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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강화 인간 프로젝트 (1) (139/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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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강화 인간 프로젝트 (1)

유선은 도원을 데리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최대한 수상한 기색을 감추며 왔기에, 도원은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은 걸 확인해 가며 되돌아왔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옷으로 감싼 팔을 풀어 다시 보았다. 기괴하게 부풀고 일그러진 도원의 팔이 처음 보았을 때와 다르게 검게 짙어진 색이 흩어지고, 부푼 촉수 같은 것도 다시 가라앉았다. 어느 정도 제 형태를 갖추었다.

특수한 조건을 거치면, 변화가 일어나는 게 분명했다. 유선은 물 한 잔을 떠다 도원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는 그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유선은 그에게 물었다.

“지금 어떠십니까?”

“괘, 괜찮습니다.”

도원은 숨이 멎을 듯 불안하게 유선에게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양손으로 얼굴을 감추며 말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늘 도움만 받고 이걸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

“뭘 바라고 그럴 의도는 필요 없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셨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순간 정적이 찾아왔다. 도원은 천천히 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크로울러······.”

도원이 입에서 꺼낸 것은 몬스터의 이름이었다.

“크로울러······라는 몬스터였던가요? 이름이 잘 기억 안 나는군요.”

“해치운 몬스터를 말하는 거면 크로울러가 맞습니다.”

온몸에 가시가 돋아난 포악한 짐승. 여러 헌터를 애먹여 온 크로울러가 도심에 나타났고, 싸늘한 주검이 된 채로 누웠다.

“크로울러라는 몬스터가 저를 습격했습니다. 어디서 튀어나와 저를 공격하려 들더라고요. 그때, 저는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마 죽기 살기로 도망쳤던 것 같습니다.”

도원은 스스로 침착해지려 하며 말을 뱉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크로울러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더군요. 그럴 만도 하죠. 그러니까 누군가에게는 큰 악몽일 수 있는 몬스터로 꼽혀 왔으니까요. 저는 도망치다가, 그 녀석이 일으킨 진동에 발을 헛디디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넘어졌죠. 다시 일어나려던 그 순간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날카로운 가시의 그림자가 얼굴을 덮쳐 왔습니다.”

죽음에 몰린 순간이었다. 유선은 어떤 감각인지 알았다.

“무서웠군요.”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무서운 건 그 죽음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저 자신이었죠.”

도원이 무서웠던 핀트는 조금 달랐다.

“딱 공격이 얼굴 앞까지 들어오고 나서야 급기야, 정신이 맑아지더군요. 마치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다는 것처럼······.”

도원이 자신의 오른손을 보았다. 불과 1시간 전만 해도 인간과는 거리가 먼, 괴물의 팔이던 손이었다. 그는 크로울러에게 습격당한 당시의 감각을 떠올렸다. 섬뜩하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그리고 이 팔이 일그러졌습니다. 머리는 기억 못 하지만, 살고 싶다는 그 본능이 모든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부풀어 오르고 새살이 돋아나면서 녀석이 공격하던 팔을 그대로 뭉개 버렸습니다. 제가 원래는 괴물이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어떤 마법도 아닌 순수에 의한 변이였다. 그런 헌터는 있지도 않았고,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선 어떤 형태로든 탄생하기 힘들었다.

“크로울러라는 놈을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부숴 버리고 저는 바로 도망쳤습니다. 이런 팔로는 그 누구에게도 보여 줄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상황은 현재까지 왔다.

“저는 유니콘에 소속된 헌터이자 동시에 연구 요원이었습니다. 유니콘에서 음지로 활동하라고 비공식적으로 활동시킨 멤버였습니다.”

인사팀에 소속된 헌터. 무언가를 위장한 수단이라는 것이, 루데릭의 추측과 유사했다.

“모든 것이 기억나신다면, 헌터님의 목에 현상금이 걸린 것조차 안다는 말씀인가요?”

“네, 기억합니다.”

도원의 말이 묘하게 흔들렸다. 두려움에 떠는 듯 그는 자신의 몸을 감쌌다.

“저는 그 실험에서 유일하게 성공작이었으니까요.”

도원의 말에 유선은 놀랄 이유가 없었다. 그 팔을 본 충격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강화 인간 프로젝트가 성공했다는 말입니까?”

강화 인간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이유는 루데릭을 통해서 들었다. 코어를 인간이 지배하면 그 순간부터 인간이 아닌 짐승과 유사해지고, 이성이 완전히 잡아먹히면 악마의 것이 된다고 했다.

음지에 숨어서 헌터 협회를 조종하는 용사, 지크벨트가 가장 먼저 힘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코어에 관해서 연구를 진행했고, 어마어마한 부작용이 온다는 사실을 어떤 제약 회사들보다 먼저 알아차리고 재빠르게 중단시켰다고 했다.

하지만 도원을 보면, 그는 지극히 이성적인 상태였다. 그렇다는 말은 그게 결국엔 성공했다는 말이었다.

“성공이라고 하기엔······ 뭐 하죠. 제 팔······ 아니, 그 팔, 그 팔을 조종하는 것이 아무래도 불안하니까요.”

기괴하고 사람의 감각으로는 조종할 수 없을 것 같던 그 촉수 가닥을 생각해 보면 정신이 피폐해지기에 충분했다.

“저는 힘을 독점하고 싶어서 도망친 게 아닙니다. 제가 이 힘을 가지고, 이걸 컨트롤하는 데 도움만 받는다면 누구든지 쓰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할 때······ 그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 사건?”

“유니콘이 망조가 들기 시작하고······ 그 망할 미친 헌터가 어떻게 알아냈는지, 지하로 내려와 우리 강화 인간 프로젝트에 핏빛 길을 뿌려 놓고 갔더군요.”

누군지 알았다. 윤정도. 동창이자, 꼴불견으로 거들먹거리던 녀석이었다.

“출근해서 켜 놓은 실험용 카메라로 그 녀석이 한 짓을 지켜봐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안전하리라 믿은 그 코어를 먹고 비정상적인 생명체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고 알았습니다. 이건 실패나 성공을 넘어서 그 누구에게도 줘서는 안 된다는 걸 말입니다.”

“그 녀석이 쑥대밭으로 만든 장소를 정리하면서 저는 동시에 모든 자료를 파기했습니다. 어디에도 남으면 안 되는 자료들이었기에······ 주저 없이 불태우고, 모조리 부숴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문제는 해결할 수가 없었죠.”

“자기 자신이군요.”

모든 정보를 처리해도 머릿속 기억들을 어떻게 지워 낼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반쯤 성공한 그 프로젝트에 냄새를 맡은 사람이 그 정보를 캐내려고 은밀하게 현상금을 걸었다.

“그래서 이계의 틈 너머로 가서 스스로 실종됐습니까?”

모든 것이 예상대로 흘러가던 중, 도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거기까지는 제가 의도한 바가 아니었습니다.”

“의도한 바가 아니라뇨?’

“아무리 그래도 그건 미친 짓입니다. 이계의 틈으로 넘어가면 인간으로서 살 수가 없습니다. 그곳은 아무리 그래도 악몽 같은 장소이니까요.”

유선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도원은 이계의 틈을 너머서 던전으로 들어왔을까?

“그렇다면 도원 씨가 거기 있었던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게 저는······.”

도원은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생각했다. 하지만 도저히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모든 것이 떠올랐다고 하기엔 버거운 표정이었다.

그리고 곧 고개를 저었다.

“거기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을 알았다지만, 아는 것은 과거에 있던 일과 정체뿐입니다. 지금은 정말······ 혼란스러운 것밖에 없습니다.”

사지에 몰렸고, 그러다가 한꺼번에 각성해 자신의 정체를 알았다. 거기서 한 번 더 도원은 큰 혼란이 찾아왔다. 많은 기억이 한 번에 주입되면서 그는 과부하가 걸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있던 자신이 그곳에 있는 이유는 떠올릴 수가 없었다.

유선도 그 이상 몰아붙일 생각이 없었다.

“회장이 그 불법적인 연구를 진행하게 둘 줄이야······! 정말 쓰레기 같은 인간 밑에서 고생하셨습니다.”

유선은 도원의 등을 토닥이며, 조금이라도 짐을 덜어 주려 위로해 주었다.

“아닙니다······.”

“네?”

“그 강화 인간 프로젝트는 회장이 주도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유니콘에서 주도하는 실험이 아니었습니다.”

도원의 등을 토닥이던 손을 멈추고 말았다. 회장이 아닌 다른 배후가 있다는 말이었다.

“강화 인간 프로젝트······. 그건 누구를 위한 거였습니까?”

“······기억합니다. 아주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도원은 그 기억을 짚으며 두렵다는 듯이 부들부들 떨었다.

“제가 연구원들과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던 그 무렵이었습니다. 아직 마인드맵도 제대로 못 그리고 방향도 제대로 못 잡아서 서로 의논할 무렵이었죠. 그때 지하에서 회장님과 함께 한 남자가 내려왔습니다.”

한 남자. 유선은 도원이 한 말 중 ‘한 남자’가 바로 주도자임을 직감했다. 도원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알다시피 유니콘 헌터 컴퍼니 회장님은 카리스마가 있기로 유명합니다만······, 그 남자와 함께 내려온 모습을 보고는 그것도 단순한 명성에 과장된 표현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죠.”

“무슨 말입니까?”

“제가 그때 딱 한 번······ 그때 딱 한 번 봤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를 이끌어 가는 회장님과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단아하고 고풍스러웠습니다. 단순히 본 것뿐인데, 그 남자의 카리스마가 얼마나 뛰어난지 단번에 알았습니다. 그렇기에 그 한 번으로 이렇게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걸 겁니다.”

“······.”

“그 당시 회장님과 함께 내려오면서 회장님이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설명해 주었습니다. 사내는 그것을 아주 정중하게 경청했고, 동시에 모든 것을 훑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죠. 거기서부터 그가 범상치 않음을 모두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모두 마음을 뺏은 건 그가 우리를 보고 말할 때였죠.”

도원은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그 말을 그대로 꺼냈다.

“저는 세상을 바로잡고 싶습니다.”

그가 기대시킨 것과 다르게 그 말은 생각보다 임팩트 있지 않았다.

“그건 흔한 말입니다. 그런데 흔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을 가지고 싶다 같은 젊은 날의 야망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의도가 정말 무엇인지 의문이 들게 했습니다. 그것도 잠깐이었고, 저는 그 말의 알 수 없는 고양감에 정신이 맑아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도원은 열망에 빠진 사람처럼 침을 튀기며 대답했다.

“이 사람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 회사 따위에 뼈를 묻을 게 아니라 이 남자를 위해서 나는 모든지 해야 한다······ 라고······.”

“······.”

들으면 들을수록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하지만 유선은 그런 기분이 든다는 걸 헛소리로 여기지 않았다. 유선은 도원이 묘사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짐작했다.

‘악마구나.’

도원은 악마에게 홀렸다. 유선은 그렇게 생각했다.

루데릭, 벨제브, 렛놈, 그리고 포어셰크와 에고르트를 봐 오면서, 유선은 인간이라면 결코 뿜을 수 없는 그런 압도적인 매력을 하나씩 가짐을 알았다.

카리스마. 도원은 그것에 압도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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