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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3화 (3/222)

3화

동현과 만영은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다른 세계에서 많은 일을 하였던 동현이 조금은 우월해 보였다.

“지금 집에 계시는데, 많이 아프셔서 병원에 다니시고 계신다.”

“나도 오늘 도착하자마자 너에게 먼저 연락을 한 거야. 내 일에 대해 설명을 할 수가 있어야 말이지.”

“당연히 설명이 안 되지. 너의 말대로 다쳤다고 해도 치료를 하고는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우선 수상해. 또 약초를 캐고 있다가 갑자기 산삼을 발견해서는 기억을 찾았다고 하니, 누가 믿겠냐?”

만영의 말에 동현은 속으로 조금 놀라기는 했다.

‘이놈이 이렇게 예리했었나?’

동현은 찔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겉으로는 태연하게 다시 설명을 했다.

“나도 알지만 그 기인도 신고를 할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거야. 나중에 알고 보니 산에서 살고 있는 이유도 바로 죄를 지어 그런 것이라고 하더라고. 그러니 신고를 할 입장이 아니었지.”

동현은 있지도 않는 기인에 대해 말을 하면서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살고 봐야 한다는 투철한 사상에 젖어 있었다. 만영은 동현의 말에 믿음이 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친구인데 의심만 하는 것도 이상해서인지 일단은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알았다. 하여튼 그동안 기억을 잃었다고 하니 고생 많았는데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우선 집에 가기는 해야지 않겠니?”

“당근이지. 집에 아프신 어머니를 두고 가지 않을 생각이었냐?”

만영은 약간 화가 났는지 언성이 높아졌다. 동현은 만영이 화를 내는 모습이 조금 신기하기만 했다. 자신이 아는 만영은 순진하기만 탓에, 여간해서는 화를 잘 내지 않는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가야지. 내가 언제 안 간다고 했냐?”

동현은 만영의 표정에 바로 꼬리를 내리며 대답을 했다.

“지금 당장 연락해야겠다. 그동안 얼마나 걱정을 하셨는데, 너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조금 충격은 받으시겠지만 오히려 더 좋아하실 거다.”

“만영아, 조금만 기다려.”

동현은 만영이 연락을 한다고 하니 바로 말렸다. 우선 자신이 직접 연락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부모님에게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말을 해 드리고 싶어서였다.

“왜? 지금 연락을 드리면 아주 반가워하실 텐데?”

만영은 동현이 말리는 것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미안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줘. 나도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야.”

동현은 자신의 사정을 만영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라졌던 아들이 살아 있다는 것은 좋은 소식임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만나게 되면, 오히려 더 상황이 악화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라며 충분한 설명을 해 주었다.

만영도 동현의 아버지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동현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아주 자세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우선 나에게 산삼을 판 자금이 있으니, 그걸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산삼을 판 돈이 얼마나 되는데?”

만영도 산삼을 팔았다고 하니 얼마나 되는지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동현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산삼은 보통 억 단위로 판매가 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에게는 금화가 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충분히 만들 수가 있었다.

“산삼을 판 자금이 대강 이억 정도 되는데, 어떻게 사용해야 가장 좋을지가 고민이다.”

“헉! 이…억이라고?”

만영은 산삼이 비싸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막상 동현이 산삼을 팔아 이억이라는 거금을 만들었다고 하니 조금 약이 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은 사라진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진장 고생만 하였는데, 동현은 이 억이라는 거금을 만들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어, 이억이 조금 넘는 돈이야.”

동현의 말에 한동안 멍한 얼굴을 하고 있던 만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 우선 집에 가서 어머니와 대화를 해라. 아버지를 설득하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래야 돈을 사용할 수가 있을 것 같다.”

만영이 보기에는 그 많은 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동현의 아버지부터 설득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하는 말이었다. 그렇지 않고 먼저 돈을 사용했다가는 아마도, 그 후유증이 상당할 것이었다.

동현이는 만영의 말을 듣고는 아버지가 떠올랐다. 자신의 어린 시절 가장 공포의 대상이 바로 아버지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아버지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그저 입가에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동현이었다.

그래도 친구인 만영이 있는 곳에서 그런 말을 할 수는 없기에, 만영의 말에 장단을 맞추어 주기로 했다.

“알았다. 우선 집에 가서 이야기해 보고 사용하도록 할게. 고맙다. 만영아.”

동현의 말에 만영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되었다. 평소에는 아버지라는 말만 나와도 바로 인상을 쓰는 친구였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동현아 너 아직도 후유증이 남아 있는 거니?”

만영은 조심스럽게 동현이를 보며 물었다. 동현이도 만영의 질문이 무슨 뜻인지를 알고 있기에 바로 대답을 해 주었다.

“자식이… 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아직도 아버지를 두려워하겠냐? 이제는 조금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설마 나를 죽이시기야 하겠냐?”

동현의 말에 만영이는 그런 동현이를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평소에 저런 태도를 보였으면 아마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접을 받았을 것인데, 예전에는 어찌 저런 태도를 보여 주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동현아 내가 말이야, 너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친구로서 하는 말이지만, 너 평소에도 그렇게 생활을 해라. 그러면 아버님도 너를 다시 보고 예전과는 다르게 생각하실 테니 말이다.”

동현은 만영의 말에 발끈하였지만, 확실히 예전의 자신은 조금 찌질이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기에 참고 있었다. 물론 아버지에 대한 문제만 그렇다는 이야기였다.

동현의 동네에서는 감히 동현에게 덤벼드는 간덩이가 부은 인간은 없었다. 그만큼 동현이 사는 동네에서는 그를 무시하는 건달도 없을 정도로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어린 시절 전투적인 성격 때문에 사고도 많이 쳤던 그였다. 그 덕분에 동현이의 실력이 알려져 그를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었다.

“알았다. 이제부터는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기다려.”

“흐흐흐, 기대하고 있으마.”

만영은 음흉스러운 웃음을 날리며 동현을 기대어린 눈으로 보았다. 동현은 그런 친구의 얼굴을 한 대 쳐 주고 싶었지만,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도 자신을 생각해 주는 인간은 만영이 유일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소리는 말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말해 봐.”

“알았다.”

만영이는 그동안 일어났던 일련의 일들에 대해 아주 자세히 설명을 해 주었고, 동현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동현의 집에서는 동현이 실종이 되자 어머니가 가장 먼저 신고를 하고, 동현을 찾기 위해 직접 전단지를 만들어 뿌리기 시작했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엄청난 고생을 하였다는 이야기였다.

어머니는 그렇게 힘들게 생활을 하시니 마음의 병이 결국 몸도 아프게 하였고, 지금은 집에서 움직이지 못하시고 계셨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쓰러지시니 결국 그 좋다는 무예도 뒤로 하고 돈을 벌기 위해 돌아다니셨다.

아직은 무엇을 하는지 만영이도 모르고 있다는 말을 들은 동현의 마음은 아프기만 했다. 자신이 다른 세계에 있는 동안, 집에 계시는 부모님에게는 정말 못할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동현은 이제 돌아왔으니 이번에는 정말 효도를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만 하게 되었다. 돈이야 얼마든지 벌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또한 자신이 수련을 해 예전처럼 강해지게 되면, 아공간을 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있었다.

아공간에는 동현의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보관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공간만 열 수 있다면 그냥 편히 놀면서도, 먹고 사는 것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동현은 만영이와 헤어져서 바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중계동의 끝자락에 있는 동현의 집은 작은 뒷산이 있는 곳에 위치했다. 아버지가 무예 연마를 위해 이곳에 자리를 잡았지만, 지금은 땅값이 많이 올라 오히려 덕분에 부자라는 인식을 받고 사는 집이기도 했다.

남들은 모르지만 이 땅은 동현의 아버지가 관리를 하는 땅이라 팔지도 못하는 곳이었다. 일단 명의도 아버지 앞으로 되어 있지 않았기에,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는 남의 땅이라는 말이었다.

동현은 집이 있는 근처에 택시에서 내렸고, 집으로 걸어가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휴우, 이렇게 가슴이 떨리는 기분은 얼마만에 느끼는지 모르겠구나.”

동현은 처음 이 세계에 갔을 때가 생각이 났다. 그동안 그곳에서 생활을 하면서도 이렇게 떨리는 일은 많지가 않았었는데, 지금 집으로 가면서 이토록 떨리고 있으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집 앞에 도착한 동현은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동현의 집은 대문 뒤에 줄이 있어, 그 줄을 당기게 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게 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간 동현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을 보고, 일순간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고 말았다.

이곳에서는 2년이었지만 자신은 그곳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거기서도 부모님 때문에 눈물을 흘리곤 했기에, 순간적으로 감정에 북받쳐 자신도 모르게 서러움과 기쁨의 눈물이 나오고 만 것이다.

동현은 조심스럽게 어머니가 계시는 곳으로 가기 위해 거실을 문을 열었다. 거실로 들어간 동현은 어머니의 방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몸이 아파 누워 계시는 어머니가 계셨지만, 아직도 주무시는지 아니면 아파서 그러신지 눈을 뜨지 않으시는 모습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초췌하고 여위어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에, 동현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어…어머니……. 흑…흑.”

어디선가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어머니는 힘겹게 눈을 뜨셨다.

“도…동현이니?”

어머니는 힘이 없는 목소리로 자신을 불렀고, 동현을 보고도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셨다.

“어머니, 저에요. 저 동현이에요. 이제 그만 일어나셔야지요.”

동현은 당장에 마법을 사용하여 어머니의 몸을 낫게 해 드리고 싶었지만, 지금의 내공으로는 그리할 수가 없었다.

가벼운 힐링이라면 모르지만, 몸을 낫게 하려면 최소한 5서클의 마법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법을 사용하여 갑자기 몸이 완쾌되시면, 어떻게 설명을 할 수도 없었다.

동현은 아공간에 있는 포션이 생각이 났지만, 지금은 그림의 떡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다.

“도…동현아, 그동안 어디에 가 있었니? 내가 얼마나 너를 찾았는지 아니?”

어머니는 동현의 모습이 진짜라는 것에 눈물을 흘리며 동현의 손을 꼬옥 잡았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나중에 설명을 해 드릴 테니 우선 병원부터 가야겠어요.”

동현은 어머니를 안아 일으키려고 하였지만, 어머니는 강하게 거부를 하셨다.

“아니다. 돈도 없는데 무슨 병원이냐. 병원에 가면 돈이 많이 드니, 이대로 있다가 약을 먹으면 된다.”

어머니의 말에 동현은 속으로 화가 났지만, 우선은 어머니를 병원으로 모시는 것이 급했다.

“어머니 그러지 마시고 병원에 가요. 제가 가지고 있는 돈이 있으니, 우선 가서 치료를 받고 와요.”

동현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는지, 그 소리에 어머니의 눈빛이 조금은 흔들리고 있었다. 동현은 그런 어머니를 보며 더욱 애타는 마음에 호소를 하였다.

“어머니 저에게 제발 기회를 주세요. 저도 효도를 하고 싶다고요.”

동현의 말에 박성희 여사는 결국 허락을 하고 말았다.

“알았으니 그만하거라. 병원으로 가자.”

어머니의 허락에 동현은 바로 어머니를 일으켰다. 아직은 몸이 약해서 걸어 갈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동현은 이내 어머니를 업으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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