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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문제의 대부분은 처음 찍은 게 맞는 법 (1) (1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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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문제의 대부분은 처음 찍은 게 맞는 법 (1)

세림과 주현은 귀에 꽂은 무전기를 톡톡 치며 확인했다.

“여보세요? 대장! 응답하세요.”

“대장님! 대장님! 덕영아, 혹시 들리니?”

홍승오 대장과 함께 있는 대원들의 이름을 부르며 응답을 기다리지만, 돌아오는 건 그저 잡음뿐이었다.

뚝-.

한참을 치지직거리던 잡음마저 멈췄다. 통신이 완전히 절단되었다는 뜻이었다. 세림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지?”

“지금 우리 쪽에서 큰일이 일어난 거예요, 아니면 저쪽에서 난 거예요?”

“아무래도 중계기를 누가 건드렸겠지. 사소한 일일 테니까, 코어 추출만 하고 돌아가자.”

세림은 별일 아닐 거로 생각했다. 지도는 살아 있어, 무전이 안 된다면 집결지로 이동하면 됐기 때문이다.

코어만 추출하고 돌아가려는 사이, 유선은 그의 뭔가를 느꼈다.

“뭔가가 이쪽으로 옵니다.”

그의 <감지> 특성이 발해 육감이 경고했다.

“뭐예요? 다이얼 울프?”

“그런 거 같습니다.”

그간 느꼈던 것들과 다른 게 없는 몸집 크기였다. 세림은 혀를 찼다.

“막 한 마리 잡고 난 참인데, 또 온다는 건 좀 오버인데······.”

“어떻게 하죠? 도망이라도 칠까요? 녀석들이 날렵하게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면 아직 우리를 모르는 것 같은데······.”

세림은 화살을 미리 꺼내 놓으며 유선에게 물었다.

“유선 씨, 혹시 감지 특성 레벨이 몇이죠?”

“2입니다.”

“2면 안 돼요. 다이얼 울프가 경계한다면, 지금 우리를 눈치챘을 거예요.”

세림은 교전이 필수라 여겼다. 주현은 세림을 따라 단검 두 자루를 손에 쥐었다.

“위치는 어떻게 되나요?”

“북쪽에 하나랑······. 남쪽에 하나 있습니다.”

유선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북쪽······이랑 남쪽이요? 한 체가 아니라 두 체가 온다고요?”

세림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현은 곤란하다 못해 감정이 격앙돼 유선에게 소리쳤다.

“그걸 이제 말하면 어떻게 해요! 한 체랑 싸우는 것도 버거운데, 어떻게 우리가 두 체를······.”

“주현아, 어차피 똑같았어. 지금이라도 알았으니깐 다행이야.”

세림도 적지 않게 동요했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나왔다. 누굴 탓하기보다 이 상황을 타파할 만한 걸 생각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부작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맞춰 심장이 요동친다. 수풀이 움직이는 게 보인다. 근육은 긴장하다 못해 덜덜 떨려 온다.

-크르릉······.

다이얼 울프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수풀 속에서 붉은 안광을 내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세림과 주현은 얼어붙고 말았다.

“뭐야, 저거?”

“저, 저거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각성한 다이얼 울프 아닙니까?

그들이 조우한 것은 각성을 마친 다이얼 울프다. 다이얼 울프와 다를 것 없는 외모였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온몸에서 전격을 내뿜었다. 전격을 쏘아 공격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접근하거나, 아니면 검 같은 철강류로 데미지를 입히려 한다면 반사 데미지가 일어나고 운이 좋지 않으면 일시적인 마비 증세를 일으킨다.

일반 다이얼 울프의 랭크는 D-. 각성한 다이얼 울프는 바로 C까지 뛰는 녀석이었다. 사전 준비가 철저하지 않으면 잡기 어려운 몬스터이다.

세림은 무전이 왜 갑자기 끊겼는지, 이해했다.

“무전기가 안 되는 이유가 저놈 때문이었군.”

한 마리라면 잡는 건 무리라도, 시간을 끌어서 어떻게든 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런 생각은 접어야만 했다.

곧이어 다른 다이얼 울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르······.

뒤에 있던 다이얼 울프도 수풀에서 나와 모습을 본 순간 꿈도 희망도 없음을 느꼈다.

파지직!

그것도 각성한 상태였다.

세림은 한 곳에서 절대로 두 마리를 만날 수 없다는 각성한 다이얼 울프를 보고 실소하고 말았다.

“두 마리, 전부 다 각성한 건 너무하지 않아?”

“내 전생에 나라라도 팔아먹었나, 뭐 이런 돈뭉치들이 나오고 지랄일까······.”

불운도 이런 불운이 없었다. C급 몬스터를 2마리 동시에 조우한 것은 죽으라는 소리와 다름없었다.

“통신이 끊기고, 뭔가 이상함을 알아차리더라도······. 지원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빨라 봐야 3분······. 그걸 우리 두 명이 해내라······.”

세림이 작전을 생각하다 유선을 보고 물었다.

“유선 씨, 조금 전에 쟤네 생각이 보인다고 했죠?”

“네, 그렇습니다.”

유선은 똑같이 궁지에 몰려 긴장한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쟤네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보이나요?”

“네······, 아주 또렷하게······.”

조금이라도 살 여지는 있을까? 그 생각에 유선은 각성한 다이얼 울프를 봤을 때 제일 먼저 머리 위를 보았다.

결과는 처참했다.

-복수.

-증오.

두 마리한테 또렷하게 떠오르는 글씨였다. 공격대가 여태 잡아 왔던 다이얼 울프들의 부모, 형제 혹은 자식인 모양이었다.

“우리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의지가 보이네요.”

“······젠장!”

말하는 와중에도 다이얼 울프는 천천히 다가왔다. 녀석은 지금 공포를 즐겼다. 언제 날아들어 자신을 죽일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말이다.

유선은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듯, 냉정해지려 노력해 보았다. 하지만 그래서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무기를 들지도, 딱히 묘책을 꺼낼 만한 특기도 없었다.

‘여기서 죽나?’

죽기는 싫었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꿈을 부정하고 비웃던 녀석들에게 되돌려주지도 못하고 이렇게 죽고 싶진 않았다.

그가 깊은 늪에 빠진 사람처럼 희망을 보지 못하고 잠겨 갈 때였다. 절망에 빠진 그를 일깨워 준 것은 옷깃을 잡아당기는 감각이었다. 유선은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엘레노어가 서 있었다. 그녀 유선의 옷자락을 잡은 채로 옆에 서 있었다. 유선은 엘레노어와 눈이 마주쳤다. 푸른색으로 빛나는 순수가 유선의 귓가에 이렇게 속삭였다.

괜찮아.

안심해 버렸다. 유선은 잠깐이었지만 이런 극에 치달은 상황에서 안심해 버리고 말았다.

엘레노어가 입을 떼서 직접 말하지 않았는데도, 단순히 환청일 수도 있었던 말인데도······.

엘레노어는 유선을 등진 채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앞에는 점점 거리를 좁혀 오는 다이얼 울프가 있었다.

“엘레노어, 뒤로 물러나.”

늘 고개를 끄덕거리던 소녀가 처음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당당하게 앞에 서서 전격을 뿜는 다이얼 울프를 쳐다보았다.

-크릉······. 크르르르······.

각성한 다이얼 울프는 엘레노어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증오라는 글씨가 새빨갛게 물들어 갔다. 증오심이 점점 커졌다.

완전히 새빨갛게 물들었을 때, 다이얼 울프는 모든 것을 본성에 맡겨 힘껏 도약해, 엘레노어를 덮쳤다.

“엘레노어!”

-커엉!

다이얼 울프의 날렵한 몸뚱이가 날아온다. 엘레노어는 자신의 머리를 삼키려 하는 입을 보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푸른색으로 빛나는 순수가 이렇게 외쳤다.

“사냥!”

***

콰광, 우두두둑!

투두두두두!

“에잇! 뒤져! 뒈져 버려!”

한편, 재벌 2세 막내아들, 차기율은 폰을 열심히 두들기며 상대 몬스터를 잡고 있었다.

“좋아! 좋아!”

게임 화면을 들여다보며 흥분에 들뜬 기율.

상대편 몬스터가 줄어들면서 판도가 기율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현재의 컨트롤만 유지한다면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라 생각했다.

“국기! 네놈의 국기를 한 번 보······!”

재빠르게 밀고 들어가 본부를 점령하려던 순간이었다.

삐리리리-.

전화가 왔다.

“우와아악!”

기율은 얼른 그 화면을 넘기고 다시 게임에 들어가려 했다. 본부를 점령하려던 그 순간을 놓치자, 상대편에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 돼! 얼마나 개고생했는데······ 안 돼!”

하지만 그것도 부질없었다. 기율의 휴대폰에는 LOSE라는 붉은 글자가 자리 잡았다.

“에이 씨!”

기율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게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누가 전화했는지 확인하고 바로 통화를 걸었다. 방금 전화한 만큼 금방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큐앤 전자 A/S 센터의 유.전.모 사원입니다. UST 기기 관련해서 도련님에게 한 가지 여쭤볼 일이 있어서 전화했습니다. 지금 전화 괜찮겠습니까?

“쓸데없는 거로 전화했으면 알아서 해.”

놀랍게도 상당히 화를 누그러트리며 한 말이었다. 사내는 적잖게 당황하며 매뉴얼대로 그에게 물었다.

-죄송하지만 우리가 고장 원인을 찾으면서 도련님께 여쭤봐야 하는 게 있어서 전화했습니다. 혹시 뭐를 측정하다가, 이렇게 고장이 났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별것 아닌 거에다 측정했는데 왜?”

기율은 퉁명스레 대답했다. 별것 아닌 일 같아서 짜증이 나려 했다. 직원은 꿋꿋하게 말을 이어 갔다.

-기판이 망가진 이유를 우리가 살펴보니, Overwhelming된 외부력이 기기로 들어오면서 UST Memory가 처리 도중에, Overload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동시에 처리해 주는 시퀀스가······.

“잠깐만, 잠깐만.”

직원이 열심히 뭔가 설명하는데 말을 잘랐다.

“여긴 한국이야, 아저씨. 너희 세상 얘기로 하지 말고, 수능 7 잭팟 맞은 빡대가리인 나도 알아듣게 얘기해 줄래?”

기율의 요구에 직원은 다시 언어를 순화하면서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4년 전에 한 번 이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깐 이게 드문 현상이긴 한데, 측정하는 상대가 너무 강하면, 내부 데이터를 저장하는 과정에서 기판이 망가지는 일이 있습니다. 신형 버전에는 그 압력을 견디도록 다시 설계했지만, 구형이라 그런지, 그 힘을 못 견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는 잘 없는 일이어서 측정 대상이 어떤 것인지 정보 수집 차 여쭙니다.

“흐음······. 흐음······. 흠······. 음?”

기율이 직원의 설명을 듣다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야기는 이랬다.

“잠시만, 내부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과정에서 기판이 망가진다고?”

-그렇습니다.

“그러면 기기가 처음부터 고장 난 게 아니라, 측정한 후라는 의미지?”

-그렇습니다.

“그 말은 화면에 뜰 때는 정상적인 수치로 나왔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 수치가 나오게 만든 것을 조사하고 싶은데, 도련님께서 우리에게······.

뚜욱-.

기율은 대답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그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침대에 다시 누웠다. 다시 측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기판이 망가지는 것은 그 후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그 터무니없는 숫자는 착각이 아니라 그대로였다는 말이구먼.”

***

콰아아앙!

폭탄이 떨어졌다. 유선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만한 폭발과 소리를 가공할 수는 없다.

적어도 유선은 그렇게 생각했다.

“콜록! 콜록!”

“이게 무슨 일이야, 콜록······!”

유선은 눈에 들어간 먼지를 빼내며 눈앞의 시야를 확보하려 애썼다.

‘엘레노어? 엘레노어는 괜찮은가?’

흙먼지가 터져 나온 곳은 정확하게 다이얼 울프와 엘레노어가 격돌한 자리였다. 그곳을 보지만, 흙먼지가 걷히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

유선은 얼른 자신의 오른손 계약 인장을 만져, 엘레노어의 상태를 확인했다.

‘제발, 제발······.’

연약한 몸에 어울리지 않은 폭발. 최악의 상황이 아니기만 빌었다. 계약 인장을 발동시키자, 흙먼지로 가득 찬 자리에서 또렷하게 두 개의 바가 떠올랐다. 다행히도 그녀의 체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다행이다, 휴우······. 응?”

유선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다시 한 번 더 확인했다. 본 그대로였다. 그녀의 체력은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다.

하나도 안 떨어졌다? 저 폭발의 가운데에 있는데?

“엘레노어?”

흙먼지가 점점 걷혀 간다. 뚜렷하진 않았지만, 엘레노어와 비슷한 사이즈의 사람 형상이 서 있었다.

흐려졌던 시야가 점점 형상을 찾음과 동시에, 완전한 진실이 유선 앞에 드러났다.

부서진 지대, 그 위에 선 백발 소녀, 그리고 땅바닥에 처박힌 다이얼 울프의 머리······였던 것. 의심할 여지를 주지 않게 피로 물든 작은 주먹.

엘레노어와 그녀의 주변이 모든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엘레노어, 그녀가 다이얼 울프를 잡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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