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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4화 (4/222)

4화

“어머니 저에게 업히세요. 제가 업고 갈게요.”

“아니다. 나도 걸어갈 수 있으니, 부축만 해라.”

그러나 어머니는 동현의 부축으로는 갈 기운도 없는 사람이었기에 이내 쓰러지려고 하였다. 동현은 그런 어머니를 바로 업었고, 병원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집과 병원이 조금 멀기는 했지만 동현이 가지 못할 정도의 거리는 아니었기에, 빠르게 도착할 수가 있었다.

“여기 급한 환자가 있습니다.”

동현의 외침에 간호사가 대답을 해 주었다.

“저기 보이는 응급실로 가세요.”

동현은 간호사의 말에 응급실이라고 보이는 곳으로 갔다. 응급실의 안에 들어간 동현은 어머니를 침대에 눕히고는 곧장 의사를 찾았다.

“여기 의사 선생님은 어디 계십니까?”

동현의 외침에 간호사는 급히 동현의 곁으로 오면서 대답을 해 주었다.

“잠시 기다리시면 오실 거예요.”

간호사는 응급실로 온 환자라 그런지 동현의 어머니의 상태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함께 온 간호사는 동현을 보며 다른 말을 하였다.

“환자는 이곳에 두시고 지금 바로 접수를 하고 오세요. 그래야 응급처치를 할 수가 있습니다.”

결국 병원도 돈이 있어야 치료를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동현은 간호사의 말에 화가 났지만 잠시 참기로 하고는 이내 접수를 하기 위해 접수처로 갔다. 들어오는 입구에 있어서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기에, 동현은 바로 가서 접수를 할 수 있었다.

“환자분 성함이 박성희 씨인가요?”

“그렇습니다.”

“박성희 씨는 저희 병원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분이시라 명단에 있어서 물었습니다.”

동현은 어머니가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말에 급히 물었다.

“그러면 어머니를 이곳에 입원하시게 하면 됩니까?”

“전에도 입원 치료를 권했지만 사정상 약만 타 가셨네요. 지금이라도 원하시면 바로 처리해 드릴까요?”

아가씨는 동현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다시 되물었다. 동현은 어머니가 돈이 없어 입원을 거절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속상한 마음에 기분이 그리 좋지가 않았다.

“지금은 그때와 사정이 다르니, 입원을 하겠다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면 여기서 이걸 작성해 주시면 됩니다. 하지만 지금 남은 입원실은 1인실밖에는 없는데…….”

아가씨의 말에 동현은 성질을 부리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계시는 곳에서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괜찮으니 당장 입원실을 마련해 주세요. 돈 걱정은 하지 말고요.”

동현은 아가씨가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알고 있기에 돈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해 주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가씨도 직원의 입장이라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병원 측의 행동에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동현은 이는 화를 누르고 있었지만, 몸에서 자동으로 일어나는 살기는 감출 수가 없었다. 그 살기에 아가씨는 그대로 노출이 되고 말았는지,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며 오들오들 떨었다. 아가씨의 모습에 동현은 자신도 모르게 살기를 뿌렸다는 것을 알고는 급히 살기를 지웠다.

현대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살기라는 것은 상당히 치명적인 것이었는지, 아가씨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동현은 어머니가 입원실로 옮겨지는 것에 만족하고 의사의 말을 듣고 있었다.

“환자분은 몸이 많이 약해져 계시니, 조금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기간은 상관하지 마시고 치료에 만전을 기해 주십시오. 선생님.”

동현의 말에 의사는 조금은 의외라는 눈빛을 하였다. 보통은 이런 행색의 사람들은 병원의 지시에 반발을 하며 치료기간을 줄이려고 하였는데, 동현은 그런 사람들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동현은 어머니를 모시고 오기는 했지만 입원을 생각지 못한 탓에, 일단 먼저 집에 가서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 오기로 하였다.

지금 어머니는 안정제를 투입하여 편안하게 잠을 자고 계시는 상태였기에, 잠시 자신이 집에 다녀올 짬이 났다.

입원실도 1인실이니 돈은 많이 들겠지만 번거로운 일이 생기지는 않아서 오히려 나을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동현은 누군가가 집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혹시 아버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금세 아버지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아버지는 무예를 익힌 분이라 기감이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동현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안에는 두 명의 남자가 있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건달이라는 느낌이 드는 인물들이었다.

“누구십니까?”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쇼?”

“나는 이 집의 주인 아들인데 당신들은 누구요?”

동현은 집안에 건달이 와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불쾌했기에, 말투가 조금은 거칠어지고 있었다.

중계동의 건달 중에 자신이 모르는 건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인물들은 자신도 처음 보는 이들이었다. 건달은 동현의 말에 조금 의외라는 얼굴을 하며 대답을 해 주었다.

“아, 당신이 이 집 아들이시오? 우리는 당신 때문에 돈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지.”

“돈? 무슨 돈을 말하는 거요?

동현은 돈을 받으러 왔다는 말에 놀란 얼굴을 하며 물었다. 건달은 동현의 얼굴에 정말 모르고 있는 듯이 보이자, 자신들이 돈을 빌려 주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동현이 사라지자 아버지는 돈을 빌리게 되었는데, 아버지의 주위에는 대부분 돈이 없어 결국 사채를 빌려 자신을 찾는 것에 사용하였다.

사채를 하는 사장은 아버지도 알고 있는 후배였기에 처음에는 좋게 해결을 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어머니가 아프시면서 돈을 갚지 못하게 되자, 결국 자신은 빠지고 후배들을 보내 돈을 받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실수를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동현을 화나지 않게 하고 있었다.

“빌린 자금이 모두 얼마나 됩니까?”

건달들도 동현의 이름이 이 동네에서 얼마나 유명한지를 알고 있는지, 동현의 말에 꼬박꼬박 잘도 대답을 하였다. 건달들의 세계에서도 명성이라는 것이 있었다. 중계동에서 동현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개차반 꼴통’으로, 제법 명성을 떨쳤던 터라 건달들도 조심하고 있는 중이었다.

“김성민씨가 빌려 간 돈은 모두 오천만 원이 됩니다. 물론 이 돈에는 2년간 이자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두 건달 중에 조금 젊어 보이는 쪽이 대답을 하였다. 동현은 이자까지 해서 오천만 원이라는 소리에 순간 놀라기는 했지만, 이내 건달들에게 해답을 주기로 하였다.

“내가 삼 일 후에 찾아가서 해결을 할 것이니 명함이나 주시오.”

동현의 말에 건달들도 조금 놀랍다는 얼굴을 내비쳤다.

“그럼 삼 일 후에 오시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약속을 어기시면 곤란합니다.”

건달의 말에 동현의 눈에서 시퍼런 빛이 났고, 그런 동현의 모습에 건달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삼 일 후에 간다고 했으니 기다리라고 하시오.”

동현의 말과 행동에 건달들은 자신들이 상대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이내 대답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오시는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건달은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명함을 건네주었다.

동현은 건달들이 나가자 한숨만 나왔다. 아무리 자신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릴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모두가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니, 부모님에게 미안한 마음만 남게 되었다.

“휴우, 아버지는 언제 들어오시려나.”

동현은 어머니를 입원시켰으니 아버지가 빨리 오셨으면 했다. 일단 아버지에게도 알려 드려야 자신이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돈이야 가지고 있는 금화를 팔기만 하면 되지만, 어머니를 저대로 두고 움직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금화를 파는 것도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한곳에서 팔 수는 없었고, 여러 곳을 다녀야 했기에 누군가는 어머니를 보살펴 주어야 했다. 아버지가 계시면 자신이 시간을 벌 수 있으니, 금화를 팔아 빚을 모두 청산하려고 마음을 먹은 동현이었다.

어머니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챙긴 뒤 대문에는 어머니가 입원한 병실을 적어 테이프로 붙여 두었다. 혹여 아버지가 오시면 보시게 하기 위해서였다. 아니면 나중에 자신이 다시 와야 하거나 전화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동현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고 어머니의 손을 잡아 드렸다. 아직은 온기가 남아 있는 어머니의 손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있었다.

동현의 어린 시절은 어머니와의 시간만이 기억 속에 남아 있었고, 그 시절 참 힘들게 살았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어머니의 눈이 떠지고 있었다.

“도…동현아.”

“저 여기 있어요. 어머니.”

이제 조금 기운이 돌아오시는 것인지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을 흘리셨다.

“도대체 그동안 어디를 가 있었니?”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어머니.”

동현은 지금 어머니에게 무슨 말을 해도 변명으로 들릴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기에 잘못을 빌었다.

“이제는 떠나지 않을 거니?”

어머니는 동현을 보며 두려운 눈빛을 하며 물었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 동현도 어머니가 많이 늙으셨다는 생각에, 자신이 정말 불효를 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럼요. 이제 저는 어머니하고 오붓하게 살려고 왔는데요. 저 어디 안 가니 걱정하지 마세요.”

동현의 다정한 목소리에 어머니는 마음이 놓이시는지 얼굴에 화사한 기운이 어렸다. 어머니는 동현을 보면서 다른 이야기는 하시지 않았다. 꾸중을 하셔도 되는데, 그러지 않으시고 오히려 동현을 따스하게 감싸 안아 주시는 그런 분이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갑자기 문을 거칠게 열면서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안에 있던 동현과 어머니의 시선이 모두 문을 보고 있다가, 들어온 아버지를 보고는 동현은 자신도 모르고 놀란 음성으로 외쳤다.

“아버지!”

아버지는 동현을 보고 놀라는 얼굴을 하였지만 이내 어머니를 보면서 다가오셨다.

“많이 아프오?”

아버지는 어머니를 보시면서 애처로운 눈빛을 하고 계셨다. 동현은 그런 부모님에게 죄스러운 마음만 들어, 눈물이 나오려고 하였지만 억지로 참고 있었다.

“아니에요. 이제 동현이가 왔으니 다시 건강을 찾아야지요. 오늘 힘드셨지요?”

어머니는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시는지를 알고 계시는 것 같았다.

“내가 무슨 힘들 것이 있겠소.”

아버지는 어머니의 말에 괜찮다 대답을 하셨지만, 동현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아 보였다.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으면 그새 눈이 퀭하게 들어가 수척해지신 얼굴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두 분은 그렇게 서로에게 격려의 말을 하시고 계셨지만, 그 안에 따스한 정이 오가는 것을 동현은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세상에 있는 동안 느낄 수 없었던 정이였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대화를 마치시고는 동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나와 잠시 이야기를 하자.”

“예, 아버지. 어머니 잠시 나갔다 올게요.”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고 동현은 아버지와 대화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이 어머니에게는 죄송하지만 아버지껜 자신도 할 말이 있었다.

병원의 휴식을 취하는 공원에 아버지와 동현이 벤치에 앉았다. 아버지는 품에서 담배를 꺼내시고는 불을 붙였다.

“휴우, 그동안 어떻게 지낸 것이냐?”

동현은 아버지가 야단을 치실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으니, 더욱 마음이 불안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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