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가후기 (51/51)

작가후기

2006년 봄이 다가올 무렵 게임의 제왕을 집필하기 시작해서 2007년 봄이 끝나갈 무렵에서야 게임의 제왕을 완결하게 되었습니다.

A4용지 780매, 원고지로 치면 6,000매 분량의 글이 드디어 종결된 것이지요.

글을 쓴다는 것이, 더구나 엉터리인 글을 쓴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무척 재미있는 일입니다.

어찌 됐든 줄거리와 등장인물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구성하고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외모, 이름 등을 만들어내려면 적잖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낡은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잡고 서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의 한글화면처럼 머리가 텅 비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날은 아무리 의자에 오래 앉아 있어도 글이 써지질 않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제왕에 등장하는 주신 제우바처럼 글을 쓴다는 것은 세계를 창조하는 일입니다. 쉽게 말하면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인데,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일은 퍽이나 재미있는 일이죠.

더욱 많은 이야기들을 게임의 제왕을 통해 해보고 싶었습니다.

글의 후반부에 나오는, 결국 모든 것은 신의 뜻이었다는 이야기… 개인적으로 음모론을 좋아합니다.

지금 이 순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나의 의지도 결국은 보이지 않는 절대자의 조종에 의해 이뤄지는 일이라면?

상상만으로도 섬뜩하고 오싹하지 않겠습니까?

인터넷 매체의 등장으로 인터넷 소설들을 쉽게 접하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인터넷을 통해 게임의 제왕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출판이라는 개인적 영광을 안게 되었죠.

서점에 가서 구입해 읽는 소설과 인터넷 소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쌍방향(Interactive)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게임의 제왕을 읽어주셨던 수많은 독자들이 게임의 제왕의 작가일 수도 있습니다.

쪽지와 댓글을 통해 오류를 지적해주시고, 내용 전개에 관해 조언을 해주신 분들, 그리고 부족한 글에 많은 격려와 응원을 해주신 분들, 그 모든 분들이 게임의 제왕의 또 다른 작가입니다.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깨진 돌조각으로 사냥을 하던 인간들이 70여만 년이 걸려서야 쇠를 벼르는 기술을 터득했습니다.

하지만 불을 다루게 된 인간들이 핵폭탄을 만들어낼 때까지는 대략 2500여 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50여 년 만에 인간들은 우주를 날아다니고, 동물을 복제해내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음과 양이 있듯이 문명의 혜택이라는 것도 반드시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겁니다.

진화라기보다는 혁명에 가까운 문명의 진보 속에서 자칫하면 희망보다는 절망에 기대기 쉬워질 수도 있습니다.

환상(Fantasy)이라는 것은 우울한 현실을 벗어나 절망에 기대려는 도피가 아닌 긴 겨울의 끝에서 피어나는 새싹과도 같은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게임의 제왕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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