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화 〉되찾는 노력, 수련56
(89/200)
〈 89화 〉되찾는 노력, 수련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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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화 〉되찾는 노력, 수련56
아침해가 밝아오는 이른 아침.
백검대 야영지는 숲이 고요한 가운데 잠에서 깬 사람들로 활기가 넘쳐났다.
“이봐! 이 물로 세수해! 나만 씻은거야!”
“오늘 아침밥 메뉴는 뭐야?”
“늘 똑같지 뭘 궁금해 해.”
“당직자들은 얼른 들어가 자! 점심 전에 깨우마!”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 때문에 시끌벅적했다.
간밤에 텐트 밖에서 잠을 청했던 마크는 찬란한 아침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며 누운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벌써 아침이네……”
잔뜩 찡그린 얼굴로 기지개를 켜다 문득 주위가 허전함을 느꼈다.
주변을 둘러보니 늘 곁에서 자던 버나드가 보이지 않았다.
뒤늦게 어젯밤 다른 영지로 떠난 버나드와 데보라가 떠올랐다.
살짝 걱정이 밀려왔다.
“둘 다 괜찮으려나……”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에휴, 내가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난 내 일이나 해야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텐트쪽으로 향했다.
평소 잠이 없는 멜라니아가 벌써 일어났을 시간인데 어째서인지 텐트 입구를 가린 천이 여전히 내려가 있었다.
텐트가 멜라니아의 전유물도 아니고 밤에 잘때를 제외하고 네 사람이 공동으로 썼기에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입구를 가린 천을 걷어놓기 마련이었다. 그래야 들락날락하기 쉽기 때문에.
“할머니, 아직 안일어났어요?”
세면 도구를 꺼낼 생각에 입구를 가린 천을 붙잡고 들추려는 순간 마크는 잠시 멈칫했다.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휴, 이 할머니 괜히 예뻐져서 사람을 곤란하게 한다니까.”
평소 같으면 꼬부랑 할머니랍시고 무시하며 천을 휙휙 재끼며 안으로 팍팍 들어갔을텐데, 어느날 돌연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초미인으로 변하고 나니 이거이거 예쁘고 젊은 여자한테 숙맥인 마크는 멜라니아와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가슴이 떨려 얼굴이 붉어질 정도였다.
심지어 젊어지면서 몸에서 나는 향기까지 좋아져 버리니, 마크는 멜라니아의 곁에 있으면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었다.
“크흠. 큼!”
일부러 헛기침을 한뒤 천이 펄럭일 정도로 세차게 툭툭 쳤다.
“할머니, 나 들어갈거예요. 꺼낼거 있어.”
“들어오든지 말든지. 거 되게 시끄럽네.”
안에서 약간 짜증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멀쩡한 목소리 상태로 보아하니 자다깬건 아닌듯했다.
어쨌거나 들어오라고 했으니 허리를 숙이며 입구의 천을 들췄다.
이내 눈에 비친 텐트 안의 전경은 평소와 별반 다를게 없는 모습이었다.
멜라니아는 적갈색의 망사로브를 입고 앉은 채 낡은 상자속을 빤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풍만한 몸매며 하얀 피부며, 성숙한 여인의 요염한 분위기는 오늘도 여전했다.
마크는 살짝 긴장이 됐다.
‘빨리 본모습으로 좀 돌아가지. 매번 보기가 부담스럽네.’
근데 멜라니아가 입고 있는 옷이며 텅빈 상자속이며 어젯밤 모습 그대로였다.
텐트 안으로 엎드려 기어 들어가면서 물었다.
“설마 안잤어요?”
“어.”
“왜요?”
“너한테 그것까지 설명해야하느냐?”
돌아보며 노려보길래 마크는 덜컥 겁을 집어먹고 재빨리 시선을 피했다.
괜히 마녀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게 없다.
저주에 걸릴까봐 두려웠다.
그러면서도 속으로 욕했다.
‘몸만 젊어지면 뭐해. 저 지랄맞은 성격은 여전한데. 뭔가 안풀리나 보군.’
마크는 조용히 자신의 물건을 챙기면서 어제 일을 떠올렸다.
어제 웨스트팜 도시에 들어갔을때다.
여동생 데보라가 하루종일 버나드만 따라다녔다면, 마크는 강제로 짐꾼이 되어 하루종일 멜라니아만 따라다녔다.
도시에 들어간지 얼마되지 않아 마법 상점에 들렸을때였다.
멜라니아에게서 돈이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기절초풍하는줄 알았다.
상점에 빈손으로 왔다는 것이다.
“할머니! 돈도 없이 뭘 산다는거예요!”
“내가 돈 벌때가 어딨느냐?”
“정말 한푼도 없어요? 원래 갖고 있는 돈은요?”
“왕궁에서 탈출할때 놔두고 왔단다.”
“그래서 지금 저한테 내달라는겁니까! 나도 한푼도 안들고 나왔어요!”
“별 걱정을 다 하고 자빠졌네. 누가 너한테 내달랬어?”
멜라니아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마크가 짊어지고 다녔던 그녀의 짐보따리를 풀어헤쳤다.
보따리안에는 작고 투명한 약병들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마크가 약병에 채워진 정체 모를 흰 액체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게 뭔데요?”
멜라니아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늑대의 정액으로 만든 정력제다.”
“정력제?”
늑대의 정액으로 만들었다라……
늑대라고 하니 산과 들판을 뛰어다니는 짐승 무리가 떠올랐고 마크는 알았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걸 어쩌려고요?”
“어쩌긴, 팔아야지.”
멜라니아가 당연한걸 묻는다면서 마크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았다.
이후 두 사람은 정력제가 가득 담긴 보따리를 들고 시장으로 가서 약의 효험을 보여주며 팔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아들을 잘 낳게 해주는 정력제’ 라는 멜라니아의 말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하나둘씩 몰려들었고, 멜라니아가 시험삼아 마크에게 소량을 먹이자 그의 페니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벌떡 일어서는 것을 보고 마크는 크게 당황해하며 얼른 바지를 가렸으며 구경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내가 먼저 사겠다고 옆사람을 밀치며 금세 장사진을 이뤘다.
“내 돈 받아요!”
“나부터 줘! 나부터!”
“이 돈 받아! 여기! 여기!”
약의 강력한 효능에 힘입어 정력제는 순식간에 동이났다.
그와 바례해서 멜라니아는 반나절도 안되서 목돈을 손에 쥐게 되었다.
마크는 정력제가 다 팔린 후에도 여전히 페니스가 기운차게 서있었다.
약의 효험에 놀란 그도 미리 한병 챙겨둔 상태였다.
작은 약병을 손에 쥐고 남몰래 투지를 불태웠다.
“나중에 언젠가는 써먹을 날이……! 있을거야!”
좌우지간 멜라니아는 정력제를 팔아 번돈으로 낡은 상자에 감춰진 아공간을 밝힐 도구와 재료들을 사모았고, 텐트로 돌아오자마자 즉시 아공간을 여는 작업에 착수했으나 결과를 보아하니 실패한 것 같았다.
아침부터 텐트안 분위기가 별로였다.
‘화풀이 하기전에 빨리 나가야지.’
마크는 텅빈 상자를 멍하니 바라보는 멜라니아를 힐끔 쳐다보고는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조심 필요한 것들만 챙기고 텐트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아침 드실거죠? 씻고서 만들어드릴테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서둘러 세면도구를 챙기고 입구쪽으로 엎드려 기어가던중이었다.
갑자기 멜라니아가 입을 열었다.
“잠깐 이 안에 좀 들어갔다와봐라.”
“예? 어디요?”
“여기.”
그 순간, 멜라니아가 돌연 마크의 멱살을 움켜쥐더니 그대로 낡은 상자 속으로 던져버렸다.
그녀의 힘이 어찌나센지, 마크는 저항할새도 없이 자기 몸보다 작은 상자속으로 순식간에 빨려들어갔다.
“으아아아악!”
저 아래로 추락하는 기분에 공포심이 와락 밀려왔다.
“살려줘! 살려달란 말이야! 이 미친 할망구야!”
한동안 필사적으로 허우적대다가 불현듯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몸이 허공에 떠있었다.
“어……?”
급하게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새까만 세상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보일정도로 완전 새까맣지는 않았다.
밤하늘속에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저 멀리 수없이 많은 별들이 촘촘이 빛나며 주위를 밝혀주고 있었다.
“어, 어떻게 된거야? 나 어떻게 된거냐고!”
끝없는 낭떠러지 마냥 발 기댈곳 없이 발밑에 아무것도 없다는걸 인식하게 되자 두 다리에 힘이 빠지고 멀미가 밀어닥쳤다.
“우읍! 쏟을 것 같아!”
두려움도 벌컥 들었다.
“어디야! 여기 어디냐고! 날 살려줘 할망구야!”
바다처럼 넓은 텅빈 공간속.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망망대해.
무한히 넓은 공간 속에 떠있는 마크는 너무 무서운 나머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흑! 한평생 열심히 그림만 그리며 착실히 살았는데 결국 마녀한테 당해 이렇게 가는구나! 흐흑! 사람 인생 몰라!”
그때였다.
저 멀리서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의 거대한 포효가 울려퍼졌다.
-크오오오오오!
“뭐, 뭐야!?”
황급히 시선을 돌려보니 거대한 생물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악어를 닮은 거대한 괴물이 힘껏 꼬리를 휘저어가며 자신을 향해 헤엄쳐오는 중이었다.
황금빛을 띄는 파충류의 두 눈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으아아악! 살려줘어어어!”
마크는 지레 겁을 먹고 허공에서 다급히 헤엄을 치며 멀리 달아나려고 애를썼다.
그러나 그의 몸은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거대한 괴물은 유유히 헤엄치듯 다가와 납작하고 길다란 주둥이를 쩍 벌렸다.
“아아아악! 안돼에에에!”
괴물이 마크를 잡아먹으려는 순간이었다.
거대한 주둥이가 닫히려는 찰나, 난데없이 허공에서 팔이 쑥 튀어나오더니 그대로 마크의 뒷목깃을 잡고 확 끌어올렸다.
멜라니아는 재빨리 낡은 상자 밖으로 마크를 꺼내 텐트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철퍼덕!
“아악! 살려줘어어어!”
마크는 자신이 구해진 것도 모르고 한동안 발작하며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멜라니아가 짜증난 얼굴로 그의 따귀를 때렸다.
찰싹!
“살았으니까 입 좀 다물어!”
“어? 어? 사, 살았어요……?”
얼굴이 창백해진 마크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계속 껌뻑거렸다.
“나 살았어……?”
“그래, 살았다. 그러니까 그 입 좀 그만 닥쳐.”
멜라니아가 바닥에 드러누워있는 마크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저 안에서 뭘 봤어? 저 안에 뭐가 있었느냐?”
“거, 거대한 괴물!”
“거대한 괴물?”
“기, 길고 납작한 파충류 같은 놈이요! 바, 발이 네 개였어요! 짧고 두꺼운 발이 네 개!”
“흐음……”
턱을 매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겼던 멜라니아가 이내 혀를 찼다.
“고대 괴물인가…… 쳇, 필요도 없는게 들어있었군. 그냥 늑대에게 줘버려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