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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6화 (6/222)

6화

전에 있던 세상에서는 자연적으로 마나가 보충이 되었지만, 지금은 세론의 마나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동현이 마나를 채워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동현의 몸에 마나를 채워 세론에게 전이를 시켜 주어야 세론의 마나가 채워졌다.

동현은 속으로 짜증이 났지만, 신들의 농간이라 자신이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신들이 장난을 쳐도 지랄같이 쳐 놓았네.’

세론이 있으면 좋기는 하겠지만, 문제는 마나를 항상 자신이 채워 주어야 하는 것이 걸리는 동현이었다. 이거는 마치 마나를 강탈당하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세론, 이번에 금방에 가면 주인과 대화를 할 것이니 참마법을 준비해 줘.’

‘알겠습니다. 마스터.’

세론의 대답에 동현은 마음을 놓고 종로로 가게 되었다. 가지고 있는 금을 처분하는 것도 좋지만, 보석을 처분하게 되면 더욱 많은 돈을 만질 수가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이계와 현대의 시세가 다르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이계의 보석도 제법 크기가 크니 충분히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비록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종로의 한 금방에는 지금 동현이 주인과 면담을 위해 작은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요즘은 조금 바빠서 늦었습니다.”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여기 보석도 취급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예, 파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디 보여 주시겠습니까?”

“그런데 여기 사장님이세요?”

동현은 남자의 나이로 보아 사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물었다.

“하하하, 사장님은 여기 출근하시지 않으십니다. 제가 여기 매장을 책임지고 있는 책임자이니, 걱정 마시고 보여 주십시오.”

남자는 동현의 질문에 웃으면서 분위기를 조정하고 있었다. 보석을 팔려고 오는 손님들 중에는 동현이처럼 조금 까다로운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였다. 장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보석이라고 하면, 보통은 조심스럽게 생각하여 남에게 알려지는 것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동현은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보석을 꺼냈다.

‘세론, 시작해.’

동현의 지시로 세론은 바로 참마법을 사용하였다.

순간이지만 남자는 갑자기 묘한 눈동자가 되었다가 바로 돌아오고 있었다. 동현은 현실에서는 처음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라 조금은 조심스럽게 접근을 하고 있었다.

참마법이라는 것이 정신을 지배하는 것도 있지만, 지금처럼 상대에게 무조건적인 호감을 가지게 만드는 것도 있었다. 정신을 지배하는 것은 마나가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대신 동현은 호감을 주는 마법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하하하, 손님은 오늘 처음 보는데도 정말 자주 만나는 분 같은 기분이 드네요.”

남자는 보석을 보면서도 동현에게 말을 걸었다. 이는 마법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의미였다.

“보석의 가격은 얼마나 합니까?”

“여기 이 보석은 솔직히 커팅이 부족한 것이라 그리 많은 가격을 받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보여 주시는 보석은 루비와 사파이어 그리고 에메랄드도 있지만, 모두 그리 좋은 가격이 나오지는 않는군요.”

남자는 마법이 걸려 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

동현은 가지고 있는 보석으로 조금이라도 많은 금액을 만들려고 하였는데, 생각처럼 가격이 비싸지 않다고 하니 조금은 실망감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보석이 더 있으니, 이참에 모두 감정을 받아 볼 참이었다.

“그러면 제가 가지고 있는 보석이 모두 열한 개인데 모두 감정을 부탁드릴게요.”

동현은 품에 남아 있던 보석을 모두 꺼내면서 감정을 해 달라고 하였다. 남자는 그런 동현의 품에서 나온 보석을 보다가 한 개의 보석에서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이 보석은 어디서 나신 것입니까?”

남자가 보고 있는 보석은 동현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블루 다이아몬드였다. 그것은 동현이 가지고 있는 보석 중에 유일하게 드워프가 만든 보석이었다. 그 크기가 워낙 상당하여 팔 수나 있을지가 걱정이 되는 물건이었다.

“우리 집안에 있는 물건 중에 가장 탐이 나는 보석이라 가지고 나온 것입니다. 얼마나 합니까?”

“정말 파실 생각이십니까? 남자는 정색을 하며 동현을 보며 물었다.

“가격을 좋게 해 주신다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동현의 태도에 남자는 감정을 하기 시작했다. 블루 다이아를 보는 남자의 눈길에는 사랑스러운 빛을 하고 있는 것이 진심으로 마음에 드는 것 같아 보였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남자는 동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여기 블루 다이아몬드는 최소한 오십억은 받을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정확한 가격을 말하기는 그렇지만, 최소한 그 정도는 받을 수가 있다는 말입니다. 저희에게 파신다고 해도 당장에 살 수 있는 물건은 아니고 시간을 주셔야 가능합니다.”

시가 오십억은 말이 쉽지 절대 쉬운 금액이 아니었다. 동현은 보석 한 개가 오십억이라는 소리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인터넷에서는 백억이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보석이 그 정도나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동현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러면 언제 가능하다는 말씀이세요?”

“연락처를 주시면 제가 알아보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남자는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지만, 동현의 입장에서는 그리 쉽게 결정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이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물건에 욕심을 내는 이들이 생기게 마련이었다. 자신이 있을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혹시나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불상사가 생기게 될 것을 염려해서였다. 혼자 아무리 강해도 여럿을 당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체험했기에 생기는 버릇이었다.

남자는 동현이 주춤거리는 것을 보자, 바로 눈치를 채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손님 저희 가게는 손님보다 더 가격이 비싼 물건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니 안심을 하셔도 됩니다.”

“일단 다이아를 빼고 나머지는 얼마나 되나요?”

남자는 다른 보석을 보며 가격을 셈하기 시작했고, 전자계산기에 찍히는 금액을 보니 참으로 한심한 가격이었다. 어떤 보석은 한 개에 겨우 팔십만 원이었고, 어떤 것은 백오십만 원 정도의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여기 보이는 보석은 모두 해서 오백사십만 원 정도 합니다.”

동현은 보석의 가격을 보고는 실망을 하고 말았다.

“그럼 다이아는 언제 팔 수가 있는 것입니까?”

“최대한 빠른 시간에 파실 수 있게 해 드리겠지만, 정확하게 언제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습니다.”

남자의 말대로 다이아는 흥정을 해야 매매가 이루어지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가격도 서로가 원하는 금액이 되어야 가능하였고 말이다.

“그럼, 다이아를 여기에 팔게 되면 수수료는 얼마나 주나요?”

“저희는 공식적으로 3%의 수수료를 받고 있지만, 최저가의 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받았을 경우에는 오른 금액의 10%를 더 받습니다.”

결국 감정가에서 더 받으면 이들에게 10%의 수수료를 주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동현은 보석에 대해서는 자신이 아는 것이 없으니, 결국 처분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의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이아를 처분하기로 하지요. 그리고 여기 금도 매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 이 금화는 얼마나 되나요?”

동현은 품에서 다시 금화를 한 개 꺼내서 보여 주었다. 남자는 동현이 보여 주는 금화를 보고는 이내 저울에 달아 보았다. 금은 정확한 계산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게였다.

남자는 이미 다이아를 처분하기로 하였기 때문인지, 금화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마진 없이 가격을 쳐주었다.

“이 금화는 한 개에 정확하게 석 냥 한 돈 정도 되니, 지금 시세로 돈 당 매입가가 십일만 원이니 정확하게 삼백사십일만 원입니다.”

동현은 신림동 금방에서 금을 팔고 한 개에 사십만 원을 손해 보았다는 것에 열불이 났다.

‘끙! 빌어먹을 놈 그렇게 많이 남겨 먹었다는 말이냐?’

동현은 속은 쓰리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말았다.

“제가 그런 금화를 백 개 정도를 가지고 있는데 모두 처분이 가능합니까?”

“백 개라고요?”

남자는 동현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진 얼굴로 바라보았다. 아무리 금방이라고 해도, 백 개라면 삼 억이 넘는 금액이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예, 백 개입니다. 그런데 이 모두 처분 가능합니까?”

남자는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 주더니, 무슨 결정을 하였는지 대답을 하였다.

“모두 순금이니 제가 책임지고 처분을 하겠습니다. 손님.”

“그러면 여기 금화 백 개를 모두 드릴 테니 처분해 주시고, 대금은 수표로 주셔도 무방하지만 제가 가지고 가게 해 주세요.”

동현은 품에서 금화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금화가 동현의 품에서 계속 나오는 것을 보고 있는 남자는, 약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실 누가 보아도 이해 못 할 광경이었지만, 참마법을 사용한 상태라 안심을 하고 금화를 꺼내고 있었다. 참마법의 영향으로 남자는 동현에게 손해가 가는 짓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모두 백 개의 금화를 꺼내고는 동현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제가 처리를 하고 오겠습니다.”

남자는 금화를 가지고 가지 않고 그냥 나가고 있었다.

원래 금은 돈과 함께 교환을 한다. 남자는 이미 동현이 보여 준 금화를 확인하였기 때문에, 바로 돈을 구하기 위해 나간 것이다. 자신의 매장에서도 구입을 하겠지만, 모두를 구입하기에는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동현은 남자가 나가자 일단 금화로 자금을 만들었지만, 아직 집을 구입하기에는 아직은 부족함을 느꼈다. 물론 금화를 더 팔면 되겠지만 한꺼번에 많은 금화가 팔리게 되면, 아마도 의심을 받을 수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보석을 팔게 되면 충분히 집을 사고도 남겠지만, 당장 팔리지도 않은 물건에 미련을 두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 가지고 있는 돈으로 빚을 갚고, 나머지는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하자.”

동현은 돈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은 편하게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보석의 가격을 몰랐을 때는 조금 급급한 마음이 들었었다. 하지만 막상 보석의 가격이 자신의 생각보다 많자, 조급함이 사라지고 어느 정도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아직 신분증을 만들지 않았다고 돈을 주지 않는 거 아냐?”

동현은 갑자기 신분증이 생각나자 여유로웠던 마음이 다시금 긴장을 하게 되었다. 신분증을 만들기는 해야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일인데 반면에 돈은 당장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금이야 여기 아니라도 다른 곳에서 팔면 되지만 다이아는 달랐다. 이미 책임자에게 마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신이 이용하기 편하려면 신분증은 반드시 있어야 했다.

“돈을 받으면 당장 가서 신분증부터 만들어야겠다.”

동현은 동사무소에 가서 가장 먼저 신분증을 만들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국은 신분증이 없는 사람이 살기에는 좋지 않는 곳이었기에, 동현도 당장 신분증을 만들려고 하였다.

동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금화를 팔기 위해 나가 있던 남자는 부지런히 전화를 이용하여 자금을 모으고 있었다.

“예, 사장님 제가 언제 실수를 하던가요? 걱정 붙들어 매십쇼. 확실합니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는 부지런히 상대를 설득하고 있었다. 한참의 시간을 전화를 걸고 있던 남자는 이제야 끝이 났는지 깊은 숨을 내쉬었다.

“휴우, 갑자기 큰돈을 만들려니 어렵네. 그래도 다 마련했으니 돈을 찾으러 가야겠다.”

자신의 통장으로 돈을 받았으니 이제 은행에 가서 찾아오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동현이 원하는 수표로 찾는 것이라 그리 시간도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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