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화
그 섬.
그러나 섬의 일부는 누가 봐도 전국적으로 홍보된 길드 통합 팀이 모인 섬의 일부였다.
자세한 정보는 줄 필요가 없었다. 조금의 협상의 덜미라도 줘야 여례아가 부지런히 행동하며 빈틈을 내어 줄 테니까.
“먹이는 던졌고, 저는 응답해 줄 의무가 없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례아가 허겁지겁 물을 끼얹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효과는 미미하겠지만.
◈ ◈ ◈
└찐?
└찐??
└와 미친 랭킹1위 등판
└ㅅㅂ 진짜 샤샤?? 이거 그거 아니냐 찐?
└미친 ㄹㅈㄷ ㅋㅋㅋㅋ
└나만 동영상 안 나와?
└기다려 봐 조금 있다가 나올 듯
└어 나온다.
└미친 동영상 뭔데 저거 뭐야?
└어? 저 사람들 뭐야? 사람 맞아?
└바다 속에서 기어 나온 순간 사람은 아니지 않나.
└그런데 수가 너무 많아 저게 인어라고……?
└2222 그니까 저거 인어 아닌 것 같은데
└헐 나 비슷한 거 본 적 있어. 나 대형 길드 헌터인데 저런 그림 그려진 거 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궁예 ㄴ 확실함?
└ㄱㅆ 확실한 건 아냐. 그냥 그렇다고…….
동영상은 거칠게 흔들리며 시작되었다. 누군가의 변조된 목소리가 웅웅 울렸다.
―헉, 헉, 뭐, 뭐야?! 저것, 들 뭐냐고!
타다다 뛰어가는 발걸음 소리와 높게 울리는 비명 소리. 그것의 배경은 검은 머리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해안가였다.
한적한 해안가 안에서 나온 괴물들이 사람들을 그대로 잡아 죽이고 있는 살육이 고스란히 비춰졌다.
―우리 이대로면 다 죽어!! 배, 배 없어?
―배 다 사라졌잖아!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이곳이 길드 통합 팀이 꾸려진 섬 안이며, 도망치고 있는 사람들은 그 헌터들이라는 사실 또한 알아냈다. 그렇다면 이 괴물들은… 포세이돈 안에서 탈출했다고 알려진 그 환상계 인어들인가?
―제기랄, 그놈들이 배를 다 없애서, 우리를 죽일 예정이야!
그렇다면 이상했다. 배를 없앤 자들은 누구인가 말인가?
포세이돈 안에서 갓 탈출한 인어들이 배를 다 숨겼다고 보기엔 이상했다. 더군다나 헌터들은 이 습격을 예상했다는 듯이 굴었으니까.
―누구, 동영상 찍고 있어? 증거, 증거라도 남겨야 해. 저번에 양―(묵음 처리) 헌터, 걔 때처럼 환상계 인어에 당했다고 한 것처럼 하면 안 되니까……!
―그래, 그래! 우리 말을 다 안 들어 주면 안 돼……!
―휴대폰 다 두고 왔어요!
―제, 제가 찍고 있어요!
그리고 화면이 다시 크게 흔들렸다.
―에이씨, 비도 오고 지랄…….
―저, 저거 뭐야?!
렌즈가 물에 젖었는지 손가락이 불쑥 튀어나와 렌즈를 닦고 사라졌다. 다시 선명해진 화면 안에선 구름을 가린 파도, 공포스러운 해일이 우뚝 서있었다.
―해일, 해일……!
―저 빨간 얼굴, 저 거대한 괴물이 불러낸 거야? 그럴 리가!
―아까 손 흔드는 거 봤어요. 제가… 그러니까 바다가 막 변하면서……. 맞는 것 같은데요……!
위협적으로 몰려드는 해일 아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사람들이 일동 비명을 지르고 동영상을 보던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고개 숙여!!
―어!!
―어어!!
몰려들던 해일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우뚝 멈추더니 반대쪽으로 파한 것이다.
대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는 인외의 개입. 부채꼴로 퍼지며 그대로 하늘을 거꾸로 찌른 무수한 물결. 그건 순리의 역행이었다.
창백하고 흐린 바다가 난장판이 되었다.
―저 사람 누구―!
―야, 야, 설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고아해서 사람들은 말을 잊었다.
천지가 뒤바뀌었다.
모두를 죽일 듯이 달려든 바다는 제 주인을 찾은 짐승마냥 온순해져 그대로 반대쪽으로 기울었고, 우뚝 선 한 존재를 눈부시게 비추었다.
―샤샤…….
―샤샤……?
동영상의 하이라이트. 부스스한 백발을 쓸어 넘긴 누군가, 그 손에 쥐어져 있는 바다의 검과 동시에 우수수 바닥에 떨어진 괴물들의 목이 소름끼치게 섬뜩했다.
그러나 동시에 경이로웠다.
단 일격에 모든 기적을 만들어 낸 헌터는 뻗은 검을 오른쪽으로 후려쳐 뺐다. 그러자 완벽히 해일이 무너지며 붉은 얼굴을 한 거대한 괴물을 집어삼켰다.
―맙소사, 맙소사!!
―찍었어? 저, 저거, 저 사람 설마.
―저 사람 그 사람이잖아!!
잔뜩 확대된 렌즈를 쳐다보지 않는 하얀 얼굴. 길게 올라간 눈매와 옅은 미소를 품은 누군가는 전혀 인간답지 않은 분위기를 풍겼다.
그래. 그건 5년 동안 볼 수 없었던 헌터 샤샤였다. 잔뜩 흔들린 저화질의 동영상이었지만 그건 확실했다.
―그, 그 사람이야. 헌터 샤샤……!
―거짓말하지 마!! 장난하냐?!
―아니, 진짜라고! 저, 저, 얼굴 봐!
그리고 그때 샤샤 헌터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뚝, 동영상이 끝났다.
총 2분 12초의 동영상은 짧고 강렬했다.
[전설의 귀환 ㅇㅈ]
[나만 샤샤 보일 때 소름끼친 거 아니지.]
└나도,
[그런데 머리 색 왜 바뀐 거?]
[검 하나로 해일을 막았다고? 말이 돼?]
└밸런스 붕괴 아니냐, 샤샤 혼자 나라도 세울 듯,
└이미 했을지도,
└근데 진짜 대단하다 ㅋㅋㅋ 저 정도 실력이면 랭킹 1위 ㅇㅈ이지. 권도언도 못 비비겠네.
└여기서 권도언이 왜 나옴.
└비교 댓 ㄱㅈ야, ㅂㅅ아.
└? 상위 헌터도 비교하면 안 됨? 하급 헌터만 금지거든.
[그런데 왜 저게 뭔 상황이냐는 댓은 없냐. 누가 정리 좀 해줘.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가.]
└그러니까.
└내가 정리하겠음 ㄱㄷ
[정리~
1. 저 장소는 길드 통합 팀 섬 안이고,
2. 영상 안에서 나온 괴물들은 인어인지 아닌지 아무도 모름. 정보가 없음.
3. 괴물들은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저 헌터들을 죽였고, 해일을 일으킬 수 있음
4. 그걸 샤샤가 저지시킴
요약: 고인인 줄 알았던 분의 개쩌는 활약기.]
└? 이게 정리냐.
└ㅇㅇ정리 잘 했네. 그래서 샤샤 머리 왜 백발임?
└미친놈들아 사람이 죽었다고.
└여기서 그런 공감 바라면 안 될 듯……. 밖에 기사 댓글이면 모를까 여기는 죽는 건 흔하게 본 헌터들이라서…….
[근데 해일 일으킨 거 보면 저 괴물들은 역시 인어인거 아니냐, 뉴스 기사에서도 환상계 인어들이 침입했다며.]
└동영상 다 본 거 맞음? 환상계 인어인 척 ‘또’ 말 묻을까 봐 무서워서 증거라도 남기려고 동영상 찍은 거잖아.
└윗 댓이 맞음. 누가 작정하고 저 괴물 만들거나, 이미 있는 인어들 사로잡아서 저기다 푼 거임. 저 섬에 있는 사람들 다 죽이려고.
└누가 그랬는데?
└그걸 몰라 그래서 이러고 있잖아.
[샤샤 님. 샤샤 누나 정보 좀 더 줘요 궁예는 저희가 할 게요]
└2222 솔직히 동영상이 너무 짧아요. 언니 얼굴 사진 좀 더 주세요.
└아니 사람이 죽었다니까 이 사람들이
[근데 누가 만들어서 푼 거면 연구소 밖에 답이 없지 않냐.]
└갑자기 mBL머리채 잡힘
└아니 진짜로 거기 말고 저런 거 발명할 수 있는 곳 봤어?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음. 과도한 궁예 노노.
[나만 그거 생각나냐. 저번에 올라온 그 문자 내용…….]
└그게 뭔데?
└올리자마자 묻혀 가지고 사람들 많이 모를걸. 포세이돈 5층 안에서 전사한 헌터 유족이 마지막에 딸한테 받은 문자라고 공개한 거. 나 그거 찜찜해서 이미지 저장했었거든
(사진)
└??
└?? 이게 뭐야
└마지막 문자래 근데 포세이돈 안에서는 휴대폰 안 되잖아. 그래서 이미 탈출했는데 누가 죽인 거 아니냐는 말 좀 있었음…….
사진 속 문자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ㄴ어들이 아니라 인가간들이 나를 주기ㄹ려고 해. 우리의 ㅈ덕은 인어가 아니었어. 인어가 아니라 ㅇㅕㄴ구소랑 길드가 포세이돈에 인어를 풀어. 포세이돈 인공전전이야. 절ㄷㅐ 밖에 알리고 다니지 마 ㅁ무서워 나 무서워…….]
그리고 댓글 창은 다시 한 번 뒤집어졌다.
└연구소?
└길드랑 연구소요?
└포세이돈이 인공 던전이라니 무슨 개소리야?
└어 주작 잘 봤고요. 제 점수는 F.
└이거 주작 아니라는데.
└확실한 건 아무도 모르는 거 아냐? 인공 던전이 어떻게 있어.
여론은 빠르게 불타올랐다. 주작이다, 아니다로 사람들은 나뉘어 팽팽하게 싸웠다.
└근데 진짜 무섭다……. 우리의 적은 인어가 아니었다… 이거 사람이 자기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소리였지?
└ㄱㄴㄲ 문자 내용이라면 MBL 연구소랑 이름 모를 길드가 합심해서 인공 던전 만들고 일부러 헌터들 집어넣어서 죽이고 있었다는 거 아님?
└미친 소름 눈물 나.
[근데 그거 알어?ㅋㅋ MBL이랑 협업하는 길드 한 군데뿐임 여례아.]
댓글 창이 순간 마비되었다.
└개오바
└?? 야 아냐. 설마 여례아가 길드 통합 팀 주최임 본인들이 그 팀을 만들고 그 팀을 죽인다고?
└그럴 수도 있지.
└쏟아부은 돈의 액수를 생각하면 그런 생각 잘 못 할걸.
└오해일 수 있는 거 아냐?
└뭔 오해?
└ㅁㅊ아 초반에 사람 죽은 거 못 봤냐.
└그냥 단순 사고일 수도 있잖아.
└? 이 새끼 뭐하는 놈임
└얘 때문에 더 의심 가는 중.
여론은 다시금 뒤바뀌었다.
[그러면 태초는 뭐임?]
└??
└아니 포세이돈이 인공 던전이 맞으면 태초가 미쳐서 인어들 몰고 인간계 죽이려고 한다는 거 다 구라 아님?
└선 넘네. 지금 거기서 죽은 사람들이 몇인데.
└ㅅㅂㅋㅋㅋㅋ 뇌절 하네. 갑자기 인어편을 든다고?
사람들을 수없이 잡아먹고 죽인 식인인어는 죽어야 하는 존재였다. 그건 사람들의 성역이었기에 여론은 다시 뒤집혔다.
└와 ㅋㅋ 인어 신봉자 있다고 듣긴 했는데 여기서 확인할지는 몰랐네. 음모론 지렸다.
└ㅋㅋㅋ 인공 던전이고 믿으려고 했었는데 인어 옹호하는 거 듣고 짜하게 식음. 유명한 투리구슬.
└그럼 뭐야.
└그러니까 ㅋㅋㅋ 샤샤가 올린 것까지는 진실이 맞는데, 저 문자 내용은 구라라는 거임. 애초에 인공 던전이고 뭐고 했어도 여례아가 길드 통합 팀 헌터들을 죽일 이유 X
└저 괴물 정체는 결국 아무도 모르는 거네.
└ㅇㅇ 그런 거. 저 괴물들 아마 인어거나 아니면 새로운 변용 생물체거나 한 듯?
└그래도 저런 이상한 괴물들 한 번에 물리친 샤샤 헌터 갓
└ㅋㅋㅋㅋ그러니까 여기서 남은 건 결국 샤샤의 위대함이었다…….
└역시 다르구나.
그렇게 여론은 정리되었다.
가만히 반응을 살펴보던 데아는 커뮤니티 내부와 다른 네티즌들의 반응이 별다를 것이 없다는 걸 확인하곤 노트북을 껐다.
“반응 좋네.”
사망한 헌터의 문자가 남아 있으리라고 생각하진 못했는데, 의외의 수확이었다.
“또 여례아와 MBL 연구소가 바로 특정된 건 예상외인데…….”
결국은 부정당했으나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이런 의심이 하나둘 모여 결국 너희를 뒤집을 테니.
우우웅―
그때 권도언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 길드장님?”
―지금 밖에 반응 봤어요?
“당연하죠. 여례아는 어때요?”
그러자 권도언이 유쾌하게 웃었다.
―여례아요? 말도 하지 마세요. 지금 얼마나 속이 탔는지, 이런 제안을 하더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