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화 〉제국으로 향하는 여정7
멜라니아의 정성스러운 입질 덕분에 사정감이 빨리 찾아왔다.
버나드는 그녀의 입안에 그대로 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간신히 짓누르며 힘겹게 말했다.
“으윽……! 가, 가져와! 어서!”
“쭈웁, 쭙. 왔느냐?”
버나드는 대답대신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멜라니아는 재빨리 입술을 떼고 주변에 놔두었던 작은 주머니속에서 유리병을 꺼내들었다.
뚜껑을 열고 신속하게 버나드의 귀두에 입구를 가져다댔다.
붉어질대로 붉어져서는 터지기 직전의 페니스 상태를 보고 그녀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조준 잘해야한다……!”
“크읍!”
버나드는 한꺼번에 사정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힘조절을 해가며 찔끔찔끔 흘려서 유리병속에 정액을 채워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투명한 유리병속에 누렇고 걸쭉한 액체가 반이상 채워졌다.
“하…… 지친다……”
사정을 끝마친 버나드는 그대로 털썩 쓰러졌다가, 이내 멜라니아의 젖가슴에 매달리며 얼굴을 파묻었다.
바닥에 앉아있던 멜라니아는 그가 자신의 몸에 달라붙어서 혀를 움직여 느릿느릿 젖을 물고 빨든 말든 유리병속의 액체를 보며 기뻐하고 있었다.
“흐음, 이 정도면 금화 300냥 정도의 갚어치는 되겠구나.”
“만족해?”
“전보다 양이 좀 적지만 괜찮으니라.”
손톱이 붉게 칠해진 멜라니아의 손이 쪼그라든 버나드의 페니스를 움켜쥐고 살살 조물딱 거렸다.
“필요할때 또 뽑아 쓰면 되지.”
***
잠깐의 회상을 끝낸 버나드는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도리도리 저었다.
“누구 마음대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텐트속에서 한가하게 누워있는 멜라니아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갔다.
데보라와 마크, 율리아가 그에게 몰려들었다.
“버나드! 다친 곳은 없어?! 괜찮은거니?”
“봤지! 내 말대로 정말 있었지! 엄청 크지!”
“나리, 여기 마크 씨 말씀대로 정말 저 상자안에 커다란 괴물이 들어있었나요?”
세 사람의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버나드는 한사람씩 돌아가며 간단히 대답해주었다.
상자속의 괴물을 어찌 죽이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던 차에 멜리사의 부하가 찾아왔다.
“콜먼 왕자의 진영에서 취득했던 전리품을 전량 매각 완료했습니다. 정산을 위해 지금 멜리사님의 막사로 방문해 달라십니다.”
“알겠네. 바로 가지.”
버나드는 떠나기 전 데보라를 돌아봤다.
“이번에 받는 돈으로 천막 하나 사자. 맨날 텐트만 쓸 수 없잖아.”
“어머나! 그럼 우리도 방이 생기는거야?!”
데보라가 양손을 뺨에 대고 기뻐하는 가운데 마크가 은근 슬쩍 끼어들었다.
“야, 큰 돈 받으면 나도 작업실 좀 하나 어떻게 안되겠……”
“무슨 소리예요! 오라버니는 가만히 찌그러져 계세요! 버나드한테 손 벌리고 부끄럽지도 않아요?”
“얘는 맨날 나한테만 뭐라고 해. 야 나 니 친오빠야. 니 친오빠라고.”
“그게 뭐 밥 먹여줘요? 오라버니 노릇을 하고 싶으면 나가서 돈 벌어와요!”
“버나드는 생판 남인데 쟤한테는 잘해주고 같은 핏줄인 나한테는 푸대접이고 너무한거 아니냐!”
“버나드가 왜 생판 남이에요! 버나드는 제 애인이라구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여동생의 입에서 나온 기절초풍할 소리에 놀란 마크가 멍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연신 껌뻑거렸다.
“두, 둘이 사겨……? 설마…… 내가 볼땐 둘이 너무 안어울리는데……?”
버나드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쑥쓰러운 얼굴로 고백했다.
“미안, 마크. 나 사실 데보라랑 사겨.”
“오, 맙소사! 나도 아직 여친이 없거늘! 아아 이것들이……!”
마크는 충격을 못이긴 나머지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그 광경을 보고 데보라가 어깨를 으쓱하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오라버니도 이제 현실을 받아들여야죠. 날 언제까지 어린애로 볼거예요? 나도 다 컸다고요.”
얼마전 콜먼 왕자와 싸워서 승리한뒤 얻은 전리품들은 샤를이 4할 정도를 갖고 2할은 부대 운영비, 나머지 4할은 전투에서 공을 세운 기사들이 나눠갖기로 되어 있었다.
그 4할중에서 부대의 대장격인 멜리사와 버나드가 가져가는 비중이 다른 기사들보다 컸고, 따라서 얼마나 받을지 궁금한 버나드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요번에 받는 돈으로 숙소를 개선해야겠어. 마침 하녀도 생겼으니 서로 생활하는 구역을 철저히 놔눠야해.”
서둘러 멜리사의 막사로 가는 와중에 야영지 입구를 지나칠때였다.
경벼병들이 어떤 사내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제발 좀 불러주세요! 그 분과 꼭 할 얘기가 있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 사람 이름을 대보라고! 이름은 말해주지도 않고 무작정 금발에 젊은 기사 청년을 불러달라고 하면 누군지 어떻게 알아!”
“마, 마스…… 아니, 아니! 일단 꽁지머리를 하고 다니시는 젊은 기사님을 불러주시면 알겁니다! 그 분 성함은 사정이 있어서 말씀드릴 수 없다구요!”
“어허 이 사람! 정신 나간거 아니야?”
“바빠 죽겠는데 성가시게 뭐하는거야. 얼른 쫓아내자고. 어이 썩 꺼져! 여긴 당신 같은 사람들이 올 곳이 아니야! 계속 버티고 있으면 감옥에 처넣을줄 알아!”
들리는 소리로 보아 그냥 지나칠일은 아닌 것 같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 버나드는 가던 길을 멈추고 소동이 벌어지는 장소로 다가갔다.
“꺼져!”
“제, 제발 제 부탁 좀 들어주십시오! 그 분을 불러주세요!”
“뭐해! 끌어내!”
경비병들이 달려들어 사내의 옷깃을 우왁스럽게 잡아끌고 쫓아내려던 참이었다.
등에 보따리를 짊어진 여행자 차림을 한 사내의 얼굴을 확인한 버나드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랜턴?”
“헉! 마스터 울……! 아, 아니 저분입니다! 제가 찾고 있던 분이 오셨습니다! 이거 놓으십시오들!”
경비대장이 버나드에게 다가왔다.
“금방 쫓아내겠습니다. 신경쓰지 마십시오.”
“멈추게. 이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이네. 놔주게나.”
“예?”
“거봐요! 제 말이 맞잖습니까! 저 분을 뵈러온거라고요!”
경비병들에게 붙잡혀 있던 랜턴이 활짝 웃었다.
이후 버나드는 야영지 밖으로 나가 한적한 장소에서 랜턴과 단 둘이 대화를 나누었다.
“여긴 어쩐 일인가?”
“중요한 소식을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전에 만났던 아그리오족의 란네르케 님께서 제게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란이?”
“잠시만요.”
랜턴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더니 등에 매고 있던 짐속에서 급하게 쪽지 하나를 꺼냈다.
“입밖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이걸 보시지요.”
그가 건네준 쪽지는 란이 랜턴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버나드와 안심하고 연락할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으니 랜턴으로 하여금 그 역할을 수행해달란 이야기였다.
한마디로 지방에 있는 버나드와 왕도에 머무는 란 사이에 원활한 연락이 가능하도록 중간에서 전달책 역할을 하라는 것.
쪽지를 다 읽은 버나드가 씁쓸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자네를 내 일에 휘말리게할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지. 그 고양이 계집이 제멋대로 일을 저질렀어.”
“아닙니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부모님에 이어서 제가 마스터울프님을 적극 돕겠습니다. 앞으로 필요한게 있으시거든 언제든 저를 이용해주십시오.”
버나드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자네가 바란다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아무말도 안했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본인이 하고 싶어하는 의지가 강한데 무엇을 더 말하랴.
“이것을 꼭 전해드리라 했습니다.”
랜턴은 또 짐속을 뒤지더니 붉은 천으로 감싸진 무언가를 꺼냈다.
“왕도에서 온 전령에게서 란네르케님의 서신과 함께 이것도 받았어요.”
“그게 뭔가?”
“글쎄요. 전 받기만하고 열어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풀어보게.”
“네.”
랜턴이 빠르게 천을 벗기자 투명한 수정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먹 두 개를 합친 크기였다.
버나드가 피식 웃었다.
“그 계집이 내 돈을 펑펑 써댔나보군.”
“예?”
“아무것도 아닐세. 줘봐.”
버나드가 란이 무슨 목적으로 수정구를 보냈는지 모를리가 없었다.
긴밀한 연락을 주고 받기 위해 예전부터 자주 사용해오던 수단이다.
당연히 사용법도 잘 알고 있었고, 가격대도 잘 알고 있었다.
편리한만큼 그 가치는 대단했다.
일반 금화로 수천, 수만냥을 호가하는 혈통 좋은 전투마와 견줄 정도로 아주 비쌌다.
“내 부름에 응하라. 바르쉐도제.”
수정구에 손바닥을 대고 주문을 외우자, 수정구가 갑자기 밝은 빛을 발하며 환해지더니 이내 아무일도 없었던듯 잠잠해졌다.
깜짝 놀란 랜턴이 뒷걸음질을 쳤다.
“저, 저는 저쪽에 가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끝나면 말씀주십시오.”
그가 눈치껏 자리를 비켜준지 얼마 되지 않아 수정구에 한 여인의 얼굴이 비쳤다.
바로 란이었다.
-당신 맞아?
그녀는 잠시 무표정으로 버나드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곧 미소지었다.
-잘 도착해서 다행이네.
“기다리고 있었다. 왕도에서 뭔가 움직임이 감지됐나 보지?”
-오랜만에 봤는데 첫마디가 겨우 그거야?”
“시그널 락을 산걸 보니 렌그룬 영주를 털어서 얻은 장물들을 전부 처분했나보군.”
-왕도에 오기 전에 미리 처리했지. 근데 정말 이러기야?
“뭐가?”
-오랜만에 보는데 해줄 말 없냐고. 잘지냈냐든지.
그 말에 버나드가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라는듯 인상을 썼다.
“시간 없다. 핵심만 얘기해.”
-레아가 진짜 당신 같은 인간 모시느라 피곤했겠어.
란이 팔짱을 끼고 툴툴거렸다.
그러다 시큰둥하게 말했다.
-디비(D.V) 라고 알아?
“디비?”
버나드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안다. 데들리 베놈 뉴베리. 그놈이 왜?”
-안소니가 놈을 고용했어. 조만간 당신한테 인사하러 갈거야.
“후작이 도적길드와 접촉했다고?”
의아해하던 버나드의 입가에 곧 미소가 그려졌다.
“날 잡는데 왕실군을 쓰지 않는걸 보니 현재 녀석의 입장이 뭔가 곤란한가 보군. 뭐 아무래도 좋아.”
그가 말했다.
“란, 뉴베리쪽에 내 위치를 흘리도록 해.”
-괜찮겠어? 놈들은 길드라고. 숫자가 장난 아니야. 서른명은 족히 넘을걸? 그냥 놔두지 그래? 잘하면 당신을 찾는데만 몇 달은 걸릴지도 모르는데.
황당해하는 그녀와 달리 버나드는 몇명이든 괜찮다고 여겼다.
그리고 기다리는게 귀찮았다.
게다가 아직 전부 돌아오지 않은 검술의 기억.
거기에 세븐로얄까지.
수없이 반복되는 전투를 통해 되찾을 수 있기만을 바랄뿐.
“덤벼오는 놈들은 빨리 처리할수록 좋아. 질질 끌어봐야 시간 낭비고 샤를리나님이나 멜리사한테 걸릴 위험이 있다. 내 정체를 아킨테 사람들이 절대 알아선 안돼.”
-이쪽저쪽 눈치를 봐야하니 참 피곤한 인생이네.
버나드는 그녀의 말을 흘려들으며 지시했다.
“란, 잘 들어. 지금 내가 머무는 지역에 레이크빈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놈들한테 내가 당분간 그 마을에서 은신할 예정이라고 정보를 흘려.”
-마을서 어쩌게?
“어쩌긴, 마을에서 놈들을 잡겠다는 말이다. 혼자서 다수를 상대하기엔 복잡한 구조가 좋지.”
-숨어다닐 수 있으니까? 전에 렌그룬 영주를 털때처럼?
“숨다니? 말은 바로 해라.”
버나드가 불쾌하다는듯이 점잖게 헛기침을 했다.
“지형지물을 이용한 전략적인 움직임일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