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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헌터 아카데미 (3) (39/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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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헌터 아카데미 (3)

유나와 발맞춰 걷자, 가장 깊이 들어간 매직 클래스 건물이 보였다. 전경도대로 둥근 돔 형태로 뚜껑이 덮인 국제 축구 경기장을 연상케 하였다. 규모도 실제로 경기장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입구로 발을 옮기던 중, 주차장을 지나치는데 유나가 앞에 세워진 차를 보며 중얼거렸다.

“오늘 초청받은 헌터분들이 다 온 것 같네요.”

“어떻게 아시나요?”

“자동차 보면 알 수 있어요. 교사들은 저렇게 화려한 차를 못 타거든요.”

회색과 검은색으로 즐비한 차들이 세워진 라인 반대쪽에는 대조되게 화려한 색으로 무장한 외제 차 네 대가 서 있었다. 한 칸씩 비워진 상태로 4대만 서 있는 게 긁히지 않으려고 서로 배려한 것이 분명했다. 유나는 화려한 외제 차를 보며 중얼거렸다.

“에구······, 저 차들 보면 가끔 헌터 생활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나, 생각한답니다.”

유선은 늘씬한 자동차들을 보면서 유나에게 물었다.

“저런 게 멋있나요?”

“네, 당연히 멋있죠! 아무래도 남들에게 보여 줄 부의 상징이니까요!”

유나는 오히려 그런 걸 물어보는 유선이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혹시 정유선 헌터님은 스포츠카나 외제 차 같은 거 안 좋아하시나요?”

“네, 저는 저런 것보다 SUV 같은 걸 좋아해서요.”

모름지기 차는 튼튼해야 한다. 그래서 차체가 튼튼하고, 크고, 시야 확보가 용이한 SUV를 선택했다. 유선도 돈을 많이 벌 적엔 늘씬하고 작은 승용차를 살까 하고 생각한 때가 있었지만, 루데릭이 자신의 사역수가 되면서 생각을 바꿨다. 사고 보니 자기가 원하던 차와 비슷해서 후회한 적이 없었다.

유나는 그런 유선을 보면서 무심코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되게 아저씨 같으세요.”

“······네?”

“네? 아아아아아, 죄송해요! 아버지, 아버지 같으시다고요! 실용적인 면을 좋아하시는 게 마치 아버지 같다는 말이었어요!”

“······.”

아버지나, 아저씨나 차이가 없었다. 유선은 27살에 들을 만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충격이었다. 유나는 방정 떠는 자신의 입을 툭툭 치면서 자책했다.

“아으으, 정말이지 왜 이런지······ 정말 죄송해요, 정유선 헌터님. 원래 긴장하면 정말 밑도 끝도 없이 실수해서······.”

“아뇨, 괜찮긴 한데······. 그렇게 실수하시는데 수업은 어떻게 하십니까······?”

“수업 정도는 이제 익숙해져서 그렇게 당황스럽진 않거든요. 예전에는 엄청나게 실수했죠. 그런데 말로만 듣던 S급 헌터님이 저와 나란히 걷는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있는 말, 없는 말이 같이 다 나와 버리는······ 아저씨라는 말은 정말 없는 말이에요! 그것만 믿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유선은 믿어 달라기는 하지만 이미 가슴에 비수가 꽂혀 돌이킬 수 없었다. 시시한 잡담을 하면서 매직 클래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매직 클래스는 딜러와 탱커 클래스와 달리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력이 강한 마법이 나와 일대를 쓸어버릴 수가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건물보다 튼튼한 구조를 자랑했다.

펑! 쾅!

내부 방음과 방폭에 철저한 건물인데도 막을 수 없는 스케일의 폭발에 벽이 울렸다. 유나와 유선은 그 소리를 듣고 주춤했다. 혹여나 무너지나 싶었지만, 그런 불안함이 무색하게 고요했다.

엘레노어는 유선과 다르게 들뜬 얼굴로 소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유선 님, 저쪽에서 펑! 하고 소리 울렸어!”

“그러게. 상당히 큰 소리로 울렸네.”

“펑~ 펑~.”

마음에 드는지 싱글벙글 웃으면서 펑 소리를 노랫가락처럼 부르기 시작했다. 유선은 이 소리에 대해 유나에게 물었다.

“벌써 수업을 시작했습니까?”

“아니에요. 지금 수강생들은 등록 준비 중일 거고······. 아마, 초청된 헌터들이 고위력 마법으로 자기 컨디션을 보는 것 같네요. 그런 거 사용하면 안 된다고 아마 조심스레 경고할 거예요.”

A급 헌터들이니 자기 힘을 조금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없지 않을 것이다.

띠리리리!

유나의 스마트폰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유나는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네, 학과장님······. 네, 지금 정유선 헌터님이랑 수업 들어가기 전에 잠깐 이야기 나누면서 강의실로 이동하는 중입니다.”

학과장이란 사람이 뭔가를 이야기하자, 유나가 경악한 얼굴로 변해 유선을 힐끔 보았다.

“네? 그러니까 회사에서 중요한 일이 있어서······. 네······.”

유나는 쩔쩔매는 목소리로 수화기 너머로 물었다.

“아, 네······. 네······, 저야 뭐 상관은 없지만······ 이렇게 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어서······.”

유나의 얼굴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결정권자는 자신이 아니어서 어쩔 수 없이 그 말에 복종해야만 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함께 수업하겠습니다.”

유나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유선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 정유선 헌터님······.”

“네. 말씀하세요.”

“아무래도 우리 테이머 쪽에 초청된 헌터님이 한 분 더······ 있는 것 같아요.”

“그렇습니까?”

“일단 강의실에서 기다린다는데······ 괜찮으세요?”

괜찮으냐고? 유선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상관없습니다. 같은 과 사람인데 뭐가 문제겠습니까?”

“아, 그러신가요? 정유선 헌터님이 그러시다면 상관없지만······.”

다른 문제가 있는 듯했다. 아마 강의실에 기다리는 다른 테이머 헌터인 것 같았다. 유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강의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말대로 강의실 안에는 정장을 입은 남자가 기다렸다. 캐주얼한 복장으로 온 유선과는 대비되는 기품이었다.

“안녕하세요, 헌터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테이머 강사, 이유나라고 합니다.”

유나는 예의 바르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사내는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따라 인사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유나 씨. 갑작스럽게 바꿔서 많이 당황하셨을 것 같은데요?”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이렇게 헌터 두 분을 모신다는데······!”

행복하다는 건지, 부담스럽다는 건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유나는 빠르게 말을 돌려 그에게 말했다.

“아, 헌터님. 여기 계신 분은 원래 오시기로 한 정유선 헌터님이세요.”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사내는 미소 지으며 유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유니콘 헌터 컴퍼니의 이효승이라고 합니다.”

유니콘! 대한민국은 좁다지만, 유선은 설마 유니콘 소속인 테이머까지 만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유니콘에서 사람을 바꿨다······.’

유선은 이게 단순히 공격대에서 사람이 부족해 바꾼 것이 아님을 알았다. 일부러 유선과 대면하도록 조작해 놓은 것이다. 단순히 자의식 과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진종오 과장이 엘레노어를 매수하려던 사건을 생각하면 결코 없는 일은 아니다.

유니콘 헌터 컴퍼니, 거기에다가 A급 테이머. 유선은 그가 누군지 대충 짐작했다.

‘이 남자에게 엘레노어를 넘기려 했겠군.’

유선은 놀란 기색을 감추고 담담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큐앤 헌터 컴퍼니의 정유선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큐앤이라······ 유명 대기업이긴 한데, 헌터 업계엔 안 뛰어든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효승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어 왔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하지 않습니까? 마음이 바뀌었나 봅니다.”

“그렇군요. 호언장담했던 기업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게 좀 마음에 안 드는데······. 그렇지 않습니까?”

공감을 요구하는 꼴이 몰라서 물었던 게 아니었다. 효승은 이미 유선에 대한 사실을 인지하고 왔다. 비꼬려던 의도가 분명했지만, 유선은 그것에 질 생각이 없었다.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세상엔 돈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큐앤이든, 어디든 말입니다.”

“그렇군요.”

효승은 더 말하지 않고 미소 지었다. 미묘하게 서로를 향한 적대감이 지켜보던 유나를 불안케 했다.

“죄송하지만, 두 분이 함께 수업에 참석하실 수 있나요? 아무래도 특성에 따른 테이밍 방식도 다르고, 서로 의견 충돌이 번번이 일어날 텐데······.”

헌터들은 자존심이 세고, 자신의 위치에 대해서 민감하다 보니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것에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이 효승은 미소 지으면서 유나에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유선 씨?”

효승은 고개를 돌려 유선에게 물었다. 친한 척 말을 걸어오는 게 기분 나빴지만, 유선은 그렇다고 자신의 속내를 터놓지 않았다. 일단 그도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네, 저도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이대로 수업에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양측이 괜찮다고 입장을 말하니, 유나는 일단 그대로 수업에 들어갈 준비를 시작했다.

등록을 마친 수강생들이 강의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40명까지 수용하는 강의실에는 5명이 끝이었기에 서로 충분히 일정한 간격으로 벌리고 앉았다.

테이머 과의 수업 시작 시각은 10시. 그 시간에 맞춰 유나는 교단 위에 서서 첫 멘트를 열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테이머의 길을 걷는 여러분을 이끌어 줄 테이머 강사, 이유나라고 합니다. 앞으로 한 달간, 여러분이 테이머로서 할 일들을 강의할 겁니다.”

차분하게 시작된 자기소개. 그렇게 실수가 많은 유나의 모습이 잊힐 정도로 또렷한 목소리였다.

‘노련한 강사구나.’

여태까지 왜 안 잘리고 여기서 강의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옆에 서 있으신 선배 헌터님들은 한 달간 여러분과 수업을 함께할 것이며, 여러분의 고충을 상담해 주고, 여러분이 헌터로 살면서 필요한 지식을 기꺼이 나눠 드릴 준비가 된 분들입니다.”

이목이 구석에서 기다리던 유선과 효승으로 집중되었다.

“앞으로 수업을 같이 진행할 선배님들이 여러분께 조언하고 싶다고 하시니, 한 분씩 모셔 보겠습니다.”

그러고는 유나는 교단 위에서 물러났다.

‘처음에 쏼라쏼라한다는 게 이거로군.’

사전으로 설명해 놨기에 유선은 대충 멘트를 준비해 놓았다. 그거로 가볍게 넘어가려 했다. 순서를 정해 놓은 것처럼 교단에서 가까운 효승이 먼저 교단 위에 섰다.

“반갑습니다, 유니콘 헌터 컴퍼니의 이효승 헌터입니다.”

헌터계의 대기업 유니콘 헌터 컴퍼니에서 왔다는 말에 수강생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헌터들이라면 누구나 들어가고 싶은 회사니 말이다.

“만약 테이머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제가 누군지 대충 알 겁니다. 120마리 몬스터를 테이밍하는 데 성공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제가 거느린 사역수의 최고 등급은 S죠. 그런 사람이 이 자리에 선배로서 앞으로 한 달간 함께할 겁니다.”

자신을 좀 우러러봐 달라는 의도에 유선은 피식하고 웃어 버렸다.

“우선 테이머로서 몇 가지 이야기해 드리자면, 몬스터들도 생명체입니다. 그렇기에 자유 의지를 가집니다. 그건 등급별로 천차만별로 달라지는데, A급을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인간과 다를 게 없을 정도입니다. 자유 의지가 강한 경우에는 단순한 테이밍 스킬로만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애를 먹죠.”

테이머는 늘 위험한 직업이다. 자신의 야생성을 드러내고 그대로 테이머에게 공격해 오는 사례가 있기에, 어찌 보면 탱커보다 더 위험한 직업이기도 하다. 효승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그런 불안감을 해결하려면 파트너와 역시 신뢰도를 올리는 게 최상의 방법입니다만······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여기서 구질구질하게 신뢰도를 올리는 방법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헌터가 되셨다면 무엇보다 돈을 잘 벌고 싶은 게 목표니까요.”

수강생들은 그 말에 적잖게 공감했다. 아마 그들 전부가 자신이 테이머가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을 것이고, 그전까지는 공격대에 필요한 클래스로 살 거로 믿었을 테니 말이다.

“저는 테이머로서 <지배> 특성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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