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6화 〉레아7 (186/200)



〈 186화 〉레아7

“아까 열심히 뛰어다녀서 그런가 벌써 졸리네.”

에스텔라가 기지개를 쭉 켜며 하품을 했다.

“밤이 깊어졌어. 남은 얘기는 나중에 듣기로 하고 이만 자자.”

정말로 피곤했는지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레아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사라지더니 커다란 잎사귀  장을 들고 나타났다.

“리프니스 라는 식물의 잎사귀인데요. 이불 대신 이거라도 덮고 주무세요.”
“우산으로 써도될 정도로  식물이네.”

레아와 에스텔라, 릴리는 각자 잎사귀를 덮고 나란히 누웠다.
헝겊인형을 끌어안고 눈을 감은 릴리는 금세 잠이들었는지 쌔근쌔근 하는 숨소리가 들려왔고, 에스텔라는 많이 피곤하다더니 정작 자리에 눕자 잠이 안오는지 몸을 자꾸 뒤척였다.

“바닥에 풀 냄새가 진동해서  자겠네. 개미도 자꾸 달라붙고.”

팔을 긁적이면서 투덜거리던 그녀가 눈을 뜨며 옆을 돌아보자 레아가 아직 안자는 중이었다.
반듯하게 누워있는 레아는 가만히 눈을 뜬 채 밤하늘의 별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안자?”
“늑대님이 떠올라서요.”
“늑대가 누군데?”
“전하요.”
“전하가 늑대? 그분 이름은 버나드인데  늑대로 불러?”

레아가 깜짝 놀라며 돌아봤다.

“전하의 존함이 버나드였나요?”
“응. 몰랐어?”
“늑대가 이름이 아니었어요?”

에스텔라가 쿡쿡 웃었다.

“우리 인간들은 그런 이름 안써. 그건 동물 이름이잖아.”
“아…… 저는 늑대가 이름인줄……”
“전하의 존함은 정확히 버나드 우르프스야.”
“아……”

레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밤하늘을 응시했다.

“버나드라……”

나지막이 중얼거리던 그녀는 곧 환하게 미소지었다.

“버나드님도 지금쯤 침대에 누워 저를 생각하고 계시겠죠?”


철컥.
왕의 침실문이 슬그머니 열렸다.
클레어는 고개만 빼꼼히 내밀어  빈 복도를 둘러본 후 밖으로 발을 내밀었다.

“잘자.”
“응, 너도.”

버나드에게 손을 흔들며 살며시 문을 닫고는 곧장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옷을 대충 주워 입고 나온터라 겉옷은 손에 들려있고 단추도 제대로 잠그지 않은 채 가슴이며 바지며 옷매무새가 엉망이었다.
누가봐도 사랑하는 연인과 한바탕 정사를 치르고 나온 여인의 모습 그 자체.
그녀는 빠르게 걸어서 왕의 침실 우측 세번째 칸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후다닥 들어가버렸다.

그때 클레어 왕비의 방문이 조용히 닫히는 광경을 복도 중앙 계단에서 넌지시 지켜보는 여인이 있었으니, 바로 미셸이었다.
한 손에 공작부채를 들고 아름다운 귀부인 드레스를 차려 입은 그녀는 작게 코웃음을 쳤다.

“왕비이면서 전하를 호위한답시고 하루종일 붙어지내다 보니 일을 치르는 속도도 빠르고 유리하군.”

미셸은 주름잡힌 풍만한 치마에서 손거울을 꺼내 금발의 머리를 기품있게 말아올린 얼굴을 이리저리 비춰본뒤 흡족하게 웃었다.

“이만하면 충분히 아름다워. 젊은 애들한테 뒤지지 않아.”

그녀는 치마 안쪽에 다시 손거울을 집어넣고 우아한 발걸음으로 왕의 침실로 향했다.
그리고 방문 앞에서 잠깐 심호흡을 한뒤 점잖게 노크를 하려는 순간, 갑자기 왕의 침실 우측 첫번째 칸의 방문이 덜컥 열렸다.

미셸은 즉시 문앞에서 떨어지며 뒤돌아서 창가쪽을 바라보았다.

“어? 미셸님 아니신가요?”

뒤에서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오길래 창문밖  산을 바라보고 있던 미셸이 뒤를 돌아봤다.
치마가 발목까지 내려오는  잠옷을 입고 있는 데보라가 갸우뚱하며  있었다.
미셸은 시치미를  떼고 놀란척하며 말했다.

“어머, 이 밤중에 이게 누군가요. 반가워요, 데보라 왕비.”
“낮에 뵙고 또 뵙네요.”

데보라는 그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뒤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물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미셸님 방은 아래층에 있지 않나요?”
“아.”

미셸은 가만히 눈동자를 굴리더니 웃으며 대답했다.

“잠이 안오길래 잠깐 산보를 나왔는데, 성안을 돌아다니다가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왔네요. 밤하늘이 예뻐서 잠시 창밖을 보고 있었습니다. 전하의 침실앞이 참으로 명당이군요. 여기서 바라보는 밤풍경이 너무나 예쁩니다.”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예, 예 맞습니다.”

미셸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데보라도 그녀와 같이 웃어줬지만,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던 두 사람은 곧 할말을 잃었다.

“음…… 그러니까 음……”

어색한 침묵을 피하기 위해 데보라가 주섬주섬 말을 찾는 상황이 되자 미셸은 눈치껏 말을 꺼냈다.

“전하한테 가던 길 아니었나요? 나는 신경쓰지 말고 어서 들어가보세요.”
“알고 계셨어요?”
“저도 왕비였던 시절이 있는데 그 마음을 모를리가 있나요.”

미셸은 기품있게 웃은뒤 재차 손짓을 하며 들어가라고 권했다.

“마침 전하 혼자 계시답니다.”
“어머 정말요? 제가 적당한 때에 찾아왔군요!”

데보라는 작게 손뼉을 치며 기뻐하더니 허리를 꾸벅 숙이며 작별인사를 건넸다.

“좋은밤 되세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네네, 전하와 좋은 시간 보내세요.”
“감사해요.”

데보라는 즐거운 발걸음으로 왕의 침실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언제쯤 왕비다운 품격을 배울련지……”

미셸은 혀를 찼다.
조금전 데보라와 헤어지기 직전, 데보라가 평민처럼 꾸벅 허리를 숙여서 인사하는 것이 약간 못마땅했다.
너무 평민티가 나서다.

“저래서야 윗사람으로서 위엄이 서질 않아.”

좌우간 복도에 우두커니  있던 그녀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문짝에 슬그머니 귀를 가져다댔다.
안에서 버나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언제 방문해줄지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던 참이었어. 계속 데보라만 생각했다니까.”
“아이참 부끄럽게. 누나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빨리 벗고 이리와. 가슴을 빨면서 화끈하게 안아줄테니까.”
“하여튼 버나드는 가슴만 좋아해서 탈이라니까. 누나가 좋니 내 가슴이 좋니?”
“둘 다지!”
“하나만 정해! 안그러면 꼬추를 엉망진창으로 괴롭혀줄거란다!”

안에서 들려오는 낯뜨거운 소리에 민망해진 미셸은 헛기침을 했다.
곧 문밖으로 데보라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쾌락에 빠진 남녀의 교성이 생생히 귀에 와닿았다.
아마도 두 사람이 시작한  같았다.

‘이런걸  듣고 있는거야.’

미셸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급히 문앞에서 떨어졌다.

창가쪽으로 가서 시원한 바람을 쑀지만 머리가 맑아지기는 커녕 방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절로 머릿속에 그려지며 그녀는 답답한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곤 허벅지 안쪽으로 무심코 손을 뻗었다.
애타는 기다림에 사타구니가 벌써부터 축축해져 있었다.

“후우…… 빨리 끝났으면……”

그녀는 치마채로 그곳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레아와 에스텔라는 나란히 밤하늘을 바라보며 자그마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레아가 들뜬 표정으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얘기하다보니 버나드님이 더욱 보고 싶어지네요. 빨리 왕도에 도착했으면 좋겠어요.”
“최소  주는 걸릴걸? 내일 도시에 가서 말이라도 구해볼까? 아, 한 마리 가지고 세 사람이 타면 많이 무겁겠다. 아니지 아니야. 우리  다 여자고 다들 가벼우니까  마리에 셋이 타도 괜찮겠지?”
“누가 말을 몰죠?”
“너 못 몰아?”
“전에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못 몰아요. 배워보질 않아서.”
“음…… 나도 모르는데.”

잠시 생각하던 에스텔라가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는지 상체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 보니 전하한테는 왕비가 다섯이나 있잖아?”
“그렇다고 들었어요.”
“괜찮겠어?”
“뭐가요?”
“전부 네 경쟁자들이잖아. 그리고 그렇게나 많은 여자들의 치마폭에 둘러싸여 있으면 남자들은 과거의 연인따위 신경도 안쓴다고. 옆에 애인이 있어도 지나가는 여자를 넋놓고 쳐다보는게 남자들이야.”

그 말에 레아는 전혀 낙담하지 않고 해맑게 웃어보이기만했다.

“엘프와의 계약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를 떠난 사람이에요. 가슴 깊이 사랑하는 저를 억지로 잊기위해 여러 부인을 둔거겠죠. 한 여자만으로는 제 빈 자리를 채울 수 없었을테고, 저 한 명을 대신하고자 무려 다섯 여자나 필요했던게 아닐까요?”

레아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아쉬운듯이 중얼거렸다.

“열명이면 더 크게 감동했을텐데. 제가 여자 열명분의 값어치가 있다는 얘기니까요.”
“하참. 너 참 긍정적이다.”

에스텔라는 기가막힌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도로 제자리에 누웠다.

“역시 인간과 엘프는 다르달까, 상당히 특이한 해석이네.”
“현재 전하의 주변에 여자들이 많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제가 곁에 없기에 어쩌면 전하는 매일 슬픈 얼굴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레아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가슴에 모았다.

“아마 지금도 저를 떠올리며 잠  이루고 흐느껴 울고 계시겠죠. 난   있어요.”

“이것 보라고 데보라! 데보라의 훌륭한 젖가슴 때문에  페니스가 질질 눈물을 짜고 있어!”

침대에 누워있는 데보라의 커다란 젖가슴 사이에 성기를 끼워넣고 앉아있던 버나드는 뜨겁고 진한 정액을 울컥울컥 토해내고 있었다.
데보라의 쇄골을 정조준하고 사정한 정액들이 그녀의 얼굴까지 튀는 바람에 희멀건한 정액이 얼굴을 뒤덮는 것도 모자라 콧속까지 들어갔다.

“꺄악 버나드! 컥컥!”

눈을 질끈 감은 데보라의 얼굴에서 정액이 촛농처럼 흘러내렸다.
양손으로 급히 얼굴을 닦던 그녀는 너무 양이 많아 처치가 곤란했는지 손에 묻은 정액과 얼굴에 묻은 정액을 쪽쪽 핥아먹으며 킥킥 웃었다.
버나드는  늘어진 성기를 풍만한 젖가슴 사이에서 빼냈다.

“잠깐만, 책상에 가서 닦을 것 좀 가져올게.”
“아니야. 얼굴에 묻힌 채 빨아주는거 좋아하잖아.”

데보라는 물세례라도 받은것처럼 반들반들하고 끈적거리는 얼굴로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버나드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고는 혀를 내밀어서 지저분해진 성기를 깨끗이 빨아주기 시작했다.

“으윽……!”

침대 위에서 나체로 서 있던 버나드는 조여드는 압력에 그만 괄약근에 힘이  들어갔다.
데보라의 입안은 최고였다.
그녀는 한 손으로 페니스를 쥔 채 입안 가득 삼켰다 뱉어내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요녀석이 누가 울고 있으래. 누나가 기분 좋게 해주니까 뚝 그쳐.”

정액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성기를 혼내는 데보라의 장난기 어린 모습에 버나드가 큭큭 웃었다.

“누워 봐.”
“벌써?”
“빨리 데보라를 정복하고 싶어.”

데보라가 정성스레 핥아준 덕분에 페니스는 다시금 단단해져 있었다.

“누나는 항상 버나드의 말을 잘 듣는 순한 양이야. 넌 이미 나를 정복했어. 네가 이 몸의 주인이니까 마음대로 해.”

데보라가 달콤하게 속삭이며 반듯하게 드러눕자 버나드는 그녀의 가랑이를 벌린다음 그녀의 은밀한 곳에 먼저 키스했다.

“아……!”

데보라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으며  감촉을 음미했다.
버나드는 황홀해하는 데보라의 표정을 감상하며 그녀의 갈라진 계곡을 여러 차례 핥아준다음 곧바로 삽입했다.

“아으응.”

굵고 커다란 것이 몸안을 침범해 들어가자 그녀의 몸이 배배 꼬였다.
데보라가 낮게 숨을 헐떡이며 베시시 웃는다.

“버나드 거는 들어올때 느낌이 정말 좋아…… 아앙!”

버나드가 유연하게 허리를 흔들며 찌르기 시작하자 데보라는 그를 껴안으며 교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소리가 문밖까지 크게 들렸다.

“…이제야 넣은건가?”

문밖에  있던 미셸은 기다림이 길어지자 살짝 짜증이 났다.
평소의 그녀는 마음이 너그럽고 넉넉하며 자애롭고 온화한 여인이지만, 간혹 돌발적인 정력이 솟아나 성욕이 들끓어 오르며 공격적이고 격렬한 정사에도 몰입할줄 아는 열정적이고 뜨거운 여자였다.

가끔씩 찾아오는 그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남자 앞에서 관능적인 몸짓으로 광란의 밤을 보내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지만, 그 희열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존재와 만나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왕비들, 다른 말로하면 방해꾼들 때문에 그녀의 속만 타들어갔다.
초조해지다 보니 평소 그녀답지 않게 신경도 날카로워졌다.
창가에 서서 몇 번째 한숨인지도 모를 한숨만 수차례 토해낼 무렵, 갑자기 문을 쾅 닫는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미셸은 얼굴을 찡그리며 복도를 돌아봤다.
왕의 침실에서 좌측으로 두 번째 방.
 방앞에 이드리스 왕비가 무언가를 품에 안고 서 있었다.

“미셸님?”

막 방을 나온 그녀는 미셸을 발견하고는 멋쩍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 목소리를 굵게 내며 남자 같은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손에 뭘  들고 있어서 발로 문을 닫았더니 힘조절을 못해서 큰 소리가 나고 말았습니다.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하오. 아니 죄송합니다.”

목소리도 마음에 들지 않고  차림새조차 여성미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잠옷바지 차림이다.
그리고 어깨까지 닿는 연갈색 머리를 대충 묶어 꽁지머리를 한 모습마저 미셸의 눈에 차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자신의 딸이었으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뜯어 고쳐서 아름다운 여인으로 바꿔버렸을 것이다.

‘전하의 취향도  독특하시지. 여성다움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보이시한 계집을 좋아하시다니.”

그러나 이드리스에게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

“이 시간에 어딜 가려고요? 이드리스 왕비.”

내내 복도에서 기다리기만 했던 미셸의 목소리에 약간 날이 서 있었다.

“전하께 보여드릴게 있어서 찾아뵐 생각입니다.”

이드리스가 밝게 웃으며 대답하자 미셸은 자기도 모르게 인상이 구겨졌다.

‘또 기다려야 한다니!’

하지만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쉬고 초조한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차분히 말했다.

“아, 그렇군요.”

그녀는 얼굴에 아무런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신경쓰며 이드리스를 바라봤다.

“그런데 어쩌죠? 전하는 지금 바쁘시답니다.”
“일과가 끝난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바쁘신 겁니까? 흐음…… 백성과 나라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시는군요. 꼭 뵙고 싶었는데.”

이드리스의 얼굴에 큰 아쉬움이 묻어나자 미셸은 코웃음을 치며 왕의 침실을 가리켰다.

“데보라 왕비가 먼저 왔거든요. 신음소리, 들리십니까?”

이드리스는 잠시 문앞으로 가서 귀를 기울이더니 금세 얼굴을 붉혔다.

“아……”
“나중에 오세요.”
“아닙니다. 조금 기다렸다 들어가죠 뭐.”
“뭐라고요?”
“혹시 미셸님도 전하를 기다리는 중이신가요?”

미셸은  발 저린 사람처럼 당황하며 다급히 변명을 쏟아냈다.

“그, 그럴리가요? 내가 이 야심한 시각에 전하의 침실을 찾아서  하나요? 샤를 왕비의 친모로서 괜한 구설수에 휘말리고 싶지 않습니다. 차마 농담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민망한 말이군요.”

그녀는 기가 차다는듯이 헛웃음까지 터뜨렸다.
이드리스는 양손에 지고 있던 짐을 한 손으로 든 다음 뒷머리를 긁적였다.

“제가 실언을 했군요. 죄송합니다.”
“내가 여기 있는 이유는……”

미셸은 한 손을 허리에 짚고 이드리스를 향해 당당하고 우아하게 말했다.

“서로 마주치면 민망해할 어린 왕비들을 위해 자원해서 교통정리중이죠. 따라서 이드리스 왕비는 데보라 왕비가 나온뒤에 들어가면 되겠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돌연 문밖으로 절정에 다다른 데보라의 커다란 교성이 울려퍼졌다.
잠깐 문을 쳐다본 미셸은 다시 이드리스를 바라봤다.

“축하합니다.  있으면 나오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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