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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공방 털이 (1) (10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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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공방 털이 (1)

탁!

“어잇!”

타다닥!

“아악!”

탁!

큐앤 헌터 컴퍼니 4층에는 목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검을 든 근접 클래스들이 서로 대련하는 중이었다.

본래 다른 회사의 경우에는 전문 강사나 공격대 대장들이 직접 코치해 주는 경우가 있지만, 큐앤의 경우에는 가끔 세네타가 직접 지도해 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이었다.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네? 이렇게 하는 게 아닙니까?”

“허점이 너무 많이 나와요. 대형 몬스터라면 상관없겠지만, 민첩한 몬스터들 상대로는 어떻게든 허점이 드러나겠죠. 다시 한 번 휘둘러보세요.”

“아, 네!”

도복을 입은 사내가 세네타를 향해 검을 뻗었다. 그러자 세네타는 그 검을 피해 내고 공격을 감행했다.

슈슈슈슈슉!

순식간에 무수히 많은 검이 사내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그가 공격을 내리찍고 나자, 자신의 몸을 스쳐 간 그 감각에 싸늘해져 식은땀을 흘리고 말았다.

“방금 집은 포인트들이 허점이었습니다. 어떤지 아시겠죠?”

“아, 네! 알 것 같습니다!”

몰라도 안다고 해야만 했다. 목도로 단번에 골로 가 버릴 것 같은 그 감각을 다시 체험하고 싶지 않아서, 몸에 단단히 익혔다. 벼락치기급으로 요점만 말해서 알아듣지 못하면 큰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이해한다면 그들에게 충분히 도움이 되는 지도였다.

세네타는 그렇게 가르치던 중 누군가가 온 것을 보았다. 유선이 내부를 둘러보면서 그들의 대련을 지켜보았다. 세네타는 조심스럽게 유선의 옆으로 다가갔다.

“오빠, 오셨어요?”

“오빠?”

“세네타 유가 오빠라고 부르다니······.”

청아한 목소리로 울리는 단어, 오빠! 자신들을 향해 부른 것도 아닌데 괜히 설레는 듯했다. 유선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기에 그 기분을 어느 정도 떨쳤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지도하는 중이야?”

“네.”

세네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궁금해서 와 봤어. 방해 안 되게 다시 돌아갈게.”

“아뇨. 방해는 안 됐어요.”

“그······.”

세네타는 말을 늘리더니, 유선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오빠도 한번 해 보실래요?”

“나도?”

세네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오빠 혼자 남으면 몸을 지켜야 하니까······ 그런 것을 생각해서 제가 손수 지도를······ 해 드리고 싶은데.”

“하하, 글쎄······ 네 수준이 너무 높아서 내가 거기에 따라갈지 의문이네.”

“아, 걱정하지 마세요. 오빠는 약하니까······ 좀 더 약하게 해 드릴게요. 다른 사람보다 말이에요.”

“······.”

말을 들어 보면 도발해 오는 듯하지만, 그것은 순순히 사실만을 말한 것뿐이었다. 유선은 그 의도가 불순하지 않다는 걸 무엇보다 잘 알았지만, 이대로 빼기에는 그에게 남은 자존심이 허락해 주지 않았다.

“좋아, 한번 해 보자.”

유선은 그녀와의 대련을 수락했다.

유선은 자신의 반지를 착용했다. F급이던 몸이 한순간에 B급으로 상승하며, 사람들의 생각이 곳곳에서 보였다.

‘집중······. 집중······.’

유선은 쓸데없는 곳에 집중력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심호흡했다. 유선은 대련복을 갖춰 입고 목검을 들고서 세네타 앞에 섰다.

자율 대련을 진행 중이었지만, 세네타와 정유선, 두 명 S급 헌터의 대결이라니 그 누구도 눈을 떼지 못했다.

‘기대된다.’

‘보나 마나 정유선 헌터가 지겠지만······.’

‘어떻게 지려나?’

모두 똑같은 생각을 했다. 유선은 쿨하게 인정했다. 자신의 스펙으로는 세네타를 절대로 이길 수 없었다.

‘싸우는 법을 연구해야 하니까.’

단순히 지기만 하는 경기라면, 유선이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이 대련을 통해서 뭔가 새로운 것을 얻어 내겠다는 마음으로 응했기에 그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가 시도할 전략법은 이런 것이었다.

‘생각을 읽어서 공격을 막아 낸다.’

사람이라면 어디를 공격할지 미리 생각해 놓고, 그 생각에 맞춰 자세를 잡을 것이다. 유선은 많은 사람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니 그러했다.

“그러면 먼저 공격할게요.”

“그래, 들어와.”

그렇게 말하자마자, 세네타가 갑작스럽게 파고들었다. 너무 빠른 나머지 유선은 하마터면 손 놓고 당할 뻔했다. 그녀가 치고 들어오는 것을 보며 동시에 그녀의 생각을 읽었다.

-오른쪽 어깨.

유선의 추측대로 제아무리 검이 빠르더라도 생각보다 빠를 수는 없다는 건 확실해졌다. 그렇기에 유선은 생각을 먼저 읽어 내 미리 그 공격을 예측하고 검을 들어 세네타의 공격을 막았다.

“웃!”

거의 보이지 않다시피 날아오는 목검이 유선의 목검 날을 따라 스쳐 흘러갔다.

“오오!”

그것을 지켜본 검사들은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여태 세네타의 공격을 막아 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유선을 향한 경악에 찬 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자신감을 얻었다.

세네타도 그의 가드에 놀라고 말았다. 본래라면 어깨 앞까지 들어갔다가 멈출 생각이었는데, 검을 막는 것을 보고 그녀는 그대로 중심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세네타는 프로였다. 그 공격에 이어서 몸을 비틀며 공격을 시도했다.

-허리 베기.

유선은 몸을 살짝 뒤로 빼며 그 공격을 간신히 피해 냈다. 만약 검이었다면 생채기가 남았을 만큼 아슬아슬한 거리였다.

“두 번째 공격도 피했어!”

“와, 저걸 어떻게? 막는 건 둘째 치고 피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첫 타는 우연. 하지만 둘째는 절대로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완벽했다.

세네타는 다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녀가 치지 못한 오른쪽 어깨를 다시 한 번 더 노려 왔다.

탁!

유선은 다시 한 번 더 공격을 막아 냈다. 흘려보내진 못했지만, 양손으로 안정적으로 막아 내 도로 튕겨 내었다.

세네타의 몸이 살짝 밀려났다. 그러자, 그 세 번째 공격까지 막아 낸 유선을 향해 감탄사를 터트렸다.

“우오오옷!!”

“저걸 막아 내다니!”

그들이 열광하는 것을 듣지는 않았지만, 유선도 상당히 들뜬 표정이었다.

‘이렇게 싸우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구나!’

충분히 연구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뻐하는 것도 잠시 유선은 급작스럽게 차가운 공기가 드는 것을 느꼈다.

“음······.”

그 세 번의 공격을 모두 헛방을 치자, 세네타의 눈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냉정해진 그녀가 갑자기 뭔가에 사로잡혀 유선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유선은 그것에 불길함을 직감했다. 유선은 자신만만하게 검을 들다 그녀의 살기에 등골이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제 공격을 전부 막으셨군요.”

“저기, 세네타!”

한 손으로 들었던 검이 양손으로 잡혔다. 저돌적인 돌격 자세가 지크벨트의 공격법과 유사했다. 그리고 눈 또한 지크벨트와 흡사해진 채로 유선에게 말했다.

“그럼 더는 봐 드릴 이유가 없으니, 전력으로 상대해 드리겠습니다. 오빠.”

“저, 저기요!”

세네타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유선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사이에 뭔가가 자신의 몸을 치고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까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 세네타가 진심을 담아 유선에게 일격을 날렸다.

***

“죄송해요, 오빠······.”

의무반에 온 세네타가 고개를 숙인 채로 말했다. 벌써 4번째 사과였다. 유선은 자신의 어깨를 붕대로 감은 것을 살짝 만졌다. 욱신거리는 통증이 상처를 치유했지만, 그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세네타의 진심이 담긴 공격을 막아 낼 방법은 없었다. 무엇보다 그 공격이 단순히 ‘늑대 기사의 초식 몇 번’ 이런 식으로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라 공격이 어디로 튀어오는지 볼 수 없었다.

그 탓에 유선은 공격에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로 세네타의 공격에 어깨를 관통당할 뻔했다. 만약 진짜로 검이라면 그랬을 것이다. 목검이기에 멍이 생기는 것으로 그쳤다. 헌터들에게 멍은 금방 나을 상처일 뿐이었다.

“아냐, 난 괜찮긴 한데······. 너, 이런 식으로 막 스위치 들어가면······ 두들겨 패고 그래?”

어깨뿐만이 아니라 바로 2타가 목덜미를 약하게 가격했다. 뭔가 이상한 낌새에 멈춰서 망정이지, 그대로 때렸더라면 기절했을지도 몰랐다.

“아니에요······. 이렇게 공격을 막아 본 건 오빠가 처음이라, 오랜만에 몸을 풀 상대가 나왔나 해서 두근거리는 바람에 제가······.”

“······.”

자신도 얼마나 부끄러운 짓을 했는지 아는지 얼굴을 붉혔다. 유선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다른 사람하고 할 때, 이런 일이 있어도 자중해 줘. 넌 너무 강해서 누가 막아 주지 못할 것 같으니까.”

“네, 알겠어요.”

풀이 죽은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유선은 세네타의 등을 툭툭 쳐 주며 격려했다.

“그리고 오늘 일도 너무 마음에 담지 말고. 나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

“······.”

세네타는 입술을 말면서 나오려는 말을 삼켰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했다. 세네타는 다시 검술 관련 지도를 하려고 자리를 떠났다. 유선은 그 싸움을 통해 한 가지를 확실하게 알았다.

세네타처럼 격차가 큰 헌터라도 생각을 읽어 어떻게든 싸울 수가 있었다. 이렇게 마음을 읽는 채로 전투가 벌어진다면 자신도 어쩌면 뭔가 할 것이다.

따르르릉!

그렇게 생각할 때, 전화가 울렸다. 유선은 전화번호를 확인해 보았다.

포어셰크였다. 전화번호를 교환한 적이 있어서 그의 번호가 적혔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려고 불렀나 싶었지만, 유선은 어쩔 수 없이 그 전화를 받았다.

“네, 포어셰크 씨. 정유선입니다.”

무슨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면 바로 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지금······ 당장 와 줘······.”

너무나도 처절하게 죽어 가는 소리였다.

“지금 당장이라뇨? 무슨······.”

“좌표는······ 찍어 둘게······. 그곳으로······.”

포어셰크의 전화가 그 말을 더 잇지 못하고 그대로 끊어졌다. 유선은 장난인가 긴가민가했지만, 그가 일방적으로 끊으면서 이게 장난이 아님을 알았다. 잠시 후, 그가 문자를 보내었다. 뒷산에서 멀지 않은······.

“······뭔 일이 일어났어.”

유선은 급하게 자신의 외투를 챙겼다.

***

포어셰크가 남긴 좌표 던전. 유선은 그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포어셰크가 위험한 만큼, 이번에는 유선도 위험할 우려가 있기에 엘레노어와 오르넵토스도 함께 들어갔다.

“유선 님, 여기 어디야?”

“뭐야, 여긴 악마의 굴이잖아? 이런 곳을 어떻게 알아내고 왔어?”

엘레노어는 천진난만해 감을 잡지 못하는 반면, 오르넵토스는 자신이 들어온 곳이 어떤 곳인지 잘 알았다.

“지금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정신 단단하게 차려야 해!”

“응!”

“알겠어.”

공방이었다. 용암로가 흐르고 철광석이 굴러다니는 포어셰크의 공방 모습은 평소와 같았다.

세 가지가 그곳의 상황이 달라졌음을 알려 주었다. 곳곳에 긁힌 자국, 그리고 포어셰크가 매달아 놓은 검들이 모조리 사라졌다는 것 그리고······.

싸늘하게 죽은 포어셰크의 몸이.

유선은 오른쪽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채 쓰러진 포어셰크를 보며 그를 깨우려 흔들었다.

“포어셰크 씨, 정신 차려 봐요!”

“계약자, 이런 악마랑 잘 아는 사이야?”

아무것도 설명 안 해 줬기에, 오르넵토스는 악마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얼굴이었다. 유선은 지금 해명하기보다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포어셰크에 관한 상태가 중요했기에, 루데릭에게 연락했다.

‘루데릭, 지금 포어셰크 씨가 죽은 것 같은데······.’

그러자 루데릭은 그의 생각과 다르다는 듯 말했다.

-아니다, 주인. 아직 그 철 덩이는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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