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8화
“돌아가라고요?”
“네. 안 됩니다. 못 들어와요. 허가받지 못한 분들은 입장할 수 없습니다.”
철통같은 보안이 앞을 막아섰다.
데아는 본능적으로 이놈들이 보통 놈이 아니라는 걸 감지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플랜 B.
데아는 같이 참전하는 백리서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방금 내가 신호 준 거 기억하지?’
‘당연하죠.’
데아가 뒤를 향해 눈짓하자 같이 왔던 헌터들의 눈빛이 변했다. 어쩔 수 없다. 정면 돌파다.
“캠코더 잘 잡아요.”
“네. 네!”
위험과 조회 수를 저울질하다 결국 조회 수에게 져버린 스트리머 또한 헌터 복장을 입고 옆에 있었다. 그의 주머니 안에는 작고 복잡한 통신 기기가 있었다.
스트리머. 기자가 아니기에 전문성이 없고, 공식 언론인 또한 아니기에 주위를 기울이지 않는 사각지대 안의 카메라. 그러나 데아는 그가 가진 파급력을 믿었다. 의외의 아군이긴 했지만, 그 누구의 의심도 받지 않고 깊숙한 곳에 침투할 수 있을 테니까.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던전 부산물로 만들어진 통신기라면, 캠코더로 찍은 영상을 밖으로 수신하는 게 가능해요.”
“좋아요.”
데아는 기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다는 걸 확인하고 흠흠, 몸을 풀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이만―”
그리고 그 순간, 눈부신 섬광탄이 터졌다.
“들어갈까요―?”
“뭐, 뭐야!!”
수많은 경호 인력들이 튀어나왔지만 백리서가 단번에 막아 세웠다.
“지금!”
모든 헌터들은 포세이돈 15층 안으로 몸을 던졌다. 순식간에 게이트가 휘몰아치고, 모든 헌터들을 집어삼키며 사라졌다. 포세이돈 15층 공략 시작이었다.
◈ ◈ ◈
[포세이돈 15층 진입.]
[보스 인어 ‘사해의 신’(N)을 사냥하십시오.]
데아의 눈앞에 창이 떴다. 데아는 이어 뜨는 글귀를 뚫어져라 보았다.
[당신은 보스 인어 ‘사해의 신’(N)입니다!]
[당신은 15층의 보스 인어입니다!]
와, 보스 인어한테는 이런 것도 따로 뜨나?
하는 순간, 눈앞의 창이 지직, 노이즈가 꼈다.
[당신이 □□, □□□ □ 스스로 □□에 들□□]
어?
[그래서는 안 □□□□다. 왜 나만 □□□, 왜 나□ 구하러 □□ 않□?]
[□□□□□□ □□□□ □□]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저 추워요.]
“…….”
[포세이돈 시스템 긴급 점검 ‘모체’ 오류 확인]
[저 추워요.]
[오류 수정]
데아는 서둘러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다. 이런 창이 보이는 사람은 자신뿐인 것 같았다. 이게 무슨…….
“…김유라?”
맞나? 움이 손녀랍시고 데려온 그 김유라. 본명 유우라.
그 애가 정말 모체가 맞는다면 이 거대한 포세이돈의 시스템은 그 애와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실제 게이트와 다르게 포세이돈에게만 있는 안내 창 같은 게 어떻게 존재하나 싶었는데……. 그런 인위적인 개입이 있던 거라면 말이 된다.
데아는 짧은 시간, 그 모든 것을 단정 짓고 천천히 걸었다.
“자 우선 여기에는 몬스터가 없…….”
[모체(포세이돈)을 긴급 활성화합니다. 2%]
갑자기 창이 떴다. 멈칫, 걸음이 멈췄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냐. 아냐. 아무것도…….”
이것도 자신에게만 보이는 창인 듯싶었다. 왜지?
[모체(포세이돈)을 긴급 활성화합니다. 7%]
“…….”
이럴 때가 아냐. 지금 집중해야 하는 건…….
“그 스트리머분 어디 있어요?”
이제 막 모든 헌터가 15층으로 들어온 후였다.
데아는 스트리머를 뒤로 숨겼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헌터들이 삼삼오오 모여 해당 스트리머를 감싸 창공의 카메라에게서 숨겼다.
‘통신 기계를 연결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해.’
연결만 되어 준다면 나머지는 권도언이 알아서 해줄 것이다.
그는 포세이돈 안을 촬영한 영상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고 있고, 그것을 해킹해 다른 영상으로 바꿔 치기 할 줄도 알았으니까.
그렇게 되면 여례아가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포세이돈의 카메라가 아닌, 직접 우리가 찍는 영상이 모두에게 송출될 것이다.
괴물, 그리고 인어. 그 모든 것을 찍어 뿌리면 좋든 싫든 포세이돈에 대한 불신이 커지겠지. 그게 데아가 바라는 바였다.
“온다!! 가짜 인어가 와!!”
“막아라!!”
챙! 창캉!!
예고처럼 인어들이 몰려들었다. 데아는 그것들을 차분하게 막아 가며 소리쳤다.
“아직인가요!”
“아, 아뇨! 다 됐어요!”
식은땀을 뻘뻘 흘리던 스트리머가 통신 기기를 직동시켰다.
푸른빛으로 우우웅, 빛을 내뿜고, 그 즉시 캠코더에 붉은 빛이 돌아왔다. 스트리머는 환호성을 지르며 그것을 개인 기기와 휴대폰에 연결했다.
“됐나?”
“아직 송출하지 마세요!”
“네. 네! 당연히 알죠!”
여례아의 생각은 단순하다. 포세이돈 안까지 들어온 적들을 놓치려고 하지 않을 거다. 그들은 분명…….
“저기 오네요. 와, 정말 올 줄이야.”
또다시 괴물을 풀 테지.
물론 그들은 바보가 아니었으므로 이제까지 같은 패턴으로 공격하지는 않을 터였다. 똑같은 괴물, 똑같은 수법. 그 모든 걸 데아가 깨부쉈으니까.
이런 상황 속에서 그들이 택할 방법은 하나. 어쩌면…….
“와. 진짜네.”
괴물이 아닌 ‘사람’이 오는 것.
저 멀리 가짜 인어와, 멀찍이 숨어 있는 붉은 얼굴의 괴물들. 그리고 수많은 헌터들이 보였다. 데아와 헌터들을 막기 위해 온 자들이었다.
“심지어 옷까지 비슷하게 입었네? 여기은은 없고.”
그들의 속셈은 뻔했다. 어차피 창공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고, 그 영상은 여례아가 조작하기 매우 쉬우니 직접 인간 헌터들을 괴물 대신 내보낸 것이다.
“다 상급 헌터예요. 다 강할 거야.”
전력이 크니 샤샤를 막으면 좋고, 설사 샤샤를 막지 못하더라도 ‘같은 아군을 공격하는 샤샤’, ‘배신’등 자극적인 문구를 집어넣어 조작한 영상을 풀면 아무리 샤샤라고 하더라고 입지가 좁아지고 의심받을 거다.
하지만 데아는 이 모든 상황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교묘한 술책으로 나의 숨통을 조를 그때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가짜 인어를 뒤에 둔 여례아 헌터가 검을 들어올렸다.
“돌아가십시오.”
“음. 어쩌나…….”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어째서 당신이 우리를 방해하는 거죠?”
데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당신은 5년 전에 인어에게 큰 위협을 받아 행방불명 상태가 되었다고 들었어요. 그렇다면 인어들을 증오해야 마땅한데… 왜, 포세이돈을…….”
헌터는 가슴을 팡팡 치며 마저 외쳤다. 꽤나 답답한 모양이었다.
“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포세이돈의 목적을요! 포세이돈은 사라진 게이트를 대신해 던전 클리어를 해서 부산물을 얻고, 그 힘을 이용해 인어 제국을 무너뜨리려는 야망을 갖고 있어요! 다 우리 인간들을 위한 거라고요!”
“그래서 하급 헌터들을 그렇게 많이 죽였나?”
데아의 읊조림에 헌터들이 뚝 입을 다물었다.
“최종 목적이 인어 제국의 파멸이라면 너희들은 애먼 헌터들을 전멸시켜 악명을 키우는 게 아닌, 그들을 독려해 줬어야지. 그곳에서 나온 부산물들을 공정하게 나누고, 가치를 키워 많은 곳에 배분하거나.”
“그건…….”
“헌터들을 키워야 제국도 멸망시킬 수 있지 않겠어? 왜 괴물을 풀어서 포세이돈의 악명만 높여? 참 투자받기 쉽게.”
“그건…….”
“왜냐. 너희들의 목적은 인어 제국의 멸망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바라는 건 바로 게이트의 지속력. 그곳에서 나올 투자.
그걸 위해서 인어 제국은 무력한 상태로 오래오래 살아 있어야 했다.
“허상의 공격 대상을 만들어 사람들을 선동해 놓고, 그것을 빌미로 투자를 받아 연구를 키워 목적을 달성했지. 그래서 얼마나 모았나?”
데아는 대놓고 비웃었다. 헌터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게 잘못됐다는 겁니까? 결국 인어를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나쁠 것이 없습니다. 투자를 받아 인간 헌터들이 강해진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물론 그렇게 느낄 수도 있어. 하지만.”
데아는 바다의 경배 대신 검을 뽑아들었다.
“난 너희들의 끝을 잘 알거든. 또…….”
수많은 목숨들이 희생된 거짓된 악명은 언젠가 들통난다. 그때 사람들이 들고 일어서면 참극이 되풀이될 거다.
그렇기에 그 전에 막으려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
“미안하지만 인어 제국은 소라 껍데기 하나 부서져도 안 돼.”
그거 내 거거든.
마지막은 구태여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직후 폭풍전야가 찾아왔다. 서로를 공격하기 위해 몸을 순간 웅크린 맹수들의 대치였다.
[모체(포세이돈)을 긴급 활성화합니다. 15%]
“그래, 샤샤 헌터……. 그렇군…….”
“그냥 가! 공격해!!”
그리고 이내, 헌터들은 달려들었다. 동시에 데아는 스트리머에게 신호를 보냈다.
‘지금!’
스트리머가 버튼을 연타했다. 연결됐다!
“여,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죠~? 다름이 아니라 제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죄송한데 설명할 시간이 없네요. 네! 바로 포세이돈 15층~! 입니다! 어떻게 여기 들어왔는지 궁금하시죠? 자, 제가 앞으로 여기서 일어나는 일들을 하나하나 찍어서 보여 드릴 테니까 좋아요와 구독, 알림 설정까지 꼭 부탁드려요?”
“지금 그런 말을 할 때입니까?”
동시에 개인 채널에 생방송이 업로드 되었다. 조회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고, 캠코더의 화면은 정직하게 참전 헌터들을 공격하는 또 다른 헌터들과 인어, 괴물들을 비추었다.
“이 무슨……!”
“뭐, 뭐야!”
대부분의 언론은 이슈거리를 찾기 위해 애쓴다. 데아는 몰래 스트리머가 들고 있는 휴대폰의 스트리밍 채팅을 슬쩍 엿봤다.
[??]
[?!]
[뭐임?]
[무슨 상황?]
[뭐야??]
무서운 속도로 동시 접속자 수는 불어났다.
[미친. 형 속보 떠요.]
[형 뉴스 데뷔ㅋㅋㅋㅋㅋ]
[미쳤네 ㄹㅈㄷ]
아니나 다를까 저명한 뉴스 언론사들이 해당 영상의 일부를 빼돌려 당사 뉴스 속보 화면에 띄우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 시작이로군.
[형. 샤샤 헌터 보여 주세요]
[아니 지금 뭔 상황인데. 왜 서로 공격함?]
[몇 헌터들 인어랑 합동해서 싸우는데 내가 잘못 본 거냐.]
[저 엄청 큰 사람들은 뭐임? 몬스터임?]
[아니 왜 헌터들 공격하는 거??]
[다구리 현장임?]
지금이 적기였다.
당황한 여례아의 헌터들과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아 본능처럼 이쪽 헌터들을 공격하는 괴물과 가짜 인어들. 가해자와 피해자가 확연하게 나뉘어졌다.
“저, 저 헌터들은 모르는 헌터들입니다!”
“같이 들어온 적이 없는데 안에서 나와서 저희를 공격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음?]
[저 헌터들은 뭔데??]
“여러분 제가 어마어마한 걸 발견했습니다. 뭔지 보여 드릴, 어이쿠!”
그리고 스트리머는 넘어지는 척, 이미 죽은 가짜 인어의 시체, 그 꼬리 부분을 비췄다.
[??]
[?? 야 마크 있어]
[뭐임? 저거]
[아 ㅁㅊ 설마 그 지라시가 맞았던 거?]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좋았다. 여론은 저들이 주워들은 모든 지식과 소문을 조합해 꽤나 자극적인 결론에 다가섰다.
[저 인어 가짜임? ㅁㅊ 설마]
[개오바시발]
데아는 모두의 앞에 서서 당당히 소리쳤다.
“누군가 우리를 공격한다! 숨어!”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미친 듯이 뿔뿔이 흩어졌다.
석파란과 배협이 책임지고 스트리머를 챙기고, 스트리머는 예감을 쫒아 카메라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지금.’
쇼맨십.
사람들은 언제나 의외의 상황을 좋아한다. 그 의외가 기적의 형태에 가깝다면 더더욱.
푸하아아―!!
첨벙―!!
낮은 호숫가. 그 안에서 수십 마리의 하급 인어가 튀어나와 괴물들과 가짜 인어들을 공격했다. 수십 마리의 하급 인어가 괴물들을 공격하고 하급 헌터들을 지키는 광경이 모두의 눈과,캠코더 렌즈에 각인처럼 찍혔다.
?
?
?
[모체(포세이돈)을 긴급 활성화합니다.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