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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녀의 등급은? (2) (16/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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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녀의 등급은? (2)

Ex 등급을 받았다는 말에 순식간에 장내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EX 등급이라고?”

“세상에. 그런 등급이 말로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실존했어?”

“뭔가 실수한 거 아냐?”

테이머들은 전체적으로 못 믿겠다는 분위기가 컸다. S 등급 판정을 받는 몬스터들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EX 등급이 그들의 눈앞에 있다니. 그것도 소녀의 모습으로 말이다.

테이머들의 분위기가 그런가 하면, 회사에서 보내 놓은 요원들은 생각이 달랐다.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지금 필요한 것은 누구보다 빠르게 저 테이머를 섭외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지금 안 가면 늦는다!’

‘이 구렁이 같은 놈들에게 선수를 뺏길 수는 없지!’

그들은 마치 타깃을 찾아 암살하는 히트맨처럼, 품속에 손을 집어넣으며 유선에게 다가왔다. 총을 뽑듯 비장한 손놀림으로 명함 한 장을 꺼내 유선에게 건넸다.

“저는 아이다 헌터 컴퍼니에서 온 유석민 실장입니다. 죄송하지만 혹시 소속되신 회사나 클랜이 없으신 것 같은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디 카페에서······.”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우리 컴퍼니에 오셔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실 생각 없으십니까?”

“이봐요, 제가 먼저 와서 이야기하는 중입니다!”

“우리 회사는 어떠십니까?”

“저런 인간들을 잡동사니 취급하는 중소기업으로 가시면 안 됩니다. 우리는 언제나 헌터님들께 믿음과 신뢰 그리고······.”

“뭐, 잡동사니? 당신, 지금 말 다 했어!”

“아이씨, 사람 짜증나게 하네! 야, 너 몇 살이야?”

섭외하려 드는 것이 순식간에 개싸움으로 번졌다. 유선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갑자기 자기들끼리 싸워 당사자는 어이없을 따름이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누군가가 사태를 수습하려고 다가와 소리쳤다.

“이보세요, 여기는 영업장이 아닙니다! 얼른 나가세요!”

중년 사내를 끼고 있던 경비원들이 성큼 걸음으로 다가와 영업을 시도하려던 사내들을 모두 밀어내기 시작했다.

자기들끼리 싸우던 요원들은 아차 싶어서 다시 유선을 향해 영업을 시도하려 했지만, 경비들을 뚫을 재량은 없었다. 요원들을 진압해 버리면서 유선은 겨우 쾌적한 환경에서 숨을 놨다.

“죄송합니다, 헌터님. 요즘 신경 쓰지 않았더니 저런 몰상식한 사람들이 꼬였을 줄은······.”

머리가 벗겨진 중년이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사과했다.

“아닙니다. 이렇게 구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지요.”

“다행입니다. 등록은 순조롭게 하셨습니까?”

“아, 그런 것 같습니다.”

유선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중년은 잘됐다는 듯이 유선에게 권했다.

“등록을 마치셔도 지금 나가신다면 또 그 인간들이 헌터님을 잡으실 겁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 방에서 차라도 한잔하시겠습니까?”

“네?”

“아, 저는 테이머 관리 협회장, 한석대라고 합니다. 수상한 사람이 아니니 안심하십시오.”

중년은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것 같아 얼른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뭔가 할 얘기가 있으시다면 이쪽에서 끝내는 편이······?”

“그, 테이머 관리 협회장으로서······ 할 이야기도 꽤 있는지라, 아무래도 좋은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한석대 협회장이 쩔쩔매면서 얘기했다. 뭔가 찜찜했지만, 유선은 그 성의를 거절하진 않았다.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쪽으로······.”

한석대 협회장이 앞장서서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협회장실인 만큼 정리가 잘 되었고, 차분한 느낌이 살아 있었다.

“누추하지만 여기 앉으시죠.”

유선은 검은색 소파 위에 앉았다. 엘레노어도 그를 따라 옆에 앉으면서 푹신하게 가라앉는 소파의 감각을 즐겼다.

“커피 한 잔 드시겠습니까?”

“주시면 감사하게 마시겠습니다.”

“우리 꼬마 아가씨는······.”

물어봤지만, 엘레노어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남과 이야기를 전혀 시도 안 하는 건 아직 여전했다. 엘레노어를 대신해서 유선이 물었다.

“혹시 달달한 거 있습니까?”

“달달한 거······. 아이스티 한 잔이랑 커피 한 잔 가져오겠습니다.”

물 한 잔이라도 아무 말 안 하겠지만, 이왕이면 뭔가 마셔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커피를 타러 간 한석대 협회장이 두 잔을 가지고 돌아와 유선과 엘레노어 앞에 내려놨다.

“귀한 손님인데, 이거 참, 커피 믹스뿐이어서 커피 믹스로 타 왔습니다. 맛은 어떠신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겁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아메리카노라느니, 카페라테라느니 이름만 복잡하고 떫은맛이 나는 고가의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다.

한석대 협회장은 신기하다는 듯이 엘레노어를 보며 말을 걸었다.

“정유선 헌터님은 참 행운아시겠습니다. S 등급도 아니고, SS 등급도 아니고, 무려 EX 등급 판정을 받은 몬스터를 사역수로 뒀으니 말입니다.”

“하하, 그렇죠······.”

“마지막이자 최초로 EX 등급을 받은 몬스터는 여태까지 마왕뿐이었는데 말입니다.”

EX 등급 판정을 받은 몬스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으며, 대부분은 인간의 몽상으로 만들어 낸 환상 종이었다.

그것 중 유일하게 증명되고 모두가 지켜본 EX급 몬스터는 단 하나였는데, 그것은 코드 네임: 마왕이었다.

유치해 보이지만, 그만큼 어울리는 별명은 더 없었다. 마왕은 이계의 틈에서 나온 최초의 몬스터이면서, 인류에게 닥쳐온 최악의 재앙이었다.

끝내 봉인에 성공했고, 대헌터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후로도 날고 기는 몬스터들이 많지만, 대부분은 S에서 그쳤으며, 정말 위험하다 싶어도 SSS까지 올라갈 뿐 그 이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역사의 한 획을 그을 등급의 몬스터가 유선의 손아귀에 쥐어졌다.

인류 최악의 상황으로, 혹은 인류의 새로운 구원자가 될 양면의 동전이 말이다.

“마왕을 봉인해서 참 다행입니다. 만약 그 녀석이 그대로 날뛰었다면, 우리는 꼼짝없이 당했으니 말입니다.”

“그렇죠, 참 다행이죠.”

유선은 커피를 홀짝였다.

“그런데 무슨 얘기가 남아서 저를 자꾸 이렇게 붙잡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새로운 주제로 넘어가려는 분위기에서 유선이 먼저 선수 쳐 그에게 물었다.

“네?”

“아무래도 단순히 차 한잔하면서, EX 등급에 대한 몬스터를 말하려고 온 것 같진 않아서요. 그것 말고 다른 의도가 있지 않습니까?”

“······.”

한석대 협회장은 대답하지 못했다. 정곡을 찔렸으니까. 한석대 협회장은 초조한 마음에 커피로 목을 축이면서, 그럴듯한 변명을 떠올리려 애썼다.

그를 잡아 둘 말이 어디 없나? 그렇게 생각하다가 누군가가 문을 노크하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어 주었다.

“어이쿠, 선생님! 오셨습니까!”

그가 반긴 사람은 한석대 협회장과 나이가 비슷한 중년이었다. 느껴지는 포스가 한석대 본부장 윗사람이었다.

“그래, 저 사람이 그 소문의······?”

“아, 그렇습니다. 선생님. 한번 다 읽어 보셨지요?”

“당연하지, 우리 한 회장이 준 자료인데, 어찌 그냥 넘기겠어?”

“하하, 늘 감사할 뿐입니다. 여기, 두 분께서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눠 보십시오.”

한석대 본부장은 방해만 될 것 같아서 그런지 밖으로 나가 버렸다. 아무 통보도 받지 않은 유선에게는 어이없는 시추에이션이었다. 하지만 그게 결코 분위기가 좋게 이어 가진 않을 거라고는 장담했다.

고급 양복을 입은 사람이 느닷없이 나타나는 장면에서 썩 좋은 일들이 벌어진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정유선······ 헌터님, 되시지요?”

“네, 제가 정유선입니다.”

“하하,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무런 통보 없이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여기 명함 받으시지요.”

명함 하나로 모든 게 설명된다는 듯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유선은 명함을 받아 꼼꼼히 살펴보았다.

이름은 진종오, 직급은 과장. 그리고 회사는 유니콘 컴퍼니의 마크가 찍혔다.

“유니콘 컴퍼니에서 오셨군요.”

“우리 회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리라 믿습니다. 헌터로서 꿈꿨다면 우리 회사 이야기는 한 번 정도는 들었을 테니 말이죠.”

국내 최고의 헌터 컴퍼니이면서, 모든 지망생의 1순위에 들어가는 대기업 회사이다. 특성 레벨이 낮아도 유니콘에 들어가면, 철저한 단련을 통해 특성 레벨을 최소한 3이라도 모두 올려 준다고 믿을 정도로 모든 헌터의 꿈과 희망의 장소였다.

‘그리고 윤정도 그 새끼가 있는 회사기도 하고.’

다른 회사를 압도하는 대우와 연봉. 거기다가 항상 최고로 가는 걸 고집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선택한 장소였다.

‘이다음 상황이라면 뭐······.’

유선은 곧바로 다음 일어날 일을 생각했다. 심심치 않은 제의일 것이다.

유선은 마음 같아선 바로 거절하고 빠져나오고 싶었지만, 한국 최고의 헌터 컴퍼니에서 주는 제의가 얼마나 대단한지 한 번 정도는 들어 보고 싶었다.

“얼마까지 원하십니까?”

생각보다 별것 없는 돌직구였다. 유선은 일관된 태도를 보이면서 그 제의를 당연히 거절하려 했다.

“죄송하지만 우리는 아직 생각해 놓은 회사도 없고, 들어갈 생각도 없는······.”

하지만 그 생각은 빗나가고 말았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말을 제대로 안 했군요. 정유선 헌터님을 우리 회사의 헌터로 들여보내고 싶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네?”

보통 같은 섭외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그렇다면 가격 흥정이 무엇인가?

“제가 말하는 의도는 사역수를 사들이는 데 얼마나 돈을 드리면 되냐는 의미입니다.”

“사역수를······ 말입니까?”

제의인가 싶었는데, 그가 한 것은 엘레노어를 사들이고 싶다는 말이었다. 유선은 너무나도 뻔뻔한 제의에 어이없어서 픽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엘레노어.”

“응?”

책을 가만히 읽던 엘레노어가 고개를 돌려 유선을 보았다. 유선은 미소 지으며 엘레노어에게 말했다.

“미안한데, 잠깐 나가서 책 읽을 수 있을까? 이 사람이랑 중요한 얘기가 있어서 말이야.”

“부으······.”

-싫어.

엘레노어가 인상을 썼다. 이상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잡아먹었으니, 가져온 책을 읽어도 따분한 모양이었다. 유선은 엘레노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안해. 조금만 시간을 주렴.”

“······응.”

엘레노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다시 닫혔고, 진종오 과장과 정유선, 둘만이 남았다.

유선은 엘레노어에게 지은 미소를 싹 거두며, 진종오 과장에게 다시 물었다.

“지금 엘레노어를······ 팔라고 말씀하셨습니까?”

“판다고 하면 좀 어감이 이상하지요. 이건 단순히 분양 책임비 같은 거로 생각하시면 다를 겁니다.”

어차피 본질은 똑같았다. 엘레노어를 넘기고, 유선은 돈을 받는다는 것에선 다를 게 없다.

“지금 이게 얼마나 크게 일이 벌어질지 아시죠?”

사역수를 팔아넘긴다는 건 함께 동고동락한 가족을 생판 모르는 남의 손에 쥐여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판 사람이나 사들인 사람이나 둘 다 욕을 먹고 처벌받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 분명했다. 만약 까발려진다면 그 누구도 이득을 보지 못하는 그림이었다.

“압니다.”

진종오 과장은 그걸 생각 못 했을 리 없다. 만약 매스컴의 두려움에 사로잡혔다면 애초에 당당하게 명함을 내밀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십시오.”

“뭘 말입니까?”

“이건 헌터님의 신변 안전 차원으로 내린 결론입니다. 우리가 사족을 쓰는 것일 수도 있지만······ 들어 보시면 나쁠 게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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