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화 〉제국으로 향하는 여정54
도시 전체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성문은 박살나 있었으며 왕의 병사들은 닥치는대로 민가와 상점에 불을 지르고 가리지 않고 약탈과 강간을 일삼았다.
“악마년을 후원하는 윙블 가문을 박살내자!”
라는 기치 아래 몇 시간전 왕의 군대가 도시를 공격했다.
윙블 가문의 도만 영주는 최대한 저항했으나 결국 프레드릭왕의 강력한 군사력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리고 이후 벌어진 일은 도만 영주의 가족에게 너무나 가혹했다.
프레드릭왕은 도만 영주를 방안 기둥에 묶어놓고 보란듯이 그의 아내 마렐의 육체를 탐하고 있었다.
“그, 그만하시오! 흐, 흑! 제발 그만두란 말이오!”
“여보게 도만, 이 보라고. 자네 아내가 기뻐하는게 보이는가?”
“하으윽……!”
프레드릭왕은 침대 위에서 마렐 부인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면서 후배위를 즐기고 있었다.
마렐 부인은 입술을 꽉 다문채 인상을 쓰며 버티고 있었지만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페니스가 쉼없이 들락날락할때마다 그녀의 앙다문 입술이 점점 벌어지면서 자기도 모르게 신음이 새는중이었다.
절망스런 가운데 그녀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내가 당하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봐야만 하는 도만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만! 제발 멈춰! 흐흑! 멈추란 말이다!”
“하하하하!”
“하아……!”
그렇게 한참을 즐기던 프레드릭왕은 어느순간 윽! 하고 사정을 하더니 마침내 마렐 부인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왕은 뱃살을 출렁이면서 후련한 한숨을 내쉬더니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후우 도만, 좋은 부인을 얻었군. 드럽게 조여대지 뭐야. 껄껄.”
“주둥이 닥쳐!”
“닥치라니? 내가 왕이란걸 잊지말게.”
프레드릭왕은 말을 마치자마자 마렐 부인을 돌아보면서 정액으로 번들거리는 페니스를 가리켰다.
“부인, 페니스에 묻은 것들을 입으로 빨아서 깨끗이 닦아주겠소? 남편 좆이라 생각하고 맛깔나게 빨아보시오.”
평소 품위있는 중년여성으로 살아왔던 마렐 부인은 수치스런 요구를 듣고도 어쩔 수 없이 그에 따라야만했다.
프레드릭왕은 남편과 아이들을 인질로 삼고 있었다.
그녀는 천박한 창녀가 되어야했다.
“우리 가족을 살려주시는거죠?”
“페니스가 깨끗해지면 곧바로 떠날 생각이요. 얼른 정성스레 빨아서 청소해주시오.”
“알겠습니다……”
“안돼 여보! 안돼! 차라리 내가 죽는게 낫소! 안돼!”
마렐 부인은 알몸으로 침대에서 걸어나왔다.
그녀의 안쪽 허벅지 사이에는 왕이 사정한 끈적이는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자자, 여기 앉으시오. 옳지, 옳지.”
프레드릭왕이 양다리를 벌리자 마렐 부인이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앉아있는 왕의 가랑이 사이에는 살속에 깊게 파묻힌 귀두가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잡고 끄집어내야했다.
잠시 망설이던 마렐 부인은 힘없이 늘어진 페니스를 쭉 잡아당겨서 귀두를 혀로 핥기 시작했고, 이윽고 입으로 물면서 완전히 집어삼켰다.
“오, 죽이는구려 부인.”
“여, 여보! 크흑……!”
“도만, 이 좋은걸 자네만 받아왔던게야? 이런 욕심쟁이 같으니. 사이좋게 나눠먹으면 덧나나?”
따스하고 부드러운 쾌감이 하반신에 스며들자 페니스는 이내 단단하게 부풀어올랐다.
동시에 질퍽한 침소리가 연달아 실내에 울려퍼졌다.
머리를 앞뒤로 흔들며 열심히 빨아대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고 기둥에 묶여있던 도만 영주는 또다시 낙담하며 눈물을 흘렸다.
“마렐! 흐흐흑! 마…… 렐……!”
프레드릭왕은 쾌감을 만끽하며 도만 영주를 쳐다봤다.
“악마에게 홀린 미셸을 지지한 이유가 뭔가? 자네가 아킨테 가문을 밀어주지만 않았더라도 내 이러지 않았을게야.”
도만 영주가 노려보며 침을 뱉었다.
“짐승만도 못한 놈아 넌 왕이 아니다!”
“왕에게 이 무슨 무례인가. 설마 자네도 추악한 악마에게 홀린건가?”
마렐 부인이 멈칫하며 페니스에서 입술을 뗐다.
“그, 그렇지 않아요! 저흰 악마를 증오합니다!”
“부인, 말하지 말고 계속 빠시오. 내 기분이 좋아야 아무리 패륜적인 말을 들어도 화가 안날 것 아니오. 빨리 기분을 계속 업시켜 주시오. 기분이 바닥을 치면 남편의 목숨이 위험해지니까.”
마렐 부인은 다급히 페니스를 물었다.
프레드릭왕은 눈을 감으며 기분 좋은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쾌감을 만끽하던 그가 다시 눈을 떴다.
“여보게 도만, 버나드라는 자를 아는가?”
“버나드?”
당연히 알고 있다.
오래전 아내의 심장이 멈췄을때 응급처치로 구해준 기특한 소년.
“미셸이 혹시 버나드 라는 자와 다니지 않던가?”
“네놈이 알바 아니다. 당장 이 더러운 짓을 그만둬! 날 죽여라! 아내를 더이상 괴롭히지마! 차라리 날 죽여!”
도만은 몸부림을 치며 고성을 질러댔다.
프레드릭왕은 재밌다는 듯이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얼마 후, 마렐 부인의 입안은 비릿한 정액으로 가득 채워졌다.
도만의 눈동자는 다시 한번 절망으로 물들었다.
“내가 본것들을 전부 말할테니 제발 그만하시오……! 그래 있었소, 버나드란 이름을 가진 아이가…… 흑흑!”
관저 밖.
잔혹한 살육이 벌어지고 있었다.
온전한 건물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파괴됐고 거리에는 팔다리가 잘리거나 머리가 없는 시체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어 바닥에는 핏물이 흥건했다.
참혹한 현장속을 거닐던 로잘리나는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줄리안님, 우리…… 제대로 가고 있는거 맞아요?”
“너랑 나? 지금 악마한테 홀린 놈들 찾으러 집집마다 수색하고 다니잖아. 따로 가고 싶은데 있어?”
“아뇨, 지금 우리가 하는 일 말고 우리 군대의 방향이요. 전하까지 포함해서 우리 모두가 가야할 길.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 전 마스터울프를 잡는게 우리 목표인줄 알았는데 어쩌다 영지를 습격하고 약탈하는 군대가 되어버린 거죠?”
줄리안은 또 그 소리냐며 웃었다.
“도만 영주가 악마에 씌인 미셸의 후원자라잖아. 그 돈줄을 잘라버리겠다는게 전하와 네 아버지의 생각 아냐?”
“그렇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심하지?”
로잘리나는 사람들의 비명이 난무하는 주변을 돌아보며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만 영주가 정말 악마에 빠졌다고 믿고 싶어요. 그렇지 않고서는 살육을 벌이는 우리가 어떻게 마스터울프를 비난하고 죄없이 희생당한 사람에게 공감할 수 있겠어요. 군대의 기본 가치는 백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고 또 도덕적이여야하는데 어째서 재판도 없이 파괴가 먼저인지……”
“집에 갈래? 여기 계속 있다간 주저앉아 울겠어.”
줄리안이 비아냥 대자 로잘리나가 미간을 찌푸리며 쳐다봤다.
“안 울어요.”
“안됐지만 도만 영주는 악마와 아무 상관없어.”
“확신하세요?”
“제정신인 사람들은 너처럼 이번 일에 의문을 품지. 하지만 다들 미쳤으니까 진짜 악마가 있는줄 알고 이 도시를 약탈하고 애먼 도만 영주를 잡아대는거야. 너도 이미 알잖아. 이제 받아들일때도 됐지 않나? 미셸한테 악마는 없어.”
“직접 보지 않고는 아직 모르는 일이죠……”
“둘 중 하나야. 너도 저들과 같이 미치든지, 아니면 나처럼 합리적인 사람이 되든지.”
“단장님이 합리적인 사람이었나요?”
“그럼. 아니야?”
“전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기회주의자라고 생각했는데.”
“오우, 빌어먹을.”
줄리안은 그녀에게 윙크를 날렸다.
“제대로 봤어.”
왕의 군대가 한바탕 쓸고 간 도시는 참혹했다.
영주의 관저는 흔적도 없이 불타버렸고, 민가는 초토화되었다.
재건이 불가능할 정도로 황폐화된 도시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외지인들로 연일 들끓었다.
광장에는 기다란 쇠꼬챙이에 꿰여져 죽은 기사들의 시체가 높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중에 도만 영주와 마렐 부인의 시체도 나란히 걸려있었다.
“쯧, 왜 악마한테 홀려가지고……”
사람들이 저마다 혀를 차며 발길을 돌리는 가운데 건장한 체격의 한 사내가 홀연히 나타났다.
그는 대뜸 쇠꼬챙이에 걸려있던 도만 영주와 마렐 부인의 시체를 바닥으로 내렸다.
파리가 날리는 부부의 시체를 땅에 눕혀놓고 그는 이어 땅을 파며 삽질을 하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요?”
구경꾼이 나타나 묻기에 그가 대답했다.
“묻어주려는거요.”
“이들은 악마한테 홀린 자들이오. 왕명으로 한달간 본보기로 놔두라고 했는데 묻어줬다간 큰일나오. 그만두는게 좋을거외다.”
“난 괜찮으니 가보시오.”
“어라?”
사내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던 구경꾼이 묻는다.
“당신 장님이오?”
“그렇소.”
“앞도 안보이는데 어떻게 그리 잘보슈?”
두 눈을 감고 있는 사내가 웃는다.
“내공이 깊어 그렇소이다.”
“호오, 마법을 익힌건가?”
무심코 주변을 둘러보던 구경꾼이 깜짝 놀란다.
“저, 저기 보시오! 왕이 남겨놓고간 기사들이 몰려오잖소! 나, 난 몰라! 도망갈끼야!”
구경꾼이 헐레벌떡 도망가는 사이 네 명의 기사가 말을 타고 다가왔다.
“뭐하는 짓이냐!”
사내는 삽질을 멈추지 않았다.
“보면 모르오? 묻어주려고 하잖소. 오래전 도만 영주께 신세를 진 일이 있소. 그 은혜를 갚으려는 것이오.”
“죽고 싶은가보군.”
“눈 감고 있는거 봐. 이놈 장님인가?”
“뵈는게 없어서 이러나보네.”
기사들은 별 또라이를 다 봤다며 낄낄 거렸다.
“다섯 세겠다. 다섯 셀 동안 원상복구해놓지 않으면 왕명을 어긴 대가로 널 이 자리서 처형하겠다. 하나.”
사내는 쓴웃음을 지으며 삽질을 멈췄다.
그는 당당하게 말했다.
“입 아프게 세지 말고 빨리 덤비기나 하시오.”
“이 자식이!”
기사들이 칼을 뽑으며 달려들었다.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이 숨죽여 쳐다보는 가운데, 이 사내, 무언가 예사롭지 않다.
곧이어 벌어진 기사들의 합동공격을 물흐르듯 피하며 들고 있던 삽으로 되받아치는 놀라운 기술까지 선보였다.
두 번의 공격에 우수수 말에서 떨어져 나간 기사들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크게 놀랐다.
“이, 이놈 대체 뭐야…… 넌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나 말이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한때 훌륭한 용병왕으로 불리웠던 레퍼드 라 하오.”
“헉!”
“지, 진짜?!”
기사들이 크게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다, 당신이 제 1차 걷는 사자 전쟁에서 영웅적인 활약을 펼쳤던 그 용병왕 레퍼드라고?!”
“그렇소만.”
레퍼드는 삽을 던지고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워들었다.
“그나저나 이 평화로운 시기에 왕이 윙블 가문을 공격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듣기 좋게 차근히 설명 좀 해주실 분? 말 안하면 죽어도 좋다는 말로 알아듣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