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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녀의 등급은? (1) (1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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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녀의 등급은? (1)

KOHA 건물 안에서 한 층을 차지했다. 다만 KOHA처럼 팔도에 지부를 둔 것이 아니라 수도권에 있는 게 끝이었다.

테이머들의 숫자가 현저히 적기 때문에, 인력이나 예산을 낭비하기 싫다는 듯이 테이머에 관해선 차별이 심했다.

테이머 관리 협회는 KOHA 지부의 지하에 위치했다. 유선은 엘레노어를 데리고 밑으로 내려갔다.

-커흐응!

내려가자마자 사자처럼 커다란 동물의 울부짖음이 그를 반겼다. 유선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려 보자, 그 울음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호랑이처럼 생겼지만, 호랑이보다 몸집이 두 배는 더 큰 몬스터, 워 타이거였다.

B급 몬스터에다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은 모조리 물어뜯어 죽이는 흉포한 녀석으로 던전에서 만나면 골치 아픈 녀석으로 취급받는 녀석이다.

그런 워 타이거와 눈이 마주쳤다. 유선은 명성대로 위협적인 눈매에 당황했다.

-크르릉······!

유선을 보고 그르렁거리자, 한순간 잡아먹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이 녀석, 조용히 해!”

철썩!

-끼잉낑······.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뺨을 한 대 때리자, 곧바로 꼬리를 말며 얌전해졌다. 동물원의 사자, 아니 집고양이 수준으로 주인의 말을 잘 들었다.

“죄송합니다. 우리 애가 워낙 흉포한 성격이라서, 그걸 죽이려고 해도 잘 안 되네요······.”

“아닙니다. 그렇게 제압하는 것도 신기한걸요.”

“가자, 이놈아.”

-크릉.

애라기엔 너무 커다란 워 타이거가 주인의 손에 끌려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저게 완전한 조련이겠군.’

야생의 본성을 죽이고 주인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조련> 특성. 특성 레벨이 높을수록, 몬스터의 본성이 줄어들고, 주인의 명령 수행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워 타이거를 고양이처럼 순하게 하는 정도라면 <조련> 레벨이 최소 3! 테이머라는 직업을 가진 유선의 입장에선 존경스러운 사람이었다.

한국에 있는 테이머 숫자와 비교해, 방문한 사람들의 숫자가 상당했다. 오늘이 무슨 날인가 싶은 생각이 들겠지만, 좀 더 다르게 생각해 보면 그 말은 테이머가 아닌 사람들도 여기에 있다는 의미였다.

유선은 빠르게 손님 중에 테이머가 아닌 사람들을 골라내 보았다. 한가롭게 책을 읽는다거나, 주변을 살피는 사람들은 테이머들이 아니라는 게 유력했다.

‘섭외하려고 항상 대기 중인 요원이겠지.’

적당히 소속이 없고 능력 있는 사람이 보이면 나가는 동시에 섭외하려는 사람들일 것이다. 유선은 당연히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대충 등록만 끝내고 돌아오자고 생각했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사역수 신청하러 왔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ID카드를 제시해 주시겠어요?”

유선은 자신의 ID카드를 건네주었다. 유선의 ID카드를 기계 위에 올린 직원이 유선의 데이터를 보면서 말했다.

“정유선 님. 아직, 정식적으로 헌터 신청이 안 되었네요.”

“······네?”

심장이 철렁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줄만 알았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아니었다.

“능력치를 아직 한 번도 검사받으신 적이 없다는 의미예요. 등급을 정해야 하는데, 정유선 헌터님은 최근 한 달 동안 데이터 등록이 없으십니다.”

“아, 그런 말이었구나.”

크게 잘못된 일은 아니었다. 유선이 헌터로 각성했을 때, 당연히 해 놨을 거로 생각해 놓은 일이 하나도 안 되어 있었다.

‘체계적이고 빈틈없이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안 되네.’

유선은 일을 안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일 때문에 바빠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면 제 능력치는 따로 가서 등록해야 합니까?”

“그렇게 번거롭게 하실 필요 없이, 사역수 등록 전에 정유선 헌터님의 데이터부터 측정하고 저장하면 되니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직원은 손바닥 모양이 그려진 단말기를 꺼내 앞으로 꺼냈다.

“우선, 테이머인 정유선 헌터님부터 검사하겠습니다. 붉은색으로 빛나면 아직 데이터 분석 중이니 손을 떼시면 안 됩니다.”

유선은 단말기 위에 손을 올렸고, 단말기의 테두리가 붉은색으로 빛났다.

우우우웅.

동작 음이 울리기 시작하며, 유선은 잠깐 정적을 느꼈다.

‘뒤통수가 따갑군.’

슬쩍 눈을 돌려 곁눈질로 뒤를 확인해 보았다. 뒤에서 한가롭게 책을 읽던 남자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유선을 지켜보았다. 능력치가 얼마인지, 회사 기준에 맞는 사람인지 확인하려는 것이리라.

띠링!

10초 정도가 지나자, 단말기가 초록색으로 변해 데이터 분석이 끝나 화면에 떴다.

이름: .

종족: 인간.

생명력 872/872 마나 100/100.

근력 12 마력 7 민첩 10.

보유 특성: 4.

<교감 Lv. 4> <조련 Lv. 1>, <공감 Lv. 2>, <감지 Lv. 2>.

보유 스킬: 3.

<사역수 계약> <마인드 워드> <디텍팅>.

스킬은 특성을 얻으면 바로 생기는 것들뿐이었다. <디텍팅>을 제외하면 어느 것도 환영받지 못하는 스킬이었다.

능력치를 바탕으로 유선의 등급이 나왔는지, 직원의 표정이 살짝 안쓰럽다는 듯이 변했다. 공무원으로 있으면서 많이 봐 왔을 법한 사람도 거의 본 적이 없는 능력치였다.

“능력치가······. 아직 F 등급에도 못 미치시네요.”

“하하······.”

유선도 그 사실은 인정했다. 유선은 일반인들은 가뿐하게 제칠 스펙이지만, 전투직들을 금방 받은 사람들이랑 비교해도 한참 기준 미달이었다. 홀로 들어간다면 F-등급 몬스터도 힘겹게 잡을 것이다.

“등급 알려 드릴까요?”

반드시 알려 줘야 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지금처럼 처참한 경우에는 못 박아 넣는 기분인지라 함부로 말할 수가 없었다. 유선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굳이 나서서 마음에 못을 박을 필요는 없었다. 직원은 단말기에 이름과 직업을 기재해 놓고 유선의 등록을 마쳤다.

“정유선 헌터님의 정보는 우리가 등록했고요, 이제 사역수를 등록하셔야 하는데, 혹시 사역수가 어디에······?”

직원은 유선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잡히는 몬스터는 없었다. 유선은 엘레노어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여기 있습니다.”

“네?”

“그러니까 이 애가······ 제 사역수입니다.”

“아······ 아, 그렇군요.”

직원은 뭔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일하는 직원의 반응이 이 정도인데 지켜보던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풋풋한 새내기 테이머가 무슨 몬스터를 사역했는지 궁금해하며 지켜보던 사람들도 적잖게 혐오감을 드러냈다.

“완전히 어린애 같은데, 저런 애를 사역하고 다닌다고?”

“변태 아냐?”

“혹시 저게 그 페도필리아인가 뭔가 하는······.”

“이번에는 제대로 된 인재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변태뿐일 줄은······.”

유선이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수군거리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제 볼일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시발······.’

정상적인 취향을 가진 유선은 너무나도 억울한 상황이었다. 당황했던 직원도 평정을 찾으며 제 일을 시작했다.

“중······ 소형 몬스터시군요. 그렇다면 딱히 측정 장소를 바꿀 필요 없이 이곳에서 진행하시면 될 것 같네요.”

유선이 등록할 때, 쓰던 단말기를 다시 꺼내 앞에 놓았다.

“정유선 헌터님이 했던 것처럼 사역수의 손을 올려주시면 됩니다.”

유선은 단말기를 조금 더 당겨 그녀의 키에 맞는 자리에 놓고 엘레노어에게 말했다.

“엘레노어, 여기에 손 얹어 봐.”

“손.”

손바닥 그림 안에 채워지지 않는 작은 손이 닿자, 붉은색으로 떴다. 유선이 했던 것처럼 초록색으로 바뀔 때까지 손을 그대로 놨다.

띠링!

정상적으로 완료되었다는 음이 울렸다. 직원의 컴퓨터에 뜬 엘레노어의 데이터를 읽은 직원의 표정이 이상했다. 그녀는 뭔가 자신이 잘못 봤냐는 듯이 안경을 고쳐 쓰고, 화면에 머리를 가져다 대 또다시 확인했다.

“어, 어라? 뭐지?”

그걸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기엔 너무 터무니없는 수치였다. 그래서 직원은 또다시 유선에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다시 한 번 측정하겠습니다. 손을 한 번 더······.”

유선은 무슨 기분인지 알 것 같았다. 직접 눈으로 확인했는데도 믿을 수 없는 수치였을 것이다. 그래서 일단은 그녀의 말대로 재측정해 주었다.

띠링!

아까 전과 다를 것 없이, 똑같이 정상적으로 처리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수치를 본 직원은 깜짝 놀라며 중얼거렸다.

“세상에, 그럴 리가······. 이건 말도 안 되는데······.”

그리고 직원은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선 님아.”

-앉고 싶어.

“여기에 앉으렴.”

엘레노어를 의자에 앉혀 놓자, 직원이 다시 돌아왔다. 그의 선임으로 보이는 사람이 앞장서서 오더니 후임 자리에 앉았다.

“선배, 정말 뭔가 이상해요. 세상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수치가 나왔다니까요?”

“네가 제대로 측정치를 못 잡으니깐 그러겠지. 일 처리를 제대로 안 하니까 그런 거 아냐? 언제까지 뒤를 봐줘야 할지, 어휴······.”

“아, 정말이라니까요, 선배······!”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선임 직원이 프로그램 상태를 다시 체크하고 고개를 들어 유선을 보고 말했다.

“죄송하지만, 다시 한 번 더 측정해야 해서 사역수의 손바닥을 올려 주시겠어요?”

한 번 더 엘레노어의 손바닥을 올렸다. 똑같이 정상적으로 처리되었다. 후임 직원이 일을 잘못했으리라 생각했던 선임 직원도 그 수치를 보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특성들이 죄다 레벨 4 이상에······. 30개나 된다고?”

“거기다가 모든 수치가 네 자리예요. 제 말이 맞죠?”

직원들은 엘레노어의 수치를 보고 멋대로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그 탓에 관심이 꺼지던 자리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뭐야, 저기 뭔가 있나 본데?”

“뭐 더 기분 나쁜 게 있나?”

유선은 모든 사람의 이목을 다시 한 번 더 이끌고 말았다.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얼른 일을 끝내 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저기, 죄송합니다만, 제가 바빠서 그런데······.”

“아, 네! 죄송합니다. 빨리 일 처리를 해 드리겠습니다.”

선임 직원이 정신 차리고 엘레노어의 능력치와 특성을 분석하고 등급을 매기기 시작했다. 컴퓨터로 산출해 내기 때문에 금방 걸렸을 것이다.

“······죄송합니다, 헌터님.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선임 직원은 양해를 구하면서 종이와 펜을 꺼내 들어 숫자를 써 내려갔다.

유선 자신을 등급 매길 때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엘레노어의 등급을 매기는 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어마 무시한 능력치들을 매기니 꼼꼼하게 정리하는 것 같았다.

‘S 등급쯤 되려나?’

유선은 오래 걸리는 게 짜증이 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도 했다. 100점 맞은 시험지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다시 한 번 더 검사하는 것만 같았기에.

그렇게 10분을 걸쳐서 계산한 결과, 최종적인 등급이 나왔다. 선임 직원은 자신이 직접 확인했는데도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등급을 발표했다.

“등급 산출 결과······는 이렇습니다.”

선임 직원이 모니터를 가리켰고, 검게 물든 모니터가 환해지면서 글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니터에는 전체를 채울 만큼 커다랗게 적혀 있었다.

유선은 그 등급을 보고 이해했다. 어째서 10분이나 걸려 가면서 제 손으로 다시 검산했는지 말이다.

EX 등급.

S 등급도, SS 등급도 아니었다. 엘레노어는 SSS+ 이상이었다. 무슨 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온몸이 싸늘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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