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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중요한 인물 (136/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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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중요한 인물

“그렇게 해서 데리고 온 분이야.”

모든 설명을 마친 유선. 그리고 기율이 그것에 놀랍다는 듯이 유선을 보았다.

“유니콘이면 진작 망한 회사지 않소? 그런데 왜 지금 와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

“아, 예전부터 그랬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유선이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자, 기율은 뒤늦게 깨달으며 손뼉을 쳤다.

“안녕하세요.”

도원은 바보처럼 중얼거리는 기율에게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아, 네. 안녕하십니까? 큐앤 헌터 컴퍼니의 차기율입니다.”

“아, 차기율 사장님이시군요. 유니콘 컴퍼니에서 상당히 유명인이셨죠.”

“그렇죠.”

도원은 이미 지난 일이라는 듯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지만, 기율은 그렇지 못했다. 껄끄러운 기색을 감추려 해도 하지 못했다.

엘레노어가 폭주하던 사건을 다시 떠올리면, 그들이 한 일들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그 사건으로 기율은 유선을 잃을 뻔했으니, 충분한 이유였다.

사내는 분명히 그 일과 관계없을 인물일 테지만, 그래도 이미지라는 게 그의 머릿속에 남아 혼란케 했다.

“그렇게 해서 말인데, 혹시나 조용히 있을 만한 장소 없을까?”

“왜 없겠소? 우리 호텔도 있고, 출입증만 쥐여 주고, 헌터 숙소를 이용해도 되고, 정 아니면, 숙직실 중에 안 쓰는 방도······ 있는데.”

끝말을 상당히 흐리는 기율. 그렇게 세 가지 선택권을 주었고, 유선은 고개를 돌려 도원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유선은 우선 도원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도원은 곰곰이 생각하면서 유선에게 말했다.

“호텔은 제가 들어가기에 너무 눈에 띌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가장 눈에 안 띄는 숙직실 쪽으로 자리 잡자니, 사장님께서는 회사 내부 기밀 같은 게 마음에 걸리시는 것 같으니, 헌터 숙소로 자리 잡겠습니다.”

“······크흠.”

도원이 눈치챈 것이 맞았다. 이미 공중분해 한 회사지만 상대는 그래도 경쟁사에 몸을 담근 사람이었다.

그래서 기율은 유니콘사의 헌터들을 채용할 때도 상당히 심혈을 기울이고 조심해서 뽑았다.

“그렇다면 도원 씨가 말한 대로 해 드리겠습니다. 우선은 그곳에서 쉬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유선이 베풀어 주는 호의에 도원은 미소 지었다.

“······.”

루데릭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내를 보았다. 평소에도 말이 없지만, 그가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뭔 문제라도 있어?”

“······아니, 아니다. 그냥 뭔가 찝찝해서 말이다.”

“내가 말이니?”

도원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당황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루데릭은 그의 말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가벼운 분위기로 물은 것과 다르게 아무 반응도 하지 않자, 도원은 무안해져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세요, 하하······.”

“아, 네······ 그렇겠지요.”

도원은 미소 지었다. 루데릭이 아직 어떤 존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기에, 다른 인간들에겐 싸늘함을 알 리 없었다.

“그럼 제가 정도원 씨를 헌터 숙소까지 모셔다드리고 오겠습니다.”

뒤에 서 있던 현태가 어색해져 가는 분위기를 눈치채 유선에게 슬쩍 다가가 말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부탁드립니다. 도원 씨, 오늘은 편안하게 쉬세요.”

“네, 감사합니다. 하하.”

도원은 그렇게 현태와 함께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숙소에 관한 것이나 다른 케어는 모두 현태가 알아서 해 줄 것이기 때문에, 유선이 굳이 나설 이유가 없어졌기에 현태를 홀로 보냈다.

물론 이유는 그것 하나 때문만은 아니었다. 유선은 발을 돌려 다시 루데릭의 방으로 돌아가 물었다.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

루데릭이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유선에게 남아 달라고 말했다. 늘 그렇듯이 루데릭이 빠르게 키보드를 두들기다 유선에게 말했다.

“유니콘에서 강화 인간을 만들려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강화 인간에 대해서 뭔지 알지 않느냐?”

“강화 인간? 그거 아마 코어를 이용해서 뭔가를 한다는 거였지?”

헌터들이 쓰는 무기들, 그리고 각종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것이 바로 코어였다. 그들은 호기심의 영역을 넘어서 하나씩 알아보려고 했고, 헌터 협회에 의해서 결국 강제로 종료되었다.

“흠······, 그거 내가 기절하고 좀 됐을 때, 의혹으로 터진 거 말이지?”

유선은 뉴스가 아닌 신문에 난 작은 기사를 읽으면서 알았다. 루데릭이 터트리던 일에 포함되지는 않은 데다, 조금은 뜬금없어 보일 수 있어 크게 이슈가 되진 못했다. 거기다가 최대한 큰일을 벌이는 것은 막고 싶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기사여서 아직도 기억했다.

“그게 왜?”

“이 남자는 분명히 그 강화 인간 프로젝트에 관여한 인간이다.”

“관계자라고?”

유선은 루데릭의 말에 놀라고 말았다. 단순히 뜬소문이라면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루데릭이 그걸 말했다. 루데릭이 웬만한 정보로 헛소리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

“그 근거가 뭐야?”

“유니콘이 폭파되기 직전에 모든 팀 명단을 훑어본 적이 있다. 연도별로 모두 정리해서 한 번에 다 확인해 보았지.”

루데릭이 한 번 본 것은 무조건 기억하고, 아직도 그 기억들이 그의 머릿속에 담겼다.

“주인은 그 남자가 C급 헌터에 유니콘 소속이라 말하지 않았느냐?”

“그렇지······ 아, 그렇다면 그 사람이 어디 소속인지도 안다는 말이었구나.”

루데릭은 유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남자의 소속은 인사 6팀이다.”

“그렇······ 인사팀?”

유선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루데릭에게 다시 물었다.

“말했다시피 그 인간은 인사팀에 소속되던 사람이다. 정도원이라는 이름 그대로 사원증이 뽑혀 있어.”

루데릭은 유선에게 사진을 보여 주었다. 그의 말대로 도원의 얼굴과 똑같은 남자 사원증이었다.

헌터가 인사팀에 배정되었다고? 평범한 사무 회사라면 인력난에 부서 인력 균형을 맞추려고 발령 날 수도 있겠지만, 헌터 회사는 그럴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상대는 유니콘이었기에 결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주인이 C급 헌터라면, 인사팀 소속인가?”

“흠······, 나라면, 아마도······.”

C급까지 올라갔음은 유니콘에서 어떻게든 경력을 쌓았다는 말이니까, 다른 회사를 알아보고 경력을 인정받고 팀을 꾸려 저등급 구간의 던전을 공략하려 할 것이다.

물론 그건 유선뿐만 아니라, 아마 대부분 헌터들 생각일 것이다.

“물론 실력이 없는 인간이거나 뭔가 사건을 터트려서 자숙하랍시고, 인사팀에 발령이 났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을 충분히 배제할 만큼, 지금 상황을 만들어 냈지.”

“헌터 일에 관여할 만한 명목이 없는 인사팀이 차원 실종자였으니까, 말이 안 되지.

속사정은 알 수 없으니 명제로만 두고 본다면, 그게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유니콘에서 강화 인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

아직은 도원이 강화 인간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이라기엔 부실한 게 많았다.

“가능성으로 볼 것은 아주 많다. 실종되었다는 사실과 있는 정보를 함께 섞어 본다면 말이다.”

루데릭은 미소 지었다.

“제아무리 등급이 낮은 헌터라도 실종된다면, 누군가가 알기 마련이었다. 세네타, 그 계집애처럼 혼자 다니는 헌터는 없고, 대부분 무리 지으니, 실종된다면 누군가는 알 것이다. 그래서 실종된다면 누군가가 알게 마련이지. 그렇지 않겠느냐?”

“그렇지.”

사람이 실종되었는데, 입을 꽉 다문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리 없었다. 물론 헌터들을 케어하고 싶지 않다는 목적에다 상부의 압박으로 모두 함구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결국 시간문제일 뿐이고, 언젠가는 누군가가 실종되었음은 알려지기에 사실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실종되었다는 가능성에서 그나마 말이 되는 것을 쳐 내면, 두 가지로 좁혀진다. 이 사람이 인사불성이 되어 판단도 제대로 못 한 채로 우연히 던전으로 가서 실종되었거나 아니면 누군가의 의도로 이계의 틈 속에서 갇히도록 했다는 것이지.”

전자는 유선이 했던 것처럼 인사불성이 된 경우였고, 후자는 범죄였다. 전혀 없는 범죄가 아니어서 유선은 조금 심각해진 표정으로 루데릭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후자 쪽이 더 수상해 보이는데······.”

“지금까지 들어준 것만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거다. 하지만······.”

루데릭은 손짓으로 그가 보는 모니터 하나를 돌려 유선에게 보여 주었다. 사진 한 장, 그것은 정도원의 얼굴이 찍힌 사진이었다. 그 사진과 함께 현상금이 걸린 것이 보였다.

“이 인간은 주인이 말한 것과 다르게, 공식적인 실종 처리가 되지 않고, 살인 청부나 할 법한 음지 사이트에서 목에 돈을 걸었다. 그것도 살아 있는 채로 데려온다는 것에 말이야.”

그렇다면 인사불성이 되어 실수로 들어갔거나 누군가의 손에 의해 차원 너머로 버려진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느냐?”

“그만큼 알려져서는 안 되면서, 동시에 중요한 뭔가를 안다는 건가?”

“그렇게 해석할 수 있지.”

죽으면 말이 없어지고, 말이 없어지면 그 머릿속 정보들은 영원히 침묵 속으로 빠질 것이다.

가면 갈수록 이상하기 짝이 없는 정보들이었다. C급 헌터지만, 인사팀 소속이며, 그저 평범한 인사과인데도 중요한 정보를 가져, 다른 누군가가 도원의 목에 현상금을 걸 정도였다.

“그야말로 아이러니의 집합체이지 않은가!”

뭔가 중요한 부품이 빠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루데릭이 말했듯이 강화 인간 프로젝트만큼 중대하고 은밀하게 움직여야 할 것에 관한 이야기를 끼워 넣는다면 충분히 맞아떨어져 나가는 것들이 있었다.

하지만 왜 그 많은 것 중에 하필이면 강화 인간 프로젝트일까? 루데릭은 직접 보고 그 안에서 일까지 벌였지만, 유선이나 다른 외부인들에게는 도시 전설이나 음모 같은 것에 불과했다. 실제로 유니콘이 붕괴 직전에 가장 먼저 모든 것을 날려 버린 게 연구 시설과 자료들이었기 때문이다.

궁금했지만, 당장에 중요한 문제가 아니어서 다른 것을 물어보았다.

“차원 실종자가 된 건 자신을 노리고 오는 사람들을 피하기 위함이었을까?”

만약 도원이 이미 모든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 상태였다면, 오히려 죽이는 게 더 빠를 것이다. 차원 실종자처럼 이계의 틈 너머로 던지기보다 더 깔끔한 방법으로 처리했을 것이다.

그리고 의뢰하는 내용도 깔끔하게 지워 냈을 것이고.

실종자가 된 것은 스스로 선택했다는 의미다. 제아무리 자신을 노리는 사람이 많다고 이계의 틈으로 들어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궁금해져 루데릭에게 물어보았다.

“그건 나도 알 수 없다. 아마 본인이 가장 잘 알 거다.”

루데릭도 추측은 그게 끝이었다. 도원이 어째서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유니콘에 몸을 담으면서 가장 중요한 정보를 얻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일 거라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루데릭은 중요한 정보라는 말에 흥분한 기색을 보였다. 늘 지식을 갈망하는 악마인 만큼 자신이 모르는 정보에 언제나 흥분했다.

“흐음······.”

루데릭의 말에 유선은 가만히 생각했다. 자신이 본 도원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그가 보여 주는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그래도 이상하네······.”

“뭐가 말이냐?”

“그 사람이 그런 짓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라니! 상상이 되지 않아서.”

도원은 반인륜적인 행위라며, 절대로 금하는 연구를 거들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설령 기억을 잃어서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더라도, 본래 인간의 본성은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생각하는 유선에게는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인간이라면 겉모습과 다른 얼굴을 품기 마련이다. 주인이 그렇게 보더라도 주인이 꼭 맞았다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

루데릭은 그렇게 생각하는 유선을 안일하다고만 여겼다.

유선도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루데릭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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