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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12화 (12/222)

12화

예전에는 돈이 없어 항상 빌붙던 동현이었기에, 만나기만 하면 돈 벌면 사준다고 하였던 기억이 났다.

“오늘 덕분에 거하게 얻어먹게 생겼네.”

“그래. 허리띠 풀고 먹자.”

동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만영을 데리고 나갔다.

일차로는 가장 먹기 좋은 소주를 택했다. 만영과 자신은 소주를 좋아해서 어지간히 마셔서는 취하지도 않는 타입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양주를 마신다고 해도, 술이 조금 취해야 노는 것도 흥이 날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예전에도 노래방을 가기 전에 일차로 술을 마시고 갔었다. 동현이 술을 마시고 있는 동안, 핸드폰으로 약도가 들어 있는 문자가 왔다.

“어? 너 핸드폰도 있었냐?”

“응, 이번에 새로 장만했다.”

“그러면 나에게 가장 먼저 전번을 알려 주어야지?”

“만들고 가장 먼저 전화를 한 게 너다 인마.”

동현은 만영의 얼굴을 보며 당당하게 말해 주었다. 실지로 가장 먼저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동현은 문자를 확인하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문자에 보니 이동식을 찾으면 된다고 하여,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버렸다.

‘참나, 하고많은 이름 중에 이동식이 뭐야?’

“무슨 일인데 그렇게 즐거워하냐?”

만영은 동현이 미소를 짓자 궁금함에 물었다.

“어? 문자가 왔는데 이름이 좀 그래서.”

“무슨 이름인데 그래?”

“응, 이름이 이동식이라고 하네. 크크크.”

“하하하, 이동식이 이름이냐?”

만영도 동현이 알려 준 이름에 웃고 말았다. 많고 많은 이름 중에 이동식이라니, 둘은 한참을 웃었다.

동현은 어느 정도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만영을 보며 이제 그만 나가자고 하고 있었다.

“만영아 이제 일어나자. 이차를 가야지.”

“그래, 가자 오늘은 우리 동현이가 산다고 하는데 죽을 때까지 마셔야지.”

만영도 동현의 말에 호기롭게 대답을 하였다.

사실 만영의 입장에서는 동현이 술을 산다는 것이 처음으로 있는 일이라 신기하기도 했다. 동현이 술을 산다는 것이 마치 흥부가 돈을 사용하는 것처럼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동현이 살아온 날들을 알고 있기에 아직도 부모님과 문제가 있지 않나 궁금했는데, 지금 보니 아버지와는 아주 좋게 해결을 본 것 같았다.

동현은 만영이와 함께 택시를 타고 강남으로 이동을 하였다.

비룡이 알려 준 곳은 강남에서도 제법 잘나가는 곳으로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아는 곳이었다.

택시가 도착을 하자 동현이 먼저 내리면서 주변을 살폈다. 이는 동현의 본능적으로 하는 행동이었다.

“여기다. 일단 들어가 보자.”

만영은 동현이 가자고 하는 곳이 룸살롱이라고 생각도 못했었는데,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이런 고급 룸살롱으로 가자니 어안이 벙벙해졌다.

“여기는 너무 비싼 곳이니 다른 곳으로 가자. 동현아.”

“오늘은 그냥 나만 따라와.”

동현은 자신 있게 소리치며 앞장을 서서 입구로 걸어갔다. 둘은 모두 정장을 하고 있었기에 누가 보아도 손님으로 보였다.

“어서 오십시오. 선약이 있으신지요?”

입구에는 깔끔한 옷매무새의 세미 정장을 차려 입은 남자가 동현을 보며 친절하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여기 이동식을 찾으면 된다고 하던데.”

동현의 말에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지만, 금세 정상으로 돌아왔다.

“예, 연락 받았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남자의 안내로 동현과 만영은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안에는 고급 룸이라 그런지 바닥부터가 달라 보였다. 대리석과 고급스러운 카펫을 깔았는지 상당히 품격이 있어 보였다.

남자가 안내한 곳은 룸 중에 조금 떨어진 곳이었는데, 겉으로 보아도 가장 좋아 보였다. 룸의 문을 열고, 안으로 안내를 마친 남자는 동현을 보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형님이 오실 것입니다.”

남자의 귀에는 작은 이어폰이 달려 있는 것이 아마도 이들이 사용하는 휴대용 무전기인 것 같았다.

“그래, 알았다. 그런데 술부터 먼저 가지고 와라. 그냥 기다리고 있으면 심심하니 말이야.”

동현은 남자의 나이가 자신보다는 어려 보여 그냥 반말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비룡과 같은 건달이라고 생각을 해서였다.

“술은 어떤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너 술은 어떤 거로 할래?”

동현은 만영을 보며 물었다. 만영은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이라 그런지, 동현의 물음에 자신도 모르게 평소에 먹어 보았으면 하는 술의 이름을 말하고 말았다.

“나는 발렌타인이 좋은데…….”

동현은 만영의 말에 바로 그걸로 주문을 하였다.

“술은 발렌타인으로 주고 안주는 알아서 가지고 와. 그런데 아가씨는 언제 오는 거야?”

동현은 가장 중요한 아가씨의 말이 없자 직접 물었다.

“아가씨는 형님이 오시면 바로 들어올 것입니다.”

남자가 말을 하고 있을 때, 만영이 동현의 다리를 살짝 건드리고 있었다. 동현도 눈치는 백단이었기 때문에, 만영이 그러는 이유를 대강을 눈치채고 있었다.

“알았다. 그럼 나가 봐.”

동현의 말에 남자는 다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나갔다. 남자가 나가자 만영이 바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오는 거냐?”

“예전에 내가 아는 건달 놈 중 하나에게 전화를 해서 알아 둔 곳이니, 걱정하지 마라.”

“이런 곳은 아가씨가 바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약간 시간이 걸린다고 하드라. 그러니 쪽팔리게 하지 말고 기다려 보자.”

“쩝! 그러면 쪽은 안 팔리게 기다려야겠네.”

동현의 말에 만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동현이 참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둘이 그러고 있는 사이에 남자가 찾아간 사람은 바로 이동식이 있는 곳이었다. 이동식은 이곳을 관리하는 책임자였다. 그를 찾는 사람에게는 좋은 룸으로 안내를 하고, 곧장 알려야 했다.

똑똑!

“누구냐?”

“저 대풍입니다.”

“들어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는 담배연기가 자욱한 것이 여러 명이 앉아 포커를 치고 있었다.

대풍이라는 남자는 이내 자신이 들어온 이유를 설명하였다.

“저기 1호 룸에 성철 형님을 찾는 분들을 안내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예전의 이름을 말하시던데요.”

이동식은 지금 새로운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예전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은 오래전에 알던 사람이라는 말이었다. 성철은 자신의 예전 이름을 대고 찾아온 사람이라고 하니, 바로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이라고 했냐?”

“예, 두 분이셨습니다.”

“알았다. 일단 한 마담에게 이야기해서 최대한 예쁜 애를 안에 들어가게 해 주라고 해라.”

한 마담은 이 가게의 에이스만 관리하는 여자였다. 그런 한 마담에게 말을 하라는 이야기는 상대가 상당한 거물이라는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형님.”

대풍은 바로 대답을 하고는 나갔다.

우선은 동현이 주문한 술을 먼저 룸에 가져다주어야 했기 때문에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대가 거물이라면, 더더욱 조심해야만 했다.

대풍이 나가자 성철은 바로 비룡에게 전화를 하였다.

“나다, 오늘 나를 찾아온 사람이 꼴통이냐?”

“그래, 나를 봐서 좀 대접을 거하게 해 줘라. 나중에 신세 갚으마.”

“알았다. 너 나에게 신세졌다는 것만 기억해라.”

“그래, 고맙다. 반드시 기억하고 있을게.”

전화를 마친 성철은 중계동의 꼴통에 대한 생각을 하였다.

한때 꼴통의 소문은 서울 바닥을 파다했던 적이 있었다. 천재적인 싸움꾼이라는 소리와 누구를 상대해도 독기가 날리는 눈빛을 하며, 죽을 때까지 두들겨 패는 인간이라고 말이다.

“흠, 꼴통이라면 인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성철은 꼴통의 레벨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의 꼴통은 형님이 없는 독고다이였지만, 아무도 무시하지 못하는 실력자이기도 했다. 중계동이나 그 일대에서는 감히 꼴통을 무시하는 인간이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성철은 동현에 대한 생각을 마치자 서서히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요즘 안 그래도 강남에 새롭게 진출하고 있는 조직이 있어 골치가 아팠는데, 마침 자신을 찾아온 인물이 독고다이였으니 해결사로 이용하려고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물론 혼자만의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동현이 있는 룸의 입구에는 삼십 대 초반 정도의 아름다운 여자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한 마담이라고 불러 주세요.”

“반갑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마담을 부른 것이 아니라 낭자들을 불렀는데?”

동현의 가벼운 농담에 한 마담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해 주었다.

“호호호, 재치 있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니 유머가 상당하신 것 같아요. 우리 집에 에이스는 모두 제가 관리하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한 마담은 자신을 보는 동현의 눈빛이 탐욕이 없어 보이는 것에 잠시지만 호감이 갔다. 룸을 찾은 남자들은 대부분이 여자를 원하고 있어서 자신을 보는 눈길이 대부분이 지저분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그렇지 않는 남자를 보니 좋게 보이는 것을 당연할 것이었다.

“나는 기다리는 거는 아주 싫어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분이 기다리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겠네요.”

동현의 대답에 한 마담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호, 정말 재미있는 분이시네요.”

만영은 동현이 한 마담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는 신기한 눈빛으로 동현을 다시 보게 되었다. 자신이 아는 동현이 여자와 저렇게 능숙하게 대화를 한다는 것이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아서였다.

한 마담은 동현과 이야기를 하며 만영도 주시를 하고 있었는데, 척 보기에도 초짜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평범한 직장인 같아 보였다.

‘흠, 이상하네. 성철씨가 부탁을 할 정도면 이쪽으로 제법 이름이 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인데, 내가 보기에는 한 명은 그냥 직장인 같고, 저 사람도 건달은 아닌 것 같은데. 누구지?’

여기 온 것은 가게를 총관리하는 성철의 부탁이었다. 하지만 여간해서는 그런 소리 하지 않는 그가 부탁을 할 정도의 인물이 누구인지, 사실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건달의 세계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이도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것이 건달로 따지면, 이제 겨우 걸음마를 할 나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었다. 건달의 세계에서는 동현의 나이 정도는 이제 시작을 하는 나이라, 아직 중책을 맞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한 마담이 동현을 아무리 보아도 건달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이었다.

“술 가지고 왔습니다. 사장님.”

웨이터로 보이는 남자가 쟁반에 여러 가지의 물건을 들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내려놓고 있었다.

“호호호, 우리 웨이터 씨 고생하는데, 팁 좀 주세요.”

만영은 팁을 주라는 한 마담의 말에 잠시 당황하는 얼굴을 하였다. 자신은 오늘 동현을 만나기 위해 그냥 왔기 때문에, 수중에 돈이 없었다.

동현은 그런 만영을 두고 지갑을 꺼내 수표 한 장을 주었다.

“내가 있는 동안 서비스 잘하라는 뜻으로 주는 거다.”

동현은 웨이터에게 수표를 주자 한 마담의 눈빛은 다시 빛나고 있었다. 지금은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가볍게 주는 팁이 수표라면 무언가 스케일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동현이 보석을 판 돈은 거액의 수표였다. 그래서 일부는 십만 원 권으로 박민영에게 부탁을 하였고, 민영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십만 원 권을 모두 동현에게 바꿔 주었다. 박민영도 모두 거액권이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수수료를 계산하기 위해 일억의 잔돈을 준비하고 나갔기 때문에 계산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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