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남자는 동현을 보며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마땅한 물건이 있는지 검색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부동산도 매매가 있는 물건에 대해 공유를 하고 있기 때문에 컴퓨터를 보아야 알 수가 있었다.
남자는 한참 동안 컴퓨터를 뒤지더니 무언가 찾은 것이 있는지 얼굴이 환해졌다.
“여기 있네요. 단독은 여기 이 집이 유일한데, 한번 보시겠습니까?”
동현은 달랑 한 채 있다는 것에 조금 마땅찮았지만, 그래도 일단 보고 결정을 하기로 하였다.
“가 보지요.”
동현의 허락에 남자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차가 있는 곳으로 안내를 해 주었다.
부동산 업자가 안내해 준 집은 지금 동현이 사는 곳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작은 정원도 있는 아담한 주택이었다. 이미 연락은 받았는지 키를 가지고 있는 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동현이 도착을 하자 키를 넘겨주고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돌아갔다.
부동산 업자는 대문을 열고 안으로 동현을 안내해 주었다.
“요즘은 대부분이 빌라나 아파트를 사려고 해서 단독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 사시는 분들도 이번에 지방으로 가시게 되어 집을 내놓은 것입니다.”
“집이 아담하고 깔끔하기는 한데, 안에도 구경하고 결정을 하기로 하지요.”
“예, 그러셔야지요.”
동현이 보니 단독이지만 이 층의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일 층은 방이 두 개고, 이 층은 한 개의 방과 화장실이 있는 구조였다. 이 정도의 집이라면 사는 것은 그리 문제가 없을 것 같아 보였다.
“내부가 잘 꾸며져 있네요?”
“예, 집을 건축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내부를 손보지 않아도 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니 이제 가격만 맞으면 계약을 하겠습니다.”
동현의 말에 중계업자는 얼굴이 환해졌다. 집을 매매하게 되면, 수수료가 제법 짭짤해서 한동안 수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 사무실로 가시죠.”
“예, 그러지요.”
동현은 업자와 함께 차를 타고 사무실로 이동을 하였다. 타고 오는 동안 이런저런 정보를 들었지만, 그리 신통한 것들은 없었기에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렸다.
사무실에 자리를 잡은 동현은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해 보았다.
‘흠, 빚을 갚고 남아 있는 돈을 모두 사용하면 나중에 생활비가 부족할지도 모르니, 대출을 조금 받더라도 어느 정도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어야겠다.’
동현은 그렇게 속으로 계산을 마치고 업자와 집값에 대한 타협을 하기 시작했다.
“집값이 얼마나 하지요?”
“예, 저 집이 나온 가격이 삼억오천입니다.”
동현은 업자의 눈을 보며 다시 질문을 하였다.
“우리 쉽게 가지요. 얼마면 되겠습니까?”
동현이 하는 폼이 마치 집을 자주 사 본 사람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업자는 그런 동현을 보며 무언가 고민을 하는지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 집은 자신의 물건이 아닌 동류의 업자 것이라 가격을 흥정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민을 하고 있던 업자가 무언가 결정을 내렸는지 조심스레 입을 뗐다.
“저 사실, 이 물건은 저희 사무실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니 흥정하기가 곤란합니다. 차라리 당사자를 불러 직접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중간에 약간의 마진을 먹으려고 하다가 손님에게 욕을 먹고 싶지가 않으니 말입니다.”
업자는 동현을 보고 자신이 중간에 마진을 먹으려던 것을 말을 솔직히 해 주었다. 흥정은 마진과 연결이 되는 문제라 업자들끼리는 서로가 공생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동현은 솔직하게 말을 해 주는 업자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 당사자를 불러 주세요. 직접 흥정을 하기로 하지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업자는 동현에게 양해를 구하고 바로 상대에게 연락을 하였다. 한참의 이야기가 오고 가더니 전화를 끊었다.
“금방 오신다고 하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동현은 업자와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대출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하였다. 자신도 약간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고 한다 하니, 업자는 대출에 관한 자세히 설명과 이자가 싼 은행도 몇 곳 알려 주었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 사십 대의 남자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서 부장님 어서 오세요.”
서 부장이라는 사람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고는 동현을 보며 물었다.
“이분이 집을 사시려는 분이신가요?”
“예, 가격을 직접 흥정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오시라고 하였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미래 부동산 서명인이라고 합니다.”
남자는 명함을 꺼내 주면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반갑습니다. 김동현이라고 합니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잠시 어색한 기운이 흐르다 서 부장이 먼저 입을 떼기 시작했다.
“우선 집의 시세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가격이 마음에 드시지 않는가 보군요.”
“시세는 제가 잘 모르고요. 일단 집은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돈이 문제지요.”
“그러면 얼마나 생각하고 계시는지…….”
서 부장은 자신이 제시한 가격을 줄인다는 것에 마음에 안 드는지 말끝을 흐리고 있었다.
동현은 역시 돈을 만지는 사람이라 노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지요. 5천만 빼 주십시오. 그러면 바로 이 자리에서 계약을 하지요.”
동현이 거침없이 원하는 바를 말하니 서 부장은 조금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 집은 삼억에 나온 물건이었다. 하지만 매매라는 것이 남는 것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약간은 가격을 올려서 내놓았던 것이다. 물론 제시한 가격을 내릴 준비를 하고 말이다.
그런데 눈앞의 손님은 귀신같이 정확하게 집주인이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고 있으니, 마음이 들여다보이는가 싶어 조금 신기한 눈빛으로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그 가격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주인이 원하는 가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 저희가 말하기도 사실 무리입니다.”
서 부장은 일단은 한번 튕겨 보기로 했다. 하지만 동현은 흔들리는 서 부장의 눈빛에서 지금 상대가 자신을 시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계에서 직접 장사를 해 본 경험이 있는 동현이었기에, 사람의 눈빛을 보면 대충은 진실인지 구분할 수 있었다.
‘흠, 지금 나하고 장난치자는 거지?’
동현은 상대가 하는 짓을 보고 솔직히 가소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자신이 현대에 살고 있지만, 이계에서의 삶은 많은 경험을 쌓게 해 주었다. 헌데 이 서 부장이란 작자는 그런 자신을 가지고 장난을 치려고 하니 적잖이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 이 거래는 없는 것으로 하지요. 집은 마음에 들지만, 가격이 맞지 않으니 아쉽지만 그만 두겠습니다.”
동현이 미련 없이 그만 두겠다고 하자, 두 업자는 황당한 표정이 되어 버렸다. 흥정을 하면서 이렇게 극단적으로 가는 인물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사장님 다시 생각해 보시지요. 집은 마음에 드신다고 하셨으니, 서로가 가격만 맞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처음의 업자는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서 부장과의 대화 중 돌연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하니, 어떻게 해서든 거래가 이루어지게 만들려고 하는 소리였다.
서 부장이라는 사람도 동현의 말에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의 입장이었다.
“저는 삼억 이상은 흥정을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삼억이라면 바로 이 자리에서 거래를 하지요.”
동현의 단호한 입장에 서 부장은 고민이 되었다. 집주인이 원하는 가격은 되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에게 남는 것이 없다.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던 서 부장이 드디어 결심이 섰는지 동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거래는 삼억으로 하고 계산은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동현은 서 부장의 말에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자식이 어디서 장난을 치려고 하다니.’
“우선 현금으로 이억을 지불하고, 나머지 일억은 은행 대출로 했으면 합니다.”
동현의 시원스러운 대답에 서 부장도 마음에 드는지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이미 은행에 일억의 대출이 되어 있으니 이억을 가지고 계시면 바로 등기설정을 하시면 되겠군요.”
서 부장은 집이 이미 은행에 일억의 대출을 받았기에 이억을 가지고 있으면, 바로 등기를 처리할 수 있어서 좋아했다. 이는 시간을 그만큼 단축할 수 있어서였다.
“그럼, 바로 계약서를 작성하지요. 그런데 이억을 지불하면 등기는 언제 됩니까?”
“바로 법무사를 불러 처리를 하면 됩니다. 제가 알기로는 삼 일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무사의 입회하에 계약을 하자고 하니, 동현도 흔쾌히 수락하였다.
“그럼 지금 부르세요. 바로 지불을 하기로 하지요.”
“사장님 성격이 정말 급하십니다. 하하하.”
“저도 여러 손님을 보았지만 사장님처럼 일처리가 빠르신 분은 처음입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법무사를 부르도록 하지요.”
부동산을 운영하게 되면 법무사를 끼고 하게 되는데, 이는 일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동현은 그렇게 계약을 하게 되었고 바로 키를 받았다. 이제 집은 동현의 명의가 되었고 집주인이 이미 다른 곳으로 이사가 있으니, 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동현은 집을 사면서도 돈이 남아 기분이 좋아졌다. 비록 대출이 일억이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청량리 상호실업의 사무실에는 지금 사장이 돌아와, 부상을 당한 직원들을 보고는 어이가 없어 어찌된 영문인지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성민이 형님의 아들이 찾아와 너희들을 이렇게 만들고 갔다는 말이냐? 왜 그런 것인데?”
“죄송합니다. 사장님.”
“이게 지금 죄송하다고 해서 해결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하냐?”
사장의 서슬 퍼런 눈빛에 부장은 바짝 얼어 있었다.
자신이 모시고 있는 사장은 한때 현역에서 전국구로 이름을 날리던 사람이었지만, 지금의 사모님을 만나 주먹의 길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물론 먹고 살기 위해 사채를 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없는 자에게까지 그리 야박하게 굴지는 않아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부장과 부하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대답을 하지 않고 있자, 사장은 더욱 부아가 치밀었는지 큰소리로 다그쳐 댔다.
“그런데 어째서 형님의 아들이 와서 깽판을 치고 간 거란 말이냐?”
사장은 그 이유가 가장 궁금했다. 사장이 동현의 아버지를 알게 된 지도 아주 오래 되었기 때문에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절대 자신의 사무실로 와서 이런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부장은 사장의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 하고 있으니, 사장의 눈빛이 칼날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상태가 저렇게 변해 가면 바로 주먹이 날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부하들 중에 한 명이 빠르게 대답을 해 주었다.
“사실은 김성민씨 집에 저희가 찾아갔었습니다.”
그러면서 동현이 와서 일어난 일련의 일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하였다. 한참의 시간 동안 말을 듣고 있던 사장의 얼굴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야! 이 개새끼들아! 내가 너희들 사장이 맞기나 하냐? 어째서 지시한 대로 하지 않고 너희 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거냐? 너희들이 상대한 김성민이라는 분이 누군지나 알고 그따위로 행동하고 다니냔 말이다!!”
사장은 정말 자신의 부하들이지만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