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화 〉제국으로 향하는 여정6
파악이 끝난 버나드는 위를 올려다보며 멜라니아를 불렀다.
혹여 부름에 응하지 않고 짓궂은 장난을 치지나 않을까 예상했으나 멜라니아는 의외로 순순히 버나드를 꺼내주었다.
“휴.”
보물상자 밖으로 나오자 텐트안이었다.
혼자 텐트안에 있던 멜라니아가 옆으로 드러누운 채 미소를 짓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땠느냐?”
“고대 괴물 레비아탄 같군. 예전에 왕실 도서관에 보관된 고서에서 본 기억이 있어.”
“죽일 수 있겠어?”
“지금은 힘들다.”
“길들일 생각?”
“터무니 없는 소리. 말귀도 못 알아듣는 포악한 괴물을 어떻게 길들이나.”
버나드는 두 다리를 쭉 뻗고 편히 앉은 채 입구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데보라와 마크, 율리아가 주변을 서성거리며 버나드가 밖으로 나오길 기다리는 중이었다.
“죽여서 갑옷으로 쓰는게 나아. 고대왕들이 그랬던것처럼. 갑옷으로 만들면 특별한 힘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거 행운이군.”
“어떻게 죽이느냐가 문제지.”
“알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오너라.”
“……”
버나드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없이 그녀를 돌아봤다.
손바닥에 머리를 기대고 옆으로 누워있던 멜라니아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쥔 작고 투명한 유리병을 놀리듯이 흔들어보였다.
그 안에 담긴 걸쭉하고 누르스름한 액체가 출렁이며 버나드의 입안을 씁쓸케했다.
저 꼴 보기도 싫은 액체는 자신의 정액이었다.
“저리 치워.”
“왜 그래, 너도 좋았지 않느냐.”
멜라니아가 깔깔 웃는다.
이른 아침 그녀와 가진 작은 일탈은 그에게 잠시동안의 악몽이며 동시에 희열을 동반한 기분 좋은 싸움질이었다.
순종적이고 포근한 누나 같은 데보라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그녀였다.
욕설을 뱉어가며 그녀와 한바탕 싸우고 나면 땀도 나고 기분이 아주 후련했다.
솔직히 멜라니아와 몸을 섞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일까.
육감적인 자태를 뽐내며 옆으로 드러누워있는 멜라니아의 모습은 이른 아침 숲속의 밀회를 버나드에게 다시금 상기시켰다.
나쁘지 않은 기억이라 곱씹어도 즐겁다.
지금으로부터 한시간전 숲속.
버나드는 클레어가 사라진 방향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멍청히 있는게지?”
뒤에서 멜라니아의 날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행위 도중, 클레어가 나타나는 바람에 버나드가 딴짓을 하자 단단히 심술이난 것처럼 보였다.
버나드가 뒤를 돌아보자 평평한 돌위에 눕다시피 앉아있던 그녀가 재촉하듯 가랑이를 활짝 벌려보였다.
잘 익은 검붉은 꽃잎이 애액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버나드가 그렇게 만들었다.
“지금 네놈이 할 일은 멍때리기가 아니잖느냐? 뭘 꾸물대는게냐?”
“……”
버나드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페니스는 어느새 죽어있었다.
“클레어를 보면 레아의 신참시절 모습이 떠올라. 기분이 가라앉았다.”
“우리가 같이 있는 걸 레아에게 들킨 기분이 드느냐? 어리석은 놈. 방금 그 계집은 레아가 아니아.”
멜라니아가 소리내어 비웃는다.
버나드의 표정은 무거웠다.
“레아가 살아있다면 그녀 밖에 몰랐을거야. 당신따위 상대도 안했지.”
“이제 없으니까 빨리 시작해.”
그 말에 버나드가 실소를 터뜨렸다.
“마녀는 정말 미쳤어. 언제는 양아들을 안구해줬다고 날 죽일듯이 원망했으면서.”
“그래서 시원하게 복수해줬지. 네놈의 사지가 잘리는걸 느긋하게 구경했어.”
“그럼 이번엔 내가 통쾌하게 복수할 차례군.”
“과연 가능할까?”
“방어해도 소용없어. 내게 용서를 구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찔러줄테니까.”
멜라니아가 재차 자지러지게 웃음을 터뜨렸다.
“해봐! 해보라고! 아하하!”
“눈물을 쏙 빼주마.”
버나드는 작심한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바닥에 깐 천위에 누워있던 멜라니아의 몸을 돌려서 엎드려 눕힌 뒤 엉덩이를 양손으로 벌리고 곧장 페니스를 쑤셔 넣었다. 아까 한창 즐기다 멈췄던 까닭에 충분히 젖은 상태인 그녀의 음부는 페니스를 부드럽게 받아들였다.
멜라니아는 항문을 움찔거리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하아아, 좋으니라……!”
“죽어라 이 마녀야.”
버나드가 그녀의 위에 평행하게 엎드려 누우며 두 사람은 ‘〓’ 모양처럼 겹쳐 누운 자세가 됐다.
버나드는 자신의 얼굴을 간지럽히는 멜라니아의 머리카락을 한손으로 붙잡고 허리를 들썩이며 아래로 힘차게 내려찍기 시작했다.
철썩! 철썩!
“아아……!”
멜라니아의 고개가 한껏 뒤로 젖혀졌다. 버나드가 그녀의 흑발을 잡아당기는 것도 있었으나 그녀 스스로 쾌락에 못이겨 입술을 벌리며 몸을 떠는 것이었다.
‘거칠게 대해도 좋아하니까 짜증나는군!’
버나드는 더욱 세게 머릿결을 잡아당기며 한층 더 목을 뒤로 꺽게 하더니 벌어진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멜라니아의 목이 부러질 정도로 심하게 뒤로 꺾은건 화가 나서이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멜라니아처럼 성질 더럽고 기가 드센 마녀와 정사를 벌이려면 기선제압을 하기 위해서라도 난폭한 강제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지 똑똑히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누가 원했고, 누가 베풀어 주는 것인지 그 점 역시 명확히 가르치고자 했다.
‘마녀를 길들여서 마음 편히 이용해 먹을 수 있다면야 얼마든지 박아주지!’
버나드는 밑에 깔린 멜라니아의 엉덩이를 더욱 거세게 몰아부쳤다.
굵고 단단한 불기둥이 밖으로 빠져나왔다가 이내 깊숙이 파고들며, 활짝 벌어진 멜라니아의 음부를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쉼없이 들락거렸다.
“흐윽! 꼬추만 잘난 녀석 같으니라고! 네놈 것이 몸에 들어온게 기분 나쁘지만 젊어서 그런지 힘은 좋구나! 잘하니까 봐주겠어! 으흑! 으흑! 아아……!”
멜라니아는 숨을 헐떡이며 평평한 돌바닥을 손톱으로 긁어댔다.
영혼이 날아갈듯한 아찔한 쾌감에 아무거나 붙잡고 싶어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았다.
바닥에 납작 엎드린 탓에 옆으로 삐져나온 희고 풍만한 젖가슴살은 버나드가 하체를 내려칠때마다 물결치듯 연신 출렁거렸다.
“허억! 헉! 색골 마녀야! 죽어! 죽어!”
“아흐으응! 아아……! 더……! 더 욕해줘……!”
“까불지마! 헉! 헉!”
이윽고 허리를 내려찍는 버나드의 동작이 커지고 빨라졌다.
절정에 다다랐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질벽의 주름을 거침없이 긁어대던 귀두가 전보다 커지고 뜨거워졌으며 마찬가지로 기둥을 감싼 힘줄도 훨씬 부풀어올랐다.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변화를 눈치챈 멜라니아가 눈을 크게 떴다.
“싸지마!”
더 해달란 소리가 아니라 정액을 채취해야한단 소리였다.
달콤한 쾌락에 빠진 와중에도 일에 대한 생각은 잊지 않은 그녀였다.
하지만 버나드는 그녀의 간절한 외침을 무시했다.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히죽 웃고는 천천히 허리를 높이 들어올렸다가 이내 힘차게 내리꽂았다.
“웃기지마! 간다아아!”
푹!
버나드는 그녀의 안쪽 깊숙이 페니스를 꽂아넣고 자궁 입구에 잔뜩 사정해버렸다.
폭포수처럼 쏟아진 정액이 멜라니아의 몸안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밖으로까지 흘러나와 밑에 깔아둔 천에 번져나갔다.
“후우, 시원하다.”
버나드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멜라니아의 등 위에 엎어진 채 사정의 여운을 느긋하게 즐겼다.
그의 양손은 바닥에 짓눌려 양쪽으로 삐져나온 멜라니아의 젖가슴살을 기분 좋게 주무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멜라니아가 상체를 벌떡 일으켜 세우며 불같이 화를 냈다.
“누가 안에다 사정하라고 했지? 우리의 목적을 잊었느냐!”
두 눈을 치켜뜬 그녀의 얼굴은 어딘가 냉혹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마법을 부려 혼내줄 것처럼 보였다.
애초에 두 사람은 아무 사이도 아니다.
철저히 사무적인 관계다.
그녀가 버나드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그녀의 본 목적은 정사가 아닌 정액 채취였기에 일을 망쳤으니 노할만도 했다.
“유리병에 담기도 전에 싸버리다니! 멍청한 늑대도 아니고 뭐야! 난 네놈의 아들을 낳아줄 생각은 추호도 없어! 육시랄!”
잔뜩 화가 난 멜라니아가 눈앞에서 사납게 고함을 쳤지만 버나드는 두렵다거나 미안한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당당했다.
어차피 그녀가 이럴줄 알면서도 싼거였으니까.
각오하고 벌인 일이었다.
버나드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인 페니스를 멜라니아의 얼굴 가까이 들이밀었다.
멜라니아의 숨결이 닿을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작아진 페니스가 덜렁거렸다.
“자, 빨아.”
“뭐?”
“다시 하게 빨란 말이다.”
“세우는게 가능해?”
“저번에 보고도 몰라?”
버나드가 적극적으로 나오자 안심이 되었는지 멜라니아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시간 없어서 빨리 가야하는거 아니냐?”
“당신이 원하는 만큼의 양이 모일때까지 할게. 그럼 됐지?”
멜라니아는 코앞에 페니스를 놔둔 채 고개를 들어 버나드를 한동안 째려보았다.
평소 자신을 싫어하는 녀석이다.
이번 정사도 투덜대는 녀석에게 거래를 내세워 강제로 한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 이미 한차례 사정을 했음에도 투덜대지 않고 또 해주겠다고 하니까 그의 의중이 수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는 자신한테 상냥한 인간이 아니다.
“…무슨 꿍꿍이지?”
버나드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당신 몸을 더럽히고 싶어서.”
멜라니아가 코웃음을 쳤다.
“흥, 정복감 따위를 느끼고 싶은게냐? 한심한 놈.”
“다음에 또 기회가 있거든 그땐 얼굴에다 싸주지. 물론 지금은 유리병 안에다 정확히 쏴줄테니 안심해.”
“당연한 소리.”
버나드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그녀는 더이상 노기를 표출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이 코앞에 내밀어진 페니스로 향했다.
“이번에는 입으로만 해서 사정시켜줄거니까 쌀거 같으면 당장 말해.”
“알았다.”
“만약 내 입에 싸버리면 그땐 정말로 각오하는 게 좋을거야. 데보라에게 전부 까발려줄테니까.”
“신경 안써. 헤어지면 그뿐이야.”
“하긴 네놈 성격이라면 그럴만 하지.”
“어차피 우리의 이별은 예정돼 있어.”
“세상은 네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
멜라니아가 키득 거렸다.
그 웃음을 끝으로 그녀는 페니스를 잡아쥐더니 입술을 크게 벌리며 덥썩 삼켰다.
“후우……”
버나드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으며 나른한 한숨을 쉬었다.
“따뜻하고 부드럽군.”
멜라니아가 오물오물 거리면서 인상을 썼다.
“우웁, 읍, 읍. 분명히 경고했어. 이번엔 제대로 싸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