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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1화 〉되찾는 노력, 수련38 (71/200)



〈 71화 〉되찾는 노력, 수련38

루로키나 마을은 깊숙한 산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전령은 도중에 말에서 내려 걸어가야만했다.

“괜찮을지……”

전령은 긴장한 기색으로 굽이굽이 굽어진 산길을 지나 어느덧 기묘한 느낌을 주는 루로키나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초입에서 발걸음을 머뭇거리며 전경을 둘러보았다.

거지와 병자들만 모여산다는 명성대로 일까?
마을은 음산하고 우울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듯 했다.

그러나 어느 산골마을처럼 아이와 노인, 아낙네들의 모습이 보인다.
외지인인 자신을 관심있게 바라보면서도 각자 제 할일을 하는  모습이 나름 위안이 되었다.

“후우.”

전령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내쉬고 마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루로키나의 3남매가 산다는 집을 찾았다.
그들이 사는 집은 흉가나 다름없었다.

“누구 안계십니까? 편지 배달왔습니다.”

안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더니 잠시   무너져가는 나무문이 삐거덕 하고 열렸다.
은발에 삐쩍 마른 사내가 해죽이 웃는 낯으로 밖으로 나왔다.

“누구시라?”

전령은 처음에 사내의 말을 잘 이해못했다. 언뜻 사투리처럼 들리기도 했으나 자신이 아는 사투리는 아니었다. 그냥 남자의 독창적인 말투 같았다.

“펴, 편지가 왔습니다.”
“편지?”
“네, 여깄습니다.”

전령은 후딱 건네주고 어서 이 기분 나쁜 마을을 탈출하고 싶은 생각밖에 안들었다.
허리가 구부정한 고블린 마냥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사내에게 덜덜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건네준뒤 즉시 뒤돌아섰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허억!”

그대로 한발짝 내딛으려다 깜짝 놀라며 우뚝 멈춰섰다.

“뉘여?”

 작은 여자가 길을 막고 서있는데 순간 늪속에서 튀어 나온 마귀를 보는줄 알았다.
여자는 평생 씻지 않은듯 시커먼 피부에 푸석푸석한 은발 머리를 엉덩이 아래까지 길게 늘어뜨린  고개를 갸웃하며 전령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팔다리는 가늘어서 사람의 것이 아니라 마치 거미 다리를 보는 느낌이었다.

“펴, 편지를 가져왔습니다!”
“편지?”

음침해보이는 여자의 시선이 또르르 편지를 들고 있는 사내에게 향했다.

“누가 편지 보냈시라?”

편지를 들고 있던 사내가 바지속에 손을 넣어 엉덩이를 북북 긁으며 대답했다.

“마스터울프인기.”
“마스터울프?”

귀가 솔깃했는지 여자의 표정이 급 환해졌다.

“마스터울프가 찾는가?”
“그런갑시리.”

문득 지붕위에서 무언가가 툭 떨어졌다.

“뭐라고 쓰였시라?”
“허거걱!”

전령은 갑자기 나타난 또다른 사내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상의를 탈의한 채 갈비뼈를 앙상하게 드러낸 사내의 몸에는 크고 작은 칼자국 흉터들이 온몸을 지렁이처럼 뒤덮고 있었다.
셋중에서 그나마 키가 컸으나 삐쩍 마른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역시 한쪽 눈을 가린 은발이었다.  사람  한쪽 눈이 머리에 가려져 있었다.

“오라는.”
“오라?”
“우릴 찾아부로?”
“응.”

편지를 든 사내의 말에 여자와 다른 사내가 크게 기뻐하며 좋아라했다.
그들의 외모는 야위고 음산해서 기묘하기 짝이 없었으나 밝게 좋아하는 모습이 마치 순진무구한 아이들 같았다.
전령은 이틈에 돌아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전 그럼 이만…… 안, 안녕히 계십시오!”

대답이고 뭐고 듣지도 않고 무작정 떠나려는 찰나였다.
갑자기 여자의 은발 머리가 길어지면서 전령의 몸을 휘감았다.

“못간다시리.”
“히익!”

온 몸에 흉터가 난무한 사내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우릴 안내해부자.”
“어, 얼른 가봐야합니다! 사, 살려주십시오!”
“안죽인디.”

사내가 다가오더니 전령의 머리를 양손으로 붙잡고 편지를 든 사내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러자 편지를 든 사내가 미소를 지으며 한쪽 눈을 가린 머리카락을 걷어올렸다.
전령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비명을 질렀다.
사내의 한쪽 눈알이 없었다.
움푹 패인 눈속에 깊은 어둠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 속에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마스터울프가 있는디로 안내, 안내.”
“으아아아악!”


***

몸이 성장한 후 버나드는 요르트나 산을 내려가지 않았다.
갑작스레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미셸이 이상하게 여길 것이 분명하거니와 그녀 외에도 니콜라스라든지 여러 가신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기가 곤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셸이 떠날때까지 요르트나 산에서 당분간 수련을 하며 시간을 떼우기로 마음 먹었다.
현재 아킨테군은 백검대와 중간지점에서 만나기 위해 바들레인 지역을 떠난 상태였고, 버나드는 나중에 백검대가 도착하는대로 합류하겠다며 데보라를 통해 미리 미셸에게 의사를 전했다.

“알겠다.”

다행히도 그녀는 반대하지 않았다.
버나드에게 신경을 쏟기에는 그녀가 너무 바빴던 것도 있고, 무엇보다 자신의 딸을 위해 잠깐 짬을내 수련을 하겠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어딨으랴.
나중에 자신이 떠나고 난뒤 샤를 및 백검대와 합류하는 일정만  지키라는 당부만 전하고 데보라를 돌려보냈다.

그리하여 버나드는 요르트나산 분지에서 마음 편히 수련에 매진했다.
체격이 커지니 힘과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파괴력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전보다 무서우리만치 그의 실력이 상승했다.
하지만 여전히 마나를 잘 다루지 못했으니, 첫날과 둘째날에는 자신의 머릿속에 담긴 검술을 복습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셋째날부터는 하루종일 명상에 잠기며 마나를 다루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각고의 노력에도 체내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단지 전보다 마나를 느끼는 감각은 나아졌건만, 다루지 못하는데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제길……”

버나드는 살짝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줄리안이 찾아왔다는 것은 왕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조만간 자신을  잡으러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대항하려면 필수로 마나를 다룰줄 알아야했다.
허나 지금 이 상태로는……

막막한 기분으로 요르트나 분지에서 수련한지 이레째가 되었을때였다.
버나드는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하며 멜라니아를 찾았다.

멜라니아는 버나드와 함께 요르트나 분지에서 야영생활을 하는 중이었고, 현재 그녀는 작고 주름 많은 노파가 아니라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삼십대 후반 여성의 외모를 갖고 있었다.
키클롭스의 정액과 데보라의 처녀혈이 그렇게 만들어주었고, 다만 그 효과는 6개월이 최대라고 한다. 마법의 효력이 다하기 전에 키클롭스의 정액과 처녀혈을 구하지 못하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나?

“마나를 다루는데 도움이 되는 약을 지어달라고?”
“대가는 저번에 데보라의 처녀혈을 가져간 것으로 쳐라.”
“흐음, 어쩔까.”

하얀 피부에 윤기나는 흑발을 가진 그녀가 입꼬리를 말아올리면서 뜻모를 미소를 짓는다.
버나드는  미소가 무척 기분 나빴다.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후후.”

멜라니아는 회춘한 덕분에 허리가 곧게 펴지면서 가슴이 크고 엉덩이도 커진 젊은 여자가 되자 노망난 노인처럼 낄낄 웃지도 않았다.
노인티를 홀딱 벗은 후리후리한 몸에 적갈색의 망사로브를 맵시있게 휘감은 그녀는, 손짓 하나 몸짓 하나마다 교태가 무르익어 버나드의 미간을 연신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녀의 본모습을 알고 있어서인지 아무 이유없이 그냥 재수없었다.
특히나 평소에는 소변 냄새라든지 벌레 썩은 냄새만 줄줄 흘리고 다니던 여자가 지금은 움직일때마다 은은한 향수 냄새를 풍겨대니 더욱 소름이 끼쳤다.

“할  있어 없어?”
“할 수야 있지. 하지만 제안이 있다. 처녀혈에 대한 보답은 잠시 미뤄두고 내게 빚을 하나 더 얹힐 생각은 없느냐?”

그녀가 히죽 웃는다.
버나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소리지?”
“네가 이것을 원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너무 하고 싶은게 있다.”
“뭘?”

멜라니아가 끈적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실 그녀는 최근 젊음을 되찾자 그와 더불어 수십년간 잊고 살던 성욕도 피어올랐다.

그런 와중에 요며칠간 버나드 및 데보라와 함께 요르트나 분지에서 지내며, 그녀는 한밤중 숲속에서 벌어지는 버나드와 데보라의 은밀한 정사를 수시로 훔쳐보고는 했다.
오랜만에 끓어오른 성욕 탓에 버나드의 허리놀림을 볼때마다 주체할 수 없는 강렬한 욕정을 느끼고 이를 악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아무 남자나 붙잡고 뭉글뭉글 피어오른 성욕을 해소하고 싶었다.
하지만 산속에 남자라고는 버나드뿐이었고, 수십년 만에 찾아온 육체적 욕망은 그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보다 컸다.
그녀는 일부러 돌려말했다.

“네 정액을 내게 팔거라. 좋은 정력제를 만들 수 있을  같아.”
“미쳤군.”
“내 몸으로 직접 뽑아주지. 어떠냐?”

그녀가 눈앞에서 로브를 살랑거리며 건강미 넘치는 몸매를 과시했다.
버나드가 같잖다는듯이 피식 웃었다.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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