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9화 〉레아10 (189/200)



〈 189화 〉레아10

버나드를 따라 침실로 들어가자 약간 쌀쌀한 느낌이 들던 복도와 달리 덥다고 느껴질 정도로 열기가 감돌았다.

실내에는 온통 묘한 비릿내가 짙게 배어 있었다.
미셸은 왠지 모르게 흥분되고 몸이 떨려왔다.
냄새는 거북했지만 싫지는 않았다.
여러 여자와 관계를 가진 까닭에 침대를 비롯해 주위가 지저분하리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깔끔했고, 어두운 실내에 켜진 촛불 때문인지 아늑한 느낌마저 들었다.

‘어쩌면 나도 곧……’

그녀는 야릇한 기대감에 젖어 다리사이가 저릿저릿해지는걸 느꼈다.

“동화책을 읽어줬더니 바로 잠들더군요.”

버나드는 침대 근처에서 잠든 샤를을 사랑스럽게 내려다보았다.
방안을 둘러보던 미셸의 시선이 딸에게 향했다.

널따란 침대 중앙을 차지한 샤를은 푹신한 이불을 목까지 덮고 새근거리며 자는중이었다.
편안하고 고른 숨소리로 보아  깊이 잠든 것 같았다.

“다른 왕비들은 전하의 사랑을 얻기 위해 열심인데 왜 쟤만 애처럼 행동하는지……”

책만 읽다가 잠든 딸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미셸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버나드가 그녀를 돌아보며 미소지었다.

“샤를은 섹스를 싫어합니다. 저도 그녀의 취향을 존중해주고 있죠. 사랑 확인차 매달 한 번. 그리고 아이를 가질때만 하기로 서로 합의를 했습니다.”

그 말에 미셸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의 이해심과 배려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제 부족한 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별말씀을요. 저야말로 샤를 덕분에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버나드는 말을 마치더니 코를 킁킁 거렸다.

“아, 죄송합니다. 실내에서 냄새가 좀 나는군요.”

그는 창가로 가서 두툼한 커튼을 젓히고 정사각형 모양의 작은 창문 두 개를 열었다.
시원한 밤공기가 안으로 들어와 그의 몸을 휘감았다.
버나드는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잠깐 창가에 서서 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밝은 달빛이 울창한 나무와 그 옆에 자리한 연못을 은은하게 비추는 중이었다.
말그대로 아름다웠다.

“밖은 평화롭군요.”

버나드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을 하듯 말했다.

“요즘 마물들이 설쳐대서 걱정입니다. 이 밤중에 또 어떤 백성이 피해를 당할지.”
“자나깨나 백성들을 생각하시는군요.”
“저는 왕이니까요. 불가능한 일이란걸 알지만, 가능하면 모든 백성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습니다.”
“……”

미셸은 창가에서 잠시 명상에 잠긴듯한 버나드의 뒷모습을 지그시 지켜보았다.
비단 가운을 걸치고 있었으나 그의 매력적인 체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벌어진 어깨하며 역삼각형 모양의 잘록한 허리, 비단가운 아래로 비치는 보기만 해도 탄탄해보이는 정강이와 발목, 전체적으로 늠름하기 그지 없는 그의 멋진 몸매는 당장 달려가서 안기고 싶을 정도로 가히 환상적이었다.

‘나도 아직 임신할 수 있는 몸이라고 그에게 말하고 싶어.’

그런 생각이 들자 몸이 뜨거워지며 사타구니에서 더욱 물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진심으로 버나드를 빼닮은 아들을 낳아주고 싶었다.

왕비들과 비교했을때 혈통도 자신이 최고다.
어미의 핏줄부터 남다르기에 왕비들이 낳은 자식들 보다 제일 뛰어나고 용맹한 아들을 낳아줄 수 있다고 자부했다.
자신이 낳은 아들을 안고 버나드가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

‘하지만 힘든 일이겠지.’

이전 왕조의 프레드릭왕과 결혼한 적이 있는 그녀로서는, 버나드와 맺어지면 오히려 그의 명성에 크게 누를 끼치는 입장이었다.
전대 왕의 아내를 건드린 것도 모자라 임신까지 시킨 버나드왕.
얼굴만 예쁘면 앞뒤 안가리고 여자를 덮치는 색정광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역사에 길이 남을 우려가 있었다.

게다가 항렬상으로도 버나드보다 미셸이 위인지라 서로 맺어지면 모양이 좋지 못했다.
샤를이 원인인 것도 있고, 무엇보다 미셸과 버나드는  다 30대 후반으로 또래였지만 백성들이 보기에는 과거 왕비를 한적이 있는 미셸은 구시대 할머니뻘 느낌, 반면에 버나드는 새 시대 새 역사를 이끌어나갈 힘찬 젊은왕이라는 신선한 이미지가 있었다.
만약 버나드와 미셸이 결혼한다면, 아마 백성들은 둘의 나이가 비슷하다는 것도 모른 채 할머니와 손자뻘이 맺어졌다며 비웃고 비난을 퍼부을 것이다.

“급하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앉아서 얘기할까요?”

버나드가 창가에서 돌아서며 동그란 탁자를 가리켰다.

“그, 그게……”

미셸은 당황하며 우물쭈물거렸다.
복도에서 딸한테 급하게 댄 핑계였기에 사실  말이 없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시간은 가고, 버나드는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을 응시하고 있고, 머릿속에선 안아달라는 말 외에는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고, 밑을 내려다보며 초조한 눈동자만 분주하게 이리저리 굴리고 있을때였다.

문득 버나드의 하반신이 눈에 들어왔다.
직각으로 올곧게 발기한 그의 성기가 비단가운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게 아닌가!
미셸은 비단가운 밖으로 삐져나와 자신을 가리키는 뭉툭한 귀두를 보고 놀라는 한편 얼굴이 화끈거렸다.

“전하, 그건 대체……”

미셸이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손으로만 가리키며 묻자 버나드는 밑을 내려다보고는 멋쩍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까 엘레나가 가져다준 정력제를 먹었더니  모양입니다.”
“효과가 오래 가나보네요.”
“네. 근데 예전에 멜라니아가 만들어준건 흥분할때만 커져서 좋았는데, 이 정력제는 계속 발기력이 유지되서 곤란하달까요. 잘때도 이러니 좀 불편하긴 합니다.”
“언제까지 가는데요?”
“한번 먹으면 한 4~5시간? 아무튼  정도 갑니다.”
“자주 먹으면 몸에 해롭지는 않고요?”
“글쎄요. 음…… 성분은 괜찮아보이던데. 몸에 해로운 성분은 없었습니다.”

버나드가 턱을 긁적이며 담담하게 대답하자 미셸은 갑자기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봤다.

“전하, 젊었을때야말로 몸관리를 잘하셔야합니다. 너무 잦은 성생활로 원기가 줄어들면 몸이 금방 쇠약해져, 평소에도 식은땀이 나거나 정액이 탁해지고 음식을 먹어도 살로 가지 않으며 몸살에 자주 걸리게 됩니다. 따라서 무병장수를 하실려면 원기가 고갈되지 않게 주의하십시오.”

미셸은 윗어른처럼 계속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원기를 덜 소모하려면 오늘같이 하룻밤에 다섯 왕비와 잠자리를 갖는 일은 피해야합니다. 앞으로는 그 수를 줄여 하룻밤에  두 명씩만 상대하십시오. 그러면 자양강장제를 안찾아도 되고 전하의 몸도 건강해질테니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있겠습니까.”
“하…… 이것 참.”

버나드는 낮게 탄식을 뱉으며 하체의 가운을 젓히더니 단단히 발기된 성기를 가볍게 손바닥으로 쳤다.
쇠막대기처럼 크고 먹음직스러운 성기가 탄력있게 튕겨졌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광경을 보며 미셸은 시선  곳을 몰라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탐스러운 페니스의 크기와 모양이 그녀의 들끓는 욕망을 한층  부추겼다.

“듣고 보니 맞는 말씀입니다. 미셸님의 말씀을 깊이 새겨들어 앞으로는 하루에  두 명의 왕비와만 잠자리를 가져야겠습니다. 제 몸을 생각해야지요. 오늘 먹은건 어쩔  없고.”

미셸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 상태로 주무실건가요?”
“별 수 있나요. 누워있다보면 잠이 오겠죠.”

미셸은 잠꼬대까지 해가면서 침대에서 편히 자고 있는 샤를을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남편이 고생중인데 혼자 잠이나 자고 있고, 어미 속이 타들어가는구나.”

버나드가 웃었다.

“괜찮습니다. 별일도 아닌걸요.”
“버릇없이 침대도 다 차지해서 어디서 주무실려고요? 샤를을 깨울까요?”
“샤를은 넓은 침대에서 자는 걸 좋아하니까, 그 문제는 이렇게 해결하면 됩니다.”

돌연 버나드가 비단가운을 벗어던졌다.
그의 탄탄한 알몸이 드러나자 미셸은 절로 눈이 크게 떠지며 황급히 뒤돌아섰다.

“뭐, 뭐하시는건가요?”
“야영하는 셈치고 바닥에서 자려고요.”

버나드는 카펫이 깔린 바닥 위에 비단가운을 넓게 펼쳤다.
그리고 웃는 얼굴로 그 위에 드러누웠다.

“어차피 세 시간정도 자고 일어나야해서 어디서 자든 상관없습니다.”
“그래도 잠을 잘 주무셔야 아침에 몸이 찌뿌둥하지 않으실텐데.”
“이리와서 누워보시죠. 바닥도 나름 푹신하고 편합니다.”
“예……?”
“미셸님도 이 시간까지 깨어있느라 많이 피곤하실텐데 잠깐 누워있다 가시라고요.”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옆으로 누워있던 버나드가 옆의 빈 자리를 탁탁치며 재차 권한다.

“여기 누워보세요.”

미셸은 말문이 막히며 당황스러웠으나 동시에 설레이기도 했다.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수줍은 얼굴로 작게 헛기침을 했다.

“그, 그럼 잠깐만 누워있다가죠.”
“이불장에서 베개 좀 꺼내오세요. 제거랑 미셸님거. 샤를이 하나는 자기가 배고 하나는 안고 자서 베개가 없네요.”

빠르게 다가오던 그녀가 제자리에 우뚝 멈춰서며 미간을 좁혔다.
허리에 손을 짚으며 괘씸하다는듯 내려다본다.

“마치 남편 같이 구는군요?”

버나드가 넉살좋게 웃는다.

“우린 가족이잖아요.”
“정확히 말해 난 샤를 왕비의 엄마예요.”
“하시고 싶은대로 하세요. 그냥 오시든, 저를 편히 자게 해주시든.”
“흥.”

콧방귀를 뀐 그녀는 즉시 이불장으로 가서 베개를 들고 왔다.
버나드에게 하나를 건네주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배고 드러누웠다.
하지만 버나드와 나란히 눕는건 부담스러웠는지, 반듯이 누워있다가 그에게 등을 돌리며 옆으로 돌아누웠다.

“……”

그게 전부였다.
누우면 뭐라도 할줄 알았는데 대화도 없이 잠잠했다.
그녀의 등을 바라보며 옆으로 누워있던 버나드는 눈을 감은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벌써 잠들었나……?’

샤를이 누워있는 침대쪽을 바라보고 있던 미셸은 뒤에서 버나드가 무엇을 할지 몰라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애타는 침묵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그녀의 심장소리만 크게 울리는듯 했다.

부스럭.
갑자기 버나드가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숨결이 한층 더 가깝게 들리는걸 보니 바짝 붙어서 누운 것 같다.
미셸은 조마조마한 나머지 눈동자가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대체 무슨 속셈이야……’

미적미적한 버나드의 애매모호한 태도에 조급해질때였다.
그의 손이 불쑥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허리를 뒤에서 더듬었다.
놀란 미셸이 크게 움찔거렸다.
그녀가 새침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작게 말했다.

“자는 와중에 무, 무슨 짓이죠? 이 방에 샤를도 있습니다.”

그러자 뒤에서 약간 졸린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두 사람에게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되겠군요.”
“저질.”
“내숭은 여자의 좋은 무기죠.”

뒤에 누워있는 그의 손은 더욱 대담하게 움직였다.
미셸의 가슴골쪽으로 손을 뻗어 옷속으로 파고들었다.
젖가슴을 부드럽게 감싸며 주물럭대는가 싶더니 잠시 후 봉긋하게 솟은 유두를 잡고 살짝 비틀었다.
미셸은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누, 누가 꼬집으라고 했죠?”
“당신도 좋아하잖아요.”

얄궂은 그 말과 동시에 딱딱한 무언가가 엉덩이를 찔렀다.
뒤에 바짝 붙은 버나드가 단단해진 성기로 자신의 엉덩이를 찌르고 비벼대는  같았다.
미셸은 전보다 크게 숨을 헐떡였다.

“하아, 하아, 놀리지말고 할거면 빨리 해버려요.”
“정성을 들이는 겁니다. 제일  좋은 요리를 허겁지겁 먹어치울수야 없죠. 그것은 아름다운 것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물고, 뜯고, 핥고, 하나씩 정복해나가는 맛이 있어야……”
“나는 밤새 기다려서 기다리는건 이제 질색이네요. 정력제의 부작용 때문에 커져 있는 페니스를 허락할테니 어서 고치세요.”
“고치다니요? 어떻게요?”
“굳이 말해야 알겠어요?”
“아…… 미셸님의 몸으로. 넓은 아량과 자비에 크게 감복했습니다.”
“장난치면서 애태우지 말아요. 어서 넣기나 하란 말입니다.”
“오늘따라 매우 급하시군요.”
“이 방에 우리말고 샤를도 있다는걸 명심하세요.”
“아참 그렇지 샤를…… 아쉽지만 빨리 끝내야겠네요.”

버나드는 미셸의 펑퍼짐한 치마속에 손을 넣었다.
그녀의 옷을 벗길 생각에 한참을 끙끙대던 그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속옷을 도대체 몇 벌이나 껴입으신거죠?”

옆으로 돌아누워있던 미셸이 급히 뒤를 돌아봤다.

“안벗겨지나요?”
“벗기는데 한나절은 걸리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볼까봐 제대로 차려입은건데, 너무 꼼꼼이 차려입었나……? 서서 벗을까요?”
“그래 주시면 한결 편하죠. 아, 이참에 머리도 좀 풉시다. 너무  말아올렸어요.”
“젊은 왕비들처럼 풀고 다니면 사람들이 의심할까봐 그랬죠.”
“일단 일어납시다.”

버나드의 도움을 받아 이내 귀부인의 드레스를 벗고 도로 누운 미셸의 그곳은 그를 받아들이기 충분할만큼 진한 냄새를 풍기며 촉촉한 이슬을 머금고 있었다.
한 번 물꼬가 트인 이상, 전부터 수차례 밀회를 가졌던 두 사람에게 어색함이란 없었다.

“당신의 몸은 볼수록 아름답군요.”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버나드. 특히 당신의 멋지고 잘난 페니스를 볼때마다 나는 숨도 쉴 수 없을만큼 심장이 떨려요.”

 곳에서 닭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새벽빛이 걷히고 날이 밝아오는 중이었다.
 사람은 좀 더 느긋이 전희를 즐기고 싶었으나 워낙 아침부터 바쁜 두 사람이기에 시간이 허락치 않았다.

“으음…… 동화속 공주들처럼 하늘을 훨훨 날고 있어. 히히, 히히히. 쿠우울……”

샤를의 잠꼬대 소리를 들어가며 방바닥에서 깊은 키스를 나누고, 서로의 성기를 애무하는 짧은 전희를 가진 후에 바로 삽입해버렸다.

“아. 앗. 아. 아아! 아……! 나, 날아갈 것 같아……!”

그토록 기다려온 달콤한 쾌감!
굵고 단단한 페니스는 미셸의 깊은 곳을 들쑤시며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진 질벽을 수차례 긁어내렸다.
엉덩이를 대주고 있던 미셸은 침대 위에서 자는 샤를은 안중에도 없이 그저 미친듯이 고개를 휘저으며 연달아 신음을 토해냈다.

“머, 머리……! 머리끄덩이 잡아줘!”
“원하신다면.”

후배위를 즐기고 있던 버나드는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헝클어진 긴 머리를 세게 잡아당겼다.
미셸은 그것으로도 만족 못했는지 계속 거칠고 민망한 피학성 행위를 요구했다.

“어, 엉덩이도 때려. 베아트리스한테 한 것처럼!”
“정말이지, 음란하시군요.”

찰싹!

“아흣!”

버나드의 페니스가 격렬하게 그녀의 몸안을 드나들때마다 두 성기가 맞물린 곳에서 애액이 질펀하게 흘러나와 하얗게 거품이 일었다.

“하아…… 아아! 아앗……! 빨리 부인이라고 불러봐!”
“네?”
“어서 나한테 사랑해요 부인이라고 부르란 말입니다!”
“사, 사랑해요 부인.”
“나도 사랑해요, 여보. 아아! 아앗! 나도 자기가 너무 좋다고요! 죽을 정도로 좋아요! 아아!”

갑작스런 부부상황극은 버나드한테 조금 버거웠다.

‘미셸님…… 정말 진심인겁니까 아니면 아침이면 잊혀질 성적 쾌감을 위한 단순유희에 불과한겁니까……’

버나드는 어느쪽이 미셸의 본심인지 헷갈렸다.
얼마뒤 그는 크게 몸을 떨었다.
미셸의 아랫배에 쏟아낸 그의 정액양은 터무니없이 적었고,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그 광경을 목격한 미셸은 미간을 찡그렸다.

“난 좋았는데 전하는 만족스럽지 못했나봐요? 왜 이렇게 양이 적죠?”
“정액이 거덜나서 그럽니다. 오해마세요.”
“거덜났다고요?”

잠시 생각하던 그녀가 푸훕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원기회복을 위해 점심때 진수성찬을 대접해야겠군요. 오늘 점심은 나와 같이해요. 아킨테 지방의 정력 음식들을 준비하라 이를테니.”

버나드는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우선 잠부터 자고요.”

창밖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나팔소리가 울려퍼지는중이었다.
곧 왕궁식당은 눈이 붓거나 잠이 덜깬 사람들로 가득차게 될 것이고, 버나드는 아침을 거른 채 딱 세 시간만 자고 집무실로 향할 생각이었다.

“버나드.”

아직도 남아있는 쾌감의 여운을 즐기며 버나드의 몸에 자신의 몸을 비벼대고 있던 미셸은 뒤늦게 자신이 지금 뭘해야될지 떠올랐다.

“나도 샤를이 깨기전에 옷가지들을 들고 빨리 복도로 나가야겠어요.”
“여기서 입고 가면 안됩니까?”
“몇 개는 혼자서 못 입어요. 입을  있는 것만 골라서 입고 나가야죠.”

곧바로 그녀의 입술에서 자조섞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어린 왕비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살금살금 눈치를 보면서 복도를 걸어야 되겠네요.”

버나드가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그녀의 귓볼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제가 직접 모셔다 드리죠. 속옷은 내가 들테니 겉옷만 대충 걸치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