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7화 〉제국으로 향하는 여정48
“헉, 헉!”
“으흑! 하으응!”
데보라의 안을 깊숙이 찌르며 진퇴를 거듭하던 버나드는 어느 순간 동작을 딱 멈추며 엉덩이를 바르르 떨었다.
몸안으로 뜨거운 정액이 왈칵 쏟아지자 출렁이던 젖가슴처럼 사납게 날뛰던 데보라의 시선이 뚝 멈추며 그녀가 입을 쩍 벌렸다.
“으윽……!”
“아……!”
그 잠깐 사이에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두 사람은 서로를 응시했다.
버나드는 내려다 봤고 누워있던 데보라는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페니스의 굵기만큼 크게 벌어진 구멍에서 정액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대체 얼마나 사정한건지 그 양이 상당했다.
또다시 클레어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좀 전까지 실컷 쾌락을 만끽하던 두 사람이 후련한 절정을 느꼈을때, 훔쳐보고 있던 클레어는 반대로 답답함을 느꼈다.
욕망만 수십배로 쌓인 기분이다.
어디가서 해소할 곳도 없는 욕망이.
클레어는 텐트에서 시선을떼며 마구 날뛰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후……”
“뭐하세요?”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뒤를 돌아보니 버나드의 하녀로 지낸다는 율리아 라는 여자가 옆구리에 나물 바구니를 낀채 어느새 다가와 있었다.
“저희 나리를 찾고 계세요?”
“아, 아니. 아니다.”
“그럼……”
클레어는 텐트 주변에서 멀찌감치 떨어졌다.
“시, 신경쓰지마.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
“저희 나리를 기다리는 중이신가요?”
클레어는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할 말이 있어서.”
율리아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다시 그녀를 쳐다봤다.
“여긴 안계신것 같은데 제가 찾아볼까요?”
그때 텐트 안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버나드가 입구를 가린 천을 젓히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무슨 일이야?”
“앗, 나리. 클레어 경이 오셨어요.”
“알아, 언제부터 있었어?”
버나드는 뭔가 불쾌한 표정으로 뻘쭘히 서 있는 클레어를 올려다봤다.
클레어는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헛기침만 연발했다.
“바, 방금.”
“왔으면 왔다고 말을 해야할 것 아니야.”
버나드는 주섬주섬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텐트 밖으로 걸어나왔다.
“무슨 일인데? 훈련은 저녁에 하기로 했잖아.”
“그, 그게……”
버나드의 몸에서 땀냄새가 섞인 밤꽃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클레어는 시선 둘 곳을 모르며 수줍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삼십분뒤에 플랫폼이 열린데, 이 말을 해주려고 왔어…… 샤를리나님의 숙소 주변 경비를 강화해야할 것 같아서, 상의 하려고…… ”
본래 백검대를 이끄는 대장 멜리사는 외부인에게 경호비를 받고 그들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는 플랫폼을 운영할 생각이 없었으나 버나드의 조언을 듣고 생각을 달리했다.
민간인이 영내에 머물면 다른 세력에게 정면 공격을 받을 위험이 사라지는 이점이 있거니와, 나날이 줄어드는 여비를 이용객들이 낸 경호비로 충당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나중에 제국 영토에 진입하게 되면, 순조로운 여행을 위해 제국에서 발행한 화폐가 필요한데 그것을 일부 이용객들을 통해 얻을 생각도 갖고 있었다.
2차 걷는 사자 전쟁이 갑작스레 시작되는 바람에 현재 샤를리나는 제국 화폐를 한푼도 보유하지 못한 상태였다.
후발대로 오고 있는 미셸과 만나면 모를까 그전까지는 플랫폼을 이용해 최대한 외화를 벌어야만했다.
예를 들면 다음 사례처럼.
오후에 플랫폼이 열리자 소식을 접한 인근의 여행자들이 기다렸다는듯 한달음에 달려와 줄을 섰다.
“아킨테 가문의 영애 샤를리나님 휘하의 직속 부대라니 솜씨도 좋을거야. 괴물들로부터 무사히 우리를 지켜주겠지.”
“운좋으면 샤를리나님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무진장 예쁘시겠지?”
“그럴 가망성은 전혀 없을걸? 높으신분이 밖으로 나다니겠어?”
입구에서 한 명씩 심사를 받고 야영지 안으로 들어서자 곧 야영지 안은 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군기만 흘러넘치던 영내는 오랜만에 시장통처럼 활기를 띄었다.
“통과. 자, 다음!”
“감사합니다!”
심사관의 허락을 받은 여행자가 안으로 들어가고 곧이어 다음 사람이 심사를 받기 위해 마주섰다.
“외투랑 모자 벗어. 가진게 다 보이게끔.”
여행자는 순순히 지시에 따르며 얼굴을 가렸던 후드를 내리고 외투를 벗었다.
“어?”
심사관은 신기한듯 눈을 크게 뜨며 자신과 마주보고 선 여행자의 전신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키는 멀대처럼 크고 덩치는 무슨 하마처럼 생긴 여자가 눈앞에 서있다.
“너 여, 여자야?”
풍만한 젖가슴과 허리부터 이어지는 잘록한 곡선을 가진 골반을 보면 분명 여자가 맞다.
그러나 무지막지한 근육질 체격을 보면 세상에 이런 여자가 있을까 싶다.
그녀는 바로 베아트리스!
베아트리스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 빌어먹을! 별 괴물 같은 계집이 다 있네! 직업이 뭐야? 여긴 왜 왔어?”
분위기상, 아래 신분을 가진 자가 자신을 하대하는 것 같았다.
베아트리스는 내심 발끈했으나 그의 말을 정확히 알아들은 것도 아니고 일단 넘어갔다.
그녀는 적어온 쪽지를 펼치며 그것을 읽었다.
“간다, 제국. 나 여행자.”
“응? 직업이랑 목적지가 어디냐니까?”
“나 들여보내. 준다 돈. 돈 얼마?”
“우리말 못해? 외국 사람이야?”
“부른다 액수. 준다 돈. 돈, 돈.”
“이봐! 잠깐 이리 와봐! 이년 제국년 같은데?”
심사관은 제국어를 할줄 아는 다른 심사관을 불렀다.
새로운 심사관이 와서 베아트리스를 상대했다.
외국인만 담당해서 그런지 이전 심사관보다 더 까탈스럽게 생긴 사람이다.
“(혼자 여행하나?)”
“(혼자다.)”
“(어디까지 가지?)”
“(제국 수도.)”
“(우리 플랫폼에 온 이유가 무엇인가. 신분패 줘봐.)”
신분패를 보여달라는 요구에 베아트리스는 잠시 주저했다.
한 왕국의 영걸이 타국에 아무 이유없이 들어와있다는 것은 마냥 곱게 볼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첩보활동을 위해 몰래 잠입했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었다.
게다가 타국의 영걸이 발견되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는 즉시 왕궁에 보고되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무력은 높지만 지혜가 그리 빛나지는 못했던 베아트리스는 여기 오기전 신분패 위조를 미처생각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신분패는…… 없다. 도중에 잃어버렸다.)”
“(뭐? 그렇다면 통과시켜줄 수 없다. 우리 플랫폼은 신분이 명확한 사람만 받고 있다. 돌아가라.)”
“(안된다. 난 제국까지 가야한다.)”
베아트리스가 떼를 쓰듯 안으로 들어가려하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병사들이 그녀를 막아섰다.
그리고 심사관이 차갑게 말을 뱉었다.
“(꺼져. 여긴 너 같은 부랑배년들이 들어올 곳이 아니야. 영예로우신 샤를리나님께서 계시는 신성한 곳이다.)”
“(뭐라고? 네이놈……!)”
심한 욕설을 듣고 발끈한 베아트리스의 미간에 주름이 접히는 찰나였다.
향수 냄새를 풍기는 긴 곱슬머리 여자가 불현듯 나타났다.
“어머, 이제 왔니? 기다리고 있었어! 왜 이리 늦은거야?”
주황빛이 감도는 곱슬머리 여자는 생전 처음 보는 베아트리스의 두 손을 맞잡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어서 들어와. 이쪽이야.”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는 베아트리스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심사관이 곱슬머리 여자를 쳐다봤다.
“세라, 니들 애였어?”
“응, 새로 들어온 애야. 어때? 예쁘지?”
“예쁘긴 개뿔, 좆도 안서게 생겼어. 진짜 니들 애 맞아?”
“정말이라니깐. 엊그제 도망간 년이 있어서 새로 구했어. 집도 없이 살던 애라 신분패도 없을거야.”
“왜 이런 앨 구했어? 팔리기나 해?”
“그러엄~ 평범한 남자들은 이 아이의 진가를 모르지. 아는 사람만 안다니깐? 온몸이 단단한 이 아이와 하면 고추가 납작해질 정도로 기분이 째질거야. 나중에 불러달라고 울며불며 매달리지마? 그땐 인기가 치솟아 바쁠테니까 비싸.”
세라 라고 불리운 여자는 끈적하게 엉겨붙으며 심사관의 바지속에 달린 물건을 가볍게 주물럭 거렸다.
“이따 밤에 놀러와.”
그녀는 턱짓으로 베아트리스를 가리켰다.
“당신에게 이 아이의 진가를 보여줄테니깐. 교육 잘 시켜놓고 있을게.”
심사관은 살짝 들뜬 눈길로 베아트리스의 전신을 샅샅이 훑어보더니 다시 세라를 쳐다봤다.
“얘 처녀야?”
“물론이지. 그걸 말이라고해? 개통식은 당신이 하란 말야.”
“허헛! 처, 처녀랑 자 본적은 없었는데! 크흠! 큼!”
심사관은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고친뒤 세라를 쳐다봤다.
“그래도 안돼.”
“왜~”
“부족한 창녀는 나중에 큰 도시에 가서 신분 확실한 애들로 구해. 이런 이름도 모를 촌구석에서 구했다 나중에 사고라도 나면 어쩔려고? 암살이라도 벌어져봐. 그거 다 내가 뒤집어 써야해.”
“오늘밤에 공짜로 준다니까 그러네~”
“솔직히 불어. 얘 창녀 아니지? 너 부업으로 브로커짓거리 하려는거 아니야? 잘나가던 년이 뭐가 아쉬워서 그래? 요즘 사내놈들이 안찾아줘?”
“어머, 날 못믿는거야? 실망이다. 다음부터 항문 안핥아준다?”
두 사람의 대화를 멀뚱히 지켜보고 있던 베아트리스는 눈앞의 두 남녀가 무슨 말을 주고 받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자신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서둘러 돈주머니를 꺼냈다.
주머니속에 손을 푹 집어넣고 은화를 한움큼 집은 다음 심사관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돈, 있다. 돈, 준다. 나, 안으로. 승낙?”
“허억!”
제국 은화를 본 심사관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 이것은!? 제국에서 주조한 은화! 도, 돈이 많은걸 보니 신분은 확실하겠구만!”
그는 냉큼 받으며 소리쳤다.
“이런게 있었으면 빨리 말했어야지! 통과, 통과! 으흐흐, 윗분들이 좋아하시겠군!”
이후 베아트리스는 순조롭게 통행증을 발급 받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녀는 무심코 곱슬머리 여자가 이끄는대로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인적이 드문 장소에 도착하자 세라가 돌연 손바닥을 내밀었다.
“돈 내놔.”
“(음?)”
“뭘 모르는척이야? 내 덕분에 무사히 통과했으니까 대가를 지불하시라고. 안주고 튀면 바로 소리지를거야. 병사들한테 잡히기 싫으면 어서 돈 내놔.”
베아트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멍하니 서있자 세라가 답답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말 몰라?”
세라는 손짓 발짓으로 다시 말했다.
“돈! 달라고! 안주면! 나는 꺄악! 병사들! 너! 체포! 체포되면 감옥! 쫓겨나! 알아들었어? 이해해?”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수차례 설명한뒤에야 베아트리스는 돈 주머니를 꺼내들었다.
세라에게 금화 한닢을 건네자 그녀가 활짝 웃는다.
“대박. 한달을 놀아도 되겠어. 아무튼간에 서로 말이 통해서 좋네. 그럼 난 이만 갈게. 즐거운 여행되라고.”
베아트리스의 단단한 엉덩이를 툭툭 치고 떠나던 그녀가 뒤를 돌아보았다.
“너 설마 나쁜짓 하려고 온거 아니지? 조용히 지내야한다? 니가 사고치면 나도 목이 날아가. 그러니까 조용히 있다 떠나라고. 알겠어?”
“……?”
“아휴, 답답. 너! 사고 치면! 안돼! 둘다! 죽음! 이해돼?!”
베아트리스는 그녀가 뭘 말하는지 알아들을순 없어도 대충은 알아들었다.
게다가 난생 처음보는 세라를 얌전히 따라와 돈을 준것도 전부 목적이 있었다.
“(난 버나드 라는 소년을 찾고 있다. 당신…… 아킨테 가문을 따라다니는 창녀집단의 구성원 같은데, 이 안의 기사들 명단은 손바닥 보듯 꿰고 있겠지? 날 버나드가 있는곳으로 데려가 줄 수 있나?)”
기대와 달리 세라는 베아트리스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유일하게 알아들은게 있다면 버나드 라는 이름뿐.
하지만 레온 왕국과 그라나딘 왕국은 인명을 호칭하는 억양과 발음이 무척 달랐다.
더욱이 배움이 짧은 창녀가 자신이 아는 언어를 바탕으로 융통성을 발휘하기에는 역부족.
“베른알트(Bernard)?”
“(맞아, 버나드(Bernard)다.)”
“흠, 베른알트 라는 사람을 찾고 있는가 본데, 글쎄…… 난 모르겠는데? 처음 듣는 이름이야.”
세라는 손짓 발짓으로 소통했다.
“그런 사람 없어! 잘못 찾아온거 아니야?”
“(이곳에 버나드가 없다고? 그럴리가. 분명 샤를리나를 섬긴다고 들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