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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5화 (5/222)

5화

이제는 아버지를 이길 수는 있지만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억압을 당해 온 경험이 동현의 몸을 저절로 떨게 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동현은 고개를 깊이 숙이며 사죄를 하였다.

“그래, 건강해 보이니 다행이다. 네 어머니는 일단 입원을 시켰지만, 지금 집에 돈이 없다.”

“돈은 걱정하지 마세요. 저에게 그 정도는 있습니다.”

동현은 건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였지만, 지금은 쉽게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 소리는 나중에 묻기로 하였다.

“너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다른 소리는 않겠다. 실수는 한번이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길게 말을 하지 않았지만, 동현은 그 말에 많은 뜻이 함축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아버지. 그리고 죄송합니다.”

동현의 태도에 아버지 김성현은 아들이 그동안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의 동현과 비교를 하면, 이는 엄청난 성장이라는 생각을 들었다.

“그래, 안다고 하니 되었다. 어머니는 얼마나 입원을 해야 한다고 하드냐?”

“한 달에서 두 달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입원비는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동현의 말에 아버지는 조금 안심이 되는 눈빛이었다. 사실 아버지도 어머니를 입원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놈의 돈이 없어 여태 그러지 못하고 계셨던 것이다.

입원을 하기 전에 입원 보증금을 준비해야 한다는 소리에 어쩔 수 없이 돌아가게 되었는데, 이제 아들이 와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니 묘한 기분이 들고 있었다.

“동현아, 그동안 돈을 많이 벌었느냐?”

“예, 충분히 벌었습니다. 집에 건달들이 찾아온 것도 제가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동현의 말에 아버지는 깜짝 놀란 얼굴을 하며 아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어떻게 알았느냐?”

자신의 아내에게도 숨기고 있었던 비밀이었는데, 아들인 동현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니 놀랍기만 했다.

“아까 집으로 어머니 옷가지를 가지러 갔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그 문제는 제가 알아서 처리를 하면 되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

“이런 빌어먹을 놈들이 집에까지 찾아왔다는 말이냐?”

동현의 아버지인 김성민은 젊은 시절 무예를 배워, 많은 싸움을 하면서 건달들과 친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 중에 가장 친한 후배에게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돈을 빌릴 수가 있었다.

돈을 빌리면서 가장 먼저 약속을 한 것이 바로 집으로는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그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 김성민을 화나게 하였다.

하지만 눈에 불이 일더라도 결국 자신의 실수로 인하여 일이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알기에, 다른 말을 할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아버지. 빌린 돈은 갚으면 되니, 너무 화내지 마세요. 그리고 어머니가 깨어 나셨으니 그만 들어가요.”

동현은 돈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지가 않아서 하는 말이었다. 여기서 돈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지면, 아버지의 자존심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그래, 그렇게 하자구나.”

성민은 아들이 오랜만에 돌아와서 기분이 좋기는 했지만, 예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에 약간의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허어, 동현이가 저렇게 컸나?’

동현은 아머지가 하시는 일이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이제 그만 두시고 어머니의 옆에 계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일단은 시간을 두고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다시 입원실로 돌아온 두 부자의 모습에 어머니인 박성희 여사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 주었다.

“호호호, 오늘 부자간의 모습을 보니 정말 다정하게 느껴지니 어쩐 일이에요?”

“허허허, 당신이 그렇게 생각해 주니 그런 것이 아니겠소?”

“어머니 언제는 우리 사이가 나빠 보였나요.”

부자는 열심히 변명을 하고 있었지만, 약간은 어설퍼 보이는 것이 더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었다.

“호호호.”

박성희 여사는 그런 부자를 보며 오랜만에 마음껏 웃고 있었다. 어머니가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동현도 기분이 좋아졌다.

“어머니 오늘은 우리 여기서 외식을 하는 것이 어떠세요?”

“아니 병실에서 먹을 수가 있는 거니?”

어머니는 동현의 말에 솔깃하였는지 다시 물었다.

“예, 요즘은 병실에서도 식사를 시켜서 먹을 수 있다고 하네요. 우리 간만에 식구끼리 맛난 거라도 시켜 먹어요.”

“그러자. 아버지도 계시니 함께 먹자. 당신도 좋지요?”

“험, 험, 나도 찬성이오.”

“어머니는 아구찜을 좋아하시니 그걸로 시킬게요. 다들 찬성이지요?”

“그러자, 오랜만에 아구찜을 먹어 보자구나.”

어머니와 아버지도 찬성을 하자 동현은 바로 나갔다. 동현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동현이 조금 성장한 것 같지 않아요?”

“나도 그렇게 보이오. 2년이라는 시간이 저렇게 사람을 달라 보이게 만드는지 처음 알았으니 말이오.”

“혹시 돌아온 아이에게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지요?”

어머니의 눈이 갑자기 날카롭게 빛을 내며 아버지를 주시하였다.

“아…아니요. 나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

“당신 이제 그만 동현이를 야단치세요. 나이도 있는데.”

동현의 나이가 사라질 때 24살이었으니 지금은 26살의 나이였다. 보통은 그 나이가 되면 따로 나가서 살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하는 말이었다.

“걱정하지 마시오. 이제 야단을 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오.”

김성민의 얼굴은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하고 있었다. 아들의 성장이 은근 가슴을 뿌듯하게 해서였다.

어머니인 박성희 여사도 그런 남편의 얼굴을 보고는 안심이 되는 표정이었다. 자신이 남편에게 반항을 하면 받아 주고는 있지만, 이는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에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부는 동현의 성장에 만족을 하며, 오랜만에 기분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동현은 병원을 나와 아구찜을 주문하면서, 내일부터는 금을 팔러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단 금화는 충분히 있으니… 삼 억 정도를 준비를 하여 일단 아버지 빚도 정리하고, 이사도 가도록 하자.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시는지는 모르지만, 조그만 가게라고 하실 수 있게 해 드리는 것이 좋겠다.’

동현은 오랜만에 마주한 아버지의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가 않아 든 생각이었다. 이제 나이도 있으시니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일단 자신이 돌아왔으니 가장 먼저 집안을 정리하고 난 다음, 자신의 문제를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동현은 우선적으로 처리를 해야 하는 일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기로 했다.

“아버지 무슨 일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어머니 간호를 하시고 계시는 것이 어떠세요?”

“왜? 애비가 하는 일이 궁금하냐?”

“아니요. 제가 잠시 시간이 필요해서 그래요. 한 삼일 정도만 시간이 있으면 될 것 같으니, 아버지가 어머니 곁에 계셨으면 해서요.”

동현은 금을 팔기 위해 시간을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금이라는 것이 한 장소에서 모두 처분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삼 일이라면 그렇게 하마. 그런데 무슨 일이기에 삼 일이 필요한 거냐?”

“예, 그동안 가지고 있는 것들을 처분하려고요. 일단 집에 필요한 자금도 마련하고, 이제 이사도 가야 하니 말이에요.”

“집을 얻을 돈이 되냐?”

아버지는 동현의 말에 조금 놀라 되물었다. 동현은 아버지의 얼굴에 순간, 어두운 기색이 비쳤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일단 모른 척 넘어가기로 했다.

“아버지 이제 우리도 이제 좋은 집에서 한번 살아 봐요. 제가 책임지고 좋은 집으로 준비할게요.”

“너 혹시 나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

“아니에요. 제가 식구들과 함께 지낼 집을 마련하는데 나쁜 돈을 이용하겠어요?”

동현은 아버지의 말에 절대 아니라는 표정으로 대답을 하였다. 김성민도 아들의 얼굴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보고는 조금 안심이 되는 표정이었다.

“너도 알고 있어야겠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주인에게 연락이 왔다. 이번에 땅값이 올라 여기를 팔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덕분에 지금 내가 노가다를 하면서 돈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그리 수입이 좋지는 않다.”

아버지는 집을 비워 달라는 말에 그동안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아 보였다.

당장 이사를 가야 하는 시기는 돌아오고 있고 어머니는 아프시니, 아버지 혼자 속으로 끙끙 앓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걱정 마세요. 제가 해결을 할게요. 이번에 저도 장사를 해서 많은 돈을 벌었어요.”

“무슨 장사를 했는지는 묻지 않으마. 너도 생각이 있으니 이제 앞날을 바라보고 살 것이라고 믿겠다.”

아버지는 예전과는 다르게 동현을 믿는다고 하였고,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동현은 슬픈 눈빛을 하며 아버지를 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저렇게 나약한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는데, 가난이 결국 아버지를 저렇게 만들어 버린듯했기 때문이다.

“예, 걱정 마세요. 아버지.”

동현은 아버지의 손을 굳게 잡아 드렸다. 따뜻한 느낌이 드는 아버지의 손이었지만, 이제는 고생을 하여서인지 손은 온통 옹이와 굳은살투성이였다.

동현은 아버지와의 말을 생각하면서 우선 아버지가 빌린 돈을 해결하고, 다음에는 가족들이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위해서는 아파트보다는 단독 주택이 좋을 것 같아 단독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일단 내일 날이 밝으면 종로부터 가 봐야겠다. 종로가 커다란 금방들이 많이 있는 곳이니, 그곳으로 가서 가지고 있는 골드를 처분하기로 하자.’

종로는 서울의 가장 많은 가게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곳이었기에, 동현의 금도 처분하기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금이나 장물을 처분하기에는 사실 종로와 같이 큰 곳이 좋기는 했다.

다음 날, 아침부터 부지런히 종로로 가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를 하는 동현이었다. 전날 저녁에 만영이 온다는 하였지만, 나중에 보기로 겨우 달래 오늘 저녁에 만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 자식은 고집이 무슨 황소고집도 아니고 전과는 달라졌어. 정말로.”

동현은 만영을 생각하며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종로로 가서 금을 처분하기 위해 어제 새로운 캐주얼 복을 준비하였기에 오늘은 부담 없이 움직일 수가 있었다.

무엇을 팔려고 하면 우선 사람이 있어 보여야 했다. 그래서 어제는 동현도 유명 메이커로 누가 보아도 제법 있어 보이는 옷으로 준비를 해 두었다. 아직 차는 없지만 차 정도는 언제든지 마련할 수 있으니 걱정이 없는 동현이었다.

‘세론, 금화를 파는 것은 그리 문제가 없지만 보석을 팔려고 하면, 골치가 아플 것 같은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

‘마스터, 보석을 파시려면 그 주인을 만나야 하는데 마법을 사용하면 됩니다.’

‘마법을 사용하자고?’

‘예, 참마법을 사용하면 마스터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니, 보석을 팔기에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동현도 마법을 알고는 있지만 지금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모두 공격마법이었고, 그나마 3서클의 마법이 전부였다.

‘세론, 참마법은 몇 서클 마법이지?’

‘4서클 마법입니다. 마스터.’

‘지금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4서클까지인가?’

‘아닙니다. 5서클 마법도 사용할 수 있지만, 만약에 5서클을 사용하려면 두 개 정도가 한계입니다.’

세론이 한계라고 하는 말에 동현은 골이 아파 왔다. 세론은 마나를 사용하는 존재였기에 마나가 없으면, 다시 침묵의 시간에 빠져 들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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