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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식인인어는 죽어야 한다-220화 (220/223)

※ 220화

그것들은 재앙이었다. 포세이돈은 현재…….

트리야가 속삭이는 말을 들은 데아는 단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게이트를 열었다.

“따라가도 될까요?”

당신이 원한다면 따라가지 않겠노라 속삭이는 첫 번째 권속의 속삭임이 참으로 간사했다.

“마음대로 해.”

“아하, 네.”

본능이 이끌리는 대로, 모든 것이 모이는 장소로. 포세이돈을 먹은 기생 생물은 포세이돈이 되었다.

휘잉, 게이트를 열어 훌쩍 넘어온 데아를 맞이한 건 황량한 도심이었다.

“뭐야? 뭐야!”

“누구야……?”

벌써 무릎까지 물에 잠긴 도시. 더러운 오염수가 사람들에게 달라붙어 그들을 끌어내렸다.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게이트 밖으로 튀어나온 ‘설한지’를 보고 비명을 지르면서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게이트 밖으로 사람이 튀어나왔는데?”

“자, 잘못 본 거 아냐?”

데아는 대꾸하지 않고 걸었다. 도심에 고립된 사람들이 일제히 데아를 응시했다.

물은 어느덧 허벅지까지 차올랐다. 끊임없이 오염수를 내뱉고 있는 탑 게이트 포세이돈이 데아를 굽어봤다.

“누, 누군가 갑자기 게이트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 알 수 없는 헌터인데, 누구일까요?”

“헌터인 건 확실해 보이는데……!”

“애초에 그 어떤 헌터가 게이트를 넘나들 수 있단 말입니까!”

물은 허리까지 차올랐다. 더는 시간이 없다. 어두운 밤의 도시. 데아는 자리를 박찼다.

퐈콰악!!

“!!”

데아를 중심으로 거대한 파원이 생기고, 물줄기가 위로 치솟으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데아는 그대로 허공을 달리며 한 손을 뻗었다.

“경배야.”

위잉, 바다의 경배는 창으로, 검으로, 단도로, 그 형상을 달리했다가 이내 날카로운 도의 형태로 손에 잡혔다.

물을 베어 내는 야차의 손길. 데아는 어두운 입을 벌리며 붕괴하는 포세이돈의 아가리 속으로 달려들었다.

“어어! 저기……! 저기!”

“누구야!! 누가 저걸 막고 있어!”

포세이돈을 막을 수 있는 것. 그건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유우라의 마석을 흡수한 직후 데아의 뇌로 흘러들어온 지식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포세이돈 보다 더 큰 던전을 만드는 것이다. 거대한 게이트를 만들어 내어 그 세계를 불러내야 한다. 그것이 포세이돈을 잡아먹도록.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선…….

부웅―!

내가 모두의 앞에서 게이트를 만들어 내야 해.

“무, 물이 계속 차올라!”

“물 먹지 마!!”

물을 실수로 꿀떡꿀떡 집어삼킨 사람이 부르르 떨다가 입에 거품을 물고 실신했다. 사람들이 기겁하자 가짜 인어들이 튀어 올라 실신한 사람을 끌고 물속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췄다.

“으아악!! 안 돼!! 사람이 죽었어!!”

사람들이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물은 어느덧 사람들의 가슴까지 차올랐다.

건물 위로 올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이미 옥상으로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 인어들에게 잡혀서 어푸거리며 물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사람들. 이미 끌려가 붉은 피만 흥건히 피어오르는 자리들.

부정적이고 어두운 감정들이 도시를 가득 채웠다. 그런 답답한 곳에서 데아는 도(刀)를 고쳐 잡았다.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것. 내가 해야만 하는 것.

‘지금 해야 해.’

데아는 퍽! 허공에 도를 박고 달렸다. 허공에 뭐라도 있는 듯이 깨진 물결이 나타났다. ‘저게 뭐야?’ 사람들이 정신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 헌터는 누군데?

데아는 자신을 향해 기울어지는 포세이돈을 지나쳐 끊임없이 달렸다. 허공에 생긴 하얀 실선이 지이익 그어지며 어지럽게 흩날리고, 그 사이로 꾸물거리며 빛이 흩뿌려졌다.

밤하늘이라서 더 선명하게 보이는 거대한 세상의 획. 도심을 집어삼키는 완벽한 형태의 게이트.

“저건, 게이트야!”

“게이트라고?!”

어떻게 헌터가 게이트를 다뤄?

무수한 인파의 주목. 설한지의 머리카락과 옷이 바람에 밀려 거침없이 나부꼈다.

그가 공중을 자유롭게 노다니며 쾅! 마지막 방점을 찍은 후, 사람들은 보았다. 포세이돈을 덮고도 충분한 거대한 넓이의 게이트를.

데아의 눈이 붉게 타올랐다. 심해의 눈. 당신은 승리할 것입니다.

이변은 없다.

콰과과과―!!

포세이돈이 무너지며 데아의 시야에 담겼다. 모든 것의 끝. 원형으로 나타나는 하얀 빛 아래 시드는 인위적임. 변수는 없었다. 약점 또한 없었다. 모든 것은 데아의 통제 아래 정리될 것이므로.

지금.

데아는 게이트의 끝을 잡고 휘익! 휘둘렀다. 무수한 빛무리가 오로라처럼 하늘에 찍히고, 그 잔상을 따라 생겨난 게이트가 포세이돈을 집어삼켰다.

“와……!”

“세, 세상에…….”

그건 경이였다. 위대한 피조물의 몰락을 지켜보는 작은 사람들은 입을 틀어막았다.

두 가지의 빛과 어둠이 충돌하는 현상, 행성의 폭발을 지켜본다면 이런 기분일까,

두두두두두…….

“지진?”

그때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땅의 진동과 동시에 물이 기다렸다는 듯이 요동쳤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했지만 그건 단지 포세이돈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었다.

“진, 진정해!”

“크아악! 살려 줘!!”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가짜 인어들은 어느 순간부터 인간들을 공격하는 것을 관두었다.

―…….

―…….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고개를 들고 포세이돈이 빨려 들어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거대한 안식의 둥지 포세이돈. 그들이 살아야만 했던 모든 것의 근원. 그것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위, 작은 몸집의 여자가 사뿐하게 허공에 착지했다. 흔들리는 옷자락과 머리카락 사이로 하얀 얼굴이 비춰졌다.

“…저거 F급 힐러 아냐? 걔? 설한지?”

누군가가 비로소 데아를 알아보았다. 함께 길드 통합 팀에 들어갔던 헌터였다. 그 헌터는 머리를 부여잡고 혼란스러워했다. 모든 드론과 카메라가 위를 향했다. 가장 높은 곳에서 모든 기적을 일으킨 채 차가운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단 한 명. 모든 하늘의 광야가 그를 위해 지어진 성 같았다.

야수처럼 흉포한 파도가 그의 손아래 잠잠해지고, 모두에게 비극을 선사했던 포세이돈이 역광을 남기며 사라졌다.

“세상에…….”

물이 말끔하게 증발했다.

포세이돈이 있던 자리는 폐허만 남았지만 사람들은 낙담하지 않았다. 그들은 마른 바닥을 디디며 달려 나왔다.

“끝, 이야?”

“끝인 건가……?”

도사리던 인어들도 사라졌다. 남아 있던 인어들은 물이 사라진 바닥 위에서 홀로 펄떡거리며 다른 헌터들에게 사냥당했다.

그때였다.

“누구세요?”

“그 설한지 맞아? F급 힐러?”

아침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희미해지는 새벽 속, 반짝이는 별의 베일을 머리에 두르고 ‘설한지’가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밀려오는 안식을 마주하며, 그는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네가 왜 여기 있어?”

“부, 분명 죽었다고…….”

그중에는 익숙한 얼굴들도 있었다. 그래. 마지막까지 섬에 남아 있던 헌터들도 속속 얼굴들을 내밀었다.

“잘 봤어요.”

탁! 데아의 등 뒤로 트리야가 낙하했다.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트리야는 감탄하며, 그러나 동시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데아의 손을 살폈다.

“다행히 아무 일 없이 끝났네요. 그렇지만, 이제부터 이곳에 무슨 일이 생길지는 모르는 거죠?”

데아가 아등바등 지켜왔던 정체. 모든 것의 트라우마.

데아는 다시금 몰려드는 카메라를 응시했다. 정말 이상하게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여기서 모두가 데아를 비난한다 할지어도 흔들리지 않을 굳건한 힘이 지금은 존재했다. 왜지?

“그래. 어쩌면…….”

달라진 것은 수많은 일을 거치며 단단해진 내면이었다. 데아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그래, 정말 우습게도 지금은 괜찮았다. 괜찮지 않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은 단단해져 있었다.

데아는 저 멀리 자신을 보고 달려오는 세연을 보았다. 그 옆의 석파란도, 배협도, 양철민도. 그들은 데아의 손에 여전히 들린 바다의 경배를 보고 멈칫, 했지만 이내 다시 뛰어왔다.

모든 것을 부수고 평화를 찾게 하는 힘.

데아는 트리야를 바라보았다.

“그래, 너는 언제나 이런 걸 원했었지.”

“하, 한지야!”

석파란의 얼굴이 가장 파랗게 질려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러나 더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모든 거짓은 수면 위로, 모든 비밀은 이제 껍질을 까고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다.

아침 해가 뜨고 있었다. 투명한 새벽이 물러서고 황홀한 태양이 하늘을 물들인다. 수많은 눈이 창공을 날고, 무수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목했다.

‘데자뷔.’

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데아는 스스로 목에 손을 가져다 댔다. 딱딱하고 차가운 변환석. 그것을 훅 잡아 뜯었다.

투둑!

“……!”

쨍―!

바닥에 추락한 목걸이. 그것은 그대로 부서져 박살이 났다. 데아는 느릿하게 변하는 사람들의 표정 변화를 응시했다.

낮은 바람이 불었다. 데아는 살풋 웃었다.

“어…….”

“어어?”

처음 3초는 사무치도록 조용했다. 그러나 이변은 그다음 순간부터 벌어졌다.

“샤, 샤샤다.”

“샤샤 헌터야!!”

“뭐라고?! 말도 안 돼!!”

서풍에 백발이 흩어졌다. 기적이 예상치 못한 형태로 눈앞에 나타났다.

“하, 하지만 샤샤 헌터는 분명…….”

“어, 어어……?”

“뉴스 속보에 따르면…….”

태초라고 했잖아.

이미 모두가 알게 된 비밀. 이런 일의 변화가 어떻게 다가올지, 나에게 어떤 미래를 선사해 줄지, 그건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여론이 한순간에 좋아질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이 행동이 결과적으로 좋을지, 나쁠지는 중요하지 않아. 사실, 계산도 안 했어.”

데아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백리서를 똑바로 쳐다보며 웃었다.

“그냥 이렇게 된 거…….”

태양빛이 데아의 얼굴을 적셨다. 데아는 그것을 만끽했다.

“그냥 솔직해지려고. 나는 나니까. 그냥. 그게 다니까. 그러기로 했어.”

그리고 나 지금 당장 가고 싶은 곳이 생겼어.

◈          ◈          ◈

먼지가 부유하는 가윗의 병실. 그곳에는 꽃을 갓 갈아 준 것 같은 물병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색색, 고요한 숨만 내쉬는 환자의 곁으로, 갑자기 하얀 게이트가 생겼다. 탁, 데아는 가뿐히 착지했다.

“가윗.”

정체를 감추느라 미처 치료하지 못한 옛 동료.

데아는 주춤거리다가 손바닥을 쫙 펴서 가윗의 가슴께 위로 올렸다.

그가 모든 상황의 진실을 알게 되어 자신을 싫어한다 해도, 그냥…….

‘그것과 상관없이 치료하고 싶었으니까.’

모든 이의 앞에 얼굴을 드러내자마자 처음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이럴 거였으면 가윗도 바로 치료했을 텐데, 할 수 있었을 텐데. 그 미련에 데아는 곧장 게이트를 열고 이곳으로 왔다.

투명하고 하얀 마력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마력의 근원 태초는 숨을 죽였다.

‘치료가 될까?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가윗의 눈꺼풀이 움찔, 떨린 순간이었다.

“네가!!”

“!!”

퍼억―!!

데아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의자를 가까스로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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