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6화 〉제국으로 향하는 여정47
버나드라는 소년의 꿈을 꿨다.
꿈속, 야영중에 갑자기 괴물의 습격을 받았다.
모두가 죽었다.
더이상 자신을 구해줄 사람이 없었다.
시체더미속에 우뚝 서있는 크고 사나운 괴물은 섬뜩한 눈으로 마지막 생존자인 자신을 바라봤다.
그대로 죽는구나 하고 생각한 순간 한줄기 빛처럼 구원자가 나타났다.
“나만 믿으시오.”
화려한 갑옷을 입고 나타난 사내는 실로 듬직하고 늠름했다.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괴물과 일대일로 싸우는 모습은 마치 옛날 얘기에서나 나올법한 하늘에서 내려온 전쟁의 신 같았고, 튼튼한 체격과 더불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인한 남성미는 그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솟구칠 정도로 자신의 넋을 사로잡고 뒤흔들었다.
크아아악!
그가 마침내 괴물을 쓰러뜨렸다.
서둘러 뛰어가 이름 모를 사내에게 감사를 표했다.
사내의 얼굴을 처음으로 마주한 순간 크게 놀라고 말았다.
건장한 체격을 가진 사내는 다름아닌 소년의 얼굴을 가진 버나드였던 것이다.
거기서 눈이 떠졌다.
***
침대에 누워있던 미셸은 이불을 젓히고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푸념을 뱉었다.
“날 구해준 용사가 그 아이라니……”
보통 꿈엔 평소 그리워하는 이성이 용사로 나오지 않던가?
근데 고작 소년 따위가 자신을 구해주는 꿈을 꿀줄이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아이를 좋아했던건가.’
스스로에게 자문했지만 동시에 말 같지도 않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버나드를 귀엽고 성실하고 비범하며 충성심이 높은 아이라고 생각한 적은 있어도, 단 한번도 그를 이성으로 생각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 옆자리에 누워있는 몸종 피에르보다도 어린 아이다.
미셸은 옆을 쳐다보았다.
알몸인 피에르가 곤히 잠들어있다.
그를 흔들어 깨웠다.
“피에르, 가서 물 한잔 떠오너라.”
“으음…… 흔들지마…… 으음……?”
피에르는 비몽사몽간에 궁시렁거리다 눈을 번쩍 떴다.
“헛?”
“어서 물떠오렴.”
“알, 알겠습니다!”
벌떡 일어나서 길쭉한 페니스를 덜랑거리며 침대 밖으로 뛰쳐나갔다.
잠시후 그가 헐레벌떡 물잔을 들고오자 미셸이 말했다.
“혼자 잘테니 넌 그만 나가보렴.”
“예, 부,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피에르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미셸에게 정중히 인사를 한후 방밖으로 나갔다.
홀로 남은 미셸은 다시 침대에 누웠다.
“이상한 일이야…… 왜 그 아이의 꿈을 꿨을까. 샤를이 더 걱정되는데. 매일 샤를만 생각하고 있고.”
서로 몸이 멀어진 동안 버나드를 잊고 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는 계속 꿈을 떠올리며 이상하다는 말을 수없이 되뇌였다.
한때 버나드를 마스터울프 같다고 생각한적이 있었는데, 그래서일까 그때의 감정이 여운처럼 남아 이상한 꿈을 꾼걸까.
생각하면 할수록 그녀의 머릿속은 혼란만 가중되었다.
그날 아침, 여러 중신들이 모인 회의에서 미셸이 말했다.
“서둘러 샤를에게 가봐야겠습니다. 모두 준비를 서둘러 주십시오.”
오늘 갑작스럽게 나온 말이 아니었다.
미셸은 이미 얼마전부터 영지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영지 관리도 자신이 없을때를 대비해 충성심 높고 역량있는 사람들로 철저히 꾸려놨다.
간밤에 꾼 꿈이 그녀를 불쑥 재촉했달까.
갑자기 버나드가 보고 싶어졌다.
그녀는 떠날 시기를 앞당겼다.
“모두 힘들겠지만 다음주에 떠나는 것으로 일정을 잡읍시다.”
“그렇게나 빨리요?”
“힘들까요?”
“아뇨, 여행에 필요한 물자도 다 구했고 당장 모레 떠나도 될 정도로 준비는 완벽합니다만 갑자기 서두르는 연유가 무엇입니까?”
“샤를이 걱정돼서 그래요. 그것뿐입니다.”
몇달전, 버나드가 처치한 괴물 키미라에게 당해 중상을 입은 사만다를 데리고 여행에서 돌아온 미셸은 즉각 그간 소홀했던 영지를 재정비하고 2차 걷는 사자 전쟁으로 뒤숭숭한 민심을 안정시키는데 주력했다.
장시간 영지를 비워뒀던만큼, 아킨테 가문의 영향력이 약해진 주변 영주들을 소집해 군기를 바로잡고, 잘못된것을 고치고 부족했던 것들을 메꾸느라 시간은 하루하루 숨 돌릴 틈도 없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 사이 총장 사만다도 사제들의 집중관리를 받으며 건강상태가 많이 호전되었고, 지금은 완전히 회복되어 미셸의 곁에서 성실히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버나드는 얼마나 컸으려나.”
사만다가 혀로 입술을 핥으며 히죽거렸다.
“그럼 출발일을 다음주 오소리의 날로 변경할까요?”
“그날로 해. 사방에 귀신이 없는 날이니 조용히 움직이기 좋겠군.”
회의장밖 복도에서 대기중이던 피에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그 꼬추 큰 놈을 또 봐야하다니.....'
미셸은 동그란 탁자에 둘러앉은 가신들을 둘러보며 재차 입을 열었다.
“내가 영지를 떠난다는 것을 가능한 밖에 알리지 마세요. 세상이 예상치 못하는 사이에 영지를 비웠다가 아킨테의 미셸이 늘 영지를 지키고 있다고 믿고 있는 사이 은밀히 되돌아올 생각입니다. 이유는 다들 아시겠지요?”
“물론입니다 미셸님.”
“세상의 입과 귀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겠지만 최대한 막아보겠습니다.”
“우리에게 백전노장 니콜라스 단장이 있는한 누구도 감히 우리 영지를 넘볼 수 없을 것입니다.”
미셸은 오른쪽에 앉아있는 기사단장 니콜라스를 쳐다봤다.
“이번 여정에 경과 함께하지 못해 애석하군요. 영지를 잘 지켜주십시오.”
“이 늙은이, 미셸님을 곁에서 보좌하지 못해 무척 아쉬울 따름입니다. 힘든 여행이 되시리라 예상되지만, 부디 여행 내내 꼭 무사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니콜라스가 이어말했다.
“그나저나 버나드 경이 그간 얼마나 대성했을지 궁금합니다. 송구하지만 샤를리나 님과 만나시거든 버나드 경 보고 이 늙은이한테 편지 좀 쓰라 전해주시겠습니까?”
“예, 말해두겠습니다. 저 역시 버나드가 얼마나 대성했을지 궁금하군요. 빨리가서 만나고 싶습니다.”
미셸이 흐뭇하게 웃는 동안 아직 버나드와 만나지 못한 주위 가신들의 눈빛에 호기심이 서렸다.
“지난 여행중에 우리 아킨테 가문으로 들어왔다던 그 아이가 그리도 뛰어나다던데 하루빨리 눈으로 봐두고 싶군요.”
“걷는 사자 전쟁이 끝나야 이 땅을 밟을테니 최소 1년은 걸릴거요.”
“허허, 볼려면 아직도 멀었구만.”
“미셸님, 간청이 하나 있습니다.”
회의 내내 한마디도 안하고 묵직하게 앉아있던 중년귀족 발론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미셸이 그에게 시선을 건넸다.
“말씀해보세요.”
“그 버나드라는 소년 말입니다.”
발론은 가신들 사이에서 지나치게 고지식하고 우직한 원칙주의자 귀족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가신들은 흥미롭게 쳐다봤다.
“제 자식이라고는 잔인하게도 여식 하나뿐입니다. 여식으로는 가문의 명맥을 이어나갈 수가 없습니다. 듣자하니 버나드라는 소년이 고아라고 하던데, 우리 와츠 가문이 그 아이를 거둘 수 있게 부디 허락하여 주십시오.”
“아니 그게 무슨 말인가?”
가신들이 웅성거렸다.
“미셸님께서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시며 무예가 특출나다는 그 소년을 와츠 가문이 냅다 챙기겠다 이 말이야?”
“자네에겐 이미 천재검사 클레어가 있잖은가? 버나드 경을 양자로 삼아서 어쩌려고?”
발론은 심지굳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는 목에 힘을주고 크게 말했다.
“페니스가 없는 여성의 몸으로는 절대 가문을 번성시킬 수 없다는걸 다들 잘 알겁니다. 아니, 내 솔직히 본심을 밝히겠소. 버나드를 양자로 삼아 후대를 잇고, 클레어는 좋은 집안과 결혼을 시켜 가문의 번성에 일조하는데 쓰겠소.”
“자네를 위해 열심히 살아온 딸을 도구로 쓰겠다는건가? 속물이고만! 클레어를 어릴때부터 지켜봐왔는데 그 아이가 불쌍해!”
“저런 냉혈 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니 클레어가 내성적이고 말이 없지! 쯔쯔!”
“한편으로는 이해가 돼. 가문을 생각하면 클레어 경이 대를 이어선 안되지.”
“나도 발론 공의 생각에 공감하네. 다들 아들 하나씩 있다고 너무 발론 공만 몰아세우는거 아닌가? 딸 하나밖에 없는 그의 입장이 되어보라고. 장차 몰락할게 뻔한 가문 생각에 안절부절못할거면서.”
“자자, 조용히 하세요.”
장내가 시끄러워지자 미셸은 손바닥으로 가볍게 탁자를 두 번 쳤다.
모두가 입을 다물자 그녀가 말했다.
“발론 공, 그대의 생각은 잘 알았습니다. 하지만 버나드를 아직 만나본적도 없으면서 양자로 삼겠다는 생각은 섣부른게 아닐까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정에 저도 동행하려고 합니다.”
미셸이 웃었다.
“클레어가 알면 깜짝 놀라겠군요.”
“샤를리나 님을 잘 보필하고 있는지 직접 가서 세심히 챙겨보고 만약 제 딸이 실수한게 있다면 엄히 꾸짖으며 제대로 가르치겠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클레어는 매우 잘 하고 있습니다.”
“미셸님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아비로서 안심이 됩니다. 좌우간 모쪼록 여정에 동참할 수 있게 허락하여 주십시오. 직접 버나드란 소년을 만나 우리 가문에 어울리는 외모와 성품을 갖추고 있는지 판단해보고 싶습니다.”
“흠……”
미셸은 깍지를 끼며 잠시 고민했다.
“미셸님, 동행을 허락하여 주신다면 우리 와츠 가문이 여비의 반을 대겠습니다. 병력도 백명을 제공하고요.”
“호오, 정말요? 여비가 상당할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가문의 대만 이어질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값도 치를 수 있습니다. 후사를 걱정하는 제 마음을 부디 헤아려주시길 바랍니다.”
미셸은 잠시 생각해보더니 이내 혼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렇게 합시다. 다음주에 떠나니 그때까지 만반의 준비를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발론이 예를 다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사만다가 탐탁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버나드가 와츠 가문이라…… 매정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클레어만 불쌍하게 됐네……”
***
“버, 버나드! 살려줘! 누, 누나 죽어! 하아, 하악! 아아앙!”
버나드 일행이 머무는 텐트속.
정오가 지난 한낮, 주변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낯뜨거운 정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언제 누가올지 모르는 다급한 사정상, 급한대로 바지만 끌어내린 버나드가 힘차게 허리를 찍어누를때마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야릇한 소리와 함께 밑에 깔려있는 데보라가 숨을 헐떡이며 교성을 내질렀다.
텐트 입구 가려진 천사이로 그 모든 광경을 몰래 훔쳐보던 클레어는 침을 꿀꺽 삼켰다.
버나드의 하체에 불끈 솟아있는 페니스가 데보라의 그곳과 연결되어 있는것이 그녀의 시야에 너무나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었다.
직접 체감해본적은 없지만 눈으로만 봐도 버나드의 페니스는 무쇠처럼 단단해보였다.
그 단단한 것이 데보라의 안을 정신없이 휘젖고 깊숙이 들어갔다 빠져나오길 반복했다.
‘꿀꺽.’
클레어는 연달아 침을 삼키면서 버나드의 하체에 솟은 그것을 유심히 쳐다봤다.
그저 부러웠다.
버나드의 강력한 무기.
자신은 결코 가질 수 없는 것.
만약 자신에게 저런것이 달려있었다면 버나드처럼 강했을까?
한참을 뚫어지게 보고 있노라면 버나드에게 경외심이 든다.
그는 완벽한 정복자다.
그는 모든 것을 다 가졌다.
나란히 설 수 없다면 차라리 그를 동경하며 따르는 추종자가 되면 좋겠다고.
자신도 정복자의 소유물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버나드와 경쟁하고 싶은 생각은 진작에 버렸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에게 복종할 자세가 되어있었다.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짓눌려살던 이전날들처럼 데보라와 똑같이 울며불며 압도적인 페니스의 힘에 복종하며 무섭게 혼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