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강호
때는 매미 날개도 땀에 젖어 축 늘어질 지독하게 무더운 8월. 세월 좋은 사람들이야 방 안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 수박이라도 즐기겠지만, 나 같은 직장인에겐 그저 딴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그런 신세의 사람들이 마냥 부러운 것은 아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처하다 보면 그런 신세의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진다.
“아니, 김 과장! 대체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아니, 무슨 일을 그따위로 만들어놓고 돌아올 생각을 하는 거야? 당신 일진에서 뭐라도 먹었나? 앙! 이 사람이 저번 세기전자 건을 그럭저럭 넘겨주니 이번에도 그럴 요량이었던 거야! 저쪽에서 클레임 거는 족족 받아주면 도대체 납기는 언제 맞추고, 단가는 어떻게 맞출 생각인 거야! 으휴, 속 터진다, 속 터져! 내일 사장님께 뭐라고 해야 하나. 으휴!”
“죄송합니다, 부장님. 면목 없습니다.”
입으론 죄송하다고 하지만, 내 머릿속엔 묻어버린 핑계가 가득하다. 하자가 있는 제품을 납품한 우리 쪽도 문제지만, 그 자잘한 문제를 공연한 트집 잡기로 괴롭히는 상급 업체가 더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걸 제대로 못 막은 내 책임이 제일 크다는 걸 알기에, 결국 핑계를 머릿속에만 묻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그런 일을 도맡아 해결하는 영업과장이 내가 이 쥐알만 한 중소기업 미르에서 맡고 있는 직책이다.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그 후 몇 시간을 난 부장님과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했다.
그 일이 미르에서 보낸 마지막 일이다. 난 다시는 그 회사에 출근하지 않을 것이다.
* * *
변변한 가재도구 하나 없이 달랑 컴퓨터 하나 놓여 있는 좁은 원룸. 지난 5년간 직장 생활을 하며 마련한 나의 작은 성(城)이다.
평소라면 더위와 피로에 지쳐 아무것도 하기 싫겠지만, 오늘은 다르다. 이 때문에 다니던 회사도 그만뒀다. 바로 ‘강호’를 하기 위해서이다.
하루 종일 쌓였던 짜증은 컴퓨터를 통해 강호에 접속해 게임을 하기 위한 전자 고글을 쓰자마자 씻은 듯이 사라졌다. 요란한 오픈 동영상부터 나의 기대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의 강호 인생이 시작됐다.
[무(武)와 협(夾)과 꿈(夢)이 살아 숨 쉬는 강호(江湖)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당신은 천하제일문파의 지존, 절세의 무공 고수, 금으로 산을 쌓는 황금왕, 세상을 피로 물들일 마왕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무엇도 될 수 있는 자유와 가능성이 당신 앞에 놓여 있습니다. 서두르세요. 지금은 오픈 베타 서비스 중입니다. 정식 서비스는 한 달 후입니다.]
박진감 넘치고 멋들어진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오픈 동영상이 사라지자마자 조그만 여자 아이가 눈앞에 나타났다. 오밀조밀 작고 귀여운 얼굴의 소녀는 화려한 꽃무늬가 수놓인 빨간 비단 옷을 입고, 양 갈래로 머리를 땋아 내린 모습이었다.
앞으로 이 댕기 머리 소녀를 얼마나 자주 보게 될지, 이땐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공자님? 앞으로 공자님의 강호 생활의 안내를 맡게 된 진진이라고 합니다. 강호를 시작하기에 앞서 제가 잠시 공자님께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불필요하시면 환경설정에서 도우미 제거를 체크해주시면 된답니다.]
[지금부터 오픈 베타 서비스는 한 달간 진행됩니다. 그동안 공자님이 플레이한 기록은 본 서비스가 적용될 때 그대로 옮겨지니, 각별히 신중하게 강호 생활을 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제 시작해볼까요?]
마치 여동생을 보는 것 같은 깜찍한 여자 아이였다.
그런데 별로 도움 되는 이야기가 없다. 오픈 베타 이후에도 플레이 기록이 유지된다는 점이야 당연한 일일 테니.
잠깐 생각하는 사이에 진진이란 꼬맹이는 사라지고, 내 눈앞엔 거대한 중국 대륙의 전도(全圖)가 펼쳐졌다.
지도엔 무협 소설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중국의 대도시들이 점점이 박혀 있었다. 낙양(洛陽), 서안(西安), 개봉(開封), 성도(成都) 등등, 눈에 익은 지명들이 보인다.
[우선 활동할 지역을 선택해야 해요. 선택한 곳에서 강호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타 지역으로의 이동은 강호 초출에겐 꽤 힘든 일이 될 테니 신중하셔야 돼요. 어느 지역에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운명이 바뀔지도 모릅니다.]
‘시작한 곳에서 운명이 시작된다라? 이거 조금 맘에 드는걸? 난주에서 황사를 맞으며 시작하는 것하고, 항주에서 기녀들 웃음소리 들으며 시작하는 사람이 같지는 않겠지. 흠, 그나저나 어디를 고르지?’
눈앞의 수많은 도시들이 날 손짓하며 부르고 있었지만, 사실 내가 선택할 곳이란 몇 되지 않았다. 아니, 대부분의 강호 플레이어들이 거의 비슷한 곳을 선택했을 것이다. 북경이나 낙양, 서안, 남경 같은 도시들을 말이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 유저들은 이상하게 주위에 사람이 북적대는 걸 좋아하는 경향이 심하니 당연할 것이다. 내 선택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난 낙양을 선택했다.
도시를 선택하자마자 캐릭터명을 입력하라는 메시지창이 떴다. 고민할 필요 없이 강호가 서비스되기 전부터 생각해둔 이름을 재빨리 입력했다. 조연이라는.
[낙양을 선택하셨군요. 낙양엔 지금 무림맹 총단이 있습니다. 더불어 중원 제일 거상인 금적산의 황금산장도 위치하고 있지요. 공자님이 황금과 무공 어느 방면의 천하제일이 될지 기대가 되는군요. 그럼, 무운을 빌며 강호에서 또 뵙게 되길 기대할게요.]
‘흠, 무력 최강 단체와 금력 최강 단체가 한꺼번에 도사리고 있는 곳이라……. 역시 낙양은 말만 대도시가 아니군그래. 그런데 뭘 또 봐? 캐릭터 삭제하고 다시 보길 원하는 것이냐.’
[아 참, 잊지 마세요! 지금은 오픈 베타 서비스랍니다. 때문에 캐릭터 삭제와 생성 기회는 딱 한 번밖에 더 주어지지 않습니다. 신중하게 플레이하시길 바랄게요.]
‘에구, 깜짝이야.’
어째 화면이 바뀌지 않나 했더니, 갑자기 그 진진이란 꼬맹이가 나와서 한마디를 더 하고 간다.
‘그런데 무슨 소리지? 캐릭터 변경이 한 번밖에 되지 않는다고? 흠… 그럼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이 도시 선택도 한 번의 기회밖에 없다는 소리잖아? 조심해야겠는걸.’
갑자기 시야가 하얀빛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마치 꿈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빛이 사라지고 주위를 확인할 수 있게 되자, 내 몸이 낙양의 중심가 대로변에 서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주위엔 수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 시끄럽게 떠들고 지나가고 있었고, 용사비등(龍蛇飛騰)의 고루 전각과 유저들이 열어놓은 듯한 조잡한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이 난장처럼 펼쳐져 있었다.
너무 정신없고 시끄러워서 내가 강호에서 제일 처음으로 한 행동은 환경설정에서 볼륨을 내리는 일이었다.
소음이 줄어들자 정신이 좀 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러자 갑자기 놓치고 있던 무언가가 뇌리에 팍 떠오르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이 게임은 캐릭터도 맘대로 고를 수 없단 말야?”
난 너무도 어이없어서 소리를 버럭 지르고 말았다. 그러자 사방에서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낄낄낄. 저 사람도 생초보구먼.”
“어이, 형장. 그러는 당신도 오늘 시작했잖수? 크크큭.”
아무리 오늘 처음 접속한 초보라지만, 사람들의 비웃음을 듣는 놀림감이 되긴 싫었다. 약간 머리를 숙이고 조용히 인파에 묻혀서 자리를 피했다.
비웃음을 샀던 자리에서 조금 떨어지고 나서야 난 캐릭터 정보창을 열어보았다.
강호 홈페이지에는 쓸 만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지만, 플레이에 필수적인 아주 간단한 인터페이스 명령어 정도는 소개돼 있어 그것은 알아둔 상태였다.
“이렇게 하는 거였던가? 캐릭터창 오픈!”
음성 명령어를 입력하자마자 내 눈앞으로 배경이 투명한 캐릭터 정보창이 떠올랐다.
[조연
신분:일반
호칭:없음
레벨:1
상태:정상
힘:1
지능:1
체질:1
근성:1
추가 능력:0
체력:100/100
내공:0/0
명성:0]
아하, 캐릭터 정보창을 보니 감이 온다. 결국 무한의 자유와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자신의 캐릭터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었다. 시작은 모두 같으나, 그 끝은 모두 다르게.
이제 확인해야 할 건 행낭이라고 불리는 인벤토리창이었다. 강호의 인벤토리는 음성 명령도 지원이 되지만, 다른 게임들처럼 편하게 컨트롤러의 단축키로도 이용이 가능했다.
행낭에는 만두 3개와 은자 10냥, 그리고 ‘강호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께’라는 편지 한 장만 달랑 들어 있었다.
편지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1. 강호를 플레이하면서 생기는 모든 궁금한 점은 강호 안에 그 답이 있습니다.
2. 일반 클래스의 경우, 하루에 만두 3개가 소모됩니다. 소지품에 식량이 없을 때엔 체력이 감소하고, 3일 후에 사망합니다.
3. 강호의 하루는 현실에서의 2시간에 해당합니다.
4. 캐릭터 사망하면 여러 능력의 저하가 발생합니다. 죽지 마십시오.>
왠지 웃음이 나왔다. 홈페이지에서도 정보 공개를 안 하더니, 게임 속에서도 이렇게 신비주의를 조장하고 있다.
‘그런데 겨우 이 정도 정보만 던져 주고 어떻게 게임을 진행하라는 거야? 그리고 음식을 먹어야만 체력이 유지된다면, 이건 정말 귀찮은 일인데……. 식사 때마다 일일이 음식을 집어 먹지 않아도 되는 게 그나마 다행이군. 자, 그럼 이제 대충 감은 잡았으니 낙양성이나 한 바퀴 둘러보자.’
* * *
난 게임을 엄마 젖을 떼자마자 시작했다. 지난 25년간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게임을 해왔고, 그중 대부분의 게임을 마스터했다. 이 마스터했다는 의미는 내가 게임에서 최고를 차지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더 이상의 재미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파고들었다는 말이다. 물론, 개중엔 정말 최고를 차지한 적도 몇 번은 있었다.
하지만 최근 5년간은 이 게임이라는 녀석에게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나이 때문도 아니었고, 직장 생활이 바빠서도 아니었다. 그건 게임을 즐기는 나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게임 개발사들의 문제였다.
비슷한 내용에 비슷한 인터페이스. 때론 획기적인 그래픽을 들고 오지만, 시스템이나 커뮤니티에선 이전의 다른 게임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그런 재탕, 삼 탕 아류작만 나오는 게임 시장의 문제였다.
그래서 사실 지난 5년간은 거의 게임에서 손을 떼다시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강호’라는 녀석은 다르다.
사실, 난 게임보다는 무협 소설을 읽는 것에서 가장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취미도 게임과 마찬가지로 지난 5년간 거의 즐기고 있질 못하다. 내가 가장 존경해 마지않는 작가 두 분이 이 게임의 감수를 맡고 나서 신간을 하나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도, 소설도 모두 내 손을 떠난 상태에서 우연히 웹서핑을 하다 이 강호란 게임을 알게 됐다.
5년간 무협 작가 10명이 뛰어들었고, 국문학자 최현문 박사, 철학자 심철영 교수, 컴퓨터공학자 김치훈 교수, 업계 최고의 게임디렉터 IGM의 정지훈 씨가 개발을 지휘하며 총인원 5백 명이 5년간 심혈을 기울인 대작, 게임 강호.
슈퍼컴퓨터로 운영되는 한 개의 서버만 존재할 뿐이고, 최고의 인공지능을 탑재한 게임. 그런 속에서도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모든 개발 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며 공식 홈페이지엔 그 어떤 게임에 대한 정보도 소개하지 않고 있는 오만한 게임.
그 게임이 강호이다.
* * *
내가 게임을 하면서 가장 처음으로 하는 행동은 언제나 같다. 정보를 얻는 것이다. 이 정보란 게, 아주 자잘한 것도 게임 초기엔 때론 대박을 터뜨리게 만든다.
이 정도는 거의 대부분의 유저들이 다 알고 있는 정석과도 같은 행동 지침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란 힘들다. 돌아다니다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이나 사람을 보면 말을 걸고, 사냥도 하고, 쓸데없는 비경(秘境) 따위에 눈이 돌아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게임 초기의 정말로 금쪽같은 시간을 낭비하는 짓일 뿐이다. 그런 건 모든 상황이 정리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우선 상점가를 둘러보기로 했다. 상점의 물품 가격을 훑어보면 게임 속에서 내가 알아두어야 할 정보의 5할은 얻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상점가는 멀지 않았다. 처음 접속한 그 지역이 낙양성의 모든 상점들이 밀집한 번화가였기 때문이다.
“어서 오십시오. 값싸고 양 많은 소면부터 동파육(東坡肉)까지, 맛과 영양이 가득 담긴 온갖 음식을 팔고 있습니다.”
낙양제일루(洛陽第一樓)라는 객잔에 들어가자마자 점소이가 내게 건넨 말이었다.
‘보통은 ‘어서 오십쇼. 저쪽 자리로 가시죠’ 하고,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로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내심 그런 대접을 받길 원했지만… 뭐, 아무리 현실과 흡사하게 만들었다고 광고를 때렸어도, 결국 완전한 현실을 게임에서 구현해낼 수는 없겠지.’
내가 객잔에 온 이유는 점소이한테 대접받으며 소면 따윌 먹고 싶어서 온 게 아니었으니, 서둘러 계산대처럼 보이는 곳에 앉아 있던 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팔고 있는 물건을 모두 보여 주세요.”
“네, 손님. 알겠습니다.”
[만두:50문
소면:1냥
육포:2냥
구운 오리:2냥
장우육:5냥
어향육사:5냥
동파육:5냥]
대충 보이는 음식만도 이 정도이고, 객잔 주인이 보여 준 음식의 가짓수는 정말 말도 못할 정도였다. 아마 중원제일의 고도(古都)이자 대도(大都)인 낙양이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건 정말이지 기가 질릴 정도로 많았다.
우선 만약을 위해서 만두 3개를 사고 나서 낙양제일루를 나왔다.
그다음으로 난 옷가게와 병기점, 서점, 약방 등을 돌아다니며 시세를 알아두었다.
이제 다음은 낙양성의 주요 시설들을 둘러볼 차례였다.
우선 대로를 따라서 보이는 모든 건물에 진입 시도를 해보았다. 하지만 단 한 군데도 그 안에 진입할 수는 없었다. 때론 그곳이 뭘 하는 곳인지조차 알아낼 수 없는 곳도 허다했다.
“당신 같은 작자는 출입할 수 없는 곳이오.”
“수련을 더 쌓고 오시오.”
“이름 석 자만 들고 들어올 수는 없는 곳이네.”
“자네, 돈 좀 있나? 백 냥쯤 있으면 구경은 시켜 줄 수 있네만.”
내가 문지기들에게 들을 수 있는 소리는 겨우 이런 이야기가 전부였다. 역시 낙양성 내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만만한 곳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영 소득이 없진 않았다. 수많은 NPC 무인들이 들락거리는 곳이 무림맹 총단이란 것도 알았고, 금으로 기와를 얹은 곳이 중원 제일 갑부 금적산의 황금산장이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낙양의 어떤 무관에 입소하더라도 1백 냥이라는 입관비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낙양성에서 내가 알아본 정보들을 모아보니 강호가 정말 만만한 게임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우선, 모든 물가가 너무나 턱없이 비쌌다. 게임을 시작할 때 은자 10냥과 만두 3개가 주어지지만, 제일 싼 식료품인 만두만 먹더라도 하루에 은자 1냥, 구리돈 50문이라는 돈이 나가는 셈이다.
결국 딱 10일이면 모든 은자가 다 소모되는 셈이다. 10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굶어 죽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강호에서는 돈이 필수란 셈인데, 낙양 성내를 돌아다니면서 어떤 돈벌이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이는 곧 성 밖을 돌아다녀야 된다는 말이었다.
또 강호란 이름에 걸맞게 무공을 배우려면 최소 1백 냥의 무관 입관비를 지출해야 하는데, 대충 느끼기에도 이 돈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상식적으로 무관에 1백 냥을 내고 수련을 하기 위해서는 수련할 동안 돈을 벌 수는 없을 터. 그리고 다달이 내야 하는 수련비를 어떻게 충당할 수 있을까?
결국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강호에서도 돈이 모든 문제의 시작인 셈이다.
그런데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정말 이 강호라는 게임이 당초 표방했던 것처럼 자유와 가능성을 던져 주면서도 현실을 모방하고 있다면, 어쩌면 난 또 한 번의 대박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