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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공방의 신 (2) (87/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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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공방의 신 (2)

루데릭에 대해서 뭔가를 듣기 직전이었다. 그 타이밍을 맞춘 것처럼 목소리 하나가 난입해 들어왔다.

“어이.”

뭔가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자, 루데릭이 그를 째려보면서 그 이야기를 막았다. 그러자 포어셰크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그에게 깐죽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책벌레. 네 주인한테 과거를 말해 주겠다는데, 뭐 불만이라도 있어?”

“우리는 비즈니스 관계다, 돌대가리. 괜한 허튼소리를 해서 주인을 혼란하게 할 속셈이라면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그러자 허허 웃으면서 포어셰크가 그의 말에 반박했다.

“허튼소리라니. 섭섭하네. 나는 말이야, 주스부터 100%를 찾는 아주 진실적인 사람이라고. 막 사람 홀리는 건 내 재주가 아니잖아. 지금 싸늘하게 잿더미가 된 ‘그 녀석’이 제일 좋아하지.”

그 녀석이란 놈이 렛놈이라는 건 유선도 알았다. 유선은 루데릭과 포어셰크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들의 머리에 뜬 말들을 보면, 포어셰크 쪽이 진실을 말하는 게 확실했다.

“아무튼 네가 꺼린다면 말을 아낄게. 미안하네, 형씨. 저 작은 악마가 꽤 민감하게 구는 것 같으니 내버려 두자고.”

“그래, 그만둬라. 그리고 주인도 그런 건 묻지 마라. 쓸데없는 것 말고 일에 집중해라.”

이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하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유선은 루데릭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듣고 싶었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네 얘기는 잘해 주질 않잖아.”

“쓸데없는 이야기니까 그렇지 않겠나?”

“너는 인터넷으로 내 이야기를 많이 찾아봤으면서. 너만 나에 대해서 알고, 너에 대해서 모르는 건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아무튼 하지 마라.”

루데릭도 충분히 말이 되는지 반박하려 들지 않고 말을 반복했다. 백미러로 보이는 루데릭의 표정에 포어셰크는 아주 제대로 봤다는 듯이 휘파람을 불었다.

“이거, 이거. 우리 책벌레님에게도 소녀심이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 했어~. 수줍은 레이디의 모습, 오우~.”

“닥쳐라. 그 주둥이를 정말로 찢어 버리기 전에!”

“크크크크! 형씨, 여기서 좌회전.”

등줄기에서 칼날처럼 날카로운 흑색 팔을 꺼내는 무서운 상황까지 연출하지만 포어셰크는 그런 살벌함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았다. 루데릭이 이토록 당황스럽게 반응하는 건 포어셰크가 처음이었다.

그들이 향한 곳은 교외였다. 사람이 오지 않는 야산 쪽에 자리 잡았다. 아주 조금만 올라가자, 유선은 뭔가 하나를 발견했다.

“이계의 틈······.”

그것은 늘 보았던 이계의 틈이었다. 그 속에서 몬스터들을 잡는 헌터이기에 아주 익숙했다.

“오시기 전에 미리 펼쳐 놓았습니까?”

포어셰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그러면 내 공방이 만천하에 드러나지 않겠나?”

“네? 그런 것치고는 주변에 장비들이 다 깔렸는데······.”

누군가가 미리 발견해 놓아 감시 장비를 달아 놓은 상태였다. 포어셰크는 유선의 물음에 순진하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은둔 고수들은 자기 칼을 드러내지 않는 법이야. 내 공방은 늘 숨기면서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봐.”

포어셰크가 짧게 말하며 손을 뻗었다. 그도 결국 악마라는 듯이 그의 손에 잠긴 검은 기운들이 스멀스멀 빠져나가 이계의 틈을 향했다. 적게 벌어진 틈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것은 또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말이야.”

평범한 인간이 본다면 그저 똑같은 이계의 틈으로 보일지 몰랐다. 하지만 유선은 그것을 보면서 느껴지는 기분이 렛놈과 흡사함을 알았다. 렛놈이 풍겼던 꺼림칙한 기분만 제외한다면 완전히 똑같았다.

포어셰크는 유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챘는지, 끌끌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최근에 렛놈이 용사를 죽이겠다면서 사용한 방법이었지. 우리처럼 좀 이름이 있다 하는 악마들은 이렇게.

공간에 손만 살짝 대어 주면, 바꿀 수가 있지.”

“호오, 그렇군요.”

유선은 악마들에게 이런 능력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포어셰크는 리듬을 타며 발걸음을 이계의 틈으로 옮겼다.

“좋아, 그러면 내 공방으로 들어오라고. 책벌레도 같이 말이야.”

그러자 루데릭이 그의 말에 반응해 대답했다.

“나는 못 들어간다.”

“음? 아, 뭐······ 그럴 수도 있겠군.”

포어셰크는 루데릭을 의아하다는 듯이 잠깐 보다가 유선을 보고는 이해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주인을 엄청 챙기는군, 정말. 정말 훌륭한 레이디의 상이야.”

“닥쳐라. 헛소리하지 말고 물건이나 가져가라.”

루데릭은 재빠르게 포어셰크의 말을 끊어 버리고 일을 진행했다. 그러자 포어셰크도 깜빡했다는 듯이 루데릭에게 다가갔다.

“그래, 물건을 준다고 했지. 나를 불러 놓고 이상한 코어 가지고 와선 시시한 무기나 만들라고 그러진 않겠지, 책벌레?”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루데릭은 코웃음을 치며 그에게 뭔가를 꺼내서 보여 주었다. 발록 코어의 잔해였다. 끌끌 웃던 포어셰크가 그 잔해를 보고는 허허 웃다 얼굴을 거두고 그 잔해를 들어보았다. 포어셰크는 들은 적이 없지만, 그 코어의 주인이 누군지 알았다.

“벨제브 녀석이로군······. 사이가 좋았던 거로 기억하는데······ 유감이다.”

그 유감을 표하는 포어셰크를 보는 루데릭의 표정은 흡사 쓰레기를 보는 듯이 구겨졌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포어셰크에게 말했다.

“옛날이야기다. 지금은 쓰레기보다 못한 놈일 뿐이지. 죽어서 속이 시원한 놈이다.”

“아, 그런가?”

그의 말을 듣고는 포어셰크는 다시 끌끌 웃기 시작했다.

“크크, 과연. 마왕이 자취를 감추고 난 후로는 한바탕 크게 분란이 일어났으니까 말이야. 힘이 고픈 녀석이었으니, 그만큼 힘을 가지려 했겠지. 그렇다고 설마 너를 노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짐승의 심장을 가진 것이 원래 본질 아니겠는가! 그 녀석을 믿었던 내가 바보였지.”

루데릭은 한숨을 내쉬었다. 포어셰크는 잔해를 들어 올려 보다가 유선을 보면서 루데릭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거로 뭔가를 만들어 달라는 말이로군. 이 인간한테 말인가?”

“그래.”

루데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신에 찬 루데릭의 반응과 다르게 포어셰크는 인간이 사용한다면 생기는 부작용이 뭔지 알기에 걱정이 앞섰다.

“이걸 이 인간에게 쓴다······. 그에 대한 부작용은 네가 잘 알 거로 믿는다.”

“잘 알지. 하나, 우리 주인은 충분히 자격이 있는 남자다.”

“아주 도사가 납셨구먼. 무기 장인이 보지 못하는 뭔가가 있단 말인가?”

“장인 따위니까 보지 못한다.”

포어셰크는 끌끌 웃으면서 한 번 더 유선을 살펴보았다. 그의 눈으로는 아직 뭔가를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루데릭이 그런 발언을 한 것부터 포어셰크는 흥미롭다는 듯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래도 그 천하의 루데릭이 인정한 남자라······! 정말 본격적이군. 그러니까 내게 왔겠지만 말이야.”

포어셰크는 루데릭이 건네준 코어 조각을 집어 들고 그대로 이계의 틈으로 들어갔다.

“그래, 좋아. 따라오라고.”

유선은 먼저 안으로 들어가다가 루데릭을 돌아보았다. 그는 들어가지 않으며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여기도 안 돼?”

“내가 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주인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그러니 주인 혼자 다녀와야만 한다.”

“그렇구나.”

유선은 안타깝다는 듯이 그를 보았다.

“괜찮겠어?”

“괜찮을 거다. 걱정할 필요 없어.”

자신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인지, 아니면 유선이 혼자 가도 문제없다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유선은 순간 자신이 어떤 의도로 물었는지 망각하고 말았다. 그래서 후자로 받아들이기로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차원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감각, 그것이 몇 초간 지속하다가 완전히 다른 세계로 도착한 것이 느껴졌다. 유선은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그는 감탄사를 터트렸다.

“우와아······.”

포어셰크를 처음 보았을 때는 정말 공방의 신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붕 뜬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 낸 공방 안으로 들어가자, 그가 어째서 공방의 신인지 알 수가 있었다.

활, 검, 총, 해머······ 수많은 무기가 정육점의 고기처럼 천장에 매달렸고, 그것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이 한곳에 산처럼 쌓였다. 용암이 강처럼 흐르는 곳을 옆에 끼어서 열기가 유선의 피부를 찔러 왔다. 멀리 떨어져서 다행이지, 가까웠다면 꼼짝없이 타들어 갔을 게 분명했다.

유선이라면 눈이 상할까 봐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 용암을 포어셰크는 고온의 용암을 지긋이 들여다보았다. 그것으로 끝내지 않고, 용암에 손을 찍더니, 그대로 입안으로 가져갔다.

“음, 오늘은 맛이 좋군. 최상품을 뽑아내겠어.”

흡사 케첩을 찍어 먹듯이 쩝쩝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유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주변에 루데릭이 없는 것을 보더니 유선에게 물었다.

“예정대로 형씨, 혼자 들어왔어?”

“네, 그 애는 이상하게 이계의 틈에는 발을 들이길 싫어해서요.”

“음······, 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네. 지금으로서는 몸을 사리는 게 그 녀석 처지에선 가장 좋으니까 말이야.”

포어셰크는 뭔가가 이해 간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유선은 그걸 알 턱이 없었다.

“없다. 없다······. 그 녀석이 없다······. 그렇지?”

“네, 없네요.”

포어셰크가 그 사실을 한 번 더 언급하며 음흉하게 웃었다. 유선은 그 미소에서 주춤거렸다. 그러자 포어셰크가 그의 어깨를 친근하게 감싸며 슬쩍 말했다.

“그러면 한 번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루데릭에 관한 이야기를 말이야.”

“오오.”

포어셰크는 기회를 틈타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는 것을 보았다. 유선도 내심 루데릭이 없는 틈을 타서 그 이야기를 기대했다. 그 이야기를 하자마자, 유선의 귓가에 목소리가 팍하고 꽂혀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허튼소리 하지 말라고 전해 주어라.

루데릭이었다. 안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유선의 귀를 이용해서 이미 말을 들은 모양이었다. 유선이 갑자기 이상한 표정을 짓자, 포어셰크가 물었다.

“무슨 일인가?”

“아, 그게······ 허튼소리 하지 말라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합니까?”

포어셰크는 경악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뭐야? 그 책벌레랑 정신까지 공유해? 참 대단하군. 그 녀석이 그런 짓까지 허용해 줄 줄이야. 이거, 이거, 참······”

-이게 뭐가 어렵다고 호들갑 떠는지 모르겠네. 주인, 그냥 흘려들어라,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흐흐흐······.”

-뭐야? 저 돌대가리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막아라, 주인! 당장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포어셰크는 유선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뭔가를 자르는 시늉을 하자, 거짓말처럼 루데릭과 이어진 정신이 끊어졌다.

“좋아, 이거로 듣는 놈도 사라졌다.”

“오······.”

유선은 감탄사를 터트리며 머리를 만졌다. 이렇게 이어진 정신은 어떤 방식으로도 끊지 못하리라 여겼는데, 포어셰크는 그걸 손쉽게 했다.

“그런데 너는 당황하질 않는군. 악마랑 같이 있으니 불안하지 않나?”

“악마라고 하면 이름이 그러니까 좀 무섭긴 하죠. 그래도······.”

“그래도?”

“처음부터 뭐······ 루데릭이 자신이 없는 곳에서 다른 악마와 같은 곳에 발을 들이게 할 정도라면, 믿을 만한 사람이라면 끝까지 믿는다는 의미라고 믿습니다.”

그의 예측은 정확했다. 그리고 유선의 감도 포어셰크는 그렇게 위협적인 인물이 아니라고 알려 주었다. 포어셰크는 끌끌 웃었다.

“그 녀석을 많이 신뢰하는군.”

“여태 제대로 잘 보여 줬으니까요.”

직접 같이 다닌 적은 없었지만, 루데릭이 회사를 일으키는 데 공헌해 준 것이 가장 컸다. 그리고 유선이 유리할 만한 것들도 놓치지 않고 가져다주고, 시험적으로 효과 같은 것을 보고 가져다주기도 했다.

다만 그의 큰 문제는 비밀이 너무나도 많다는 점이었다. 숨김없이 보여 주는 엘레노어나 오르넵토스와 다르게 비밀에 싸였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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