호호호, 오늘 우리 사장님 유머에 제가 너무 웃는 거는 아닌지 모르겠네요. 여기 와 있는 애들 중에 마음에 드는 애로 고르라고 데리고 온 것이에요.”

한 마담은 동현에게 알기 쉽게 말을 해 주었다. 아가씨들은 다들 자신의 미모에 자신이 있는지, 자신감이 차 있는 얼굴들이었다. 동현은 그런 아가씨들을 보더니 친구인 만영을 보았다.

“너는 누구로 하고 싶냐?”

동현의 말에 만영은 심각하게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보아도 다 마음에 들어서였다.

만영이 그리 못생긴 얼굴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여자에게는 인기가 없어서 그런지 아직까지 애인도 없었다. 그런 만영이 보기에도 아름다운 여자들이었으니, 누구를 고른다는 것에 고민이 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만영이 결국 선택을 한 여자는 중간에 있는 여자였다.

“나는 저기 중간의 여자로 할게.”

“그래? 그럼 나는 붉은 옷을 입은 여성으로 하지.”

동현과 만영이 여자들을 고르자 한 마담은 남아 있는 여자에게 눈치를 주었다. 자신이 선택되지 않아서 그런지, 남은 여자는 찬바람을 날리며 나가 버렸다.

원래 미모에 자신이 있는 여자들은 다 자존심이 강해서 그런지, 선택을 받지 못하자 대번에 인상이 찌그러졌다.

“호호, 우리 사장님들이 안목이 좋으신 것 같네요. 저 둘은 우리 가게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애들이니 잘 보살펴 주세요.”

동현은 만영이 마음에 들어 하는 아가씨를 보며 한 마담을 보았다.

“여기 아가씨들은 이차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나중에 다른 소리 하면 곤란한데?”

동현의 말에 한 마담은 이미 부탁을 받은 입장이었기에, 사전에 아이들과 이야기를 마친 상태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은 이차까지 모두 따라 갈 거예요.”

“오케이, 그러면 이제 마음 놓고 놀기만 하면 되겠네.”

동현은 이제부터 기분 좋게 노는 것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항상 동현에게 태클을 거는 일들이 생기는지, 한 마담이 그런 동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부장님이 잠시만 만나고 싶어 하시는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한 마담이 부장이라고 하는 사람은 바로 성철이었다. 동현은 성철이 누구인지를 모르지만, 비룡이 소개를 해 준 남자라는 것을 눈치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비록 손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신세를 지고 있었다. 그래서 인사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피할 이유가 없는 동현이었다.

“그렇게 하지요. 그런데 지금 만나야 하는 거요?”

동현의 물음에 한 마담과 아가씨들은 조금 놀랍다는 얼굴이 되었다. 부장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기에 그런 사람은 어렵게 생각지 않는 동현이 더 신기해 보였다.

한 마담은 마음을 추스르며 대답을 해 주었다.

“예, 지금 옆방에 기다리고 계시니 바로 만남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동현의 한 마담의 대답에 잠시 생각하는 눈치였지만, 이내 결정을 내렸는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갑시다. 만영아 나 좀 갔다 올게. 먼저 놀고 있어라. 금방 올게.”

“어, 알았어. 그런데 조심하고.”

“자식이 알았다.”

동현과 만영의 말을 듣고 있는 아가씨들은 의외라는 눈치였다. 눈으로 보기에는 전혀 건달의 세계와는 인연이 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서였다.

동현은 한 마담의 안내로 성철이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갔다. 방문이 열리며 안에는 성철과 후배로 보이는 남자들 둘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한 마담은 동현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와 부장인 성철에게 말을 하였다.

“여기 손님들 모시고 왔어요.”

동현은 자신과 인사를 하자고 하면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에 조금 기분이 상하려고 하였지만, 일단 신세를 지고 있다는 생각에 한번은 넘어가기로 했다.

성철은 동현을 보며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후배들에게 눈치를 주었다. 성철이 이렇게 행동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요즘 강남을 노리는 다른 세력들 때문이었다.

그들을 견제하기는 하지만 점점 밀리고 있어서, 이대로 있다가는 강남을 모두 빼앗길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동현의 실력이 소문과 같다면 부탁을 하자는 생각에, 이렇게 확인을 하려고 하였다.

후배들은 성철의 신호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동현에게 다가갔다.

“당신이 중계동 꼴통이요?”

동현은 자신의 예전 별명을 부르는 것에 금방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은 비록 부모님 때문에 성질을 죽이고 있었다. 한때는 건달들을 두들겨 패고 다닐 정도로 이름을 알리던 적도 있었기에, 이런 놈들에게 이딴 대접을 받을 군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에게 시비 거는 거지?”

동현의 말에 성철은 이거 혹시 실수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이 머리에 떠오르고 있었다.

“하하하, 시비는 무슨.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좀 보자.”

한 건달이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바로 주먹으로 동현의 얼굴을 노리고 날렸다. 속도가 장난 아니게 빠른 것을 보니, 제법 실력이 있는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실력이었다.

동현은 날아오는 주먹을 가볍게 제치면서 오히려 남자의 얼굴과 복부에 주먹을 선물해 주었다.

퍽! 퍽!

“켁!”

두 방에 건달은 그대로 쓰러졌고, 동현은 자신에게 공격을 한 것은 일단 적이라고 간주를 하기에 다른 놈들도 공격하였다.

쉬이익!

뻐억!

“크아악!”

옆에 서 있던 놈의 다리를 걷어차서 그대로 부러뜨려 버렸다. 동현은 이제 한 명만 남아 있기에 천천히 성철을 보며 입을 열었다.

“너 누구냐? 누군데 감히 나에게 시비를 거는 거냐? 비룡이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냐?”

동현의 말에 성철은 자신이 실수를 하였다는 것은 인정을 하였지만, 그렇다고 동생들이 당했는데 자신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중계동의 꼴통이 유명하기는 유명한 것 같군. 내 동생들도 제법 실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렇게 맥없이 당하는 것을 보니 말이야.”

성철은 동현을 보며 말을 하면서 천천히 나오고 있었다. 룸은 상당히 커서 탁자를 벗어나도 제법 공간이 있는 곳이었다.

동현은 그런 성철을 보며 아주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기분이 좋게 술을 마시려고 했는데, 지금 아주 더러운 기분이 되 버렸다. 너는 각오해야 할 거야.”

동현의 목소리에는 서서히 살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성철은 동현의 눈빛에 살기가 어리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흠칫하였지만, 자신의 실력을 믿었다.

탁자를 밀고 나온 성철은 동현에게 가볍게 주먹으로 공격을 하였고, 동현은 그런 성철의 공격에 밀치듯이 주먹을 잡아 힘을 주었다.

부드득!

화가 난 동현은 성철의 팔을 잡은 그대로 부러뜨려 버렸다.

“으윽!”

성철은 가볍게 잡힌 팔이 부러지는 바람에 고통이 온몸을 휘감았지만 지금은 정신을 차려야 했다. 동현은 그런 성철의 상태는 생각지도 않고 다음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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