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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11화 (11/222)

11화

하지만 이내 다이아의 아름다움에 빠졌는지 얼굴에는 탐욕의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여자가 탐욕에 물들고 있을 때, 민영은 동현이 제시한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충분히 십억은 더 받을 수 있었는데, 그냥 백억이라고 제시를 하니 자신의 수수료가 적어지는 것이 못내 불만이었다.

이는 동현의 성격을 민영이 아직 파악을 하지 못해서 그랬다. 동현은 사실 흥정을 하는 것이 싫기도 하지만, 중년의 여자들이 별로 마음이 들지 않아서 빨리 매듭을 지어 버리고 싶었다.

내심 동현을 못미더워하던 여자도 다이아가 눈에 보이자, 금세 낯빛이 달라지고 있었다. 이들이라면 충분히 다이아 정도는 여러 개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보이는 다이아는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보석 중에 하나가 바로 블루 다이아였는데, 그 크기가 지금 눈으로 보고 있는 물건이라면 충분히 그 가치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사도록 하죠. 수표를 원한다고 해서 준비를 했는데 확인해 보세요.”

중년 여자는 바로 봉투를 꺼내 동현에게 주었다. 동현은 봉투를 받자마자 안에 금액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민영은 그런 동현의 뜻밖의 행동에 기가 막혀 당황하였다. 하지 마라는 눈길을 보냈지만 이미 돈을 세고 있는 동현에게는 통하지 않는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중년 여자들도 상당히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물끄러미 동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동현은 거래관계이니 확실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기에, 그런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돈을 세었다.

“정확하네요. 감사합니다. 저의 물건을 이렇게 좋은 가격에 사 주셔서요.”

동현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였다. 중년의 여자는 방금 전 행동에 불쾌한 심기를 드러내며, 동현의 말에도 대꾸도 하지 않았다.

눈치가 빠른 민영이 중간에 끼어들려고 하였지만, 옆에 있는 여자가 먼저 말을 꺼내었다.

“거래가 끝났으니 우리는 이만 가겠어요. 사모님 가시지요.”

여자의 말에 옆에 있는 여자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 말도 없이 나가는 두 사람을 보며 민영은 황급히 따라 나갔다.

동현은 아직 민영과 계산이 남아 있기에 민영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계산은 서로가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어서였다.

“있는 놈들이 더 한다는 말이 확실히 맞는 말이야.”

동현은 중년의 여자들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를 알고 있었지만, 저들의 비위를 맞춰 주고 싶지는 않았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민영이 돌아왔다.

“아니, 사장님 왜 그런 행동을 하신 것입니까?”

“왜요? 제가 실수를 한 것이 있나요?”

태연스럽게 말하는 동현의 뻔뻔함에 민영도 할 말이 없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거래를 할 경우 금액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동현의 행동은 정당한 것이었고 말이다.

민영은 그런 동현을 보며 한숨만 나왔다. 오늘 만난 여자들은 국내에서도 제법 큰손이라고 불리는 여자들이었기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자신에게는 불이익이 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손실이라면 손실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저분들과 거래를 할 때에는 앞에서 돈을 세는 것은 실례입니다. 가진 사람들이 거래는 더 확실하게 하기 때문에, 자신들을 불신하는 그런 행동은 오히려 반감을 주게 됩니다.”

“아, 그렇군요. 제가 몰라서 그런 것이니 이해해 주세요. 자 이제 수수료를 계산해야지요.”

동현은 민영의 말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수수료를 계산해 달라고 하고 있었다.

사실 동현이 저런 여자들을 다시 만날 일이 없기도 하겠지만, 혹여 다시 만나게 된다고 해도 그리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만큼 동현에게는 무서운 상대가 없다는 말이었다.

민영은 그런 동현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자신에게는 오늘 큰 거래를 성사시켜 준 고객이었기에, 군소리 없이 동현이 주는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이번 거래로 더 큰 이익을 보지 못함에 아쉬움은 남았지만, 나름 얻은 것이 있으니 그리 큰 불만은 없었다.

동현은 수표를 챙기고 민영과 인사를 하고는 바로 나갈 채비를 했다. 더 이상 민영과 시간을 보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이만 가도록 하지요. 제가 약속이 있어서요.”

“예, 그렇게 하세요. 오늘 거래 아주 즐거웠습니다.”

“그럼, 다음에 이런 거래가 있으면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동현이 인사를 하고 나가는 모습을 보며 민영은 조용히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상하게 저 사람과는 다시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단 말이지.”

민영과 헤어진 동현은 호텔의 입구에서 나와 택시를 잡으려고 했지만, 어쩐지 이 동네는 빈 택시가 눈에 보이지가 않았다. 결국 동현은 택시를 타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제기랄 무슨 놈의 동네가 빈 택시도 없는 거야?”

동현은 투덜거리며 빈 택시를 타기 위해 이동을 하고 있었다.

자가용 안에서 중년의 여자 둘은 동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조금 높은 위치에 있는 여자가 조수석에 타고 있는 남자에게 지시를 내렸다.

“박 비서는 아까 그 남자에 대해 조금 조사를 해보고 보고하도록 해.”

“사모님, 구태여 그런 남자를 조사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아니야. 백억이라는 돈을 거래하면서도 전혀 떨림이 없다는 것은 상대가 그만큼의 돈을 만지고 있다는 것이니 조사를 해 봐. 분명히 뒤에 누군가가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사모님.”

중년의 여자는 동현이 그렇게 배짱 있게 행동을 하는 것은 뒤에 그럴만한 배경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을 기분 나쁘게 한 그놈의 뒤를 봐주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놈이 자신에게 판 다이아 말고도 다른 보석이 더 있을 것 같아서였다. 만약에 다른 보석이 더 있다면, 이번처럼 돈을 주지 않고 은밀히 처리를 할 생각이었다.

‘호호호, 감히 나의 심기를 건드리게 했으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지.’

여자는 조금 기분이 상했다는 이유로 동현에게 악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상류층에 살고 있는 사람일수록 감정에 지배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동현은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택시를 타기 위해 이동을 하고 있었다. 이왕 시내로 나왔으니 만영이나 만나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나다. 언제 끝나냐?”

“아직 시간이 남았지. 너는 어딘데?”

“어, 오늘 일이 있어서 시내로 나왔는데 너 좀 보고 가려고 그러지.”

“그럼, 어디 가서 좀 기다려라. 금방 마치고 갈게.”

“그럼, 종로에 가서 연락을 할게. 오늘은 내가 찐하게 한잔 산다. 기대해도 좋아.”

동현은 보석 값으로 꽤 큰돈을 손에 쥐었으니, 만영에게 오랜만에 좋은 곳에 가서 한잔 살 생각이었다.

만영과는 오랜 친구 사이기는 하지만, 거의가 자신이 얻어먹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늘 돈을 벌기만 하면 자신이 찐하게 한잔 사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알았다. 그런데 너 찐하게 산다는 것이 맥주는 아니지?”

“인마, 오늘은 진짜로 찐하게 살 테니. 마치고 오기나 해.”

동현의 말에 만영은 웃으면서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는 전화를 마쳤다.

동현은 대충 좋은 곳이 어디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룸살롱이 떠올랐지만 평생 살면서 룸살롱이라는 곳을 가 본 적이 없는 동현이 어디가 좋은지를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거야 어디가 좋은지 알아야 찾아가지.”

동현은 오랜만에 친구와 좋은 곳에 가고 싶지만 아는 곳이 없다는 것에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이계와는 다르게 이곳은 돈이 전부인 세상이었고, 돈이 있다고 해도 그런 생활을 해 보지 않고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세론, 기억 스캔을 할 수는 없냐?’

‘마스터 아직 마나가 부족합니다. 그리고 그런 일은 그만 시키세요.’

‘어쭈, 너 지금 나한테 개기는 거지?’

동현의 짜증이 섞인 말에 세론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

‘헤헤헤, 제가 감히 하늘같은 마스터께 그럴 리가 있습니까?’

‘내가 오늘 기분이 좋아서 한번은 참는데, 다음은 없다.’

‘충성! 명심하겠습니다. 마스터.’

동현은 세론과 대화를 마치고 다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문득 건달들이 그런 곳을 많이 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달들이 보통 룸살롱을 관리한다고 하던데, 내가 아는 놈들 중에 그런 놈이 있을라나?’

동현은 고민만 하다가는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아, 바로 아는 건달에게 연락을 해 보기로 했다.

당장 전화번호를 아는 건달은 없었지만 번호를 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동현은 부지런히 전화를 하기 시작했고, 수십 통의 연락 끝에 전화번호를 얻을 수가 있었다. 한때 건달들과 어울려 살았던 동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동현이 알아낸 번호는 그래도 제법 잘나간다고 하는 건달이었지만, 자신에게 무진장 두들겨 맞던 놈들 중 하나였다.

따르릉-

“여보세요?”

“비룡 오랜만이다. 나 꼴통이다.”

“헉!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냐?”

“지금 내가 전화를 거니 불만이라는 이야기지 그치?”

동현 특유의 시비를 거는 방법이었다. 이런 방법은 이미 오래전에 사용하고 자리를 굳힌 것이라 중계동의 건달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아니야. 절대 아니지. 오랜만에 연락이 와서 반가워서 그렇지.”

“그러냐? 하기는 오랜만에 통화를 하는 것은 사실이지.”

“그런데 무슨 일로 연락을 한 거냐?”

비룡이라고 불리는 건달은 지금 조직에 속해 있었고, 제법 잘나가는지 중간 간부급에 있었다.

하지만 동현에게 하도 맞으며 커서 그런지, 아직도 동현이라고 하면 기겁을 하고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 다른 거는 아니고, 내가 룸살롱을 가려고 하는데 아는 곳이 있어야지. 그래서 좋은 곳을 소개 좀 해 주었으면 해서 말이야.”

동현의 말에 비룡은 속으로 오만 가지 욕을 다 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놈이 이제 내가 잘나간다고 하니 뜯어 먹을 것이 있나 하고 전화한 거구만.’

비룡의 입장에서는 그렇게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가끔 자신에게 친구라면서 찾아오는 인간들이 항상 그렇게 행동을 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행동에 조심을 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꼴통이 괜히 꼴통이 아니었다. 성질이 나면 어느 누구도 말리지 못하는 인간이 바로 꼴통이었기에, 꼴통이 설치던 시기에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었다.

“요즘은 강남이 좋다고 하던데, 알려 줄까?”

비룡은 자신의 구역으로는 절대 알려 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에 한 말이었다.

“강남이 좋은 곳이냐? 어디로 가면 되는 거냐?”

“내가 이야기를 해 놓을게. 위치는 문자로 보내 줄게.”

“그래라, 그리고 나중에 얼굴 보고 술 한잔하자.”

“그…그래. 알았어.”

비룡은 동현이 술을 마시자는 말에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 있었다. 동현이 술을 마시면 그 기질이 더 심했기 때문에, 동현과 술자리를 가지려는 건달은 아무도 없을 정도였다.

비룡은 전화를 끊고 화가 났다. 자신은 이제 예전의 비룡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씨! 내가 그 새끼에게 왜 쪼는 거야? 나도 전과는 많이 달라졌는데 말이야.”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떨리는 가슴은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만큼 동현에게 많은 시달림을 당해서였다.

일단 약속을 했으니 강남에 있는 후배가 관리를 하는 가게를 소개해 주기로 했다. 물론 돈은 자신이 계산을 하기로 하고 말이다. 괜히 그런 작은 돈 때문에 트집을 잡히고 싶지 않은 비룡이었다.

비룡의 연락으로 걱정을 덜은 동현은 안심하고 종로로 갔다. 동현이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만영이 퇴근을 하고 이미 와 있었다.

“어이 많이 기다렸냐?”

“아니야. 수고했다.”

“수고는 무슨 직장인이 다 그렇지.”

“크크크, 그래. 우리 간단하게 한잔하고 강남으로 가자. 오늘은 내가 책임진다.”

“오호, 무슨 복권이라도 당첨되었냐? 장담까지 하고 말이다.”

만영은 동현이 많은 돈을 벌었다는 것은 알지만, 집안의 사정을 알고 있기에 하는 말이었다.

“복권 당첨은 무슨, 내가 항상 돈이 생기면 너에게 한잔 산다고 하지 않았냐. 오늘이 그날이다.”

동현의 말에 만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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