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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교감 Vs. 지배 (3) (47/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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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교감 Vs. 지배 (3)

유선은 그들의 행동을 보고 나서 엘레노어와 오르넵토스를 보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관심사에 집중한 채로 놀았다. 유선은 그들에게 부탁했다.

“엘레노어, 오르넵토스. 미안한데, 좀 떨어져서 놀아 줄래?”

“왜?”

엘레노어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 테이밍하는 과정이 저렇게 이루어진다는 걸 두 눈 뜨고 엘레노어에게 보여 줄 수가 없었다. 그렇게는 차마 말할 수 없었기에, 유선은 그 사실을 숨기며 엘레노어에게 부탁했다.

“미안해. 나 일하는데, 조금만 도와줬으면 좋겠어. 안 될까?”

“흐음······, 그래. 여기는 재미없을 것 같아. 저쪽으로 가자! 저기에 재밌는 게 있을 것 같아.”

“재밌는 거? 그래!”

오르넵토스가 유선의 의도를 눈치채고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엘레노어와 오르넵토스는 유선의 바람대로 저 멀리 떨어졌다. 그리고 하나둘씩 자신의 방식으로 테이밍을 시작했다.

하나둘씩, 크리스털 리저드를 공격했다. 효승이 했던 것처럼 발로 차는 것부터 굴려서 압박을 주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물론 처음에는 전부 망설이는 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시작하면, 그 양심에 대한 가책도 점점 사라져 가고 마침내 그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았다. 폭력의 장으로 넘어가는 데는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커뮤니케이션>으로 몬스터들의 고통 소리가 유선의 귀를 괴롭혔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강의를 위한 일이기 때문에 유선은 그들의 행동을 저지할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감을 통해서 테이밍을 이룬 이유나 강사도 과정 자체를 지켜보기만 할 뿐 그들의 행동을 감히 나무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테이밍해서 헌터의 역할을 한다면, 그것이 비로소 자신이 강사로 있으면서 전해야 할 목적이기 때문이었다. 유나도 약한 크리스털 리저드가 겁에 질린 문자를 보는 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진연 또한 그것을 보았다. 그녀는 이것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유선은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런 기세로 가면 분명히, <지배의 낙인>도 금방 걸려 다루겠지.”

“그런가요?”

진연이 감정 없는 어투로 말했다.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유선은 살짝 그녀를 떠보았다.

“지금이라도 줄을 바꿔 타 보는 건 어때? 네 생각보다 정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잖아.”

그러자 진연은 유선을 빤히 보면서 그에게 물었다.

“선배님은 그런 사람인가요?”

“어떤 사람?”

“돈 벌고 싶어서 환장하는 사람이요.”

직설적이었다. 유선은 잠깐 생각했다.

유선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사람이었다. 다만 돈에 미쳐 환장하고 싶지는 않았다. 환장한다는 의미가 돈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여기면 말이다. 유선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해 주었다.

“돈은 아무래도 없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너는?”

“저도 돈은 벌고 싶어요. 하지만 저렇게 해 가면서 야만스럽게 살고 싶지는 않아요.”

크리스털 리저드를 폭행하는 것을 보며 말했다. 유선은 좋은 생각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

“선배 말대로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 파트너인데, 저렇게 다루는 건 맞지 않다고 봐요. 저항하지도 못하는 녀석을 두들겨 패서 공포감을 심어 주는 건 제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에요.”

“이 크리스털 리저드가 평생 파트너가 된다고? 그런 건 좀 슬픈 이야기 아냐?”

좋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헌터 생활을 제대로 못 해, 테이머로서 가치는 크리스털 리저드를 길들이는 것뿐이라는 소리도 되었다. 하지만 진연은 그런 생각도 겸허히 받아들였다.

“앞날은 아무도 모르잖아요. 제 사역수가 이게 마지막이 될지, 마지막이 아니더라도 평생같이 따라올 애가 될지 말이에요.”

좋은 생각이었다. 하기야 쉽게 가고 싶다고 했으면, 진작 효승의 편에 들었을 것이다.

“잡소리가 좀 길었네. 이제 우리도 테이밍해 보자.”

“네.”

유선은 진연이 데리고 있는 크리스털 리저드를 보았다. 그것은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로 올려다보았다.

-무서워······. 나도 저렇게 당하는 건 아닐까?

크리스털 리저드도 눈이 있어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을 지켜보았다. 사슬이 있어 도망칠 수가 없고, 땅을 파고 들어갈 수도 없었다. 그저 벌벌 떨며, 진연과 유선을 올려다보았을 뿐이다.

‘여기서는 대충 안심시키는 게 먼저일 테니까······. 저걸 지켜보는 편이 좋겠지.’

유선은 대충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시나리오를 그렸다. 하지만 진연에게 그것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그 대신 진연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녀석의 생각이 어떤지 알 것 같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진연은 무표정한 채로 크리스털 리저드를 노려보았다. 잡아먹을 것처럼 보는 것은 그녀가 시야에 그림이 잡힐 듯 말듯, 흐릿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유선은 이미 답을 알았지만, 그녀에게 가르쳐 주지 않았다. 유선은 그녀가 사고할 방향을 애써 잡아 주려 노력했다.

“좀 더 느껴 봐. 단순히 네 스킬에 의존해서 생각을 읽으려고만 하지 말고, 지금 상황, 그 감정에 이입해. 이 약한 동물들이 지금 어떤 상태에 처한지······.”

“······.”

진연은 유선의 말대로 자신의 사고의 폭을 넓혀 보았다. 흐릿한 생각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감각을 넓혀 도마뱀의 상태가 어떤지 보았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겁먹은 것 같아요.”

“거기서 끊지 말고 계속 말해 봐. 네가 얻어 낸 정보들을 말이야.”

“아무래도······ 저를 처음 본 것과······ 음······. 지금 자신의 동족이 처한 문제에 대해서······ 네, 그 두 가지인 것 같아요.”

“그래?”

제대로 집어냈다. 유선은 계속해서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 네가 꺼낸 정보들을 종합해서 여기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진연은 생각했다. 자신이 배운 이론들을 이용해 보려 하고, 종합하고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아주 적절하게 나와야 할 이론은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

“어려워요.”

진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유선은 포기하지 않고 그녀가 갈 방향을 이끌도록 노력했다.

“천천히 접근해 봐. 네가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처음으로 어른을 만난 아이가 된 것처럼 느껴 봐.”

진연은 계속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답이 나왔는지, 자리에 그대로 앉았다.

“기다려요.”

“그래, 기다려 보자.”

유선은 그녀를 따라서 자리에 앉았다. 진연은 크리스털 리저드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유선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선배······.”

“응?”

“절 가르쳐 주실 줄 알았는데······ 저한테 묻기만 하셨네요.”

“하하, 들켰나?”

유선은 머쓱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진연은 눈초리가 조금 날카로워졌다. 유선은 그녀가 오해하는 것 같아서 해명했다.

“지배를 다루는 것처럼 방법을 알려 주기엔 이 방법은 정확한 방법이 없어서 그래.”

“무슨 말이에요?”

“실패를 만회하기 쉬울 때가 이때니까. 적어도 네 생각이 어떤지, 이 동물들을 어떻게 다룰지 궁금해서 그랬어. 내 식으로 밀고 간다면 분명히 네 성격에 걸리는 부분도 있을 거고, 그러다가 내가 가르쳐 준 것과 이성이 혼돈에 빠지면서 오히려 더 꼬일 것 같아서 말이야. 우선 네 생각을 믿어 보는 거야.”

“흐음······.”

진연은 고민하는 소리를 내면서 다시 크리스털 리저드에게 집중했다. 유선의 방식이 진연에게도 도움이 되었기에 별말은 하지 않았다.

“테이밍 성공했습니다.”

“우리도요.”

효승이 이끄는 수강생들은 모두 테이밍에 성공한 모양이었다. 수업을 시작한 지, 40분이 지났을 때였다. 그들이 가진 크리스털 리저드들은 죄다 겁에 질린 채로 벌벌 떨며, 머리에 <계약의 인장>과 함께, <지배의 낙인>이 보였다. 유나는 시간을 보곤 기록했다. 그리고 성공한 수강생들을 보며 말했다.

“축하합니다. 테이밍은 역대 테이머 클래스 수강생 중 최고로 빨랐습니다.”

“역대?”

“네, 역대입니다.”

빨리 해낼 거로 생각은 했지만, 이것이 역대급일 줄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저마다 감탄사를 터트렸다.

“와. 말도 안 돼.”

“<지배> 특성이 말대로 엄청 좋구나.”

“효승 선배님을 따르게 돼서 정말 다행입니다.”

지배의 낙인을 전수해 준 효승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역대 최고로 빨랐다고 하니 효승도 그것에 우쭐해진 채로 겸손을 떨었다.

“너희가 할 줄 알아서 다행이지. 나는 아무것도 안 한걸?”

“고마워요, 선배님······.”

선망과 동경의 눈이 보였다. 유선은 몬스터를 학대해서 얻은 효과에 부러움과 꺼림칙함에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 가면, 바로 훈련하겠네.’

유나가 평가하는 것은 친밀도, 능력치 변화도, 그리고 팀워크이다. 시간상으로 따지면 진연보다 효승이 따르는 수강생들이 빠를 것이다. 유선은 다시 진연에게 고개를 돌려 그녀를 살펴보았다. 조바심이 날 만도 할 텐데, 진연은 전혀 조급하게 굴지 않았다. 남들이 앞서간다는 게 조급할 만도 할 텐데, 그녀는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유선도 침착하게 기다렸다. 진연은 인내심을 가졌던 만큼 빛을 보았다.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오, 생각이 보이는 것 같아?”

“네. 또렷하진 않지만, 그래도 뭔가가 형상이 잡혔어요.”

“어떤 게 보이니?”

진연은 크리스털 리저드에게서 보인 형상을 말해 주었다.

“푸른색 기다란 막대······ 망치를 뒤집어 놓은 것처럼 생겼네요······. 아, 다리인 것 같아요. 그걸로 걷어차는 상상을 해요.”

진연은 알아서 무릎을 꿇었다. 크리스털 리저드가 무서워하는 것을 보지 않도록 숨기는 행동이었다. 리저드의 시야에서 다리를 가리며, 다시 눈을 마주했다.

-나를 차려는 다리가 없어졌어. 그래도 무서워······.

의도는 먹혀들었지만 크리스털 리저드는 여전히 겁을 냈다. 바로 마음을 못 여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진연은 인내심 있게, 그것과 눈을 마주한 채로 앉았다.

‘집요한 끈기.’

자신이 해악이 아닌 사람임을 증명하려고 그 고단함을 기다린다는 게 유선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결국 크리스털 리저드의 마음을 어느 정도 열지도 못한 채로 시간이 흘러갔다.

–––

“정말 힘든 한 주예요······.”

점심시간, 같이 점심을 먹자던 유나가 생기를 잃은 얼굴로 유선에게 말했다. 유나는 몬스터와 교감을 통해서 잉잉이란 사역수를 길들였기에, 효승의 방식이 너무나도 거슬렸다.

“성격이랑 잘 안 맞을 것 같은데 괜찮으신가요?”

“괜찮진 않죠. 죄책감이 끊이지가 않는걸요. 그렇게 아파하고 구르는 걸 으으······.”

소름이 돋는다는 듯이 몸을 감싸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유나가 프로는 프로였다. 그 행동들을 어떻게든 참고 견뎠으니까 말이다.

“잘하셨어요.”

“그래도 정유선 헌터님이랑, 조진연 학······ 아, 아, 아니, 진연 학생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렇죠?”

유선은 못 알아들은 척하며 그녀의 말을 받아쳤다. 조금 머쓱해진 유나는 자연스럽게 넘어가며, 유선에게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오늘 실습 시간에 진연 학생과 같이 있는 모습이 얼마나 힐링이 되었는지 모를 거예요. 진연 학생의 생각을 끌어 주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잘못하면 의미가 없는 방법인걸요.”

“아니에요. 테이밍 자체에는 정석적인 답안이 없어요. 그래서 이 기간에는 원래 방황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제가 조언해 줘도 자기가 옳은 걸 하는지, 따르는 게 맞는지 잘 모르는 게 대부분이거든요. 정유선 헌터님은 그걸 잘 확인해 주시고 이끌어 주시려고 했으니까요.”

유나는 유선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말을 개울가로 끌고 갈 순 있어도 결국 물을 마시는 건 말 몫이기 때문에 유선은 따라와 준 진연이 그저 대견하게 여길 뿐이었다.

“그래도 저보단 진연이가 노력해서 다행이죠.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제가 있는 건 의미 없었을 겁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던 중,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진연이 식판을 가지고 유선에게 다가왔다.

“선배 옆자리······. 어라, 강사님, 안녕하세요?”

유나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뒤에 알아, 유나에게 인사했다. 유나는 밝은 미소를 보이며 진연에게 말했다.

“진연 학생! 밥을 좀 늦게 먹네요.”

“잠깐 책 정리하고 온다고 해서요.”

“제 옆자리에 앉으세요.”

진연은 유선의 옆자리에 앉으려다가 유나의 권유에 어쩔 수 없이 옆자리로 옮겨서 앉았다.

“교감을 다루려니 힘들죠?”

“네, 보통 일이 아니네요.”

“그 기분 이해해요. 하지만 진연 학생이 결코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저는 믿는답니다. 그러니 인내하고 자신의 길을 믿어 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열정적인 유나의 말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을 받아쳤다. 유나는 잠깐 주변을 살피더니, 몰래 진연에게 머리를 들이밀며 귀띔해 주었다.

“편애하면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몰래 진연 학생에게 한 가지 조언하자면, 크리스털 리저드는 약한 동물이니까 거의 애완동물 다루듯이 접근하면 될 거예요. 오후에는 먹이를 지급할 건데, 그거로 한번 방법을 찾아보세요.”

크리스털 리저드와 거리를 좁혀 갈 방법, 유나가 준 정보에 진연은 좀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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