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5화 〉레아6 (185/200)



〈 185화 〉레아6

아르키나는 코웃음을 쳤다.

“내 실력을 뻔히 알텐데도 두려워하지 않네? 역시 언니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걸어다니는 혼돈 그 자체야.”

그녀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달려들었다.
레아의 목깃으로 빠르게 손을 뻗었다.
주먹을 쓰지않고 레아의 옷을 잡아 손으로 메칠 작정이었다.
하지만 레아는 그런 의도를 간파했다는듯 자신을 붙잡으려는 손을 잽싸게 피하며 아르키나의 뒷쪽으로 돌아들어갔다.

“!?”

아르키나는 레아가 이토록 빠른 몸놀림을 보일줄은 몰랐기에 무척 놀랐다.
게다가 레아에게 쉽게 배후를 내주는 바람에 순식간에 자신이 불리한 입장이 되었다.
싸움의 우위를 잡은 레아는 지체없이 뒤에서 아르키나의 허리를 끌어안고 번쩍 들어올렸다가 밑으로 내리꽂듯이 바닥에 메쳤다.
콰당!

“큭!”

레아는 민첩하게 아르키나의 배를 깔고 앉으며 양손으로 동생의 두 손목을 짓눌렀다.

“계속 할거야?”

레아가 가쁘게 숨을 쉬면서 묻자 바닥에 대자로 뻗은 아르키나는 감탄한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봤다.

“언니 힘 세다……”
“언니니까.”
“싸움은 언제 배웠어? 아, 기억이 되돌아온건가……?”
“전부는 아니야 조금. 어쨌든 어쩔 생각이야? 인간들한테 계속 피해줄거니?”

아르키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이며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돌아갈게.”
“그리고 언니 잡으러 오지마. 난 그에게 갈테니까.”
“그건 모르겠어. 삼촌이 시키면 또 올거야.”
“네 의지는 어떤데?”
“언니랑 잘 지내고 싶어.”
“나도 그래. 그러니까 언니를 놓아줘.”
“……”

아르키나는 침묵을 지키다 물었다.

“…영원히 떠날거야?”
“언제든지 언니한테 놀러와. 그리고 나도 널 보러 우리 엘프마을에 자주 놀러갈거야.”

아르키나가 안도하는 얼굴로 미소지었다.

“헤어지는게 아니었네.”
“응, 헤어지는게 아니야.”

이후 아르키나는 약속대로 병사들을 데리고 떠났다.
그녀가 만들었던 나무정령들은 마법이 풀리자 언제 살아움직였었냐는듯 제자리에 뿌리를 박고 평범한 나무로 변했다.
여담이지만 오그넨 영주의 기사들은 앙갚음을 하려했는지 그 나무들을 죄다 벌목해버렸다.

레아는 다시 오그넨 영주에게 돌아갈 수 없었다.
이번 일로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조심해야하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리하여 그녀는 앞으로 혼자 행동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에스텔라와 릴리가 계속 그녀를 따라왔다.
몇 번이나 혼자 다니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두 사람은 듣는  마는 둥 다른 이야기만 해댔다.

“나는 태어나서 한번도 바지를 입어본적이 없어. 치마가 제일 편해. 가장 여성스럽고. 그런데 너는 광택나는 가죽 바지를 입었구나.  끼는 바지를 입으면 엉덩이가 예쁘게 보인다는걸 처음 알았어. 아니, 네가 처음 알게 해줬어. 다음에 도시에 가면 바지를 여러벌 정도 사둘까 생각중이야. 네가 신은 롱부츠와 비슷한 디자인의 신발도  개사고.”

노래를 부를때를 제외하고 말없이 갈색곰을 닮은 헝겊인형만 꼬옥 껴안고 있는 릴리와 달리 에스텔라는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이 자리가 좋겠어. 커다란 암석이 바람도 막아주고 야영하기에 적합한 자리 같아. 레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레아는 얼굴을 찡그렸다.

“계속  말을 무시할건가요?”
“우리가 언제 같이 다니자고 부탁했어?”

에스텔라는 웃으며 능청을 떨었다.

“단지 방향이 같을뿐이야. 우리도 왕도에 갈 생각이거든.”
“처음 만났을때는 왕도에 갈 생각이 없었던 것 같은데요?”
“계획은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어. 심심한 여행길에 셋이 다니면 외롭지도 않고 좋잖아?”
“저랑 다니면 위험해요.”
“걱정마. 나랑 릴리의 솜씨를 봤잖아. 우리 둘 다  몸 하나는 지킬줄 안다고.”

에스텔라는 춤을추듯 제자리에서 엉덩이를 흔들며 긴 치마를 벗었다.

“미안한데 불 좀 피워줄래? 나는 오줌이 마려워서 말이야. 아까부터 참고 있었더니  것 같아.”

그러면서 하반신에 속옷만 입은 채 엉덩이를 씰룩이며 수풀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레아는 양손을 펼치며 머리를 저었다.

“말이 안통해……”

작게 한숨을 내쉬고 릴리를 내려다봤다.
맑고 순수하게 생긴 소녀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중이었다.
헝겊인형을 안고 있는 모습이 왠지 귀여워보였다.
레아는 릴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결국 백기를 들었다.

“마른가지 모으는 것 좀 도와주겠니?”
“응!”

얼마 후 타닥타닥 타는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세 사람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다.
오그넨 영주의 야영지를 탈출할때 빈 손으로 나왔기에 가진 것이 없었으나 숲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잘 아는 레아 덕분에 부족하지만 대충 한끼는 때울  있었다.

“맛은 없네.”

에스텔라는 씨앗을 퉤 뱉고는, 손에 쥐고 있던 붉은 열매를 모닥불속으로 던져넣었다.

“엘프 언니야, 내일 날이 밝으면 마을부터 찾아보자. 이딴걸 어떻게 먹어.”
“억지로라도 먹어두세요. 마을에 들를 시간이 없어요.”
“왜 그렇게 서둘러? 좋은 경치를 만끽하며 느긋하게 가면 안돼? 여동생이  쫓아올까봐?”

레아는 잠시 잠자코 있다가 대답했다.

“네.”
“어쩌다 쫓기는 신세가 된거야?”
“……”

레아는 모닥불만 바라보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낯설어서 내키지 않는거지? 내가 먼저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너도 말해줄래?”

마름모꼴 모양의 천 쪼가리  개로 풍만한 젖가슴만 아슬아슬하게 가린  상체를 거의 드러내놓고 있었던 에스텔라는 가려운 팔뚝을 긁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사실 우리도 쫓기는 신세야. 게다가 나랑 릴리는 피를 나눈 자매도 아니지.”

조용히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던 레아의 시선이 에스텔라를 쳐다봤다.
에스텔라는 진심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마주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명망있는 가문의 노예였어. 쉽게 말하자면, 영주와 자고 또 그의 세 아들과도 번갈아 자던 갈보년이었지. 나는 춤만 추면 됐었기에 뭐, 자유가 없는 것 빼고 나쁘지 않았어. 그리고 릴리는 영주의 수집품으로 가문에 들어왔어. 돈 많다고 우쭐대던 상인놈이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릴리를 납치해서 영주에게 팔았지. 하지만 릴리는 자유가 억압된 것을 괴로워했기에 영주에게  반항했고, 릴리가 목소리로 고막을 찢을 수도 있다는걸 안 영주는 이 아이의 입에 항상 재갈을 물렸지.”

에스텔라는  무릎을 감싸안으며 타오르는 불길을 쓸쓸한 눈길로 바라봤다.

“거기서 우리 둘이 친해지게 된거야. 춤과 노래가 하나로 뭉치니 아주 죽이 잘 맞았지. 그러던 어느날 프레드릭왕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어. 모두가 놀라워했지. 그리고 영주는 프레드릭왕의 열렬한 지지자였어. 그 점이 우리에게 자유를 가져다 주는 계기가 된거야. 새로 즉위한 왕은 곧바로 반대파 숙청 작업을 시작했어. 영주도 그 격랑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 어느날 왕이 보낸 줄리안이라는 자가 찾아왔고, 그는 영주의 처자식부터해서 모든 것을 파괴하고 죽였어.”

에스텔라가 미소지었다.

“그때  난리통이 기회라고 여긴 나는 릴리와 함께 탈출을 감행한거야. 하지만 금세 영주에게 발각됐고,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던 그는 마치 끔찍한 괴물 같았어. 당시 술에 찌든 그의 충혈된 눈빛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지. ‘나는  살해당하니까 니들도 같이 죽자’ 젠장. 다시 생각해봐도 역겨워 토할  같아. 지가 죽는다고 노예들도 같이 죽어야한다는 심보는 대체 뭐야? 우리는 살면 안돼?”
“그에게서 어떻게 도망쳤죠?”

레아가 흥미진진한 얼굴로 묻자 에스텔라가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릴리가 비명을 지르니 제깟놈이 칼이 있다고한들  어쩌겠어. 귀를 막고 괴로워하는 틈을 타, 나는 얼른 달려가서 손톱으로 놈의 얼굴을 확 그어버렸지. 어찌나 속시원하든지.”

그때까지 얌전히 있던 릴리의 입에서 불쑥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간 못받은 화대값이다 쌍놈아.”
“아, 맞아 맞아. 내가 저런 말도 했었지! 푸하하하!”

에스텔라는 배꼽을 잡고 자지러졌다.
레아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녀의 웃음소리가 사그라들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었다.

“영주 가문이 사라졌으면  분을 쫓아올 사람도 없는 것 아닌가요? 아까 쫓긴다고 하시길래……”
“영주의 잔당이 남아있을 수도 있잖아? 그 놈들이 쫓아오면 어떡해? 아직도 불안해. 누군가 큰 목소리로 날 부르면 깜짝깜짝 놀랄때도 자주 있고.”

에스텔라는 관자놀이를 살살 긁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혹시 죄책감인가? 노예 주제에 도망친 것에 대한 죄책감? 사실 나 아직도 노예 신분이야. 평민임을 증명하는 신분패가 없거든. 위조된걸 들고 다니고 있지. 만약 어떤 노예상인이 강제로 날 끌고간다면 법적으로 아무런 보호를 못 받아. 주인 몰래 도망친 노예에 불과하니까……”

멍하니 말끝을 흐리던 에스텔라는 레아의 눈을 마주보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혹시나 우리 신고하면 안된다?”

레아가 웃었다.

“저는 엘프인걸요. 다른 종족 일에 간섭하지 않는게 규칙이에요.”
“그 규칙 마음에 드네.”

에스텔라는 자세를 고쳐앉으며 한결 밝은 목소리로 화제를 전환했다.

“이제 네 얘기 좀 해줄래? 우리는 숨기는 것 없이 전부 얘기해줬어.”
“에스텔라님의 얘기를 들으니까 저는 별거 없는  같아요. 재미없는 이야기일텐데.”
“그래도 해봐. 아리따운 엘프님에게는 어떤 특별한 사연이 있는지 궁금해 죽겠으니까.”

레아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이에요.”
“설마 진짜 전하야?”
“네?”
“아까 옆에서 들었어. 전하께서 널 찾고 계신다며?”

레아가 희고 고른 이를 드러내며 수줍게 웃었다.

“저도 전하를 사랑하고 있어요.”
“대단해! 자세히 얘기해줘봐! 빨리!”

에스텔라가 보채며 시작된 이야기는 레아가 기억을 잃게된 과정을 거쳐 최근 멜라니아에게 진실을 듣게된 사연까지 이어졌다.
대충 사정을 전해들은 에스텔라는 이제야 알겠다는듯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자들이 엘프였구나…… 그래서 쫓아온거고…… 와…… 듣고 보니 내 얘기보다  굉장하잖아!”

내내 듣고만 있던 릴리는 말없이 박수를 쳤다.

“운명은 우리를 갈라놓으려 했지만, 우리는 절대 지지 않을거예요.”

레아는 가슴에 손을 얹고 버나드를 떠올리며 말했다.

“지금도 느껴져요. 그분과 제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게.”

같은시각 우르프스 왕국의 수도 아이다썬.
왕의 침실.
버나드는 기분 좋은 신음을 흘리며 손으로 하반신을 가리켰다.

“여길  클레어. 우리가 하나로 이어져 있어.”

눈부신 알몸을 드러낸 채, 누워있는 그의 하체에 올라타 원을 그리듯 부드럽게 골반을 움직이고 있던 클레어가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밑을 내려다봤다.
자신의 음부를 가르고 깊숙이 삽입 되어있는 굵직한 페니스가 보였다.
두 육체는 한치의 틈도 없이 하나로 결합되어 서로에게 황홀한 쾌감을 선사해주는 중이었다.

“전하…… 부끄러워. 아흑……”

두 성기가 맞물린 적나라한 모습이 그녀에게 꽤나 강한 자극이 됐는지 부드러운 속살이 착 달라붙어서 페니스를 강하게 조여왔다.
동시에 여성 상위 자세로 앉아있는 그녀의 방아질도 더욱 격해졌다.
철썩! 철썩!

모닥불 앞에 앉아있던 에스텔라가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그냥 물어보는거니 오해마. 전하께서 아직도 너를 사랑하실까?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졌거나 작아졌으면 어떡해? 4년이란 시간도 나름 긴 시간인데. 인간에게는 말이지.”
“아뇨, 전하는 여전히 저를 사랑해요. 아까봐서 알잖아요. 지금도 저를 찾고 있는걸.”
“오그넨 영주의 말로는 4년전에 내려온 명령이라며.”
“그래도 괜찮아요. 전하에게는 저밖에 없으니까요.”

레아는 밝게 웃으며 대꾸했다.

“한때 저는 그의 하나뿐인 신이기도 했는 걸요?”


“헉! 헉! 클레어! 그대는 나의 진정한 여신이야! 으으윽! 싼다!”
“나, 나도! 흐윽!”

두 사람이 사이좋게 폭발직전, 클레어가 황급히 상체를 숙이며 버나드를 와락 껴안았다.
버나드는 페니스를 삽입한채 그대로 그녀의 몸안에다 폭발적으로 사정을 했다.
그가 꿀렁꿀렁 토해낸 정액은 클레어의 자궁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두 성기가 맞물린 틈 사이로 진득하게 흘러나왔다.

“하아, 하아, 사랑해 클레어.”

버나드는 자신의 배위에 쓰러져 가쁜 숨을 몰아쉬는 클레어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클레어가 살며시 고개를 들어 버나드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의 아름다운 금색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뺨과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고 두 뺨은 벌겋게 상기되어 있다.
행복해 보이는 그녀의 맑은 눈망울에는 버나드를 향한 동경과 더불어 사랑과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사랑하면 한번 더 해줘.”
“또?”
“힘들어?”

버나드가 피식 웃었다.

“나를 뭘로 보는거야. 이 나라의 왕이라고.”

그는 다정하게 클레어의 입술을 핥으며 다시금 왕다운 위용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시들었던 페니스는 금세 우렁차게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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