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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4화 〉제국으로 향하는 여정5 (104/200)



〈 104화 〉제국으로 향하는 여정5
밤의 늑대들과 함께 붕괴되었던 정보망이 줄리안에 의해 일부 가동되면서 세상의 온갖 잡다한 소식들이 왕도 아이다썬으로 다시금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생존자들의 명단입니다.”
“이리줘보게.”


◇사망 - 1. 왕세자 존 (적1남, 모친 캐서린)
◇사망 - 2. 앤 (적1녀, 모친 캐서린)
◆생존 - 3. 브랜든  (적2남, 모친 아말리아)
◇사망 - 4. 콜먼    (적3남, 모친 아말리아)
◆생존 - 5. 알렉시아(적2녀, 모친 아말리아)
◇사망 - 6. 닐 (서1남)
◆생존 - 7. 엘레나 (서1녀)
◇사망 - 8. 윌리엄 (서2남)
◇사망 - 9. 마가렛 (서2녀)
◇사망 - 10.토마스 (서3남)
◆생존 - 11.안젤리나(서3녀)
◇사망 - 12.엘리노어(서4녀)
◆생존 - 13.케네스 (서4남)
◇사망 - 14.스콧  (서5남)
◆생존 - 15.샤를 (서5녀, 모친 미셸)
◆생존 - 16.블레어  (서6남)
◆생존 - 17.테레사  (서6녀)
◆생존 - 18.조지    (서7남)
◆생존 - 19.로베르 (서8남)
◆생존 - 20.로난  (서9남)

“나름 잘들 싸우고 있구만. 전하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어.”

안소니 후작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명단을 책상위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왕실의 귀가 트이면서 제국으로 떠난 왕의 자녀들 소식이 확연히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의 불안은 더욱 가중되었다.
눈앞에 서있는 줄리안을 바라봤다.

“버나드는 어찌 되었나?”

질문을 던지는 그의 표정은 꽤나 심각했으며 속으로는 줄리안의 입에서 나올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이미 단정하고 있었다.
줄리안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추적중입니다.”
“아직도?”
“아직도 라니요. 아시다시피 그는 마스터울프입니다. 추적을 피하는데 도사죠. 찾는게 쉬울리가 있나요.”

줄리안의 대답이 둘러대는 느낌인지라 안소니 후작의 신경을 긁었다.

“그건 나도 아네. 하지만 너무 오래 걸려서는 안되네. 그에게 시간을 주면 줄수록 자네의 입지가 좁아진다는걸 명심해.”
“전국으로 요원들을 파견했으니 곧 소식이 들어올 겁니다. 너무 겁주지 마십시오.”
“자네는 우리 레온왕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알고 있어야해. 그게 바로 자네 일이니까.”
“여부가 있겠습니까.”

줄리안은 미소를 잃지 않고 깍듯이 대꾸했다.

“후작님, 믿어주십시오. 전 이제 후작님의 사람입니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왕국의 2인자를 감히 속이려 하겠습니까?”

안소니 후작은 차가운 눈초리로 그를 응시했다.

“자네는 내가 묻지 않으면 버나드에 관한 얘기를 먼저 꺼내지 않지. 언제쯤 되야 내 마음을 헤아려줄텐가. 아직도 일이 손에 안익었나?”
“저는 누구보다도 우리 왕국의 평화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왕국의 평화보다  긴박하고 중요한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줄리안은 단호히 말하고 난뒤 유감스럽다는듯 한숨을 내쉬었다.

“버나드는 왕국의 평화를 해치는 악마 같은 존재입니다. 제가 왜 그를 가만 놔두겠습니까?”
“한때 그의 부하였으니 정이 남았을지도 모르지.”
“정이라…… 잊고 살던 단어를 오랜만에 듣는군요.”

줄리안이 피식 웃었다.

“전 목숨이 아까운줄 아는 사람이기에 반역자의 편을  용기가 없습니다. 이미 보셨잖습니까? 밤의 늑대들 처단 작전에서 동료를 팔고 비굴하게 살아남은 제가 지금 어떤 옷을 입은  어디에 서있고, 누구 앞에서 굽신 거리고 있습니까?”

그의 말이 끝나자 실내에 침묵이 감돌았다.
안소니 후작은 줄리안을 잠시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안소니 후작은 웃으면서 담뱃대를 입에 물었다.

“버나드를 찾았다는 소식이 빨리 들려오길 기대하겠어. 추적에 만전을 기해주게.”
“그가 들어갈 감옥이나 멋지게 만들어놓으십시오.”

줄리안은 인사를 하고 집무실을 떠났다. 그가 사라지자 안소니 후작의 입가에 그려졌던 미소가 차츰 사그라들었다.
안소니 후작은 여전히 그가 못미더웠고, 다급했다.
버나드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프레드릭왕이 알기전에 서둘러 버나드를 찾아 제거해야만했다.

‘빌어먹을.’

프레드릭왕에게 버나드를 놓쳐다는 사실을 들키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질지도 몰랐다.
프레드릭왕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세븐로얄을 가진 버나드였으니까.
버나드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자신을 즉시 파면하고 버나드를 추적하기 위해 새로운 인물을 앉힐 가능성이 높았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안소니 후작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빠른시일내에 버나드를 찾아 죽여야만했다.
하지만 자신의 선에서 통제 가능한 줄리안의 나이트 섀도우 말고는 왕실의 병력을 비밀리에 움직일 방도가 없다.
왕실 병력이 버나드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는 소식이 프레드릭왕에게 전해지면 곧바로 들통이 나므로 위험했다.

따라서 그는 줄리안에게만 일을 맡길 수 없어 늦은밤 상업지구를 찾았다.
그곳에서 암살과 추적 전문인 어떤 도적 길드와 접선했다.

“이 자를 죽여주시오.”

여러개의 촛불이 켜진 암실.
거래 상대가 자신을 알아볼 수 없도록 검은로브를  눌러쓴 안소니 후작이 버나드의 얼굴이 그려진 몽타주를 탁자 위에 내밀었다.

“이름은 버나드. 32세. 현재 아킨테의 미셸과 같이다니는 것으로 추측되오.”
“이놈 출신지가 어디오. 알려주면  찾기 쉽소.”
“없소. 그의 고향은 1차 걷는 사자 전쟁때 파괴되었고, 어린시절부터 왕도에서 살았소.”
“주변 인물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었기에 안소니 후작은 살짝 짜증이 솟구쳤다.

“뭘 꼬치꼬치 캐묻소? 우선 아킨테의 미셸을 추적해보시오. 거기서 부터 조사해 나가면 놈의 꼬리를 밟을 수 있을 것이외다.”

짜증섞인 음성을 알아채고 안소니 후작과 마주 앉은 상대가 씨익 웃었다.

“우리 고객님들은  초조하시지. 어떤분은 죽일놈으로 인해 비밀이 새어나갈까 우려해서, 또 어떤분은 죽일놈에게 당한 분노 때문에, 그리고 어떤 분은 죽일놈이 훔쳐간 돈을 다 쓸까봐. 마지막으로 어떤분은 부랑배 같은 놈한테 반한 딸을 되찾기 위해.”

어둠에 가려져있던 사내가 고개를 앞으로 들이밀었다.
노란 불빛에 투박하게 생긴 그의 얼굴이 더욱 잘보였다.
그는 대머리였다.

“걱정마시오. 당신 같은 사람들 안심하라고 우리 길드가 있는거니까.”

그의 정체는 데들리 베놈이란 별칭을 갖고 있는 도적 길드의 수장 뉴베리란 자였다.
왕도에서 가장 독을 잘쓰기로 소문난 암살자로 손톱안에 독을 넣고 다니면서 몰래 사람을 죽이거나 그의 피부에 손만 닿아도 독에 중독되는 등 그의 몸 전체가 독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의 몸에서 나는 알 수 없는 지독한 냄새 때문에 안소니 후작은 대화 내내 코를 막고 있어야  정도였다.

“놈의 목을 가져와 준다면 보수는 얼마든지 주겠소.”
“그만큼 절실하신게군요. 좋습니다. 저는  절박함을 좋아합니다.”

뉴베리가 히죽 웃었다.

“내일 당장 우리 애들을 데리고 떠나겠소.”


***


도시의 어두운 뒷골목.
거래를 끝마친 안소니 후작이 허름한 건물을 빠져나와 호위기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차에 오르고 있었다.

그 광경을 근처 지붕 위에서 고양이상 얼굴을 가진 아그리오족 여인이 흐뭇하게 지켜보던 중이었다.
검정색 무광택의 전신가죽 옷, 허리에 휘감긴 꼬리, 그녀는 란네르케였다.
줄여서 란.
마차가 떠나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그녀가 미소지었다.

“마스터울프한테 귀찮은  하나 생겼네. 큭큭.”

***


버나드는 광활한 우주와 같은 공간에 두둥실 떠있었다.
갑옷으로 완전 무장을  그는 명상을 하듯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서있었다.
한참이 지나도록 조금의 미동도 없던 그의 귓가에 곧 괴물의 울음소리가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소리는 점차 가까워졌다.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접근해 오고 있음을 감지하고 버나드는 곧장 눈을 떴다.
눈앞에 입을 쩍 벌린 채 헤엄쳐오는 커다란 괴물이 보였다.

-크아아아아아아!

“마크가 말한 괴물이 저건가!”

괴물이 입을  다무는 순간 버나드가 한발짝 빨랐다.
옆으로 잽싸게 몸을 날려 괴물의 멋잇감이 될뻔한 아슬아슬한 상황을 모면한뒤, 빠르게 헤엄치며 괴물의 등위에 울퉁불퉁 낮게 솟아있는 돌처럼 딱딱한 돌기를 붙잡고 매달렸다.

그렇게 괴물을 타고 광활한 공간을 마음껏 누비고 다녔다.
괴물은 둔해서 작디 작은 버나드가 등에 매달려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버나드는 괴물의 단단한 비늘을 손칼로 흠집도 내보고 손으로 만져도 보고 맛도  결과 이윽고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고서에 나와있던 고대왕들이 입던 갑옷의 재질과 비슷해. 어쩌면 이 녀석의 정체는……”

버나드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고대 괴물 레비아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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