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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식인인어는 죽어야 한다-180화 (180/223)

※ 180화

“뭐……?”

“생각해 봐요. 저 연구원들은 어떻게 포세이돈 안에 들어와 있어요? 게이트는 닫혔는데? 그냥 열고 들어온 거 아니에요?”

“무, 무슨 소리야. 여기가 세트장이라도 된다는 소리야?”

“그럼 아니에요? 다들 여기서 바다 본 적 있어요?”

헌터들이 입을 다물었다.

“이상해, 이상해. 그러고 보니 저 2층 공략할 때도 저런 게 있었는데……. 배협 길드장님이 하신 말씀이, 설마…….”

“…….”

“우리의 적은, 인어가 아니었어요. 아냐. 어쩌면 맞았겠지만, 아니었어요. 여기는, 여기 포세이돈은 바로…….”

쿠르릉―! 번개가 치고, 뒤이어 천둥이 울렸다.

“연구소에서 만든 가짜였다고요!”

“찾았다.”

퍼드득, 양철민이 고개를 들었다. 자신들을 쫒아온 괴물 하나가 바위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으아악! 으악!!”

“뭐냐!! 뭐야!!”

헌터 한 명이 비명을 지르자 연구원들이 손전등을 비췄다. 네 명의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젠장! 엿듣는 사람이 있었어!”

“당장 다 죽여!!”

양철민은 곧바로 하급 이동 스크롤을 찢었다. 고마워. 설한지. 제기랄. 고마워 설한지. 반짝! 2초 열리는 게이트 안으로 네 명의 헌터가 뛰어들었다.

“안 돼, 같이 가……!”

그러나 괴물에게 발을 잡힌 한 명의 헌터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뚝! 게이트가 닫혔다. 대기실 안에 사람은 없었다. 흠뻑 젖은 헌터 세 명은 얼굴을 닦지도 않고 무작정 밖으로 뛰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우습게도 인간계에서도 비가 왔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것들이 흘러내렸다.

“빨리, 빨리!!”

“택시!!”

어느 헌터는 곧바로 휴대폰을 들어 가족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ㄴ어들이 아니라 인가간들이 나를 주기ㄹ려고 해. 우리의 ㅈ덕은 인어가 아니었어. 인어가 아니라 ㅇㅕㄴ구소랑 길드가 포세이돈에 인어를 풀어. 포세이돈 인공전전이야. 절ㄷㅐ 밖에 알리고 다니지 마 ㅁ무서워 나 무서워…….]

곧바로 전화가 왔지만 빗물에 미끄러진 휴대폰이 도로를 지이익 긁어 포장마차 아래로 들어갔다. 동시에 택시가 왔다.

“안 돼! 주울 시간 없어!”

“아……!”

“무조건 항으로 가주세요!! 가장 가까운 항으로요! 배가 있는 곳으로!”

“아, 왜 이렇게 젖었수? 시트 다 젖게시리…….”

택시기사는 불평했지만 비는 여기서도 오고 있었기에 그들을 수상쩍어하진 않았다.

헌터들은 곧장 항으로 가서 무작정 배에서 내리고 있던 사람을 잡았다. 그리고 어선을 태워 달라 빌었다.

“미쳤어, 미쳤어! 지금 비 오는 거 안보여요?”

“이거 드릴게요. 부탁드립니다.”

헌터 한 명이 마석을 꺼내들었다. 금덩이보다 비싼 인어의 마석에 어부가 반색했다.

“아이씨……. 곧 태풍이 온다니까 빨리 타쇼. 얼마 안 걸리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세 명은 어선에 올라탔다. 양철민은 두 손을 꼭 모았다.

“섬으로 돌아가야 해. 우리 말을 들어 줄 사람이 필요해…….”

여차하면 나를 이해해 주고, 지켜줄 헌터들이 많은 곳. 그 섬으로 가야 한다.

“자, 피곤할 텐데 이거 하나씩 마시쇼.”

그때 선장이 종이컵에 커피를 타서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헌터 두 명은 의심 없이 커피를 마셨다. 양철민 또한 마시려고 했는데 덜컹! 파도가 강하게 밀려들어오며 실수로 커피를 바다로 죄다 흘려버렸다.

“어…….”

“벌써 다 마셨수?”

“아, 네. 네…….”

그리고 선장은 전화를 받으러 사라졌다.

“날씨가 점점 안 좋아지는데…….”

한 시간째. 섬은 끄트머리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텐데……?

“날씨가 너무 어두워서 섬이 안 보이는 건가,”

“어… 근데 나만 눈이 침침한가…….”

그때 털썩! 한 헌터가 쓰러졌다. 양철민이 화들짝 놀라 돌아봤다. 쓰러진 건 다른 헌터도 마찬가지였다. 멀쩡한 건 오로지 자신뿐이었다.

“저, 저기요! 저기요!”

“뭐야. 왜 멀쩡해?”

선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심장이 서늘하게 식었다.

“확실히 헌터라 그런가 약효가 늦게 도네?”

본능이 직감을 깨웠다. 여기서 도망쳐야 한다. 선장의 손에는 도끼가 들려 있었다. 안 돼. 도망쳐야 해.

“정, 정신 차리세요!!”

“그거 먹으면 절대 안 일어나. 그런데 넌 이상하네? 내성이 있나? 뭐… 상관없지.”

포세이돈이 도망친 세 명의 도주자를 확인했다. 이 선장은 전화로 그곳의 사주를 받았겠지. 젠장, 젠장!

양철민은 퍼억! 남자를 밀치고 뛰었다. 그리고 당장 비수를 썼다.

“흐아악! 시발!! 헌터가 일반인한테 능력을 써도 돼?! 이거 신고할 거야!!”

그러나 어선 안에는 선장 혼자가 아니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누군가. 그가 음습하게 일어섰다. 등급이 높은 헌터다. 그가 품에서 권총을 꺼내들었다. 저건 못 이긴다!

“하아, 아, 진짜, 왜, 왜 하필 내가…….”

양철민은 등을 돌렸다. 어둡게 물결치는 파도가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탈출로는 그곳뿐이었다.

“아. 아으. 하아…….”

타앙! 첫 발은 빗나갔다. 그 즉시 양철민은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풍덩―!!

“푸, 푸하―!!”

타앙! 탕!! 탕!!

헌터가 빠르게 바다 쪽으로 총을 쏘았지만 워낙 어두워 조준이 어려웠다.

“됐어요, 됐어! 어차피 지금 태풍 오고 있잖소. 살진 못할 거요. 왜 쫓기는지는 모르겠지만 참말로 불쌍한 친구…….”

탕!!

거기까지 말하던 선장의 몸이 흐트러지더니 바닷속으로 고꾸라졌다.

첨벙!

권총을 쥔 헌터 한 명만 유유히 어선의 키를 돌려 사라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양철민이 파도 속에서 헉헉거렸다.

너무나도 추웠고, 아득했다. 도저히 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온 세상이 검었다. 강한 공포감이 엄습했다.

이대로 죽나? 나 죽어? 정말로?

“살려 주세요, 살, 살려 주세……!”

◈          ◈          ◈

동 시간, 데아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 왜 그래?”

“아니… 잠시만.”

데아는 보드게임의 판을 담시 덮어 두고는 밖으로 나갔다.

“나 화장실 좀.”

“어어. 그래!”

방문을 닫자마자 데아는 바다를 보며 달렸다. 태풍이 오는 밤이었음에도 사람들이 항구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어, 한지야. 방금 알림 봤지? 5층 던전 클리어한 거!! 정말 대단하다니까.”

“아… 네.”

데아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한 다음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거칠게 일렁이는 어둑한 파도 속에…….

“저거 뭐예요?”

“뭐?”

“파도 속에 뭐가 있어요.”

인간들은 보지 못하는 범위였지만 데아는 그냥 말했다. 한껏 허우적거리는 하얀 인영이 보였기에.

“뭐? 그게 보여? 나는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사람이 빠졌는데요?”

2킬로미터가 넘게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 죽어 가고 있었다.

“사람이 빠졌다니, 그게 무슨 소리…….”

“나 시력 관련 스킬 있어요. 지금 저기 사람이 있다고요! 아무래도 헌터 같은데?”

“뭐?”

“뭐어?”

물론 시력 관련 스킬은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거짓 유무를 판단할 새 없이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몰려들었다.

“심각한 거 아니야? 사, 사람이 빠졌다니!”

“지금 당장 등대 켜고 사람들 불러서 라이트 비추세요. 어선 있으면 바로 출동하고!”

“어, 어어, 그래!”

“배 운전할 줄 아는 사람!”

“이게 무슨 일이래?”

항구가 소란스러워졌다. 헌터가 아닌 몇 사람들이 어선을 이끌고 출발하고, 비행 능력이 있는 헌터들은 우산을 들고 근처를 배회했다.

‘이대로 발견하기에는 조금 힘들겠는데…….’

데아는 몰래 자신의 흰 빛 마력을 바다로 흘려보냈다. 저 누군가가 이 흰빛을 보고 따라온다면 살 수 있겠지. 하지만 다행히 양철민은 데아의 마력을 발견했고, 어푸어푸 헤엄을 쳤다.

“어? 잠깐만 저기에 뭐가 있어!”

어선에 오른 한 사람이 소리쳤다.

“저 흰 옷 뭐야!!”

“뭐라고?”

아수라장이었다. 사람들이 곧장 한 곳을 향해 라이트를 비췄다. 섬 안에 애애앵 사이렌이 울리고, 저택 안에 있던 사람들마저 모조리 뛰쳐나왔다. 교관들 또한 뛰쳐나왔다.

“쟤, 쟤, 양철민이 아냐? 그 D급 헌터!”

“뭐? 쟤가 왜 저기 빠져 있어!!”

사람들은 서둘러 뻣뻣하게 굳은 양철민을 끄집어 올렸다.

“아직 살아 있어!”

양철민은 담요를 두르고 이빨을 딱딱 떨었다. 며칠 만에 뺨이 홀쭉해졌다.

그는 다시 섬에 돌아온 후에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눈물이 줄줄 흘렀으며, 호흡도 고르지 못했다.

“양철민, 양철민 헌터! 지금 혼자야? 다른 헌터들은!”

“없, 없어요. 다, 다 죽었…….”

싸아아아……. 침묵이 내려앉았다. 갑작스러운 동료의 사망 소식에 사람들이 굳었다.

“그, 그럴 리가 없어요. 왜, 왜요? 5층 공략했, 했잖아요? 알림 문자도 왔는데!”

그중에는 가족끼리 섬에 들어온 경우도 있었다. 동료보다 큰 가족의 부고 소식에 누군가 소리를 쳤다.

“거짓말하지 마!!”

“우, 우리의 적은 인어들이 아니었어요.”

양철민의 입술이 보라색으로 질렸다. 아, 설마. 데아의 낯이 굳었다.

“우리의 적은… 인어들이 아, 아니었다고요.”

“그게 무슨 소리야…….”

“다, 다 죽었어요. 마력이 안, 안 나왔어요. 힘이 안 나와서… 보스 인어를 죽였는데도 출구가, 안 나와서…….”

양철민은 황설수설하더니 앞의 데아를 덥석 잡았다.

“이상한 점이 있었어. 이상한 점이. 내, 내 말을 들어 줘. 연구원들이 이런 말을 했어. 누군가가 인어, 인어 꼬리의 마크를 봤다고.”

“뭐?”

데아의 머리가 차가워졌다. 잠시만. 여기서 그거 말 하면…….

“하급 인어, 꼬리에 엠비엘… MBL 연구소 마크, 그거 있었어요. 그리고 연구원들이 말하길…….”

“잠깐만 양철민.”

“그거 누가 그걸 봐버려서 연구소랑 길드에서 우리를 죽이라고 명령이 내려왔, 왔대요. 그래서 우리를 다 죽인다고.”

불길한 예감이 고개를 들었다. 주변에는 사람이 많았다. 그곳에는 교관들 또한 있었다. 교관들의 얼굴이 차가웠다.

아, 이런.

“안 돼, 여기서 더 말하지 마.”

“하급 인어를 계량해서, 더 포세이돈 안으로 넣겠다는 말도 했어, 했어요, 이거 다 연극이에요. 여러분. 포세이돈, 그거 다 진짜 인어랑 던전 아니고…….”

“야!!”

“여, 연구소에서 만든 거였다고!”

소리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양철민의 말을 듣던 수많은 사람들은 기겁했고, 교관들은 놀란 낯 하나 없이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몸을 뒤로 뺐다. 누군가는 벌써 전화를 하고 있었다.

“네. 이미 말을 했… 네. 전부가 들었습니다. 네. 기밀 사항을 전부가요.”

이런 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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