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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강화 인간 프로젝트 (2) (14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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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강화 인간 프로젝트 (2)

“그 사람이 누군지 압니까?”

“모릅니다. 아마 그 사람에 관한 정보는 그 누구도 모를 겁니다.”

도원은 자신이 연구원이던 시절, 사람들을 풀어서 그 사내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려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회장과 밀접한 관계일 뿐, 그 이상은 그 누구도 알 수가 없었다.

도원은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그 어디에도 정보를 흘리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도원 씨. 이제 쉬십시오. 이제 무리하실 필요 없으니 마음 졸일 필요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도움이 더 되어 드리고 싶은데······.”

유선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심란한 도원이 쉬게끔, 유선은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왔다.

***

“실험체이자 중요한 연구 요원이 그 남자였다는 말이냐?”

유선은 자신이 본 도원에게서 일어난 변화와 이야기들을 해 주었고, 루데릭은 경악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그런 것 같아. 나도 내 두 눈으로 확인했고.”

“참으로 경이로운 인생이구나……. 그 위험한 일을 본인이 직접 했다고는 생각 못 했군.”

루데릭은 신기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가 느낀 것 중에서 가장 마음에 걸린 것은 다른 것이었다.

“회장과 긴밀한 관계인 인간이 배후에 있다는 것도 사실이냐?”

“응.”

“하지만 회장의 인맥 관계 중에는 그럴 만한 사람은 없을 텐데…….”

루데릭은 회장을 파멸의 구덩이로 몰려고 그 주변 관계를 모두 조사해 보았다. 대부분이 거물들이었지만, 불법을 유니콘과 함께 주도할 만한 야망가는 없었다. 했어도 혼자 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뭐 한 번 더 조사해 보면 괜찮은 건수를 찾을 것 같으니, 한 번 더 찾아보마. 그런 인간이라면, 철저하게 배제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 고생 좀 해 줘.”

그렇게 뒤돌아 루데릭의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그가 문턱을 밟은 유선에게 말했다.

“그리고 내 직감이다만, 주인······.”

“응?”

“그 인간에게는 더는 신경 쓰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왜?”

강화 인간 프로젝트에 가장 관심을 보이던 루데릭이 그렇게 말하자, 유선은 조금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근거는 없다. 그래서 어디까지나 직감이고, 주인의 생각을 존중해 준다. 그 남자에게서 불안한 게 없다면 그대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

감이라면 유선이 루데릭보다 더 강한 편이었다. 그래서 루데릭은 어디까지나 조일 뿐이라고만 대답했다.

“그래, 생각해 볼게.”

유선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루데릭의 방을 나왔다.

***

도원은 방에서 자신의 정체를 계속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크로울러와 싸울 때 느끼던 전율이 온몸을 감싸 다시 오싹하게 만들며 이 상태로 정말 자신이 버틸지도 자문해 보았다.

시간이 지난다면 결론은 내려질 것이다. 도원은 그렇게 생각하며 더는 깊게 관여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딩동-.

도원의 집 문 초인종을 누군가가 눌렀다. 그는 숨을 죽였다. 이 집에 산다는 걸 헌터 기숙사를 쓰는 사람들도 모르기에 이곳은 빈집이나 다름없었다.

잘못 왔겠지, 도원은 숨을 죽였다.

띵동-.

하지만 초인종이 한 번 더 울렸다. 누군가가 이곳을 안다는 말이었다. 도대체 누구지? 정유선 헌터? 아니면 김현태 씨? 이 집에 누군가가 산다는 건 그 두 명밖에 모르는데, 그 둘 중 한 명인가? 하지만 온다면 분명히 사전에 전화했을 것이다.

도원은 발소리를 죽이고 조심스럽게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좁은 구멍에 눈을 들이밀어 그 바깥에 선 손님이 누군지 확인하려 했다.

그때였다.

우둑-.

콰득!

문이 부서졌다. 뭔가 도구를 썼다기엔 투박한 소리였다. 그것은 압도적인 힘으로 밀어붙이는 소리가 분명했다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힘차게 젖혀졌다. 도원은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다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찍었다. 그리고 그 문짝을 뜯어 버리고, 자신을 찾아온 불청객을 올려다보았다.

“정도원 씨.”

복면을 쓴 사람들이 무리 지은 것이 보였다.

“함께 가 주셔야겠습니다.”

“저리 꺼져······!”

도원은 반항하려 들었다. 그는 비실거리는 모습을 보여도 C급 헌터이며, 건장한 성인 남성 정도는 떼 지어서 몰려와도 이겨 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단순한 성인 남성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도원을 찍어 눌렀고, 힘으로 그가 움직일 수 없게 결박했다.

그들도 각성자들, 헌터인 인간들이었다.

“묶어 빨리.”

“조금이라도 늦으면 계획이고 뭐고 다 날아간다.”

사내들은 힘으로 짓누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준비한 물건으로 도원을 제압하려 들었다. 그들은 그가 대충 무슨 능력을 지녔는지 알았다.

“으으으으!”

도원도 그것을 순순히 당하기만 할 수는 없었다. 도원은 그가 크로울러에게서 죽을 뻔하던 기억을 떠올리고, 그 감각을 다시 되살렸다.

우드드드득!

도원의 눈이 충혈되며 다시 팔이 괴물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시발!”

헌터들은 준비해 온 장비로 팔을 결박하려다 도원의 팔이 기괴하게 변해 가는 것을 보고 욕설을 내뱉었다. 이대로 부풀어 버리면 분명히 자신들의 계획은 실패였다.

쿠웅!

머리를 짓누르던 한 헌터가 도원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그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모든 위협을 감수하고 왔는데, 이대로 어떻게 끝나겠는가!

그 일격에 발악하던 도원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리고 부풀어 오르려던 팔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복면 헌터들이 당황하다 도원의 상태를 보며 물었다.

“죽은 거 아냐?”

“아냐. 아직 맥은 뛰어.”

“X발 그래도 이거 좆 된 거 아냐? 제정신일 때만 돈 준다고 했잖아.”

“살아 있고 제정신만 있으면 되니까······ 깨어나면 알겠지.”

그들은 준비한 통을 들고 도원의 몸을 그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신속하게 움직여 기숙사를 빠져나갔다.

***

“끄으윽······.”

도원은 다시 제정신을 차렸을 때, 몰려오는 두통에 신음을 흘렸다. 이 두통은 무엇인가? 그리고 자신이 괴한에게 습격당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더 상기해 냈다. 그는 얼른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예상대로 도원이 있는 장소는 방이 아니었다. 헌터 기숙사라기에는 너무나도 낙후된 폐건물이었다. 귀신이라도 튀어나올 기세였다. 밤이 되어 풀벌레가 우니 더더욱 그런 기분이 들게 했다.

하지만 그런 귀신보다 더 무서운 풍경이 도원의 눈앞에 펼쳐졌다.

시체였다. 입에서 피거품을 물고 산처럼 쌓인 것이 시체들이었다. 도원은 그 시체의 정체가 뭔지 알았다.

그것은 자신을 습격하려 한 괴한들이었다. 모두 복면이 벗겨진 채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죽었다. 어깨너머로 언뜻 보인 숫자들을 합하면 조금 더 많은 숫자였다.

그 시체 앞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밤이 드리웠다. 더욱 멀찍이 떨어진 사내들의 얼굴을 확인할 길이 있는데도, 그 남자의 얼굴을 확인할 길은 없었다.

“깨어났군.”

남자는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

“몸은 괜찮나? 이 남자들이 네 몸을 아주 칭칭 감아 놨더군.”

도원은 남자의 말을 듣고 자신의 몸을 움직여 보았다. 묶였다고 생각한 것과 다르게 그의 몸은 결박당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저 의자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이대로 도망치면······.’

분명히 가능했다. 밖에 누가 있는지, 그리고 이 남자의 신체 스펙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도원은 그러지 않았다. 공포감을 조성하는 그 상황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데도, 두 다리는 그대로 앉아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남자의 얼굴을 또렷하게 지켜보기를 바랐다.

익숙한 듯, 도원을 짓누르는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설마 그 남자인가? 마음속으로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뭔가 다른 것 같았다.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 인간들이 왜 죽었는지 궁금하나?”

“······.”

사내가 도원에게 물었다. 사내가 하는 말은 분명히 도원이 시체를 본 뒤에 드는 생각을 물어본 것이었다.

궁금하긴 했다. 자신을 짓누르던 인간들이 어째서 죽어 산을 이루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도원은 그것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내도 대답을 바라지 않는지 그에게 바로 말했다.

사내는 고개를 돌려 라이터 부싯돌을 돌렸다. 그리고 약하게 불을 내어 입가에 가져다 댔다. 입에 물린 담배꽁초가 반딧불처럼 빛난다.

“대가를 치른 것뿐이다. 이 버러지들은 너를 이곳으로 데려와 정보를 불게 하려 했겠지. 이딴 장소에서 너를 부른 만큼, 아주 혹독한 대가를 치를 각오로 말이야.”

담배가 타들어 갔다. 필터의 끝자락까지 닿으려던 꽁초를 입에서 빼내며 그것을 시체들을 향해 던졌다.

화르륵!

그리고 불타기 시작했다. 붉은색으로 넘실거리는 불꽃이 옷을 태우고, 살을 익히고, 모든 것을 잿더미로 불살라 버렸다.

“그래서 그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었다. 제 탐욕을 위해서 큰 위험을 감수하려는 이에게 그 위험을 그대로 돌려주었지. 어디까지나 본인이 일으킨 업에 대한 응보일 뿐이다.”

사내는 고개를 돌린 채로 그 불꽃을 들여다보았다. 도원에게는 등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불꽃에 빠져 있음은 확실히 알았다.

그러던 사내가 고개를 돌려 도원을 바라보았다. 도원은 그제야 자신이 생각했던 것들이 완전해짐을 알았다. 그 카리스마, 목소리 억양이 상당히 망가졌지만, 자신을 고양하던 그 감각들, 그걸 떠오르게 하는 것이 똑같았다.

그리고 풀을 발라 놓은 것처럼 떼어지지 않던 입이 그제야 뻐끔거리기 시작했다. 도원은 사내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두려움. 그리고 더 나아가 보이는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사내는 대답했다.

“많은 이름이 있지. 하지만 그 많은 이름도 너희에게는 생소하며, 어차피 이 세상에 존재하려면 필요 없는 말들일 뿐이다.”

사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표현이 어찌나 고독한지 도원은 가슴을 찌르는 것만 같았다.

“물음에 대한 답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군. 그리고 염치없지만, 묻고 싶은 게 있네.”

사내가 물었다.

“우리가 주었던 숙제, 그것을 풀 모든 정보. 그대가 하나도 빠짐없이 머릿속에 기억하는가?”

정보. 강화 인간 프로젝트의 모든 정보를 함구해야 하고 어디에서든 발설해선 안 되었다. 이것은 인간을 해치는 기술이고, 한 번 퍼지면 종잡을 수 없이 모두를 집어삼키리라.

“네.”

하지만 도원은 대답하고 말았다. 거역할 수 없었다. 그 어떤 잔꾀도 허락해 주지 않는 사내의 카리스마가 그의 마음을 알게 모르게 사로잡아 그를 완전히 농락했다.

“그렇구나.”

사내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 물음의 끝에 도원은 자신의 몸속에 이변이 생김을 알았다.

“우읍······.”

심장이 요동쳤다. 아니, 내장이 흔들리고, 몸속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도원은 의자에서 내려와 바닥에 주저앉았다.

“우웨에에엑!”

빈속이라 든 것이 없을 터인 위장에서 뭔가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둥근 건더기가 목에 걸리는가 싶더니 그대로 위액과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작은 구슬이었다. 그것은 흔히들 코어로 알려진 것이었다. 사내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 위액에 섞인 코어를 들어 올려 보았다.

모든 것이 사내가 생각한 대로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도원을 보며 말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타들어 가는 시체들의 절규보다 더욱 선명하게 도원의 귀를 찔렀다.

“수고했다. 이세계의 작은 톱니바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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