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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기억을 잃은 남자 (3) (13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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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기억을 잃은 남자 (3)

유선은 장비를 거두는 것을 도와주고, 사내와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물론 사내에게 자신을 어떻게 할지 미리 말해 주었다. 사내는 자신의 현 상황을 알기에 유선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 세계에서 구해지고, 밥도 얻어먹었으니, 정유선 헌터님은 충분히 제게 많은 것을 해 주셨습니다.”

“그렇게까지는 아닌 듯한데······ 말씀해 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사내는 겸손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유선은 그렇게 느끼기에 충분했다. 경찰서로 이동했다. 담당 부서로 이동하자 안에서 업무를 보던 중년 형사 한 명이 일어서서 유선을 반겼다.

“어이쿠, 안녕하십니까, 헌터님.”

“안녕하십니까?”

형사 한 명이 허리를 숙이라며 유선을 안으로 안내했다.

“무슨 일로 이런 누추한 장소에 오셨는지요?”

“그게 차원 실종자이던 사람이 기억을 잃어서 지금 이렇게 왔습니다.”

“차원 실종자요?”

형사는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유선을 보았다. 차원 실종자들은 대부분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고 생존 귀환율이 극히 낮아서, 자주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경찰서로 데려오는 경우도 드물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선은 사내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이분입니다.”

“아, 그렇군요. 잠시만······ 이 사람······.”

형사의 얼굴이 일순간 굳었다.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유선은 그 반응이 이상하다 싶어 형사에게 물었다.

“아는 사람입니까?”

“아, 아닙니다, 하하. 예전 친구 놈이랑 많이 닮았군요.”

형사가 그 상황을 이렇게 얼버무리려 들었다.

언뜻 봐도 40대가 넘어가는 아저씨가 웃으면서 30대 초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에게 친구 놈이랑 닮았다니! 가벼운 농담이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유선은 그렇게 무르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 그렇군요.”

유선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반지를 착용했다. 그리고 그 형사의 생각을 읽었다.

-땡잡았구나.

땡잡았다. 실적을 올리게 됐다고 기뻐하나? 그런 것치고는 조금 반응이 달랐다. 어두운 곳에서 부르는 욕망에 꿈틀거리는 듯한 말이었다.

유선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형사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이 사람에 대해서 아시는 거 있습니까?”

“아는 것 말입니까? 흐음······, 글쎄요. 실종자들에 관한 정보는 많지만, 아무래도 꽤 오래전에 실종된 사람이라면 잘 모르지요.”

유선의 물음에 형사는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물론 말을 그렇게 하면 유선은 평범하게 믿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입은 거짓말할지 몰라도 머리는 거짓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흘리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유선의 물음에 형사는 자신도 모르게 모든 정보를 흘렸다.

유선은 그 사내의 정보를 하나씩 읽었다. 그리고 경악했다.

‘이름은 정도원······ C급 헌터에······ 유니콘 측에 있던 사람이고, 현상금까지 걸렸다고?’

마지막 부분에서 사내가 현상금이 걸린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그 현상금도 공식적인 현상금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개인이 내 건 현상금, 순수하게 자신의 목적에 죽여 버리겠다는 생각으로 누군가에게 의뢰했을 것이다.

‘공권력을 가진 인간들이 그런 짓을 한다라······.’

형사들이 박봉이라며 한탄하는 것은 자주 보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짓을 실제로 할 줄이야! 유선은 실망하면서 동시에 화가 났다.

유니콘 쪽 사람은 싫어했지만, 유니콘 헌터 컴퍼니가 완전히 붕괴하면서 유선이 쓸데없이 적의를 품을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 사내는 그렇게 나쁜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유선은 미소 지으며 그 형사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서는 며칠 걸릴 것 같습니까?”

“이리저리 실종자가 있는지 물어보고 자료 요청해서 확인하면, 얼마 안 걸릴 겁니다.”

-얼마 안 걸리긴. 지금 이 정도면 끝났는데.

속과 말이 따로 놀았다. 유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형사에게 말했다.

“네, 혹시 신상 정보를 좀 더 알 수단이 있다면, 다시 오겠습니다.”

“네, 그러십······ 네? 우리 쪽에 인도해 주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형사는 예상하던 시나리오가 엇나가자 당황했다.

“우리가 집을 아니, 직접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네? 집을 아신다니요?”

“아뇨. 혹시나 가족이 있으면, 그 가족에게 연락을 취할 수단을 형사님들께 물어보러 왔습니다. 이 사람의 거주지는 우리가 아니 우리가 데려가겠습니다.”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렸다. 그들의 표정이 그러했다. 그들은 애써 자신의 속내를 숨기며 유선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헌터님. 번거로우실 텐데, 이제 우리에게 맡기시고 볼일을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게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감히 놓치겠는가!

지금 딱 이 생각을 했다. 굳이 생각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추측이 가능한 표정이었다. 썩어 문드러진 생각을 하는 경찰을 보며 말했다.

“범죄자들 잡으시고, 바쁘신데 제가 할 일을 늘리는 것 같아서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그리고 이 사람도 굳이 이런 곳에서 불안해하기보단 집에서 좀 더 심신을 추스르면 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이것도 엄연히 범죄가 될 수 있어서 문제입니다. 우리가 실종 경로를 조사하고, 실종자분의 신변을 보호하고 관계자를 찾아내서 그분께 인도하겠습니다. 그러니 헌터님은 안심하고 본 생업에 종사해 주십시오.”

뻔뻔하게 들이미는 얼굴. 돈이 없으면 얼마나 갈망하는지 알지만, 유선은 더는 돌려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면전에 대고 자신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발언에 대해서 한소리 하려고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제집에 휴대폰이 있을 거예요.”

그때, 사내, 정도원이라 이름이 밝혀진 그 사내가 끼어들었다. 그리고 타이밍이 좋게 분위기가 격앙되는 것을 막았다. 그는 뭔가 떠올랐다는 뉘앙스로 형사와 유선 사이에 끼어들어 말했다.

“그거로 아마 가족들하고 연락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제가 누군지 충분히 알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사내는 머리를 긁적이며 바보처럼 웃었다.

“하하, 죄송합니다. 그냥 집에 가 볼게요. 가족하고 먼저 만나 보고 나중에 조사 같은 거 받으러 오겠습니다.”

“그렇다면 자택까지 우리가 안전하게 모셔다드리겠습니다.”

형사가 도원을 보호라는 명목으로 한발 앞서 들었다. 하지만 도원은 형사가 아닌 유선을 보며 말했다.

“아뇨. 구해 주신 분이 이 헌터님이십니다. 헌터님이 호의를 베풀어 주신다는 데 제가 감히 어떻게 거절하겠습니까? 제 목숨을 구해 주신 분이니, 정유선 헌터님을 따라가겠습니다.”

본인이 그러고 싶다는데 더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형사는 도원에게 집착하는 걸 그만둘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 이상 접근하지 마십시오. 변호사라도 불러야겠습니까?”

유선은 형사의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 형사도 자신이 선을 넘는 행위임은 알았다.

“실적 올리고 싶으시면 다른 건수를 찾으십시오. 아니면 직접 차원 실종자를 찾으러 뛰어다니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겁니다.”

“······.”

더는 추궁할 수 없었다. 상대는 아무래도 S급 헌터, 그리고 국가 유공자에 최근에 잦은 기부로 선한 인성을 부각해 온 이였다. 유선이 이곳에 대해서 언급하면 자신들의 밥줄도 위험했다.

유선은 입을 다무는 형사를 보고는 등을 돌렸다. 형사는 그것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

“정말 기억이 돌아오셨습니까?”

유선은 경찰서에서 나오며 도원이 한 말에 관해서 물어보았다. 물론 유선이 그의 집이 어딘지 안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어디까지나 유니콘에 얽힌 더러운 욕심에서 구해 주려는 한 선의의 거짓말이었다.

그러자 도원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네? 아닙니다.”

그렇게 태연하게 연기한 모습에, 유선은 놀란 얼굴로 도원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왜 거짓말을 하셨습니까?”

“그야 제 생명의 은인께서 저를 그곳에서 데리고 나오려 하시는데, 제가 가만히 있어서야 하겠습니까?”

유선이 직접 나서서 뭔가 거짓말을 하는데, 곤란해지지 않도록 눈치껏 유선을 도와주었다.

“그렇군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저렇게 붙잡지 못해서 안달이었습니까?”

자신의 몸에 현상금이 달렸다는 사실은 아직 몰랐지만, 형사의 분위기가 상당히 노골적이어서, 사내도 어느 정도 짐작은 했다.

유선은 도원에게 사실대로 알려 주었다.

“선생님께 현상금이 붙었답니다.”

“현상금 말인가요?”

도원은 휘둥그레 눈을 뜨며 한 번 더 물었다. 유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은 예전에 누군가에게 미움을 산 것 같습니다.”

“제가······ 말이군요.”

도원은 눈을 내리깔며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공백인 머릿속에서 뭔가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정도원.”

“흐음······ 네?”

뭔가 이름 같은 단어에 침묵만 돌자, 유선이 뭔가 싶어 반응했다.

“선생님의 이름은 정도원입니다.”

“정도원이라······. 그렇군요.”

유선은 도원의 기억을 건드리려고 그 이름을 언급해 보았다. 하지만 생각처럼 그가 딱 떠오르는 것을 건드리진 못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제 이름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기 계신 현태 씨가 조금 알려 주셨습니다.”

유선은 차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게이트가 닫힐 당시, 실종자에 대해서 연락을 취하고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것에 유선과 현태가 얘기를 나누었을 때 도원은 그것을 못 들었기에, 그 상황을 이용했다.

“아, 그렇군요······.”

“물론 알아낸 것은 별것 없습니다. 선생님의 이름이랑 어디 소속이라는 것과 헌터였다는 것밖에 없습니다.”

형사가 아는 정보도 생각보다 세세하지 않았다. 도원의 집 주소도 몰랐고, 관계자들도 전혀 알 수 없었다. 물론 조사하면 쉽게 알아낼 것이다.

도원은 불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경찰이라는 사람들이 참······ 돈이라는 게 무섭군요.”

“그렇지요.”

“분명히 경찰도 노릴 정도라면, 꽤 금액이 엄청날 텐데······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도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선도 이대로 내버려 두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형사가 눈치챘으면, 어떤 형식으로든 도원에 관한 정보가 새어 나갈 것이고, 그를 노리려 드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우선 도원 씨의 신변을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은신처에서 조금 쉬시는 건 어떻습니까?”

“그런 거라면······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유선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이기에 그를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유선은 도원과 다시 차로 돌아갔다.

“어떻게 되셨습니까?”

“참 이상한 상황입니다.”

현태가 담배를 비벼 끄며 유선에게 물었다. 도원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은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유선은 그것에 대해서 현태에게 말해 주었다.

“현상금이라······! 유니콘 소속에, 현상금까지 걸렸으면 실종자로 신고도 안 됐겠군요. 실종자 쪽만 찾아봐서, 그런 거는 제가 검색 안 해 봤는데 이거 참······.”

현태는 뒤늦은 대응이라는 생각에 탄식했다.

“괜찮습니다. 일단 우리 쪽이 빨리 알았으니까요.”

“아마 그쪽 계열이면 루데릭이라는 분께서 잘 아실 것 같지만······ 그래도 저도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현태는 자신의 계획에 대해서 대충 알려 주었다.

“그래서 이분은 어떻게 하실 생각인지요?”

“우선 회사로 가죠.”

유선은 큐앤 헌터 컴퍼니로 돌아가기로 했다. 거기서라면 도원이 지낼 은신처를 마련해 줄 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있으니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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