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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원정 (2) (10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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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원정 (2)

“결국, 오늘 내로 찾지는 못했네.”

유선은 자신의 성과를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둡고 깜깜한 밤이 되고, 플래시 라이트로는 도저히 앞으로 나가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진 않았지만, 깊은 숲이기에 해가 들지 않아 어둠이 금세 주위를 잡아먹는 게 큰 문제였다.

중간에 나오는 호문쿨루스들과 맹수들의 진로 방해가 가장 컸다. 호문쿨루스들은 세계수의 씨앗을 심으러 갔을 무렵, 만났을 때의 호문쿨루스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서, 처리하는 데 시간이 상당히 소비되었다.

유선은 여인이 남기고 간 마지막 흔적을 발견하고, 그 시차를 계산했다.

“시간 격차를 좁힌 것은 고작 아홉 시간뿐이라······.”

진득하게 달라붙어서 간 탓에 분명히 세 시간 정도로 좁혀졌다고 여겼는데, 아홉 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꾸준히 따라간다면 분명히 금방 따라잡으리라 생각했다.

“계속 이동할까요?”

세네타가 물었다. 유선은 세나타의 물음에 잘됐다는 듯 역으로 물어보았다.

“세네타, 너는 괜찮아?”

“네, 저야 뭐 이렇게 이동하면 되니까요······.”

이런 상황이 익숙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엘레노어와 오르넵토스는 분명히 야간에도 주간과 같게 앞이 보일 것이고, 세네타도 문제가 없기에 강행군을 시도하자면 분명히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오빠는 어떠세요?”

유선은 그들의 실력에는 한참 아래라서 그가 어떤지가 중요했다.

만난 호문쿨루스들은 모두 유선보다 강했지만, 제대로 싸운다면 유선이 그렇게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목적이 있는 한, 알아서 1:1 콜로세움을 열어 줄 일이 없을 것이기에 안심할 수는 없었다.

“나야 괜찮아. 스스로 몸을 지키는 것 정도는 가능해.”

그래도 직접 몸을 지킬 수는 있었다.

세네타에게 시험했던 그 공격 방법들. 어디를 직접 공격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그 타이밍에 맞춰서 공격하는 게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더 격차를 줄이려고 움직여야 한다면 과감하게 시행할 생각은 있었다.

“유선 님.”

그렇게 갈등하던 중, 엘레노어가 유선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엘레노어는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고개 숙였다.

“졸려.”

“졸리는구나······.”

꼭 유선이 급습당할 우려가 있다고만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주 전력인 엘레노어는 지금은 자야 할 시간이었다. 엘레노어가 졸리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오히려 더 큰 틈을 보이기에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렇기에 휴식은 불가피했다.

유선은 결단을 내리며 그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캠핑하자.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수색하기보다 이게 맞을 것 같네. 잠을 자고 내일 다시 추적해 보자.”

그 여인이 쓰러졌던 것만큼 어느 정도 인간과 흡사한 몸이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인간의 몸이라면 필히 휴식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 복수를 하려고 최상의 조건을 유지하려면 어떻게든 휴식을 취하리라 믿었다.

그렇게 깜깜해진 숲속에서 잠을 청했다.

***

엘레노어와 오르넵토스가 잠들고, 유선도 잠에 빠져들 무렵.

세네타는 홀로 그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엘레노어와 오르넵토스가 언제나 신경을 곤두세운 채로 있기에, 잠을 잔다고 해서 완전히 무방하지는 않아서 불침번 같은 건 필요가 없었다. 그런 환경이었지만, 세네타는 잠들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불안함 때문이라거나 그저 불면증이라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그녀는 뭔가를 느꼈다.

세네타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는 이들이 모르게끔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겨 어디론가 향했다.

충분히 자신의 무리에서 거리가 벌어졌다고 생각하자, 세네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당신, 거기 있는 것 알아.”

고요한 공기가 돌 뿐, 그 말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세네타는 여전히 확신한 채로 눈길을 던지며 말했다.

“모습을 드러냈으면 하는데. 지금 당장······.”

그러자, 그녀가 눈길을 던진 자리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머리가 달빛에 반사되어 찰랑거리며, 황금색 눈동자가 맹수처럼 빛났다.

“기척을 완전히 죽였을 텐데. 어떻게 알아냈지?”

여인은 놀란 기색을 보이며, 세네타에게 물었다. 그 물음에 세네타는 이렇게 대답했다.

“몰라.”

“······모른다니?”

“그저······ 나는 당신이 주변에 있다는 것밖에 몰랐어. 뭔가에 이끌린 듯 홀린 것처럼 그저 당신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나는 몰라.”

세네타도 모르는 이끌림.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단순히 알려 주기 싫어서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검은 여인은 더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그런 거야 어찌 됐든 상관없었다. 여인은 궁금한 게 그녀의 머릿속을 떠다녔기에 그걸 물어봐야만 직성이 풀렸다.

“하지만······. 나를 찾으러 왔다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일 텐데, 어째서 지금 당장 잡지 않지?”

그러자 세네타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은 잡을 수가 없으니까.”

세네타는 이성적인 대답을 했다.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었다. 자신의 본능이 강하게 직감했다. 만약 이대로 엘레노어와 오르넵토스를 끼워서 그녀를 쫓는다고 해도, 그녀는 어떻게든 유선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것을 알았다.

“만약 잡혔다면 진작 잡혔겠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내가 마치 따라오라는 듯이 일부러 그러고 있다는 말이냐?”

여인은 심기가 거슬린다는 듯이 언성을 높였다. 세네타는 여전히 침착하게 그녀에게 대답했다.

“응, 그저 오빠가 당신의 뒤를 따라오기를 바랄 뿐이야. 그렇지 않아?”

“······.”

여인은 잠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 망설임, 그 망설임 때문에 여인은 한순간에 냉정함을 잃었다. 그 감정은 그녀에게 치명적인 약점인 것처럼 극단적으로 반응했다.

스릉-.

검은 여인이 팔꿈치에서 뽑은 검이 달빛에 은은하게 빛났다.

“나는 그 누구도 따라오길 바라지 않아. 내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하나뿐.”

하나. 그 하나가 무엇일까? 에고르트의 죽음? 그것을 하나라고 하기엔 그녀의 목적은 너무나도 많았다. 그렇기에 예측할 수가 없었다.

세네타는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목적은 그 이야기를 들으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네타는 자신의 기적을 사용해 검을 구현했다.

그렇게 대치 상황을 만들었다.

“한 가지만 더 묻지.”

“말해 봐.”

검은 머리 여인이 황금빛 눈동자를 반짝였다.

“넌 나와 이렇게 만나는 목적이 뭐지?”

잡을 수도 없지만 어찌 됐든 그들의 목적은 그녀였다. 그렇기에 자신을 잡으려고 유선에게 말해, 새로운 작전을 짜지 않는 것이 여인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세네타는 그 물음에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유선 오빠가 당신과 나는 닮았다고 했어.”

“너와 나?”

“나는 잘 모르겠지만······ 당신이 나와 닮았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만나 보고 싶었어.”

“그리고 이렇게 검을 부딪쳐 보고 싶었다?”

“······.”

세네타는 그 물음에 침묵했다. 그러자 그 여인은 잠깐 생각하더니, 그 말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얘기해 주었다.

“그럴 수도 있겠네.”

“무슨 의미야?”

“나는 너 같은 인간을 처음 봐. 이 땅에 서 있으면서 너 같은 인간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특별한 사람. 그 특별함이 어떤 것인지, 생각할 틈이 없었다. 세네타는 살의를 느끼고 자세를 취했다. 여인이 검을 제대로 들어 세네타를 겨누며 달려들었다.

“내 가슴이 미약하게나마 뛰게 해 주는 이런 인간을 말이야!”

사라지다시피 한 몸. 그리고 다시 모습을 보일 때는 세네타의 앞이었다. 세네타는 자신의 가슴을 파고들어 오려는 검을 보며 재빨리 막아 냈다.

결투에는 없는 기습이었지만, 세네타는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따질 생각은 없었다. 살의를 보이는 것이 가장 원초적인 룰이며, 그 룰에 파생되는 규칙은 그저 발목을 옭아매는 것일 뿐.

그렇기에 세네타는 자유롭게 싸우려면 모든 것을 허용했다. 세네타는 기습에 당황하지 않고 유연하게 쳐내며 역공을 찔러 넣었다.

스윽!

세네타의 매서운 검이 그녀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여인은 곧바로 검을 휘두르며 세네타와의 거리를 벌리려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돌격해 세네타를 노려 들었다.

챙 챙 챙 챙!

쉴 새 없이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와 검이 부딪쳐 일으키는 작은 스파크가 밤하늘의 빛을 불태웠다.

세네타의 부드러운 움직임에 정교하게 짜인 검술이 공격을 시도하면, 여인의 투박한 움직임이 그 공격을 강하게 튕겨 내었다. 어느 한쪽도 밀리지 않을 만큼, 속도와 힘이 호각을 이루었다.

‘이걸 써야겠어.’

세네타는 자신의 아버지가 알려 준 기술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자신의 검에 손바닥을 올리며 뭔가를 펴 바르듯이 검신의 끄트머리까지 미끄러졌다.

우웅-.

검이 울리기 시작했다. 세네타는 그 검을 양손으로 잡아, 여인의 검을 내리찍었다. 여인은 그 행동에 의문을 품지 않고, 한 번 더 검으로 막아 내려 했다.

쨍강!

그리고 결과는 좋지 않았다. 정확하게 막아 냈지만, 그 공격을 막아 내기엔 검이 너무나도 약했다. 그렇기에 얇은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그녀의 검이 두 동강이 나 버렸다. 여인은 그것이 뭔지 잘 알았다.

“오러······.”

마나를 운용하는 것 자체도 어려운데, 그것을 검에 펴 발라 강화하는 상급자가 아니고서야 감히 상상할 수가 없는 짓이었다.

여인이 그것을 보며 당황하는 사이, 세네타는 그 여인의 목숨을 끊을 타이밍을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 자비를 주지 않고 바로 목을 노렸다.

캉!

하지만 그녀의 검이 닿지는 않았다. 예리하게 감겼던 오라가 한 번 내리찍으면서 오러가 흔들려 무뎌져 버린 탓에 두 번째 공격은 다시 검을 벨 만큼 예리하지 못했다.

여인은 두 번째 검을 꺼내었다. 부서진 한 자루는 땅바닥에 떨어뜨린 채, 다시 새로운 검을 꺼내 겨우 그 목을 노리던 검을 막아 냈다.

“윽.”

세네타가 역으로 베였다고 여기고 조금 방심하다, 도리어 여인의 검에 맞고 말았다. 세네타는 다시 여인과의 거리를 벌렸다.

여인은 세네타의 검을 보며 말했다.

“어린 나이에 오라를 잘 다루는군.”

포어셰크의 검이 부서질 정도였으니, 다른 검으로 막지 못했다면, 분명히 자신도 두 동강을 내 버렸음을 의심치 않았다. 그녀의 감탄에 세네타도 똑같이 받아쳤다.

“그 검을 이상한 곳에서 뽑을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검은 그 한 자루가 아니라는 말이군요.”

공방에 있는 모든 검을 가져간 만큼, 그녀의 몸에는 이미 수천 자루 가까운 검이 저장되었다는 말이었다.

“이대로 밤새 싸울 생각인가?”

세네타는 오러를 다룰 줄 알고, 여인은 수천 자루가 넘는 무기를 가졌다. 그 소모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 상황에 세네타는 여인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시간이 허락해 준다면!”

세네타는 계속해서 싸울 수 있었다. 여인은 그녀의 말을 듣고 그녀의 정체를 조금씩 짐작했다. 그리고 그 짐작이 들어맞는다면······.

“유선, 그 남자 이름이 유선이라고 했나?”

“네.”

“그 유선이라는 남자의 말이 맞는 것 같군.”

유선이 스쳐 지나가는 듯이 꺼냈던 말 또한 맞을 것이다.

“뭐가 말입니까?”

“너와 나. 둘이 닮았다는 것 말이야.”

그러자 세네타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여인의 말에 부정했다.

“저와 당신은 닮지 않았어요.”

“아냐, 사람은 누군가를 닮아 간다고 했어. 이 세상 누군가는 한 사람 밑에서 자랄 거고, 그 사람을 닮아 가지. 그렇다면 너나 나도 예외는 아니야.”

“어째서죠?”

세네타의 물음에 여인은 조용히 그 이유를 세네타에게 알려 주었다.

“왜냐하면 나는······.”

“세네타!”

그때였다. 여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던 찰나, 한 사내의 목소리가 세네타의 이름을 부르는 게 들렸다.

세네타는 긴장한 채 듣다 고개를 돌렸다.

“오빠.”

유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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