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7화 〉레아8
이윽고 왕의 침실문이 열렸다.
데보라는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주위를 살펴보더니 복도에 아무도 없자 슬그머니 방을 빠져나왔다.
“내일 봐 버나드.”
“잘자.”
“응.”
철컥.
데보라는 조심히 방문을 닫고 잽싸게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광경을 모퉁이에서 몰래 지켜보고 있던 미셸과 이드리스가 복도로 걸어나왔다.
“들어가보세요.”
“왠지 쑥스럽군요.”
이드리스는 여자손답지 않게 굳은 살이 배긴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하게 웃었다.
미셸은 이드리스가 아까부터 가슴에 안고 있는 것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물렁물렁한 갈색 고무재질로 만들어진 도구들이 보인다.
“이것들은 다 뭔가요?”
그녀의 가슴쪽을 턱짓으로 가리키자 이드리스가 보란듯이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아, 이건 전하를 기쁘게 해드리는 도구들입니다. 요거랑 요거는 예전에 쓰던 것들이고요. 요거는 새로 개발한 신작입니다.”
“음?”
팔 길이만한 원통형 기둥의 윗면 정중앙에 깊숙이 구멍이 파여있다.
이드리스는 품에 들고 있던 유리병 하나를 흔들어보였다.
“요거는 전하의 성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지요. 슬라임을 갈아서 만든 즙입니다.”
“성기를 부드럽게 해준다고요?”
“전하의 성기가 여기에 잘 들어가야하거든요.”
이드리스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원통형 도구에 파인 구멍을 가리켰다.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여자들이 쓰는 자위도구랑 같은건가?’
나무로 만든 여성 자위기구는 세상에 널렸지만 남성용 자위기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들어본적이 없다.
미셸은 갸우뚱 하다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얼른 들어가보세요.”
“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이드리스는 예를 갖춰 인사를 올린 후 서둘러 왕의 침실로 향했다.
그녀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대단히 반가워하는 버나드의 목소리가 미셸을 괜히 우울하게 만들었다.
“아니 이게 누구신가! 천재 발명가 이드리스 왕비님이 납시었구려! 보고 싶었습니다!”
“나도 보고 싶었소! 이것 보시오. 내 새 발명품이오!”
“우선 키스부터!”
미셸은 문에 바짝 귀를 대고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엿들었다.
“전하, 시작하기 전에 먼저 측정부터 하려고 하오.”
“또?”
“저번에 잰 치수에 조금 오차가 있는 것 같아서 말이오. 내가 직접 몸으로 느끼는 감촉과 치수가 조금 다른 것 같은 느낌이라 다시 재봐야겠소.”
“당신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자, 빨아줘.”
가만히 엿듣고 있던 미셸은 침을 꼴깍 삼켰다.
잠시 후 쥬븝, 쥬븝하며 무언가를 핥는 이드리스의 질척한 침소리가 문밖으로 들려왔다.
“당신이 야하게 빨아준 덕분에 지금 최대로 발기했어. 어서 재. 어서.”
“줄자! 줄자! 한치라도 줄어들지 말고 가만히 있으시오! 줄자를 가져오겠소! 어디에 두었더라……? 아 여기 있군!”
안에서 우당탕 발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흐음, 길이는 전과 똑같고, 둘레가…… 여기 가운데 부분이 하단보다 더 볼록 튀어나와 있단걸 내가 감안 못했었군. 역시나……”
“다 쟀어? 그럼 이제 새로운 발명품을 시험해볼까?”
“잠깐만, 잠깐만…… 그렇지 됐어! 정확히 기록했소이다! 아무튼 새 발명품을 기대하시오! 당신을 위해 정성껏 만들었소!”
“발명품도 좋긴 하지만, 내가 가장 기분 좋은건 당신을 찌르는거야. 당신 몸안에 있을때가 제일 황홀하다고.”
“그리말하면…… 내가 부끄럽잖소. 얼굴이 다 화끈거리는구만. 조금 있다 넣게 해줄테니까 우선 내 발명품부터 테스트해보시오. 느낌이 어떤지 소상히 말해줘야 하오.”
미셸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둘이 신났구나.”
투덜거리며 창가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녀는 흠칫 놀랐다.
대체 언제부터 있었던건지, 뚜껑이 덮인 은제 쟁반을 들고 서 있는 엘레나가 보였다.
검은색 옷에 흰색 앞치마를 두른 하녀복을 입고 있었다.
“누가 말도 없이 다가오랬느냐?”
미셸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그치자 엘레나가 어쩔줄 몰라하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전하의 침실 앞이라 큰 소리를 내면 안될 것 같아서 가까이 와서 인사드릴려고 했어요.”
“이 늦은 시간에 여긴 어인일이야?”
“전하께서 종을 치셔서요. 부름을 받고 달려왔어요.”
미셸은 엘레나가 들고 있는 쟁반을 쳐다본 후 물었다.
“간식거리를 가져온게냐?”
“아뇨, 전하는 늦은 시간에 야식을 안드세요. 살찌는 것을 무척 경계하시거든요. 왕으로서 나태해질 수 없다고……”
“그럼 그것이 뭔데?”
“이건…… 전하의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자양강장제입니다.”
엘레나는 입술을 망설이다 덧붙였다.
“왕비님들께서 많이 찾아오시는 날에는 꼭 필수로 드시고 계세요.”
“흐음.”
미셸이 피식 거렸다.
“그럴만도 하지. 잠시 기다리거라.”
“네.”
이드리스가 안으로 들어간지 지나치게 길다 싶을 정도로 시간이 흘렀을 무렵, 마침내 그녀가 밖으로 나왔다.
왕의 침실문을 닫고 나온 그녀의 몰골은 아까와 달리 엉망이었다.
“헉, 헉……”
머리는 헝클어지고 두 뺨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으며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었다.
방안에 갖고 들어갔던 정체 모를 도구들은 대체 어디에 쓴건지 하나같이 찢겨진채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전하는 정말 사나이중의 사나이입니다. 정말 힘이 좋으세요. 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마친 이드리스는 다리를 후들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던 미셸은 곁에 있던 엘레나를 불만스럽게 쳐다봤다.
“빨리 들어가보렴.”
“미셸님께서 기다리시는 중이라고 전하께 말씀드릴까요?”
“그러……”
미셸이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왼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구릿빛 피부에 거대한 덩치의 베아트리스가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아냐, 난 됐다. 베아트리스 왕비가 기다린다고 말씀드리렴.”
“네, 마님. 그럼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잠깐만.”
“네?”
“나올때 전하의 성기 좀 깨끗이 닦아드리고 나오렴. 냄새나고 지저분할거야.”
“네.”
엘레나는 정중히 인사를 올린뒤 곧바로 왕의 침실로 들어갔고, 베아트리스는 두껍고 단단한 허벅지를 자랑하며 미셸에게 뚜벅뚜벅 걸어왔다.
“반갑습니다 아킨테의 미셸님.”
무려 40센치미터 이상 차이나는 큰 키.
얼핏 검은 악마처럼 보이는 우람한 덩치의 베아트리스가 마주보고 서자 미셸은 한껏 고개를 젓히고 올려다봐야했고 그녀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커다란 체격에서 우러나오는 위압감하며 이렇게 큰 덩치에 무표정으로 서 있으면 같은 여자가 봐도 인상이 참 더럽게 보였다.
“나도 반가워요, 왕비.”
심지어 그녀의 옷차림은 더 가관이다.
남자처럼 딱 벌어진 어깨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듯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시커먼 피부색중에 유일하게 핑크색을 자랑하는 유두와 무성하게 자란 음모가 비치는 흰색 망사 원피스 한장만 달랑 걸쳐 입고도 그녀는 일절 부끄러운 기색이 없어보였다.
옷속으로 비치는 커다란 젖가슴 하나가 미셸의 머리 크기만했다.
“베아트리스 왕비도 전하를 만나려고요?”
“안에 누가 있습니까?”
“엘레나가 들어갔습니다. 곧 나올거예요.”
“그렇군요. 기다리겠습니다.”
“그러세요.”
미셸은 등을 돌리며 창가쪽으로 걸어갔다.
다른 왕비들과 달리 타고난 무인 출신인 베아트리스와는 서로 대화할 거리도 없었고, 만약 있어도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서로 안 맞았다.
그러다보니 복도는 어색한 침묵만 흘렀고ㅡ 간간히 왕의 침실 안에서 버나드와 엘레나의 대화소리만 드문드문 들려왔다.
“후우, 약을 먹으니 좀 살 것 같군! 기운이 솟아나!”
“전하 무리하지 말고 일찍 주무세요.”
“나도 그러고 싶지만, 외로운 왕비들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 왕의 의무가 아니겠느냐.”
나체로 침대에 걸터앉아 가랑이를 벌리고 있던 버나드는 앞에 공손히 앉아있는 엘레나를 향해 사람 좋게 웃어보였다.
“정력제는 예전에 멜라니아가 만들어주던 정력제가 최고였는데, 이젠 구할 방법이 없으니 아쉽군. 그녀가 돌아오면 모를까……”
“본래 사람은 고향을 못 잊어요. 언젠가 돌아오시겠지요.”
“그 마녀가 뭔가를 그리워할 성격은 아니라서 또 모르지. 평생 안올지도.”
“에이, 오실거예요.”
현재 엘레나는 젖은 수건으로 버나드의 성기를 깨끗이 닦아주는 중이었다.
그녀는 풀이 죽은 성기를 손으로 잡고 늘였다 줄였다 이리저리 돌려가며 열심히 닦았고, 그 다정한 손길에 버나드는 점점 하반신이 뜨거워졌다.
시들었던 성기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벌써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군. 그나마 이 약이 잘들어서 좋아.”
버나드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자, 다 닦았습니다. 저는 이제 돌아가볼게요. 내일을 위해 힘 많이 쓰지 마시고요.”
엘레나가 젖은 수건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찰나였다.
버나드가 같이 일어나더니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저, 전하!?”
“약을 먹었더니 기운이 넘치는구나. 너랑도 하고 싶어졌다.”
버나드는 그녀를 벽을 보게끔 돌려세운뒤 곧장 치마를 들추며 속옷을 벗겨내렸다.
“아이참. 밖에 베아트리스 왕비님께서 기다리신다니까요.”
엘레나는 콧소리 섞인 말투로 앙탈을 부리며 웃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걸리면 혼나요.”
“내가 왕인데 누가 뭐라 하겠느냐.”
버나드는 단단히 발기된 페니스를 그녀의 엉덩이골 사이로 찔러넣었다.
“아아……!”
그가 허리를 튕기기 시작하자 벽에 바짝 붙어있던 엘레나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읍! 흐읍! 흡! 저, 전하, 좋아요!”
“네 안도 다른 여자들 못지않게 나를 즐겁게 해주는구나. 따뜻하고 부드럽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무척 기쁘옵니다. 흡! 흐읍!”
“데이지는 요즘 어때? 공부는 열심히 해?”
“전하를 닮아서 그런지 성격도 서, 성실하고 말도 잘들어요. 가, 흡! 가, 가르치기 편하답니다. 흡! 읍!”
“다행이군.”
버나드의 허리놀림이 점차 빨라지자 엘레나의 숨소리 역시 가빠지고 나중에는 숨을 크게 헐떡 거렸다.
얼마뒤 방안을 가득 울리는 외마디 교성과 함께 엘레나의 사타구니에서 끈적끈적한 액체들이 다량으로 뿜어져나오며 안쪽 허벅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드디어 끝났나보네요.”
문앞에 서 있던 미셸은 착잡한 표정으로 쓴 입맛을 다셨다.
“후후, 내 차례인가.”
옆에서 대기중인 베아트리스는 마치 싸움터로 향하는 전사 마냥 눈빛이 타오르고 있었다.
잠시 후 밖으로 나온 엘레나의 얼굴은 땀으로 젖어있었다.
“드, 들어가보세요.”
두 손에 쟁반을 들고있던 그녀는 미셸과 베아트리스의 사이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후다닥 도망치듯 떠나버렸다.
중앙 계단을 황급히 뛰어내려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지그시 보고있던 미셸은 혀를 찼다.
“얼마나 힘이 남아돌으시면 시녀까지 건드리실까. 그 기운 좀 남겨놓으시지……”
혼잣말을 뱉으면서 그녀는 더욱 애가 탔다.
“전하! 오늘의 훈련을 시작합시다!”
그 사이 베아트리스는 문을 활짝열며 당당히 왕의 침실로 들어갔고, 복도에 혼자 남은 미셸은 초조함과 짜증이 번갈아 치밀었다.
“다음은 내 차례야. 절대 양보하지 않아 이제!”
앞으로 누가와도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치는 그때, 문득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누가 또 왔나?’
뒤를 돌아보았다.
꼬마잠옷을 입고 있는 데이지가 앙증맞은 검지손가락을 빨면서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미셸은 온화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직까지 안자고 뭐하는 겁니까. 숙녀는 밤에 잘자야 피부가 고와져요.”
“할머니, 나 오줌 싸떠.”
“오줌?”
옷을 유심히 보자 밑에가 축축히 젖어있다.
“시녀들은요?”
“몰라. 일어나니까 아무도 없어떠.”
“이것들이 뭐하는건지……”
미셸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다 다시금 미소를 짓고 데이지를 쳐다봤다.
“엄마한테 가보렴. 엄마보고 갈아입혀 달라고 해.”
“응.”
미셸은 데이지가 클레어의 방으로 향하는걸 잠시 지켜보다가 다시 불러세웠다.
“아니다. 네 엄마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하니 내가 하는게 낫겠다. 이리오렴.”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