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9화 〉제국으로 향하는 여정69 (169/200)



〈 169화 〉제국으로 향하는 여정69

“클레어…… 이제…… 그만……”

버나드는 지금 이럴때가 아니라며 마음 같아서는 하체에 처박혀 있는 그녀의 머리를 힘껏 밀쳐내고 싶었지만 그런 의지와 달리 그의 손은 앞뒤로 빠르게 움직이는 클레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지금 이럴때니까 따뜻함을 원했다. 세븐로얄을 손에 넣지 못한 냉혹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따스함을.

그의 심정을 헤아려주듯 물 만난 고기처럼 클레어의 공격은 집요했다.
클레어가 선사해주는 쾌감에 황홀감을 느끼며, 버나드는 어느 순간 그녀의 입안에 시원하게 사정해버렸다.

“으윽!”
“꿀꺽.”

클레어는 입안에 쏟아진 정액을 완전히 삼킨  물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녀는 깨끗해진 혀를 내밀어 웃어보였다.

“다 마셨어. 이렇게 하는  맞지?”
“왜 그랬어?”

버나드가 추궁하듯 물었다.
그녀가 정액을 마신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이런 행위를 했느냐를 따졌다.

“네가 여자들을 안는 광경을 몇차례 훔쳐봤었어.”

그녀는 물에 젖어 매끈해보이는 자신의 몸을 어루만지며 버나드를 애절하게 응시했다.

“볼때마다 기분이 묘했어. 그리고 나도  여자들이 당했던 것처럼 똑같이 당하고 싶었어. 내게도 똑같이 해줘. 똑같이……”

클레어는 천천히 일어서서 두 팔로 버나드를 끌어안았다.
봉긋 솟은 그녀의 젖가슴이 버나드의 단단한 배에 짓눌렸다.
클레어는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다시 한번 부탁했다.

“딱 한번만 제발…… 나를 격하게 안아줘…… 어쩌면…… 우리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잖아. 네 몸을 영원히 새겨두고 싶어. 내 아랫배에……”
“넌 어려.”
“어리니까 많이 알려줘.”
“게다가 순결을 중요시해야하는 귀족이다. 미래를 생각해.”
“미래를 위해 네게 부탁하는거야. 미셸님처럼 후회하고 싶지 않아.”

클레어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잔잔하게 흐르는 물속으로 손을 뻗었다.
쪼그라든 페니스를 움켜쥐고 살살 어루만졌다.
그러자 페니스는 이내 언제 작아졌었냐는듯 두 사람이 밟고  있는 물속의 자갈들만큼이나 단단해지며 다시금 위용을 뽐냈다.

“대단해. 또 딱딱해졌어. 나 사실, 매일 널 볼때마다 원했어. 네게 안기는걸 말이야. 네게 안긴 여자들은 전부 행복해보였어.”

클레어는 시선을 들어 버나드를 올려다봤다.

“나도 이제…… 네게 정복당하는 거지? 흥분 돼.”

물에 젖어있는 성기를 손으로 문지르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
안아주기를 애타게 갈망하며 촉촉히 젖어있는 두 눈동자.
버나드는 자신에게 흠뻑 빠진듯한 그녀의  눈을 보고 더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유를 따져 물어봐야 시간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그녀의 눈빛은 너무나 간절해서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느껴졌다.
구구절절한 대화보다는 몸으로 깨우쳐 주는 것이 그녀를 빨리 진정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널 안아주면 괜찮아지겠어?”
“오늘만 이러는건 싫어. 앞으로도 계속 함께 있어주면 더없이 행복할거야.”
“그건 불가능해. 알잖아. 장담할 수 없어.”
“넌 꼭 전하를 이길거야.”
“……”

버나드는 침묵을 지키다가 드디어 결심이 섰는지 그녀의 양다리를 잡고 번쩍 들어올렸다.
클레어의 몸이 물밖으로 솟아오르며 물살이 세차게 출렁거렸다.

“처음이지?”
“응.”
“아플거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거야.”

클레어는 기대에 들뜬 표정으로 버나드의 목을 끌어안으며 매달렸고, 버나드는 자동으로 벌어진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사정없이 페니스를 찔러넣었다.
그 순간 쾌락과 고통을 동반한 클레어의 비명이  전체에 울려퍼졌다.

***


차디찬 새벽바람에 마른기침이 연신 터져나왔다.
버나드는 콜록 거리며 안장을 채운 라벤다의 등위에 올라탔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고요한 새벽, 오늘따라 유독 찬바람이 쌩쌩부는게 마치 먼 곳의 살기가 여기까지 전해지는 기분이다.

버나드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깜깜한 꼭두새벽에 길을 나섰다.
그와 가장 가까운 연인 데보라조차 그가 지금 죽으러 가는지도 모르고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오늘이 바로 결전의 날이라는 것을 버나드 본인만 알았다.
사전에 비밀 서신을 통해 왕의 군대측과 중간 지점에서 만나 싸우기로 이미 합의를 본 상태였고, 버나드는 현재 약속대로 사지로 향하는 중이었다.

주변의 걱정을 우려해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몇 시간뒤 점심때쯤이면 지인들은 승패의 결과를 전해 듣게 될 것이다.
버나드는 약소하지만 자신의 승리를 빌었다.
세븐로얄도 없이 대군과 싸워 이기는게 가능하겠느냐만은,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면서 애써 불안감을 떨쳐냈다.

“내 이럴줄 알았다. 평소 네놈 성격으로 봐선 이렇게 도망치듯 사라질줄 알았지.”

라벤다를 타고 던헬더르 성을 빠져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숲속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버나드는 살짝 미간을 좁히며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길고 매끈한 다리에 검은 망사로브. 윤기가 흐르는 검은색 머리. 한손에 쥔 뱀머리 지팡이. 나무 옆에서 기분 나쁘게 낄낄대고 있는 여자는 다름아닌 마녀 멜라니아였다.
새벽 어둠속에서 단숨에 알아볼 정도로 그녀의 젊음은 빛이 나고 아름다웠다.

“새벽댓바람부터 마녀랑 만나다니 오늘 일진이 더럽겠군.”
“불길해?”

마녀가 씩 웃는다.
버나드가 피식거리며 대꾸했다.

“우리가 다정한 사이는 아니잖아.”
“넌 내가 얼마나 싫은게냐?”
“당신이 날 싫어하는만큼 싫어하겠지.”
“그러냐? 그럼 서로 같은 생각이니 동지구나. 어서 날 태워갖고 가거라. 나도 거기 가봐야겠으니.”
“내가 왜?”
“전망 좋은 곳에서 네놈이 프레드릭한테 당하는 꼴을 하하호호 즐기려한다. 여기에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할까?”
“하여튼 맘에 안들어.”

버나드는 어이없는 웃음을 짓다가 라벤다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멜라니아가 말 위에 오르는것을 도와주려는데, 그녀가 갑자기 불록 튀어나온 버나드의 바지 앞섶을  움켜쥐었다.

“네놈이 죽으면 정력제도 못팔겠군. 쯧. 짭짤했는데.”

몇  주물럭거리다 손을 놓으면서 입맛을 다신다.
버나드가 코웃음을 쳤다.

“오늘내일 하는 늙은이가 돈 욕심만 많아가지고.”
“네놈 덕분에 돈을 잔뜩 벌었지. 그동안 모은 돈으로 레아와 펑펑쓰면서 살거다. 그 창창한 미래에 너는 없지. 병신 늑대놈.”
“기분 별로니까 자꾸 긁어대지마, 마귀야.”

버나드는 욕설을 뱉으며 멜라니아를 번쩍 들어서 앞쪽에 태웠다. 마녀따위가 뒤에서 다정한 연인처럼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는 것보다 앞에 태우는게 그나마 덜 소름끼칠 것 같았다.

“레아는 생전에 너와 함께 한 말을 타는게 소원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지. 내가 먼저 타게됐군. 낄낄.”
“그런 말 처음 들었어.”
“당연하지. 맨정신으로 한 얘기가 아니었으니까. 나와 단 둘이 오붓하게 마실때만 기분 좋은 표정으로 하던 말이었거든. 레아가 심하게 취한 모습을 본적은 있느냐?”
“한번도 없었다.”
“거봐, 네놈은  아이를 일로서만 대했지. 그 아이는  앞에서 망가질래도 망가질 수가 없었고  때문에 솔직해질수도 없었지. 인간미가 없는 상관 때문에 항상 성실하고 올바른 모습을 보여야만 하는 부하였어.”
“닥쳐. 레아의 술주정 가지고 내 탓 하지마.”

버나드는  위에 오르며 멜라니아의 뒤에 앉았다.
앞으로 두 팔을 뻗어 고삐를 잡았다.
얼핏 멜라니아를 뒤에서 안는 모양새가 되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다만 기분 나쁜게 있다면 그녀의 희고 가느다란 목덜미가 눈에 들어왔고, 그와 더불어 향수를 뿌렸는지 마치 자신도 여자라고 호소하는듯한 은은하고 상냥한 꽃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버나드는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출발한다.”
“서두르지마. 마음을 조급하게 먹을수록 너만 불리해진다. 프레드릭이 깔아놓은 판을 어떻게 깨부실지 고민하면서 천천히 가거라.”
“노망난 늙은이의 충고는 정중히 사양하겠다.”
“못난 놈.”

멜라니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다가 곧 웃음을 보였다.
그녀는 잠시 웃다가 입을 열었다.
라벤다는 적정한 속도로 달리는 중이었다.

“프레드릭은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 영주들을 죄다 끌고 왔을게야. 개중에 너를 잘 아는 자들도 있겠지.”
“아마도 그렇겠지.”
“그들에게 울며불며 매달려보지 그러냐? 네편을 들어줄지도 모르고. 1차 걷는 사자 전쟁때 네게 신세를 진 놈들이 한  놈은 있을 것 아니냐? 또 알아? 불쌍하다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줄지.”

그녀의 진담반 농담반 섞인 조롱에 버나드도 가볍게 응수했다.

“젊은 계집의 가면을 쓴 노파의 벌거벗은 몸을 보여주며 비는게 더 쓸모있겠어. 어때? 나를 위해서 놈들의 노리개가 되어줄 수 있겠나?”
“나야 환영이지. 거친 사내놈들한테 둘러싸여 융숭한 대접 좀 받아볼까?”

마녀는 기사들에게 겁탈당하는 음탕한 상상을 하며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밤하늘을 올려다 보거라 늑대야. 오늘따라 유난히 아름답구나.”
“아름답기는 개뿔 춥기만 하다.”
“겨울의 추위가 심할수록 이듬해 봄의 나뭇잎은 한층 더 푸르단다. 오늘의 추위가 네게 밝은 내일을 알리는 기분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해.”

그녀는 불쑥 외설적인 내용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여성의 신체부위를 음란하고 아름다운 단어를 가미해 차례로 열거하는 노래였다.
자세히 들어보면, 그녀의 몸을 묘사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꼭 살아남아야한 한다는 격려의 말보다 차라리 음란한 노래가 나았다.
버나드는 묘하게도, 푸르른 새벽빛속으로 울려퍼지는 그녀의 노래와 사지로 나가는 그의 현 감정이 공명하며 예상외로 큰 위안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멜라니아와도 어느새 정이든 느낌이군. 1년전 여행을 막 시작했을때처럼 혐오스런 느낌은 없어. 입은  더럽지만 나긋나긋한 여자처럼 편안해.’

이윽고 노래가 마지막에 이르렀을즈음 버나드는 자신의 바지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바지속에 갇힌 성기가 답답했고, 앞에 앉아있는 멜라니아의 허리부터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곡선이 자꾸만 닿아 불편했다.
그는 한 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엉덩이를 살짝 뒤로 내뺐다.

밀착되어있던 버나드의 하반신이 뒤로 멀어지자 때마침 노래를 마친 멜라니아가 뒤를 돌아본다.
바지가 부풀어오른 것을 보고 멜라니아가 그 끝을 손바닥으로 탁 쳤다.

“이놈이 정신이 나갔구나. 지금 때가 어느때인데 자지를 발딱 세우고 있는게냐? 내 노래 때문이야?”

그녀가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버나드는 부정하지 않고 희미하게 웃었다.

“앞에 앉아있는 노망난 늙은이의 몸이 젊은 계집의 몸이라 유감이군. 본모습이었다면 발기할 일도 없었을텐데.”
“한심한 녀석 같으니, 네놈한테 안겨있다고 이 몸이  것인줄 아느냐? 큭큭, 이 꼴을  봐. 제대로 섰네.”

멜라니아는 바지 앞섶을 툭툭 치며 짓궂게 웃었다.

“좋은 생각이 났어. 네놈을 좀  괴롭혀봐야겠다.”

그녀의 손이 바지의 단추를 풀고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더니, 이내 굵고 단단해진 성기를 세상밖으로 끄집어냈다.

“단단히 선  봐. 레아가 지금  광경을 보고 뭐라할성 싶으냐? 자신을 구하러 오는 연인이 오는 길에 딴 계집한테  눈이 팔린걸 보면 기절초풍할거야.”
“하지만 그녀는 곧 내가 누군지도 모르게 되겠지. 머지않아 엘프의 땅에서 만난 놈과 결혼도 할테고.”

씁쓸한 웃음을 짓고 받아친 버나드의 말에 멜라니아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너무 재밌어! 그리고 불쌍해! 너무 불쌍해서 나라도 귀여워해주지 않을 수가 없구나!”

그녀는 상체를 뒤로 돌린  머리를 낮게 숙이며 반듯하게  있는 귀두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면서 혀를 내밀고 귀두를 살짝 핥아올렸다.
침이 묻은 혀가 닿는 따뜻한 감촉에 놀란 버나드는 그만 고삐를 놓칠뻔했다

“뭐하는 짓이야?”
“이대로 죽으면 악귀가 될지도 모를 불쌍한 영혼을 미리 달래줄까 해서.”

멜라니아는 낄낄 거리며 로브의 치마를 허리 위까지 말아올렸다.
그녀의 속살이 여과없이 드러났고, 그 상태로 말머리를 바라보면서 버나드의 하반신에 엉덩이를 완전히 밀착시켰다.
그녀는 곧 격렬한 허리춤을 추듯이 엉덩이와 음부를 버나드의 성기에 요란스레 비벼대기 시작했다.

“아아, 좋구나. 하윽, 하아……!”
“윽…… 어디서 이딴 재주는 배워가지고…… 마녀 따위가……!”

버나드는 짜릿한 쾌감을 만끽하며 기분 좋게 신음했다.
서로의 성기가 맞닿을때마다 고삐가 이리갔다 저리갔다 왔다갔다하며 라벤다는 수시로 방향을 틀어야만했다.
그 와중에도 멜라니아의 허리는 쉴 새없이 유연하게 돌아가며 곧 죽을지도 모르는 버나드에게 메마른 땅에 단비 같은 커다란 쾌감을 선사해 주었다.

마치 음주운전을 하는 것 같은 주인의 조종 때문에 라벤다가 끝내 어쩔줄 몰라하며 가던 길을 멈추자, 버나드는 즉각 멜라니아를 안고 말에서 뛰어내리며 그녀를 자빠뜨렸다.
그렇게  사람은 우연히 들른 이름 모를 숲속에서 낯뜨거운 정사를 벌였다.
멜라니아는 이번만큼은 버나드의 정액을 채취하지 않고 그녀의 몸에 온전히 받아들였다.
이윽고 거사를 끝마친 두 사람의 분위기는 무척 화기애애했다.

“늑대야, 정말 승산 없는 싸움은 아니겠지?”

멜라니아가 로브의 옷매무새를 단정히하며 쳐다봤다.
그녀의 음성에 왠지 걱정이 묻어났다.

“뭔가 준비해둔게 있으니 혼자 가는게 아니겠느냐.”
“갑옷?”
“네놈이 무적갑만 믿고 움직일거라는 생각은 안든다. 다른 수도 있지 않느냐는 말이야.”

그러자 버나드가 작게 웃어보였다.

“물론, 나도 준비한게  개 있지.”

버나드는 라벤다에게 다가가 주인의 별난 짓을 묵묵히 기다려준 애마의 갈기털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정면대결은 기사들이나 벌이는 짓이다. 우리 밤의 늑대들은 항상 다른 방식으로 전쟁을 치러왔지. 이번에도 그럴거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