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화 〉레아12
잠시 후 버나드는 한손에 마검을 쥐고 돌계단을 올라 왕궁의 동쪽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테라스로 이동했다.
“응접실 같은 실내보다는 이곳이 피를 치우기 수월할 것이다.”
“이토록 경계하시는걸 보니 그동안 거짓을 속삭이는 자들이 많았나보군요. 안심하세요. 저는 다릅니다.”
힐그리테는 선선한 바람에 날리는 붉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여유있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버나드는 난간 근처에 마련된 의자를 힐그리테에게 권했다.
“앉아.”
“전하와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영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가 앉자 버나드도 그녀와 마주보고 앉았다.
가까이 앉은 힐그리테의 하얗디 하얀 목에서 에메랄드 목걸이가 고혹적인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아래 풍만한 젖가슴은 도발적으로 치솟아 올라 그녀의 매력을 한층 더 했다.
“말해보게.”
버나드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고할시 가차없이 베겠다는듯 마검의 칼집을 계속 쥐고 있었다.
“어릴때 멜라니아와 만난적이 있습니다.”
버나드가 콧방귀를 뀌며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늘 시작은 똑같고만.”
“거짓말쟁이들이 이런식으로 시작하든가요? 재밌네요.”
그녀는 짧게 웃은뒤 물었다.
“멜라니아는 지금쯤 여든살 할머니가 되었겠죠?”
“나이는 알아서 뭐하게?”
“그냥 물어봤어요.”
힐그리테는 버나드의 차가운 음성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최근 전하께서는 ‘젊어지는 흑마술’ 의 부작용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찾고 계시는 것 같더군요.”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어디서 들었지?”
“한달전 어떤 사내가 저희 집에 찾아왔었습니다. 그는 일반인처럼 행세하며 신분을 가렸지만 제 눈을 속일 수 없었죠. 왕궁에서 나온 사람인게 분명했습니다.”
버나드는 부인하지 않았다.
“눈썰미가 아주 좋고만.”
“왕궁 사람들은 현재 마녀란 호칭만 달고 있으면 아무나 찾아가서 약을 수소문하는 것 같던데, 아무튼 그자 덕분에 요즘 왕궁의 주관심사가 무엇인지 알게된거죠.”
“그자한테 치료법을 알려줬나?”
“아뇨. 뭘 믿고 알려줘요? 저한테 협박하듯이 캐묻던데. 신용할 수도 없고 기분이 나빴어요. 심지어 진실을 말해줘도 안믿고 우선 시험해보겠답시고 저를 고문할 것 같은 두려움까지 느꼈죠.”
“그자도 마녀인 네가 불쾌했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말하는걸 보아하니 치료법을 안다는 투인데?”
“당연히 알죠.”
그녀가 싱긋 웃는다.
버나드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지켜보다 말했다.
“농담하지 말고 진짜로, ‘젊어지는 흑마술’ 의 부작용을 치료하는 법을 알고 있나?”
“해답을 알고 있지만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네요.”
힐그리테는 눈짓으로 버나드가 쥐고 있는 칼집을 가리켰다.
“언제 날아갈지 모를 이 파리 같은 목숨을 지킬려면 끝까지 숨겨둬야 하지 않겠어요?”
버나드가 피식 거렸다.
“네가 진실된 말만 입에 담는다면 여기서 칼이 튀어나올 일은 없을 것이다.”
“매우 남자다우시군요. 실은 실물이 너무 멋지게 생긴분이라서 아까 처음 뵈었을때 무척 감동했습니다.”
그 말에 버나드의 표정만 굳어졌다.
“본론이나 말해. 내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지? 멜라니아와 함께 보냈던 어린시절의 추억담?”
“치료제는 왜 찾으시는거죠?”
“그건 네가 알 바 없다.”
“멜라니아가 아픈거군요.”
힐그리테가 칼같이 단언하자 버나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그녀를 잠자코 응시했다.
“여기 오기 전에 우르프스 왕국 건국사를 읽었습니다. 아주 흥미진진한 내용들로 가득 채워졌더군요. 알에서 태어난 전하, 하늘을 날아다니며 신처럼 강력한 힘을 뿌리는 전하, 어떤 공격이든 막아내는 무적 갑옷 등등 저는 그 책을 보면서 전하를 실물로 영접하기 전까지 우리와 다른 종족인줄 알았습니다. 아주 위대한 신이란 느낌을 받았죠.”
“지금은?”
“외양으로는 우리와 전혀 다를바없이 평범하시군요.”
“실망시켜서 미안하구만.”
“사람처럼 보이셔서 오히려 친근감이 드네요. 그리고 조금전 말씀드렸다시피 젊고 잘생기고 아주 매력적인 외모를……”
버나드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잘랐다.
“그만둬. 아무튼 건국사를 꺼내든 이유가 뭐야.”
버나드를 마주보고 있던 힐그리테는 테라스밖 먼 풍경쪽으로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건국사에는 전하 외에도 초인으로 묘사되는 인물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마녀 멜라니아죠. 그녀는 젊고 유능하며 못하는 마법이 없는 전지전능한 미녀로 서술되죠. 이상하지 않나요?”
“뭐가?”
그녀는 다시 버나드를 돌아보며 다정한 미소를 띄웠다.
“전하께서 왕위에 오르신지는 이제 4년, 제가 아는 한 그 당시 멜라니아의 나이는 일흔이 넘는 노인이었을겁니다. 그런데 건국사에는 젊은 마녀로 나오죠.”
버나드는 그녀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빠르게 알아차렸다.
길게 끌것 없이 사실대로 말했다.
“키클롭스의 정액을 재료로 삼는 흑마술로 젊어졌지. 이게 네 의문에 대한 해답이다.”
“시원시원하셔서 좋네요.”
그녀가 웃었다.
“이제야 아귀가 맞아 떨어지네요. 전하께서 젊어지는 흑마술의 치료제를 찾는 이유가 바로 멜라니아 때문이었군요. 근데 여기서 또 의문이 있습니다.”
“빙빙 돌리지 말고 바로 말해라.”
“궁중 마녀 자리는 4년째 공석입니다. 백성들도 멜라니아가 왕궁에서 일하지 않는다는걸 알고 있죠. 혹시 병석에 누워있나요?”
“그대는 혹시……”
버나드는 말끝을 흐리며 힐그리테를 한동안 뚫어지게 바라봤다.
오랜 경험으로 다져진 그의 눈동자는 사람의 의중을 간파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궁중마녀 자리를 원하는가?”
정곡을 찔렀는지 힐그리테가 갑자기 젖가슴을 크게 들썩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전하는 역시 남다른 촉을 가지셨군요. 네, 원합니다. 제가 여기 온 이유죠.”
“이미 디보크 경을 섬기고 있잖아.”
“그를 섬긴지는 고작 일주일 밖에 안됐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를 왕궁으로 인도하는 도구에 불과했을뿐이죠.”
버나드는 마침내 힐그리테의 속내를 숨김없이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본심을 털어놓기 시작한 마녀의 눈동자에 서서히 마력이 모여들었고, 그녀는 마력으로 붉어진 눈을 한껏 빛내며 신이난듯 떠벌렸다.
“만약 저 혼자 궁에 왔었다면, 전하와 이처럼 소중한 만남을 갖지 못한 채 성문에서부터 경비병들한테 쫓겨나고 말았을 겁니다. ‘추악한 마녀는 저리 꺼져!’ 같은 욕설이나 들으면서 말이죠.”
그녀는 여기까지 오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2주전, 영주인 디보크 경의 아버지는 검술에 자질이 없는 아들의 실력을 보완하기 위해 왕궁으로 같이갈 마법사를 모집했죠. 때마침 궁중마녀 자리를 노리고 있던 저한테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당장 가서 지원했죠. 이후 무사히 면접과 시험을 통과한뒤 영주에게 아들을 잘 부탁한다는 당부를 받고 우리 두 사람은 곧장 왕도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부분이 아주 웃겨요.”
그녀는 갑자기 손뼉을 치며 자지러졌다.
“여기까지 오는동안 시간날때마다 틈틈히 함께 수련을 했는데, 희한하게 그의 칼과 신체에 아무리 보조 마법을 걸어줘도 그의 검술 실력이 늘기는 커녕 엉뚱하게 그의 발기력만 향상되더군요. 시도때도 없이 제 엉덩이와 가슴을 흘깃흘깃 훔쳐보면서 욕정만 한가득 커진겁니다.”
그녀가 눈을 마주봤다.
“아까 디보크 경의 바지가 볼록한거 보셨죠? 하루종일 야한 생각만 하니 그렇게 된겁니다.”
“네가 마법으로 커지게 만든게 아니고?”
“어둠의 어머니에게 맹세코, 저는 아무런 짓도 안했어요. 그가 욕망을 주체 못하다 스스로 이상한 병에 걸린거예요.”
“별일이 다 있군.”
버나드는 작게 헛웃음을 터트리며 내내 쥐고 있던 칼집을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그 광경을 지켜본 힐그리테가 물었다.
“드디어 의심을 거두셨나요?”
“거짓말을 하는 자는 증오하지만 욕심이 있는 사람은 싫어하지 않아. 사람은 욕심이 있어야 성장하니까.”
버나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멜라니아와 인연이 있는 네가, 입밖으로 나오는 말들에 살을 붙이지 않은건 좋은 판단이었다. 너를 돋보이게 할 생각에 허언을 나불댔으면 나는 즉시 알아차렸을거야. 담백한 사실만 전한게 마음에 들었다.”
힐그리테가 안도하는듯한 미소를 그에게 던졌다.
“전하께서는 진실을 보는 능력을 가지셨나 보군요. 기쁜 마음으로 아뢰옵건데, 저를 받아들이신 거라고 생각해도 되나요?”
“궁중마녀는 네가 넘볼 자리가 아니야. 하지만 네게 뛰어난 재주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지도 모르지.”
버나드는 그렇게 운을 뗀뒤 과거를 회상했다.
“건국사에는 나와 멜라니아가 계속 함께 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지만, 실상은 그녀는 내 곁을 떠났다. 프레드릭왕을 제거한 직후 우리는 헤어졌지.”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힐그리테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쳐다봤다.
“두 분 사이가 틀어졌나요?”
버나드가 픽 웃었다.
“틀어졌다면 내가 사람을 풀어 그녀를 위해 치료제를 알아볼 일도 없었겠지. 궁중마녀 자리도 4년간 비워뒀을리도 없었을테고 말이야. 나는 그녀가 돌아올때를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는 중이다. 젊어지는 흑마술에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도 사라진 그녀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어느날 우연히 알아낼 수 있었지.”
“멜라니아를 아끼시는군요.”
“아낀다? 아낀다라……”
버나드는 멜라니아에게 연인 같은 특별한 감정은 없고 한때 자신과 동행해준 그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을뿐이다.
그리고 멜라니아가 돌아온다는 것은…… 고령인 그녀가 병에 걸렸거나 죽음을 눈앞에 뒀을때가 아닐까 하는 예감이 들었기에 혹시 모를 그날이 불쑥 찾아올때를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멜라니아가 온다는 것은…… 레아가 함께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벅찬 기대감이 있었다.
‘가끔씩…… 아픈 멜라니아를 부축하고 나타난 레아를 위해 내 힘으로 멜라니아를 낫게해주는 상상을 해본다. 멜라니아가 완쾌되면 분명 레아가 기뻐해줄거야. 그리고 날 특별히 봐주겠지. 내가 누군지 몰라도, 나를 기억못한다 할지라도 좋은 사람이라며……’
버나드의 얼굴에는 미래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이 묻어났다.
들뜬 마음을 주체 못한 나머지 그는 깊게 숨을 들이셨다 내쉬고 차분한 표정으로 힐그리테를 주시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멜라니아의 부작용을 치료할 치료제를 만들어주면 널 궁중마녀 자리에 앉히겠다. 허나, 모른다면 그만 돌아가라.”
힐그리테의 눈이 빛났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치료제는 이미 전하가 가지고 계십니다.”
“내가?”
그녀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허벅지를 어루만졌다.
“전하께서 칼을 거두셨으니 저도 안심하고 해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젊어지는 흑마술의 부작용은 다시 젊어질 수 없다는 우울증이 원인. 나약해진 정신을 치료할 방법은 약이 아니라 그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 여자는 말이죠. 남자의 사랑을 받으면 행복해진답니다. 처녀든 할머니든 말이죠. 정신적 행복이야말로 인간을 더 젊고 오래살게 해주는 비법. 따라서 삶의 의욕을 잃은 멜라니아에게 필요한건 당신의 사랑입니다.”
“뭐?”
버나드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멜라니아를…… 뭐, 사랑?”
한참을 어이없이 웃기만하던 그가 힐그리테를 노려봤다.
“그렇게 단순히 해결될 문제라고?”
“확신합니다.”
그녀가 물었다.
“건국사에서 나오는 전하와 멜라니아의 기묘한 관계는 우정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애증이라고 표현할 순 있을겁니다. 애증. 멜라니아가 떠난다고 했을때 그녀를 한번이라도 붙잡으셨습니까?”
“왜 그래야하지? 난 붙잡을 생각따윈 한번도 안했……”
순간 말문을 잃은 그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좀 매정했었나……”
“애증이 깊은 만큼 사랑도 크지요. 아픈 멜라니아에게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전하뿐입니다. 전하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커다란 행복감을 느낄거예요.”
“듣도 보지 못한 해법이야.”
“사랑이 통하지 않으면 더 이상 해법도 없어요. 육체의 나이가 이미 한계인지라 그 어떠한 명약을 먹어도 약효가 잘 듣지 않을 겁니다. 아, 그녀를 좀비로 만들 생각이 있으시면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성질이 사납고 이성이 없어서 그렇지 건강하고 오래오래 살긴 하겠네요.”
“짐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군.”
버나드는 바닥을 쳐다보며 무언가 골똘한 생각에 잠겨있다 이윽고 고개를 들고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생각을 정리한 그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너는 짐이 몰랐던걸 깨우쳐줬다. 잘 생각해보니 멜라니아도 외로운 사람이었어. 또한 네가 제시한 방법이 좋은 해결책이 되길 바란다.”
“단언컨데 멜라니아의 병을 고칠 수 있을 겁니다. 그녀가 아직 죽지만 않았다면요.”
“그리고 힐그리테, 넌 책속에 적힌 작은 정보로도 사물을 꿰뚫어 보는 통찰의 눈을 가졌다. 그 능력을 높이 사마. 따라서……”
“설마……?”
그녀의 눈이 기대감에 반짝거린다.
왕이 명령했다.
“현 시간부로 궁중마녀로 임명하겠다.”
오후에 버나드는 직할군을 이끌고 괴물 토벌에 나섰다.
그의 지휘하에 마을을 덮친 괴물들을 물리치는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몇몇 강력한 힘을 가진 괴물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작전에 처음 가담한 기사 디보크가 겁에 질린 나머지 바지에 오줌을 지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어쨌거나 괴물 토벌은 신속히 이뤄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피해없이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다.
노을이 질 무렵, 병영 주변은 토벌을 마치고 복귀한 기사와 병사들로 북적거렸다.
“넌 정말 형편 없는 년이야!”
갑자기 날카로운 고함 소리가 울려퍼졌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을 쳐다봤다.
토벌 작전에서 내내 창피를 당한 기사 디보크가 마녀 힐그리테한테 화풀이를 하는 중이었다.
깔끔한 차림의 마녀에 비해 디보크는 바지에 오줌 얼룩이 진 것도 모자라 진흙탕에도 빠지는 바람에 몰골이 엉망진창이었다.
“널 고용한게 실수였어! 당장 꺼져 병신 같은 년아! 해고야!”
곧이어 뺨을 세차게 갈기는 소리가 들렸다.
한 대도 아니고 연달아 세 대였다.
찰싹!
찰싹!
찰싹!
힐그리테가 따귀를 맞고 몸을 비틀거리자 디보크는 즉각 그녀의 배를 걷어찼다.
사회적으로 마녀는 평민보다 못한 신분으로 취급 받았기에 귀족 디보크의 눈에 힐그리테는 벌레만도 못한 존재였다.
그녀가 바닥에 나자빠지자 그는 사정없이 마녀를 짓밟기 시작했다.
“꺼져! 꺼져! 꺼져!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마! 죽여버릴테니까! 빨리 꺼지라고!”
한편,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버나드에게 줄리안이 다가왔다.
“마녀가 좀 못하긴 하더라고요. 주인을 잘 보조하지 않고 엉뚱한 짓을 하지 않나. 하긴 따지고 보면 디보크 저 작자도 문제가 많지. 어떻게 저런 실력으로 궁에 들어올 생각을 했을까. 애초에 마녀의 도움없이 다닐 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왔었어야지.”
버나드는 힐그리테가 매맞는 광경을 보며 미소지었다.
“줄리안.”
“네.”
“저 못해보이는 마녀가 말이지. 오늘부터 궁중마녀라네.”
“예……?”
줄리안이 황당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러다 금세 무언가 깨달은듯 코웃음을 쳤다.
“둘이 뭔 얘기가 오고 갔길래, 참나 기가 막히네.”
“그런줄 알고 디보크가 떠나면 힐그리테한테 사제나 붙여줘.”
버나드는 그를 지나치며 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