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8화 〉제국으로 향하는 여정69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귓전을 멤돈다.
베아트리스가 도착했을 무렵 투기장에서는 한창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싸움이라 할 수 없었다.
중앙에 서 있는 은빛 갑옷을 입은 사내 주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그나마 무기를 들고 서 있는 자들은 미친듯이 검을 휘두르고 창으로 찔러보기도 했지만 은빛 갑옷 사내에게 일절 통하지 않았다. 압도적인 전력차이였다.
은빛 갑옷 사내는 허리에 칼을 왜 찼나 싶을 정도로 단지 맨주먹으로만 상대를 차례차례 쓰러뜨렸고, 결국 멀쩡히 서 있는 사람은 은빛 갑옷 사내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오, 제법 실한 놈이 있었구나!”
베아트리스는 은빛 갑옷 사내의 멋드러진 갑옷과 듬직한 체격, 투기장 내 도처에 널려있는 피와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보자 마치 전쟁터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느끼며 흥분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그라나딘 왕국에서 투신이라 칭송 받는 영걸이다.
강한 자를 보면 특유의 호전적이며 싸움을 즐기는 전투적 기질이 맥박쳤고 투쟁심과 함께 피가 들끓어 올랐다.
베아트리스는 누군가 흘리고간 회색 스카프를 길바닥에서 주워 얼굴에 둘둘 말았다.
눈만 꺼내놓고 그대로 투기장 접수처를 찾아갔다.
“시합에 참가하러 오셨습니까?”
“(그렇소.)”
접수원은 간단한 사항만 공지할뿐 그녀의 신상에 관해 캐묻지 않았다.
“부상은 책임 안집니다. 전부 참가자의 책임입니다. 이를 감수하겠다면 여기에 서명해주십시오.”
베아트리스는 서명을 끝낸 후 대기실로 안내받았다.
접수원이 떠나기전 물었다.
“필요한 무기가 있으십니까?”
그는 말하면서 베아트리스가 등뒤에 차고있는 ‘물건’을 쳐다봤다.
양손검으로 보이는 물건은 외관이 보이지 않도록 갈색 천에 둘둘 휘감겨 있었다.
“본인걸 쓰시겠습니까?”
“(아니.)”
베아트리스는 고개를 저으면서 미소지었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쓸 수 없지.’
자신의 애검 ‘고요한 아나르시스’는 ‘그나라딘 왕국의 영걸 베아트리스의 검’이라는 소문이 이웃나라에 까지 널리 알려졌을 정도로 천하의 명검인지라 이곳에서 함부로 꺼냈다가는 정체가 탄로날 우려가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주최측에서 제공해주는 평범한 양손검을 집어들었다.
“바로 나가셔도 좋습니다. 이 시합은 순서라든지 규칙이 없으니까요. 저곳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시원시원해서 좋군!)”
베아트리스는 곧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막사 밖으로 나갔다.
이윽고 그녀가 투기장 안으로 진입하자 관중들은 그녀의 커다란 덩치를 보고 일제히 놀라 웅성거렸다.
“여, 여자야?”
“가슴이 튀어나온걸 보니 여자 맞는 것 같은데?”
얼굴을 스카프로 가린 베아트리스는 구릿빛 피부와 육체미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노출이 심한 가죽 방어구를 입고 있었고,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투기장 한가운데서 다음 상대를 기다리고 있던 버나드는 시합장 안으로 걸어들어오는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곧바로 두 눈이 커졌다.
“와우, 월척이 잡혔군.”
-무슨 소리요?
“긴장해 이드리스. 이번 상대는 지금까지 상대한 녀석들과 많이 다를거야.”
-……?
“아주 적합한 상대가 찾아왔어. 잘하면 세븐로얄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혼자서만 중얼중얼, 당최 뭔소린지 모르겠소.
이드리스의 투덜거림을 듣고 버나드가 말했다.
“이쪽으로 걸어오는 여자가 한 명 있어. 얼굴을 가려서 모를거라 생각했나본데, 저 여자는 분명 그라나딘 왕국의 영걸 베아트리스 일거야. 최근에 한번 만난적이 있어서 저 근육진 몸을 기억하거든.”
-여, 영걸!? 영걸이라면 나라에서 제일로 손꼽히는 영웅 아니오? 왕국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으며 높은 지위를 누리는 그런 자가 이곳에 왔다고!?
“그러게 와버렸네. 신기하게도. 이런 기막힌 만남이 있나.
버나드는 어이없어하면서도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갑옷의 성능을 제대로 시험하게 생겼군.”
잠시 후 버나드와 베아트리스가 마주보고 섰다.
베아트리스는 차가운 눈길로 자신보다 작은 버나드를 내려다보았다.
“(언제까지 그 멋드러진 갑옷이 네 초라한 몸뚱이를 지켜줄성 싶으냐. 이 몸께서 친히 너와 네 갑옷을 찢어줄테니 기대해라.)”
그녀의 입가에 일그러진 비웃음이 흘렀다.
이는 수많은 전투를 경험한 베아트리스의 전투 방법이다.
기선제압.
그녀는 위압적인 덩치와 공격적인 언사로 야수성을 외면으로 드러내 상대를 공포에 질리게한뒤 잡아먹는게 특기였다.
“(네 부모가 네놈을 어떤 쌍판으로 낳아놨는지 궁금하군. 만약 네 얼굴이 미남이라면 얼굴은 건드리지 않을게. 난 잘생긴 사내가 좋거든. 허나 좆같이 생긴 새끼면 이 자리에서 얼굴을 짓뭉게주마.)”
그녀의 도발에 버나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를 냈다가는 자신의 정체가 일전에 호수에서 만났던 사내라는 것을 그녀가 단숨에 알아차릴테니까.
따라서 말을 하는 대신 시작부터 칼을 뽑아 휘둘렀다.
마검을 뽑아들었다는 것은 이 싸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질풍처럼 휘둘러지는 마검의 붉은 칼날은 소름끼치도록 무섭게 베아트리스를 노렸지만, 사전에 이미 기습을 철저히 대비하고 있던 베아트리스가 즉각 양손검을 빼들며 대응한 까닭에 두 무기는 중간지점에서 서로 세차게 맞부딪쳤다.
관중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킨테의 기사가 마침내 칼을 뽑아들었어!”
“저 근육녀도 만만치 않아! 강한가봐!”
“재밌겠는데!”
서로 칼날이 맞부딪힌뒤, 곧바로 베아트리스의 무지막지한 공격이 전개됐다.
그녀는 양손검을 두 손으로 쥐고, 시합을 단시간 내에 끝내기 위해 가장 위력적인 기술만을 골라 펼쳤을뿐만 아니라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버나드가 회피겸 거리를 벌리려는 것을 놓치지 않고 바로바로 맹추격하는 빠른 발까지 과시했다.
한편 버나드는 폭주한 짐승처럼 느껴지는 베아트리스의 맹렬한 공격에 버거워 하면서도 그의 입가에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좋아, 이런걸 기다렸다!’
자신을 매몰차게 몰아부쳐줘야 봉인된 세븐로얄을 떠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한 왕국의 영걸이 도와주니, 자연히 최선을 다 하게 되고 아껴왔던 기술들을 마음껏 사용하며 체력은 빠르게 소진 되어갔다.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던 관중들은 어느새부턴가 누구 하나 말을 하는 이가 없었다.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몰입한 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해링턴 영주가 길게 탄식을 내뱉었다.
“우리 영웅님과 막상막하로 싸울 수 있는 이가 있었다니 놀랍도다…… 저 실력 좀 봐. 여간내기가 아니야. 섬기는 주인이 없으면 내가 거두고 싶구려. 하지만 이미 있겠지?”
그의 아내 이베타리가 다정한 미소를 머금고 그를 돌아봤다.
“저 계집의 몸에서 유독 암내가 심한 그라나딘 여자의 냄새가 납니……”
“(빌어먹을!)”
갑자기 베아트리스의 고성이 울려퍼졌다.
조금전 그녀의 양손검은 분명히 버나드의 빈틈을 파고들며 그의 몸을 정확히 가격했다.
그때 시전한 기술은, 지금까지 기술을 맞고 쓰러지지 않은 자가 없을 정도로 그녀가 자주 애용하고 자랑하는 주특기중 하나였다.
하지만 버나드는 강한 타격을 받았음에도 건재했다.
그는 파괴적인 기술에 맞고도 바로 반격해 들어오는 놀라운 운동신경을 선보였다.
건재함을 과시하는 그의 모습이 베아트리스로 하여금 울컥 화를 치밀게했다.
더구나 무명에다가, 이상한 갑옷을 뒤집어 쓴 놈이, 처음에는 가볍게 끝날줄 알았는데, 시합시간이 질기게 길어지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베아트리스는 초조하고 짜증이 났다.
모두에게 칭송받는 영걸로서 무명의 기사따위를 상대로 고전중이라는게 수치스러웠다.
베아트리스는 화가 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여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현재의 감정을 숨기는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만일 상대와 단 둘만의 공간에 있었다면 이처럼 화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갖춘 상대에게 예를 갖춰 존경을 표시했을지도 모른다.
허나 이곳은 시합장.
오직 승패만이 존재하는 곳.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양손검을 쥔 그녀의 두 손이 부르르 떨렸다.
“(아무래도 그 갑옷 때문에 내 공격이 먹히지 않나 보군. 누가 제작해준거지?)”
그녀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그려졌다.
“(뭐, 상관없다. 송두리째 날려버려야겠어.)”
지지직!
불현듯 그녀의 양손검 전체에 뇌전의 기운이 깃들었다.
칼날에 휘감긴 뇌전의 빛줄기가 틱틱 거리며 정신사납게 날뛰었다.
“오오! 검기인가!”
관중들은 모두 놀라 안색이 변했다.
“저 야만인처럼 생긴 여자도 기사였어!”
버나드는 심호흡을 하며 뇌전의 능력을 꺼내든 베아트리스를 진지한 눈빛으로 주시했다.
-전보다 긴장이 심해졌군. 상대의 적의도 훨씬 커졌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요?
“드디어 갑옷의 성능을 시험할때가 왔어. 잘 봐라 이드리스.”
-상대가 뭘 하길래?
“필살기를 꺼내들었지. 영걸 베아트리스의 다른 이름은 라이트닝이다. 그녀는 뇌전의 힘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어. 지금 그 뇌전의 힘으로 우리를 공격하려 하고 있다.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강력한 일격이 덮칠거야.
-맙소사.
버나드는 베아트리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피하려고 해봤자 헛수고일뿐이다.
뇌전의 빛줄기는 끝까지 쫓아와 사지를 감전시킬 것이다.
이 안에서 그가 도망칠 곳은 어디에도 없다.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만이 해결책.
지지직!
때마침 베아트리스는 뇌전이 튀기는 양손검을 서서히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두 눈동자가 노란빛으로 물들며 곧장 버나드를 향해 뇌전의 빛줄기를 내려 꽂으려는 순간!
쨍그랑!
강력한 뇌전의 힘을 담아내지 못한 양손검의 칼날이 산산이 조각나 허공에 흩뿌려졌다.
“어?”
야심차게 준비한 회심의 일격이 허무하게 중단되자 베아트리스는 잠시 얼이 빠졌으며, 이내 그 원인을 깨닫고 그녀는 실소를 터뜨렸다.
자신의 애검 ‘고요한 아나르시스’였다면 뇌전의 힘을 충분히 버텼을텐데 일반 양손검을 쓴게 그 원인이었다.
“(제기랄, 안되는 날은 역시 뭘 해도 안되나 보군. 고추 자식아, 네가 이겼다.)”
그녀는 깔끔히 패배를 인정하고 그대로 등을 돌려 미련없이 투기장을 떠났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버나드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아쉽군.”
이후 버나드와 베아트리스의 싸움을 목격한 참가자들은 저마다 혀를 내두르며 전원 포기 의사를 밝히고 돌아가버렸다.
“못해, 못해. 난 저런 괴물이랑 못 싸워.”
결국 시합은 아무런 소득없이 끝이났다.
***
그로부터 두 시간뒤인 데이지 꽃이 만발한 숲.
산새들의 지저귐과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왔다.
버나드는 갑옷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후우……”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무심코 나른한 한숨이 흘러나온다.
시합중일때는 긴장하는 바람에 몰랐지만, 갑옷은 흠집 하나없이 단단해도 몸은 많이 지쳐 있었다. 손목은 저릿하고 신체 곳곳의 관절과 근육이 아프다며 비명을 질렀다.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게 과연 쉬운 일은 아니다.
무적 갑옷을 손에 넣었어도 체력이 버티지 못하면 소용없다.
체력이 있어야 무적 갑옷도 제 기능을 다 하는 것이다.
“끝내 세븐로얄을 손에 넣지 못했군……”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는 그때였다.
갑자기 저편에서 바닥의 잔가지와 풀잎이 밟히는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왔나 주위를 둘러봤으나 울창한 나무와 수풀뿐 눈에 띄는 것은 없다.
지나가던 짐승으로 치부하기에는 소리의 연속성이 없다.
짐승은 인간처럼 셈이 없기에 부스럭 대는 소리를 연달아 내면서 요란하게 이동한다.
소리가 짧게 한번 나고 끝났다는건 누군가 동작을 멈췄다는 추측이 가능했다.
물밖으로 귀를 기울인 채 잠시 기다려보았다.
그럼에도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자 버나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물가로 걸어나갔다.
나뭇가지에 걸어놓았던 수건을 쥐고 수풀이 무성한 곳으로 가서 젖은 몸을 닦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무와 풀들이 상대의 시야를 방해한듯, 자리를 이동하다 실수로 낸건지 몰라도 아무튼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아주 작게 들려왔다.
버나드는 확신하고 목소리를 냈다.
“숨어있지 말고 나와. 누구냐.”
상대는 잠깐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곧 모습을 드러냈다.
“나야.”
버나드의 눈앞에 바지 차림의 클레어가 나타났다.
그녀를 보자 버나드는 경계를 풀며 미소지었다.
“여긴 어떻게 왔지?”
“나도 목욕할까 싶어서 왔는데……”
그녀는 말끝을 흐리면서 힐끔 버나드의 하반신을 훔쳐봤다.
현재 알몸인 버나드는 움직일때마다 그의 중심에 달린 페니스가 덜렁덜렁 흔들리는 중이었다.
“네가 먼저 와 있었네.”
버나드가 웃으며 대꾸했다.
“난 개의치 말고 씻어. 이제 돌아갈거야.”
“나 때문에 일부러 피해주는거야?”
“아냐.”
“목욕이 덜 끝난 것 같은데 괜찮으면 같이…… 할래?”
“괜찮겠어?”
“응. 대신 난 네 뒤에서 씻을게.”
“어차피 난 여자의 몸에 관심없어. 너 하고 싶은대로 해.”
얼마 후 클레어는 옷을 전부 벗고 버나드와 함께 계곡물속으로 들어갔다.
“아까 싸우는거 봤어. 잘하더라.”
“시합장에서 못 봤는데 언제 왔어?”
“시합이 시작할때부터 끝날때까지 샤를님과 같이 보고 있었어. 네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해서.”
“전부 봤구나. 난 그런줄도 모르고……”
버나드는 나름 신경을 써준답시고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녀와 말할때는 다른 곳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반면 그의 뒤에서 몸을 씻던 클레어는 대놓고 그의 널따란 등짝을 훔쳐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 그녀는 목적을 갖고 이곳에 왔다.
‘버나드가 살아돌아온다고 장담할 수 없어. 어쩌면 앞으로 영영 만날 수 없을지도 몰라. 그러니 오늘 창피를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기필코…… 이 사람에게 정복 당하고 싶어.’
심장이 세차게 뛰고 있었다.
마지막 일지도 모를 이 기회를 놓치면 떠나간 버나드를 평생 그리워하며 자탄하고 자신의 삶을 저주스럽게 생각할 것 같았다.
그렇기에 앞으로 십년, 이십년이 지나도 절대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기로 작정했다.
자신의 무리한 요구를 버나드가 거절하며, 설령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본다할지라도 그녀는 오히려 기쁠 것 같았다.
천하를 발아래에 두는 정복자라면 무자비하고 난폭한 눈을 가진게 당연하다.
도리어 멋져보일뿐이다.
‘시작해, 클레어.’
결심을 굳힌 클레어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음 즉시 물속으로 잠수했다.
버나드의 몸은 허리까지 잠겨있었다.
한마리의 인어처럼 버나드의 앞쪽으로 유유히 헤엄쳐 갔다.
“음?”
그때까지만 해도 버나드는 그녀의 행동을 보고 아무 생각없이 웃고만 있었다.
헤엄치며 노는 것이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하지만 잠수해있던 클레어는 부담스러울정도로 가까워지더니, 돌연 페니스를 덥썩 입안에 삼켰다.
“헙!”
깜짝 놀란 버나드가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로인해 페니스가 입속에서 쏙 빠져버리자 클레어는 양팔을 휘저으며 빠르게 헤엄쳐와 악착같이 페니스를 다시 입에 물었다.
“클레어?!”
버나드는 놀란 눈으로 물속을 들여다보았다.
클레어가 뽀글뽀글 공기방울을 뱉어내가며 자신의 성기를 서툰 솜씨로 빠르게 핥고 빨아대는 중이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거야? 으윽!”
차가운 물속에서 그녀의 입안만이 유일하게 따뜻했고 혓바닥으로 성기를 핥아줄때마다 야릇한 쾌감이 전해져왔다.
오전에 한껏 싸우고 난뒤라 그럴까 몸의 감각이 매우 예민해져 있었다.
힘없이 늘어져 있던 페니스는 금세 기운을 차리고 단단해졌다.
오랜만에 땀을 흘린 덕분에 발기의 강직도는 평소보다 더욱 단단했고 오늘따라 페니스의 크기도 더 굵고 길어보였다.
그런걸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인 클레어가 빨고 있다.
연인인 데보라도 아닌 그 얌전하고 성실한 여기사 클레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