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2화 〉결전2
그 와중에 안소니 후작이 꾸짖는 소리가 들렸다.
-너는 어찌 함부로 입을 놀려 전하를 모욕하고 나라를 어지럽히느냐!
그에 버나드가 피식 거렸다.
“안소니! 비열한 음모를 꾸며 죄 없는 나를 모함하고 불쌍한 부하들까지 살해한 네놈이 무슨 낯짝으로 나와 말을 섞느냐! 백성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 것이냐! 오늘 내, 네놈의 살을 반드시 씹어먹으리라 벼르고 있는 중이다! 잠시만 기다려라! 여기 모인 놈들을 말끔히 청소한뒤에 바로 그리로 올라가마!”
-저, 저놈이……!
‘아버지와 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로잘리나는 아버지가 버나드에게 심한 욕설을 들었음에도 자식으로서 전혀 분노하지 않았고 오히려 버나드의 굴곡진 인생을 더욱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밤의 늑대들과 마스터울프의 존재를 오래전부터 알았던 그녀는 원래 아버지의 정적인 버나드를 싫어했다.
버나드가 왜 아버지의 정적이 되었는지, 그리고 어째서 전하와 멀어졌는지에 관해서 자세한 내막도 모르고 이유없이 미워했다.
그와 그의 부하였던 여엘프가 왕비와 왕세자를 살해했다는 이야기는 둘째치고, 단순히 아버지와 다른 정치 무리라는 인상만을 가지고 그에게 반감을 가졌던 것이다.
내 편이 아닌 이상 가문에 해가될 사람 같았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줄리안을 주축으로 하는 ‘나이트섀도우’가 창설된뒤 그동안 버나드가 걸어왔던 길을 파헤쳐보고 연구하면서 자신의 마음이 점점 변하는 것을 느꼈다.
누가 더 악마일까.
최근 프레드릭왕을 따라 이곳까지 오는동안 왕의 군대가 평화로운 영지를 습격하고 약탈하는 광경을 보게된 후 그녀는 큰 고민에 빠졌다.
함부로 입밖으로 낼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생각으로는 약탈과 강간을 일삼았던 프레드릭왕과 그의 직속 부대가 더 악마 같았다.
그러나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군을 비난하는 자신의 생각이 소름끼쳤고 계속 부인해왔다.
하지만,
버나드의 실물을 보는 순간 그녀의 고민은 말끔히 날아가버렸다.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젊은 버나드의 얼굴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보였고, 그에게서 어두운 면이라고는 단 한톨도 느낄 수가 없었다.
맑고 깨끗한 그의 눈빛은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하는듯 했고 그와 더불어 멋진 갑옷을 착용한 늠름한 모습은 그야말로 영웅다운 풍모를 보여주며 그녀를 뼛속까지 사로잡았다.
“프레드릭!”
버나드는 당당하고 꼿꼿한 태도로 계속 허공에 외쳤다.
“지난날 나는 오로지 너만이 진정한 왕이라 생각하고 많은 공을 세우며 섬겼다. 허나 너는, 너를 신뢰하던 나의 믿음을 저버리고 내 부하들의 충정까지 짓밟으며 우리를 일순간에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려버렸다! 오늘, 우리를 배신한 네놈을 반드시 죽여주겠다!”
프레드릭왕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애지중지 아끼고 또 나를 극진히 섬겨왔던 버나드가 반말하며 막말을 일삼는 꼴을 보고 있자니 세상이 많이 변하긴 변했나 보구나. 세상이 많이 혼탁해졌어. 기가막히군.
왕의 웃음이 사그라들며 수정구를 들여다보는 그의 눈빛에 노기가 서렸다.
-버나드. 마음이 매우 격해보이는게 너 답지가 않구나. 지난날 우리 취하도록 마시고 함께 전쟁터를 누비던 일을 떠올려보거라. 나는 옛정이 아직 고스란히 남아있어 지금 너를 향한 눈빛 또한 애틋하고 안타깝기만 하거늘, 너는 왜 그리도 성만 내고 있는 것이냐?
“애틋하고 안타깝다고? 간수를 시켜 내 사지를 찢은 자가 누군지 벌써 잊었나?”
버나드는 금세 실없이 웃었다.
“아니지, 아니야. 말이 안통하는 상대에게 따져봤자 헛수고겠지. 평소 당신 성격으로 봐선 무리도 아니야. 인성이 결여된 것처럼 생명을 경시하고 죄책감을 못느끼는 폭군이 바로 당신의 본성이니까.”
두 사람의 대화를 숨죽여 지켜보던 로잘리나는 버나드의 말에 공감하며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전하를 보면 정신병자 같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 몇달전 전하가 죽인 제국 사신의 항문이 너덜너덜했다는 소문을 듣고 깜짝 놀랐어. 같은 남자를 상대로 그런 짓을 벌일 줄이야…… 신께서 지켜보고 계실텐데 무섭지도 않으신지.’
프레드릭왕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내 하나만 물으마.
버나드는 빈정으로 받아쳤다.
“유언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가는 길에 숨기지 말고 속시원히 속마음을 털어놓길 바란다.
“난 언제나 진심으로 이 나라의 국왕을 섬겼다. 네 의심병이 모든걸 망쳤지.”
버나드의 말에 왕의 표정이 굳었다.
프레드릭왕은 엄지손가락으로 검지의 손마디를 우두둑 꺾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난 전부터 궁금했다.
“마침 나도 궁금한게 있었는데 잘 됐군. 서로 하나씩 물어보면 되겠네.”
-아킨테의 미셸.
뜻밖의 이름이 거론되자 신하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눈을 멀뚱거리며 일제히 프레드릭왕을 쳐다보았다.
곧 왕의 입에서 나온 말은 대단히 충격적이었다.
-나 몰래 그녀와 동침한 적이 있느냐?
그 순간 안소니 후작이 혀를 찼고, 귀족들이 얼빠진 얼굴로 술렁거렸다.
“이런.”
“미셸과 동침? 설마 아킨테의 미셸이 왕비였을때를 말씀하시는건가?”
“맙소사! 저 늑대놈이 이전 왕비와 간통을 벌였단 말이야?”
왕의 입에서 이번 일과 아무 상관없는 엉뚱한 발언이 튀어나오자 안소니 후작은 무척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아킨테의 미셸을 악마로 내몰고 버나드를 왕국의 질서를 어지럽힌 역모자로 꾸며왔던 계획이 자칫하다가는 한낱 치정극으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었다.
보다 못한 그는 귀족들을 향해 서둘러 소리쳤다.
“전하께서 궁을 비우셨을때 아킨테의 미셸을 겁탈한거요! 저 놈이 저지른 여러 죄목중에 하나지! 아말리아 왕비님을 시해한 것도 모자라 이전 왕비까지 건드리다니 천하에 쳐 죽일 놈!”
그러자 귀족들이 버나드를 향해 온갖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버나드의 귀에, 그리고 프레드릭왕의 귀에는 주변의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두 남자는 오직 서로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두 남자는 강렬한 눈빛으로 서로를 추궁하고 있었다.
서로 말은 없어도 서로의 눈빛이 모든걸 대신하고 있었다.
‘내 눈은 속일 수 없어 버나드. 미셸이 네게 연정을 품지 않았었느냐? 그리고 넌 머저리처럼 그녀의 유혹에 넘어갔고.’
‘어처구니가 없군.’
버나드는 코웃음쳤다.
동시에 왕에 대한 실망과 허탈감이 밀려들어왔다.
“그게 이유였던가. 하하, 이제야 모든걸 알겠어.”
버나드는 실성한 사람처럼 마구 웃어댔다.
‘그게 네놈이 날 몰락시키고 부하들의 목숨을 빼앗아간 초라한 이유였던가. 겨우 그깟 말도 안되는 이유로 의심병이 도져서 나의 모든걸 앗아갔단 말이냐?’
‘빨리 대답해봐. 미셸이랑 잤느냐 안잤느냐? 그녀와 잔 기분은 어땠어? 너한테 죽여주게 잘 해주든?’
‘이봐 프레드릭. 어쩌다 이렇게까지 옹졸한 인간으로 전락해버린건가.’
‘어서 대답해!’
‘소원이라니 진실을 말해주지. 난 그녀를 공손히 떠받들어 모셔야하는 일국의 왕비라는 것 외에 일절 다른 감정을 품어본적이 없다. 따라서 네놈 몰래 만날 일도 없었지. 우리 사이는 만백성에게 떳떳할 정도로 깨끗하다.’
‘아니야! 넌 거짓말을 하고 있어! 그 당시 널 바라보는 미셸의 눈빛은 분명 뭔가 있었어! 뜨겁고 애절한 뭔가가 있었단 말이다!’
‘네놈이 착각한거야.’
‘끝까지 부정하는구나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어.’
왕의 이마에 힘줄이 곤두섰다.
500미터 이상 떨어진 버나드를 무섭게 노려보며 한참동안 말이 없던 그가 불쑥 명령했다.
“놈을 쳐라.”
“기다렸습니다.”
안소니 후작이 미소를 지으며 왕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내 병사들쪽을 바라보며 손을 들고 소리쳤다.
“악마에 홀린 버나드를 처단하라! 놈의 목을 가져오는 자에게는 전하께서 큰 상을 내리실 것이다!”
공격을 알리는 뿔피리 소리가 드높이 울려퍼졌다.
기합이 단단히 들어간 병사들이 무기를 들고 날카롭게 목표를 주시하는 가운데 버나드 역시 맞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신속히 투구를 쓰고 마검을 뽑아들었다.
“시작이다, 이드리스.”
-드디어 하는거요? 후우 잘 버틸지 걱정이군.
“네가 그런 소리를 하면 안되지. 언제는 신만이 파괴할 수 있다며.”
-나는 천여명의 군사를 상대해야하는 당신의 체력을 걱정하는거요. 갑옷의 내구성이야 내가 만들었으니 두 말 할 것도 없지. 무엇이든 막아내는 천하 제일의 갑옷이라니까.
프레드릭왕은 의자에 늘어지듯이 등을 기대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계집들은 항상 버나드를 좋아했어. 그 잘난 여황제도 철없는 기사시절때 저놈의 뒤만 졸졸 쫓아다녔지. 이 땅에서 가장 빛나는 사내는 바로 국왕인 나인데도 말이지.”
왕은 아득히 먼 하늘을 바라봤다.
“이블린도 저놈을 탐냈고.”
저편에서 어느 지휘관의 외침이 들렸다.
“시위 당겨!”
병사들이 복창했다.
“시위 당겨!”
“발사!”
“발사!”
그 즉시 수십발의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며 머리 위로 떠올랐다.
슈슈슉!
하늘을 촘촘이 뒤덮었던 화살들은 곧 버나드의 전신으로 세차게 날아들었다.
몸을 엄폐할 곳이 없는 평원이기에 피할 곳이 없었다.
하지만 피할 이유가 없었다.
우뚝 선 채로 날아오는 화살들을 전부 맞아주었다.
팅팅팅! 팅팅!
그 어떤 화살도 갑옷을 뚫지 못하고 촉이 부러진 채 땅으로 떨어져 버렸다.
“쳇! 비싼 갑옷인가 보군!”
“걱정마! 몇 번 쏘다보면 찌그러져서 움직임이 불편해지겠지! 그때를 노리면 돼!”
병사들은 화살을 맞은 버나드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고 이제 시작일뿐이라며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한때는 같이 싸우던 자들이었건만, 내 손으로 죽이는 상황이 오다니 운명이란 참 짓궂어. 저승에 있을 이블린이 보고 크게 비웃겠군.”
버나드는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겨 왕의 군대 1진과 정면으로 마주보고 섰다.
바람에 나부끼는 여러 가문의 깃발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1진은 보아하니 왕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인 서쪽 지방에 거주하는 루바리아 가문의 지휘아래 농민 징집병과 소수의 기사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즉 가장 약한자들로만 구성된 고기방패다.
익숙한 얼굴의 세 명의 기사가 눈에 띄었다.
그들은 청포도가 특산물인 고장의 가문 출신들 답게 청포도색 갑옷과 망토를 두른 블루 가문의 세 아들이었다.
1차 걷는 사자 전쟁 당시 블루 가문의 당주이자 저들의 아버지인 놀리케에게 감사의 의미로 엄청 신 청포도를 한아름 선물 받았던게 문득 기억난다.
청포도 가문의 세 아들 뒤에는 스완스 라는 기사가 보였다.
그는 매의 머리를 형상화한 투구를 쓰고 있었다.
저 자 역시 기억난다.
1차 걷는 사자 전쟁때 야보그란드 전투에서 이블린이 아끼던 전사 한명을 통쾌하게 베어 넘긴 인물이었다.
그만큼 검술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스완스 외에도 여러 익숙한 기사들이 자신과 대치하고 있었다.
언젠가 자신과 같은 전투에 참가했던 요콥이라는 노기사, 용맹하기로 소문난 던칸 지방에서 온 기사들, 이름을 알리기 위해 출전한 이름 없는 가문의 풋내기 기사들, 체스타에 사는 니발롱가 영주의 손주 기사들, 부모가 청어 저장소를 운영중인 롭슨, 가문 이름이 까만벌레 라는 뜻의 사이먼, 맨손으로 돌도 깨부수는 남자 숀, 거세 당한 황소라는 호칭을 가진 댄, 닭튀김의 대가 터너, 가죽신발 허트넬, 수녀만 좋아하는 기사 블룸 등등 버나드는 1진에 속해 있는 기사들의 면면을 속속들이 꿰고 있었다.
농민이 아닌 이상 크든 작든 웬만한 귀족 가문 출신들은 이미 버나드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었다.
“나를 아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며 크게 외쳤다.
“그대들과는 아무런 원한이 없으니 괜한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자들은 어서 이곳을 떠나라! 떠나는 자는 절대 손대지 않을 것을 보장하마!”
누구도 예상치 못한 버나드의 말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1진의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다 어느순간 킥킥 비웃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누굴 바보로 아나 왠 헛소리야.”
그 말을 시작으로 이곳저곳에서 버나드를 비웃었다.
“넌 혼자라고. 너 한명한테 우리가 겁먹을줄 알아?”
“뒤에서 전하가 지켜보고 계신다. 너 한명 때문에 도망치면 우리는 죽는다고.”
그때 청포도색 갑옷을 입은 블루 가문의 세 아들이 걸어나왔다.
“전하께서 처단하겠단 악마가 당신인줄 몰랐습니다.”
가운데에 서 있던 장남이 예를 갖춰 고개를 숙였다.
“어린시절 저희 아버님과 함께 싸웠던 당신을 기억합니다. 그런 분께 결례를 범할수야 없죠. 저는 제 동생들과 함께 이곳을 떠나겠습니다.”
버나드는 투구를 쓴 채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네.”
블루 가문의 세 아들과 그들이 데리고 왔던 종자 마흔명 외에도 이후 세 가문이나 더 버나드를 기억해주며 자진해서 현장을 떠났다.
의자에 앉아있던 프레드릭왕은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가려운 허벅지를 긁었다.
“버나드 다음엔 저놈들이다. 여보게 안소니, 한 가문도 놓치지 말고 똑똑히 기억해둬.”
“예, 전하. 우리를 배신한 저놈들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놈들에게 처가 있으면 한명씩 전부 임신시켜버려야겠어. 그게 가장 통쾌한 복수가 될테지.”
로잘리나는 버나드를 위해 떠난 사람들을 보고 감격을 한 나머지, 감정이 한껏 고조된 그녀는 한달음에 현장으로 뛰어가서 마스터울프에게 직접 말을 걸어보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다.
‘그는 악마가 아니였어. 인망이 있는 사람이니까 사람들이 따르는거야. 그렇지 않고서는 이 일을 설명할 수 없어!’
총 네 가문이 떠났다지만 1진의 사람 수는 여전히 이백명에 달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버나드는 당당히 눈앞의 병사들과 대치했다.
“이제 시작하자.”
스윽.
창을 든 병사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 받고는 순식간에 버나드의 배후로 이동하며 그를 완전히 포위해버렸다.
말 위에 올라탄 기사 하나가 높이 손을 들어올렸다.
“공격!”
신호와 함께 버나드를 에워쌌던 무리가 양쪽으로 갈라지며 병기의 길을 터주었다.
“이야아아아아!”
버나드의 시선을 가린뒤 불현듯 등장한 병기에는 네 개의 바퀴가 달려 있었고 굵고 기다란 통나무가 그 위에 얹혀져 있었다. 통나무의 머리 끝에는 강철로 만들어진 날카롭고 뾰족한 촉이 달려 있었다.
“여엉차!”
병사들은 힘껏 병기를 밀어서 그대로 버나드의 가슴팍을 들이박았다.
쾅!
모두의 예상대로라면 버나드의 갑옷을 관통해야할 터, 그러나 버나드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갑옷과 부딪힌 강철촉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정도로 심하게 일그러졌고 버나드는 단 한발짝도 밀리지 않았다.
당황한 병사들이 크게 눈을 떴다.
“사람 주제에 바위 같이 단단해! 시, 시발 내 손만 저려!”
“이놈 괴물이야 뭐야? 파성추에 맞았는데도 제자리에서 꼼짝도 안한다고!”
“괴물이 아니라 악마라잖아 악마!”
모두가 놀란 가운데 버나드는 주위를 둘러보며 차갑게 말했다.
“난 앞으로만 직진할테니 어디 막을 수 있으면 막아보거라.”
그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