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장. 그리고…
“강호를 떠날 것이냐?”
“…….”
소봉은 대답하지 못했다.
“좋아. 안 떠나겠다니 말하겠다.”
“……?”
“난 싸우지 않는 자를 구원해줄 마음은 없다.”
조연은 단지 그 말만을 던지고 소봉 곁을 떠났다.
소봉은 조연이 던진 말의 의미를 얼른 알아차릴 수 없었다. 이제 남은 것도 없는데 무엇과 싸우란 말인가.
“거참, 깡통 굴리는 소리 한번 요란하네. 야, 인마!”
소봉의 귀에다 대고 버럭 고함을 지르는 이가 있었다.
“혀, 형님.”
광견이었다.
퍽!
날벼락이었다. 광견이 갑자기 주먹을 들어 소봉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게임 속이라 통증은 없었지만, 소봉은 정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뭐 해, 새꺄! 얼른 따라가서 잘못했다고 빌어!”
“어쭈? 후다닥 안 달려!”
퍽!
“뛰어, 새꺄!”
“네? 네!”
그렇다. 여기는 게임 속. 굳이 현실 속 세상처럼 머리 아픈 고민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 나쁜 습관은 그곳에 버려두어야 했다.
역시 광견은 게임의 달인다웠다. 그런 이치까지 알고 있으니 말이다.
“수고하셨습니다.”
백두산호랑이가 왕릉 출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조연은 배후를 장백파에게 맡겼다.
이미 이곳도 정리되어 있었다. 대문파 연합의 최고 고수들 2천 명과 수뇌들 대부분이 빠져나간 상태였다. 일반 유저들도 그 상황을 다 보고 있었기에 쉽게 장백파의 선동에 말려들 수 있었다.
때문에 흑룡의 명을 받은 가물치가 아무리 지원 병력을 보내려고 해도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때는 한창 전투 중이었기 때문이다.
전투는 처음에만 치열했지, 얼마 가지도 않았다. 흑룡이 다시 보낸 전령이 곧 전투를 멈추게 한 것이다.
“이제 끝난 건가요?”
“글쎄요, 이제 시작인 것 같은데요?”
“네? 하하하! 맞습니다. 이제 시작이었군요!”
* * *
그리고…
사라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녀의 코어(Core) 코드는 오빠인 이초원에게 반납되었다. 조 과장은 국정원에 공식으로 통보했다. 코드명 사라와 같은 프로그램은 절대 복제되어지지 않는다고.
메인 프로세서 강호의 자리는 사라가 맡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정 사장이 이초원의 계획에 동참한 이유였기 때문이다.
사라는 약속을 지켰다. 그녀는 그 일이 무보수라는 걸 신경 쓰지 않았다가 추후 오빠를 대리인으로 삼아 노동부에 신고했다.
이초원의 은사 김치훈 교수는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분주히 움직였다.
이 세계적인 석학은 물리적 신체가 없어도 보편적 인간성을 가지고 있다면 인간에 준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의 주장은 법률 제정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초원과 사라가 꾀한 일련의 작업, 그 궁극적인 이유는 김 교수가 그런 주장을 펼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녀의 복제품은 결코 그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히 기록에 남아 있었다.
세계적인 공학자들, 철학자들이 강호에 접속해 사상 최초의 프로그래밍된 인간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결같이 똑같은 말을 했다.
그녀는 아름답다고.
그럼 사라의 아름다움을 최초로 확인한 조연의 행방은 어디에?
글쎄, 소문으론 육반산의 그 일이 있고 난 1년 후 모든 아이템을 현금화한 후 강남에 빌딩 3채를 세웠다는 진짜 같은 소문만 돌 뿐이었다.
혹시 그가 강호를 시작한 이유가 빌딩 세우려고 그런 게 아닐까?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