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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1화 (1/222)

[현대 판타지] 건드리지마 1 -222[完]

<건들면 개패듯이 팬다.>

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관악산의 8부 등선, 갑자기 공간이 열리면서 무언가가 나오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산에는 아무도 없었고, 어둠이 주변을 가리고 있으니 누구도 공간이 열리는 것을 본 사람은 없었다. 공간은 누군가를 뱉어 내고는 신속하게 닫혀 버리더니 원래의 상태가 되었다.

“에이 씨, 보내 주려면 좋게 보내 주지, 마치 던져 버리듯이 보내는 거는 머야?”

공간의 속에서 나온 사람은 바로 동현이었다.

아직은 아내를 버리고 와서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신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조금은 마음을 다스리게 되어 원래의 성격으로 돌아오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야? 내가 갔던 곳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세론 여기가 어디냐?”

“마스터, 저도 모릅니다. 여기는 저보다는 마스터께서 더 잘 아시는 곳이니 말입니다.”

세론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동현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동현은 일단 자신의 몸 상태부터 점검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문득 신들이 자신을 보내기 전에 하였던 말이 생각났다.

“자네도 알겠지만 차원이동을 하게 되면, 아마도 많은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이네.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이 바로 지금 자네가 가지고 있는 능력의 변화일 것이야. 지금과는 달리 현저하게 능력이 떨어지게 되니, 부디 그곳에 가서 실망치 말게. 대신 육체는 차원이동으로 인해 더욱 강해지게 되니, 생활하는 것에는 그리 어려움이 없을 것이네.”

차원이동으로 인해 자신이 잃는 것과 얻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에 무엇을 잃고 얻었는지를 확인해 보아야 했다.

그리고 지금의 몸과는 많은 부분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는 말에, 우선적으로 몸부터 확인을 하기로 하였다.

동현은 자리에 앉아 곧바로 내공을 운기해 보았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이란 말인가? 내공은 원래의 양보다 십분의 일 정도의 양으로 확실히 줄어 있었다.

“헉! 내공이 줄었다.”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공으로는 3에서 4서클 정도의 마법도 겨우 실행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마법도 그렇고 검술이나 체술도 기본적으로는 내공이 바탕이 되어야 더욱 강한 것인데, 지금 자신의 내공으로는 익스퍼트 중급의 실력 정도의 양만을 가지고 있어서였다.

동현은 차원이동으로 인해 잃은 것에 상당한 실망감이 들었다.

“에휴, 다시 돌아온 것은 좋지만 이렇게 약해져서 오니 기분이 그리 좋지만은 않네. 가만, 세론 너는 어떠냐?”

“마스터,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는 마나가 어떠냐고?”

동현은 자신도 내공이 줄었기에 세론은 어떤지를 물었다. 세론은 드래곤의 하트로 움직이는 존재였기에 마나의 양을 체크하려고 하였다.

“마스터, 저도 기존의 양보다는 많이 줄어서 지금은 겨우 4서클 정도의 마법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이곳에는 마나가 상당히 미약하기 때문에, 마나를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세론의 말에 동현은 자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론도 줄었다는 말에 차원이동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 가지고 있는 능력만으로도 여기서는 충분히 강자로 살아 갈 수가 있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누구나 쉽사리 미련을 버리지 못하기에, 강했다가 약해지게 되면 아쉬움이 남게 되기 마련이다.

동현은 누구보다 강한 절대 강자였다가 이제는 본신의 능력보다 약해지니, 미련이 생기게 되었지만 이내 머리를 흔들어 버렸다.

“하는 수 없지. 지금 가지고 있는 힘만도 여기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인데,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욕심일 수도 있지.”

동현은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세론 우선 아공간에서 옷을 꺼내 줘.”

동현은 지금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은 이곳에서 입고 있는 것과는 달라, 우선 옷을 먼저 갈아입고 그 다음에 여기가 어디인지를 알아보려고 하였다.

“저기 마스터 죄송한데 지금의 마나로는 아공간을 열 수가 없습니다.”

“엥? 아공간이 안 열린다는 말이냐?”

“예, 아공간은 최소한 7서클의 마나를 가지고 있어야 열 수가 있습니다.”

동현은 자신의 아공간도 열리지 않아 세론에게 열라고 한 것인데, 세론도 열 수가 없다고 하니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원래는 세론과 동현이 가지고 있는 아공간은 달랐다. 신들은 그런 동현에게 세론을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대신, 둘의 아공간을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대신에 아공간도 훨씬 크게 해 주었고 말이다.

“세론, 우리 아공간이 열리지 않으면 어쩌냐?”

동현은 황당한 얼굴로 세론을 보며 물었다.

가지고 있는 돈도 없는 상황에서 이런 옷을 입고 사람들 사이에 나타나게 되면, 바로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세론은 그런 동현을 보며 갑자기 다른 말을 하였다.

“마스터 품에 마법 주머니가 있으니, 일단 주머니에 무엇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 보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아, 그렇지.”

동현은 자신의 품에 있는 마법 주머니를 급하게 꺼냈다.

원래라면 마법 주머니도 가지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내와 왕국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주기 위해 가지고 있던 터라, 여태 동현이 몸에 지니고 있던 것이었다.

동현은 마법 주머니를 꺼내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마법 주머니 속에는 골드와 보석들이 제법 많이 있는 것이, 동현이 살아가는 동안은 충분히 쓰고도 남을 정도의 양이었다. 골드도 무슨 생각으로 넣어 두었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무려 일만 골드나 들어 있었다.

“야, 이 정도의 금이라면 지금 당장에 현금으로 바꿔도 되겠다.”

동현은 세론이 보라고 한 마법 주머니에 상당한 양의 금이 있는 것에 아주 만족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당장 입을 옷은 없었지만, 이 정도의 금이라면 필요한 옷은 사고도 남을 것이었다. 동현은 마법 주머니를 소중하게 품에 넣고 주변을 보았다.

“일단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보고 움직이는 것이 좋겠다.”

동현은 아직 밤이었고 산속이라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 마음이 놓였기에, 바로 움직일 수가 있었다.

동현은 아직 모르고 있었지만, 차원이동을 하면서 자신의 몸은 육체 자체가 상당히 강하게 변해있었다. 내공은 사라지게 되었지만 강한 차원의 힘을 버티기 위해서 육체는 자체적으로 변화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지금의 육체를 가지게 되었고, 조금만 노력을 하면 다시 예전의 강한 힘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동현은 아직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산을 내려오면서 동현은 찬란한 네온사인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자신이 드디어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일단은 옷을 구해야 하는데, 어쩌지?”

동현은 일단 자신이 입을 옷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내공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익스퍼트 중급의 양은 남아 있기에 충분히 사람들의 시선에 들지 않게 움직일 수는 있었다.

동현은 약간 치사하기는 했지만 우선 다른 집의 옥상에 빨래가 있는지를 먼저 찾기로 했다. 가벼운 티와 바지만 있으면 옷을 갈아입고 움직일 수가 있을 것 같아서였다. 동현의 시선은 빨래가 걸려 있는 집을 찾기 시작했고, 아직 날씨가 춥지가 않은 것이 이제 가을이 되고 있는 9월 초 같았다. 이윽고 동현의 시선에 원하는 옷이 있는 집이 포착되었고, 은밀히 그 집으로 이동을 하였다.

“미안하지만 우선은 실례를 좀 할게요. 미친놈이 되고 싶지는 않아서 말입니다.”

동현은 반팔 티와 청바지를 줄에서 걷어 내고는 자신의 내공으로 말렸다. 옷을 갈아입은 동현은 바로 시내가 보이는 곳으로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가지고 있는 금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현금으로 바꾸지를 않았기 때문에 수중에 한 푼도 없는 동현이었다.

관악산을 내려온 동현이 가고 있는 곳은 봉천동의 서울대입구역이 있는 곳이었다. 번화가라 그런지 아직도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 눈에 보였다. 동현은 지하철역이 있는 것을 보고는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흠, 여기는 신림동이 있는 곳이네. 집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 갈 수가 없겠네.”

동현은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이 다른 세계로 떠나게 된 시기와 돌아온 시기가 비슷하여, 시간은 그리되지 않아 보였다.

“아차, 내가 떠난 곳은 지리산이었는데, 지금은 다른 곳에 있으니 만영이 놈이 난리가 났겠네.”

동현은 친구인 만영이와 함께 산에 갔다가 다른 세상으로 갔던 기억이 났다. 아마 지금쯤 친구인 만영이가 자신 때문에 곤란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현은 친구 만영이 생각이 나자 당장 연락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이내 포기를 하게 되었다. 자신에게는 지금, 수중에 땡전 한 푼도 없었기 때문이다.

“에구, 금이 있으면 무엇을 하냐? 당장 사용할 금전이 없는 것을 말이야.”

동현은 한숨을 쉬면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를 알기 위해 사람들에게 물어 보기로 했다. 지나가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눈에 보일 정도의 사람은 있었다.

“저기 죄송하지만, 오늘이 며칠인지를 좀 알 수 있겠습니까?”

동현은 지나가는 젊은 남자에게 물었다. 남자는 그런 동현을 수상한 눈빛을 보면서 피하려고 하였다. 동현은 남자가 피하려고 하는 것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 났다.

“죄송합니다. 제가 절에서 공부를 하는 동안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를 몰라서 그렇습니다.”

여기는 신림동이었고, 신림동은 고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착안을 하여 만들어 낸 말이었다. 남자는 피하려고 하다가 동현의 말에 조금은 불안함이 사라졌는지 바로 대답을 해 주었다.

“오늘은 9월 5일입니다.”

“죄송하지만 지금이 몇 년도인가요?”

“2010년도입니다.”

남자는 대답을 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다시 걸어가 버렸다. 남자의 눈빛에는 이거 미친놈이라는 표정이었다. 동현은 남자의 표정에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질문이었다.

자신이 다른 세계로 떠날 때가 2008년도였는데, 2010년도라고 하니 결국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것이었다.

“빌어먹을 신들 시간은 같은 시간대에 보내 준다고 하고는 2년이나 다르게 보내면 어쩌란 말이야. 그나저나 집에서 나 때문에 걱정이 많을 텐데 어떻게 하지?”

동현은 집에 계시는 어머니가 걱정되었다. 아버지야 그리 걱정도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버지에게는 그동안 쌓인 것들도 많았고, 이제는 충분히 강해졌기 때문에 실력으로도 아버지를 누를 수가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현은 어머니 때문에 고민이 되었지만, 당장에 자신이 할 수 일들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어차피 2년이라는 공백의 시간이 생겼으니, 그동안 무언가를 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돈이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결을 하면 되지만, 그 돈을 어떻게 벌었는가를 증명해 주어야 하는데 뭐라고 하지?”

동현의 고민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였다.

“일단 만영이를 만나서 방법을 찾아보자. 그놈이라면 좋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야.”

동현의 친구인 만영이는 제법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어서, 항상 동현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동현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친구이기도 했고 말이다.

사실 동현에게는 유일한 친구였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만영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이 동현에게는 문제였다. 일단 시간이 지나야 가지고 있는 금을 돈으로 바꿔 연락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허, 이거야 어디 가 있을 만한 곳이 없네. 일단 2년 동안 신림동이 얼마나 변했는지 보면서 시간을 보내야겠다.”

동현이 사는 곳은 중계동이었고, 신림동과는 극과 극의 거리였기에 지금 집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무예를 익힌 동현이 가고자 하면 못갈 것은 없지만, 그래도 집에 계시는 어머니에게 실망을 주지 않으려면 무언가를 해 놓았다는 것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

동현은 그렇게 시간이 보내기 위해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보였지만, 대부분이 술에 절어 있는 인간들이었기에 그리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동현은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이라고 생각하고 주변을 열심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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