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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식인인어는 죽어야 한다-18화 (18/223)

※ 018화

“아냐. 아냐.”

[진짜샤샤 : ㄴ아니에요 진짜 자거 아닌데]

└진정하고 말해 봐요

└눈물 그치고 말해 봐.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왜 공략 1팀 팀원들은 아무도 정정을 안 해줬지?

물론 그들도 이 가짜 샤샤가 진짜 데아인지 아닌지 몰랐던 모양이다. 초반에는 유명하지 않았지만 이번 가입 인사로 갑자기 확 주목받게 된 탓도 분명 있을 것 같고.

하지만 데아는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영주 언니!”

슬리퍼를 신고 달려 나간 데아는 영주의 기숙사 방문을 벌컥 열어재꼈다.

“악. 깜짝이야, 무슨 일인데!”

씻고 나왔는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얼굴로 소리를 지른 하영주는 이내 다급한 데아의 모습을 보고 정자세로 앉았다.

“언니, 헌팅 알아?”

“모르는 사람도 있어?”

“가입했지?”

“어, 어? 그렇지?”

“그, 이 게시물 들어가서 내가 진짜 샤샤 맞는다고 한마디만 해줘.”

하영주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그는 데아가 내민 핸드폰 화면을 쭉 내리더니 이내 큰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흡, 소리를 내며 몸을 떨었다.

그도 이 상황이 억울하고 비통하기 그지없는 모양이라고 데아는 생각했다.

“아, 빨리.”

“아, 어. 알았어. 그런데 너 이미지 괜찮, 후, 아니다.”

“어? 뭐가?”

“아냐.”

하영주가 어플에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한 데아는 다시 원래 댓글난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때였다. 가짜 샤샤로부터 댓글이 달렸다.

[샤샤 : 님 만나실래요?]

“얘는 무슨 자신감이지?”

그 댓글을 본 하영주가 어이없다는 듯 내뱉었다. 하지만 그 순간 데아는 ‘저 영영인데요. 누구십니꺼.’라고 댓글을 업로드하려던 하영주를 막았다.

“좋은 생각이 났어.”

어차피 여기서 하영주가 등장해 봤자 저 가짜는 창피 좀 받고 글 지우고 사라지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래서야 오늘날의 수치는 누가 보상해 준단 말인가? 적어도 직접 만나 사과는 들어야 했다. 그래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으므로.

“그러니까 직접 만나서…….”

저 가짜 샤샤가 좌 하영주 우 가윗인 자신을 본다면? 물론 자신은 마스크와 후드로 꽁꽁 싸맬 예정이지만 양 손의 상위 헌터는 빛날 것이다.

그래, 놀이동산. 놀이동산에서 놀 거 다 놀고, 가짜 샤샤에게 공개적으로 꼽을 줌으로써 그날의 피날레를 장식하자.

이렇게 공개적인 헌터 커뮤니티에서 온갖 창피함을 다 받았는데 사실 정정만 하고 얌전히 물러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잔뜩 겁을 집어먹은 가짜에게 맹수처럼 다가가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올리라고 으르렁거리면 게임 끝이다. 그럼 언론에 더 크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거 없이 깔끔하게 일을 마칠 수 있다.

그렇게 해결되면 ‘헌팅’의 헌터들은 ‘진짜샤샤’가 진짜 샤샤인 줄 그제야 알고 자신에게 용서를 빌러 오겠지. 완벽했다.

그리고 데아는 이러한 계획을 하영주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하영주가 허탈하게 웃었다.

“너 의외로 사람 부리는 게 능숙하구나.”

“어? 뭐라고?”

“아닙니다, 샤샤 님. 우리 던전 프리 패스, 영원한 내 칭구님. 가윗한테도 전달할까요?”

“말하는 게 왜 그래?”

“방금 톡으로 전달했음요.”

“…….”

데아는 다시 댓글난으로 시선을 돌렸다. 갑작스러운 현피 신청에 댓글난이 시끌벅적했다.

[진짜샤샤 : 좋아 쪽지 줘라]

└?? 진짜?

└ㅁㅊㅋㅋㅋㅋㅋㅋ헌터들끼리 싸우면 안 되잖아요ㅜ

└헌터 센터에서 인력 나오는 거 아님?

└구경ㄱㄴ?ㅋㅋㅋㅋㅋㅋ

└위로 : 거기서 게이트 터지면 꿀잼이겠다.

└ㅁㅊ 이위로다

└헉 위로야

└위로 님 한국에 언제 들어오세요?

└월드 스타가 지켜보는 현피라니

위로? 유명한 사람인가?

“위로가 누구야?”

데아의 물음에 하영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몰라? 물론 그럴 수 있죠, 샤샤 님. 전 세계 돌아다니는 A급 헌터 있습니다요. 사건 사고 좋아하는 애. 아직 고딩이던가.”

“아하…….”

그때 핸드폰 상단에 작은 알림이 떴다. 개인 쪽지 알림이었다. 헌팅은 헌터들의 친목이 가능했기에 개인적으로 쪽지를 주고받는 것 또한 가능했다.

[샤샤 : 진짜 포기를 모르네ㅋㅋ 어디서 만날래요? 수도권 안에서만 말하세요. 멀리 못 가니까.]

재수 없는 놈.

데아는 하영주와 순식간에 놀이공원 계획을 전부 다 짜고는 쪽지를 보냈다.

[진짜샤샤 : 이ㅣ번주 토ㅇㅛ일 ○○랜드 앞에 저녁 8새.]

작성 중이던 쪽지를 본 하영주가 놀라 데아의 손으로부터 폰을 뺏어 다시 보냈다.

[진짜샤샤 : 이번 주 토요일 ○○랜드 저녁 8시 정문 앞]

[샤샤 : ○○랜드 앞? 주목받는 거 좋아하나. 그래요.]

주목받는 걸 즐기는 건 너겠지, 나는 아니다.

데아는 침착하게 휴대폰을 돌려받고 어플을 종료한 뒤 핸드폰을 꼭 쥐었다. 이번 주 토요일은 곧이었다.

놀이동산 앞에서 너를 쥐도 새도 모르게 처참하게 발라 주마.

하영주가 서랍에서 과자를 까먹으며 데아 입에도 하나 가져다주었다. 데아는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낼름 받아먹었다. 하영주가 흐뭇하게 웃었다.

토요일은 금방 찾아왔다.

◈          ◈          ◈

날씨는 화창했다.

가윗과 하영주는 검은 오버핏 후드 집업에 검은 마스크까지 끼고, 초록색 체육복을 입은 데아의 패션을 보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떡볶이 코트를 단정하게 입은 가윗과 부푼 항공 점퍼를 맵시 있게 입은 하영주는 곧장 길드 복지 중 하나인 세단을 빌려 운전했고, 빠르게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난생처음 놀이공원에 와본 데아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데아야, 추로스도 먹어 봐.”

“와, 닭꼬치!”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웃는 그들의 모습이 보기 나쁘지 않아 데아는 군말 없이 입에 들어오는 군것질거리를 모조리 씹어 삼켰다.

그때마다 둘은 너도 그렇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이제 처음 알았다며 감격 어린 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각자 신이 나서는 회전목마를 타면서 추로스를 우물거리는 서로의 사진을 찍기 바빴다.

“이 안에 초코 든 건 뭐야?”

“먹어 볼래?”

그리고 데아는 해당 추로스를 총 세 번 결제했다.

사방의 불꽃과 전등, 아름다운 거리의 장식들, 할로윈이라고 거미줄을 여기저기 쳐둔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화려하게 반짝였다.

가끔 분장한 사람들이 튀어나왔지만 놀란 건 하영주와 가윗뿐, 데아는 입을 우물거리며 미동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

“넌 안 놀랐어?”

“놀랐어.”

“놀란 거야?”

“응.”

모든 게 새로운 데아는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이런 곳이라면 매일 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너도 사람이구나.”

하영주가 실실거리며 말했다.

“네가 감정 표현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그냥 인상이 차갑고 그러니까……. 뭐, 그래도 네가 재밌어한다는 건 알겠다. 와서도 재미없어하면 어쩌나 싶었어.”

데아는 자신의 입 주변을 만지작거렸다.

‘그런 인상인 건 알고 있었는데, 그 정도였던가?’

하지만 이내 바이킹 차례가 되자 기억은 순식간에 휘발되었다.

그들의 머리 위에는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 하나씩 사이좋게 끼워 준 할로윈 머리띠가 있었다. 데아는 후드 위에 머리띠를 끼웠다. 거대한 호박이 데아의 정수리를 타고 다녔다.

―당신이 간다면…….

◈          ◈          ◈

그리고 예정된 시간이 되었다.

“다 놀았지?”

“응.”

“네.”

번쩍이는 귀신들의 퍼레이드까지 다 본 참이었다. 눈앞을 수놓는 아름다운 불꽃에 정신이 팔린 데아를 데리고 시간다 됐다며 출구까지 나온 지금, 오후 여덟 시.

데아는 쓰읍, 숨을 들이마시고는 핸드폰을 켰다. 역시나 알림 창이 깨끗했다.

[진짜샤샤 : 왜 안왔ㅇㅇ허요?]

[진짜샤샤 : 안 오네. 이대로 도망갔다고 올려야겠다.]

[진짜샤샤 : 쫄?]

‘쫄?’은 옆의 가윗이 보내라고 해서 보냈다.

역시 도발이 먹혔는지 핸드폰이 금세 진동했다.

[샤샤 : 주말 ○○랜드 근처는 다 막힘요; ㄱㄷ]

그래도 이전까지는 정중한 어투를 쓰더니 이제 그런 것도 다 집어던진 모양이었다. ‘샤샤’는 초면의 사람에게 이런 알아듣기 힘든 줄임말을 쓰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칭범은 정성도 노력도 않는 최악의 인간이었다.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이 찾아왔다. 20분이 경과했다. 데아는 ‘왜 안 와요?’로 도배된 채팅 창을 하영주의 조언을 받아 실시간이 보이게끔 캡처하고 있었다. 모두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될 증거 자료가 되리라.

그리고 또 10분을 기다렸다. 그때 저 멀리서 택시 한 대가 끼익, 하고 멈추더니 어수룩해 보이는 사람이 주섬거리며 내렸다.

데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비죽 뻗은 머리카락에 두꺼운 안경, 얇은 패딩을 걸친 남자의 손에는 검고 투박한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그게 카메라라는 것을 알아차린 건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잠깐, 저거 모양새가 이상한데…….”

그리고 쪽지가 왔다.

[샤샤 : 도착했는데 그쪽은 어디세요? 인상착의 좀 알려 주세요.]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도 구석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와, 씨. 미친…….”

“…사칭을 한 이유가.”

그때였다. 하영주와 가윗을 발견한 남자의 눈이 그보다 더 커질 수 없다는 듯이 커지더니, 이내 그가 그 사이에 서있는 데아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찾았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그의 눈이 가로등 아래에서 희번덕거렸다.

하지만 남자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하영주의 능력은 근거리 공격수, 신체 강화라는 것 말이다. 순식간에 발달한 하영주가 빠르게 뛰쳐나가 남자의 목덜미를 낚아챘다. 남자가 눈을 깜빡이기도 전이었다.

“으악!”

“찾았다!”

사칭범의 외마디 비명에 주변의 시선이 집중됐지만 하영주가 남자의 팔에 어깨동무를 하며.

“세상에! 너무 오랜만이다!”

그리 외치자 이내 시선은 다시 흩어졌다. 사칭범의 얼굴이 파랗게 변했다. 하영주의 목소리가 확 낮아졌다.

“너 뭐야? 설마 사칭한 이유가… 샤샤 정보 캐려고?”

“흑, 끄윽, 아니… 일단 목 좀.”

“징징거리지 말고 말해. 왜, 신비주의 헌터 직접 좀 만나서 정보 캐면 돈이 좀 되나?”

이거 미친놈이었네.

하영주가 팔에 힘을 더 주자 사칭범이 펄떡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급 헌터인 사칭범이 A급 헌터인 하영주의 기세를 그대로 맞는 것도 버거운 일일 터였다.

그대로 데아와 가윗이 있는 곳까지 질질 끌려온 사칭범이 우는 소리를 내며 실토한 내용은 이랬다.

단순한 D급 헌터였던 그는 신비주의 헌터는 커뮤니티에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성급하게 사칭 계정을 만들었다. 관심을 좀 얻어 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주목을 받았고, 그러다 보니 계정에 진심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니, 내 헌터명인데 왜 그쪽이 진심이 돼?”

사칭범이 마스크와 후드로 얼굴 전체가 가려진 샤샤를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일단 여자군.”

그가 중얼거리자 하영주가 정강이를 깠다. 아흑, 사칭범이 신음했다.

하지만 사칭범의 예상과 달라지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진짜 샤샤 본인이 ‘진짜샤샤’라는 닉네임으로 헌팅에 가입을 한 것이다.

“처, 처음에는 믿지 않았어요. 샤샤는 커뮤니티 따위에 연연하지 않을 거라 믿었는데.”

“아니, 그러니까 왜 그걸 단정하냐고.”

“그런데 아무리 봐도 진짜 같아서… 커뮤 안에서 개쪽당하고 쫓겨날 바에는 끝까지 우겨 보자, 생각을 했죠. 그리고 직접 만나 보고 싶었어요. 가짜면 계속 저도 샤샤 행세를 할 수 있고, 설사 진짜여도 만나서 사진을 찍거나 정보를 얻어서 팔면…….”

사칭범이 비굴하게 웃었다.

“그건 그것대로 돈이 되거든요. 샤샤의 정보를 사겠다는 사람은 꽤 있어서…….”

“허어… 그 헌터 등록증은 뭔데?”

“당, 당연히 조작이죠. 제 헌터 등록증에서 조금만 고쳐서…….”

“…….”

데아는 양손을 쥐었다 폈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줄이야.

데아는 하영주의 몸에 가려져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사칭범의 정강이를 두 차례 더 걷어찼다. 읏, 하윽, 남자의 신음 소리가 조금 이상했지만 무시했다.

“아, 김빠졌어. 진짜 별것도 아닌 게…….”

“죄, 죄송합니다.”

데아가 눈동자를 굴리자 하영주가 자세를 굽혀 사칭범과 눈을 마주쳤다.

“지금 당장 핸드폰 켜서 헌팅 들어가 사과문 올려. 당장.”

사칭범이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지, 지금이요?”

“지금.”

“지금은…….”

이 새끼 튀려고 했었네.

데아가 눈을 내리깔자 사칭범이 후다닥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수분 후, 땀으로 젖은 손을 덜덜 떨며 사과문을 작성한 사칭범은 고개를 푹 숙인 제 사진과 함께 헌팅에 글을 업로드했다. 그의 사진은 데아가 찍어 주었다.

올리자마자 핸드폰에 진동이 시끄럽게 울리고 상단에 댓글 알림이 우수수 뜨는 걸 봐서는 사람들의 반응도 엄청난 듯했다.

“후, 이제 더 어떡하지.”

“몰래 파묻어 버릴까요?”

가윗이 해맑게 묻자 남자가 퍼드득 떨었다.

“넌 힐, 힐러잖아!”

“와, 반말 까네. 대가리를 똑딱 따버릴라.”

“……!”

“원래 힐러가 성질 제일 더러워. 몰랐냐?”

그 말에 두 명이 경악했다.

“그, 그런……!”

비굴하게 징징거리는 사칭범과.

‘몰랐어!’

가윗의 성격에 새롭게 충격을 집어먹은 데아였다.

그러나 혼란은 잠시, 데아는 이내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돌아가자. 괜히 힘만 뺐어. 얼른 기숙사 가서 잘래.”

“좋아. 이런 놈은 버려두자.”

하영주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사칭범이 힉힉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런데 그의 상태가 이상했다.

“허, 헉!”

“…뭐야, 왜 저래.”

남자의 시선은 데아의 어깨 너머를 향해 있었다.

“어……?”

“뭐야, 왜 저…….”

꺄아아아악!

순식간에 공기의 온도가 낮아졌다. 먼저 뒤를 돌아본 건 가윗이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 안에서 하얀 무언가가 크게 팽창했다.

“어, 게이트?”

“뭐?”

사람들의 비명이 폭풍우처럼 솟은 건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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