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되찾는 노력, 수련26
“크읏!”
버나드의 몸이 한순간 경직되는가 싶더니 곧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그가 무너졌다.
그 뒤로 데보라의 배위에 엎어진 채 죽은듯이 잠잠했다.
한동안 움직임이 없자 데보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버나드?”
“……”
데보라는 버나드가 하던걸 계속 이어가줬으면 했다.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는데 도중에 끊기니 뭔가 많이 아쉬웠다.
“버나드 뭐해? 안해…?”
어쩔 수 없이 몸을 움직이며, 커다란 가슴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버나드의 상태를 살펴보니 어느새 그가 잠들어 있었다.
“쿠울……”
“자는거야?”
데보라는 거리낌없이 버나드의 바지속으로 손을 넣어서 그 안을 확인해보았다.
속옷이 흥건히 젖어있었다.
많이 축축했고, 그녀의 손이 심하게 끈적거렸다.
“쌌구나……”
데보라는 손에 묻은 희멀건 정액을 손가락으로 비비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버나드를 괴롭히던 성욕이 해소돼서 다행이야.”
솔직히 버나드를 깨워 허리를 더 흔들어달라고 조르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저녁만찬때 샤를을 호위하느라 많이 피곤했을거라며 금세 생각을 접었다.
“이대로 자면 안된단다 버나드? 음란한 악마가 네 정액 냄새를 맡고 찾아올지도 몰라.”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침대 밖으로 나와서 버나드를 바로 눕힌 후 구석에 놓여있던 양동이쪽으로 걸어갔다.
양동이에 담긴 물에 깨끗한 천을 적신 다음 버나드의 바지를 벗기고 하체를 깨끗이 닦아주었다.
이윽고 버나드의 성기가 깔끔해지자 그녀는 뿌듯함을 느꼈다.
“이제 불편하지 않을거야.”
데보라가 해맑게 미소지었다.
이후 뒷정리를 하고 나서 도로 침대에 누웠다. 딱딱한 나무 침대는 크기가 작아 한 사람만 잘 수 있었고, 그녀는 버나드를 껴안고 몸을 최대한 밀착해가며 옆으로 드러누웠다. 바닥에서 따로 잘 수도 있었으나 그녀는 따로 자는 것보다 같이 자는걸 선호했다.
그렇게 버나드의 머리 냄새를 맡으며 기분 좋게 자려고 하는데, 눈을 감자 아까의 그 느낌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버나드가 찔러주던 느낌… 좋았는데…’
아직 잠들고 싶지 않았다.
아까의 그 기분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가랑이 사이를 콕콕 찔렀다.
“이렇게 하면 되나? 아……!”
흥분이 가시지 않은 그곳은 건드리기만 해도 진한 쾌감이 느껴졌다.
콕콕 두드리던 손길은 이내 그곳을 부드럽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기분 좋아…!”
난생처음 해보는 자위행위에 데보라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연이어 작은 신음을 흘렸다.
그러나 달아오른 욕정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버나드가 다시 탁탁 찔러줬으면 좋겠어.’
음란한 악마가 버나드가 아닌 자신에게 찾아온 기분이다.
하지만 그녀는 곧 자위를 멈추고 흘러내린 속옷을 제대로 입었다.
혼자 하니까 부끄럽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신께서 지켜보시는데 이래도 되는건가 싶어 무섭기도 하고, 신전에서는 자위행위를 경멸하는데 특히 남성보다 여성의 자위행위를 극도로 혐오하고 불결한 짓으로 간주했다.
데보라가 신앙심이 높았던 것은 아니지만 세상의 인식이 자위행위를 불순하게 여기다보니 그녀 역시 계속 하기에는 꺼림직했다.
“버나드랑 같이 할래…”
그런 생각을 하며 버나드를 꼭 끌어안고 다시 잠을 청했다.
***
아침이 되자 버나드는 상쾌한 얼굴로 깨어났다.
전날 여러모로 힘을 쓰는 바람에 허리가 아프고 관절이 뻐근했으며 군데군데 멍이 드는 등 몸 상태는 좋지 않았으나 간밤에 꿈을 꾸는 일도 없이 푹 잘잔 느낌이었다.
탁자 위에는 세탁한 옷이 준비되어 있었고, 신발도 침대 밑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랄라라~”
데보라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 일어났는지 탁자에 앉아 손거울을 보며 머리를 빗고 있었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니 친한 누나가 아니라 마치 아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방에서 같이 자고 일어나 머리를 빗는 그녀의 뒷모습은 아름다웠고 한편으로는 새댁처럼 싱그러웠다.
‘예쁘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입가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고, 간밤의 일이 떠올랐다.
하지만 버나드는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듯 그녀에게 밝게 인사를 건넸다.
“데보라, 잘 잤어?”
“버나드?”
그녀가 빗질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더니 침대에 앉아있는 버나드를 보고 환하게 웃는다.
“일어났어?”
“좀 찌뿌둥하네.”
버나드가 쭉 기지개를 켰다.
“배고프지? 가서 밥 받아올게.”
“그 전에 근처에 있는 시냇가에 가서 세수하고 싶은데 같이 갈래?”
“아냐, 누나는 밥 가져올테니까 혼자 가.”
“왠일이야 늘 가는곳마다 따라다니더니.”
“내가 그랬나…?”
데보라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요번만 혼자 갔다와.”
“응.”
버나드가 침대에서 걸어나와 나갈 준비를 하는 동안 데보라는 손 거울을 눕혀놓고 리본 모양의 머리핀을 사용해 긴 갈색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었다.
사실 그녀는 버나드를 따라가서 직접 세수를 시켜주고 싶었으나 그 전에 먼저 해야할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평소에 관심도 없던 주제, 그러나 오늘부터 급 호기심이 생긴 행위, 남녀가 어떻게 성관계를 갖는지 머릿속에 의문을 품은 것이다.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어.’
어제 느낀 쾌감에 중독된 것인지 데보라는 다시금 느껴보고 싶었고, 그로인해 버나드와 관계를 갖고 싶어진 그녀는 성에 대한 지식을 갈구했다. 여태껏 자라오면서 누구도 그것에 대해 정확히 알려준적이 없었다. 그녀는 성에 관해 무지했다.
따라서 버나드가 밖으로 나가자마자 그녀도 얼른 다른곳으로 향했다. 버나드가 돌아오기 전에 아침밥을 가져다 놔야하니 시간이 얼마 없었다.
얼마뒤 그녀가 도착한 곳은 하녀들이 북적대는 부엌이었다.
하층민 여자가 새로운 지식을 구할 곳이라고는 시장, 동네, 부엌처럼 같은 계층의 여자들이 모인 장소 뿐이다.
“여긴 안되겠어.”
부엌에 있는 하녀들은 식사준비로 바쁜것 같아 밖을 나가보니, 마침 빨래를 너는 하녀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어리지도 않고 조언을 구하기 적당한 나이대들이었다.
“그거 봤어? 그러니까 어제……”
어젯밤 저녁만찬때 있었던 일들이 그녀들의 주된 수다꺼리였다. 누가 멋지더라 누가 대단했다 누가 무슨 짓을 하더라 하면서 귀족들 이름이 그들의 친구 이름 마냥 술술 훌러나왔다.
데보라는 옆에서 딴청을 부리며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고 마치 시장에서, 서로 모르는 아줌마들끼리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는 기술을 그녀도 발휘하며 그들과 같이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하하, 재밌네요!”
계속 듣기만 하면서 맞장구를 쳐주던 그녀는 은근슬쩍 화제를 바꾸며 좋아하는 남자와 잠자리까지 갈 수 있는 노하우를 물어봤다. 그랬더니 하녀들이 까르르 웃어대며 너나할 것없이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들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선 정력에 좋다는 음식부터 먹여놓는게 최고제. 그래야 힘을 쓸거 아녀! 호호호.”
어떤 중년하녀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침대 위에서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여자의 기술까지 구체적으로 떠들어댔다.
그 얘기를 듣고 데보라는 깜짝 놀랐다.
“그냥 넣고만 있으면 되는거 아니었어요?”
“어머, 이 사람봐. 남자랑 안해봤어?”
“안해봤는… 데요?”
데보라가 멋쩍게 웃으면서 대답하자 주변에 모여있던 하녀들이 까르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순진한 처녀였구먼!”
“저짝으로 데려가서 무릎 꿇려놓고 한 시간 동안 교육 좀 시켜야겠네!”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데 그래?”
“아무튼 있어요. 그런 사람… 그나저나 안에 넣고 움직여야 하는거예요? 넣고서 가만히 있으면 되는줄 알았는데…”
데보라의 말에 하녀들은 재차 자지러지게 웃었다.
“아이고, 이 쑥맥 좀 봐라! 한평생 어디 갇혀 있다 나왔나! 깔깔깔!”
“너무 순진해서 남자가 오지게 답답했겠구먼 그래.”
“이봐이봐, 이 사람이나 그 남자나 둘 다 쑥맥일지도 모르잖여! 호호호! 끼리끼리 어울린다니까!”
데보라는 남녀가 서로의 성기를 만지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은 알았으나, 관계시 여성의 몸에 삽입만하고 그것으로 끝인줄로 알았다. 여기에 더해서 남자의 성기를 삽입한 채 그대로 가만히 하룻밤을 자고나면 저절로 뱃속에 아기가 생기는줄 믿고 있었다.
그런데 삽입한 다음 격렬한 운동을 해야하는줄은 꿈에도 몰랐다.
“저기 가슴 큰 언니, 나 봐봐.”
젊은 하녀가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데보라로 하여금 자신의 정면에 서게 하더니, 이어서 데보라에게 뒤로 돌으라고 한 다음 그녀의 등을 손으로 눌러 상체를 숙이게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엉덩이를 뒤로 내민 자세가 되자, 젊은 하녀가 뒤에서 데보라의 양허리를 붙잡았다.
놀란 데보라가 움찔거렸다.
“…뭐하는 건가요?”
“언니 잘봐. 섹스는 말이지? 뒤에서 남자가 이렇게 해주는거야.”
젊은 하녀가 곧장 허리를 튕기며 데보라의 엉덩이에 박는 시늉을 했다.
“찰싹! 찰싹! 이렇게 박아주는거라고! 넣기만 하고 가만히 있으면 둘 다 무슨 재미야!”
그 광경을 보고 하녀들이 또다시 폭소를 터뜨렸다.
모두가 남자 흉내를 내는 젊은 하녀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저년 하는 짓 좀 봐! 남사스럽게 저게 뭐니! 너무 웃겨!”
“저러니까 진짜 하는거 같네! 저년 잘한다! 깔깔깔!”
데보라는 민망하다고 생각하며 얼른 젊은 하녀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렇게 하는거였구나.”
그제야 남자와 하는 법을 깨달은 그녀의 머릿속엔 간밤에 버나드의 행동이 떠올랐다.
자신의 배위에서 허리를 세차게 튕기던 그.
그게 그래서였구나 하며 그녀는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 와중에 한가지 의문이 또 떠올랐다.
그는 왜 옷을 입은 채로 했을까?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는 이내 버나드의 배려에 감사했다.
‘내 순결을 지켜주려고 일부러 넣지 않았나봐. 역시 착한 아이라니까.’
그녀를 배려해준건지 아니면 그녀의 착각인지는 오로지 버나드만이 답을 알고 있었다.
어쨌든, 새로운 성지식을 습득한 데보라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오늘밤이라도 좋으니 빨리 버나드랑 기분 좋아지는 일을 해보고 싶단 생각 밖에 안들었다.
“기대해~ 커질때마다 누나가 치료해줄게~”
배식 받은 식판을 들고 방으로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이 신나 보였다.
***
버나드는 시냇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명상을 하며 어제와 달라진 자신을 느꼈다.
어제 있었던 저녁만찬 시합 덕분이었다.
연달아 다섯 기사를 꺾었던 그 시합에서 되찾은 검의 기억들이 그를 훨씬 더 강해지게 만들었다.
어느 정도로 강해졌냐면…
조금씩 마나의 기운을 느끼는중이었다.
마나가 보일락 말락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거렸고 그는 그것을 잡아채기 위해 현재 명상을 하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여, 너구나.”
문득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에녹이 웃는 얼굴로 물가에 서있었다.
그도 세수를 하러왔는지 반갑게 손을 흔들고는 금세 쪼그리고 앉아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
버나드는 명상을 중단하고 물밖으로 나가서 바지를 입은 다음 그에게 말을 걸었다.
“레퍼드에게 가르침을 받은게 언제지?”
“한 8년전? 너는?”
에녹이 소매로 얼굴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칼을 주고 받아보니 너도 레퍼드의 제자 같았어. 맞지?”
버나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난 9년전쯤 그를 만났어.”
적당히 둘러댔을뿐 사실이 아니다.
“9년전이면 엄청 어릴때네. 네가 5살, 6살때 아니냐? 그때 칼을 배웠다고?”
“응.”
“말도 안돼. 아, 천재다 이거야?”
에녹이 피식 웃었다.
“레퍼드와 어떻게 만나게 됐는데?”
버나드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잡담하길 좋아하는 성격을 가진 에녹은 순순히 대답했다.
“그가 관직을 버리고 은퇴했을때 우리집에 잠깐 머물렀었어. 우리 아버지와 인연이 있었거든. 1년 정도 머물렀나? 칼은 그때 배웠지.”
“이후에 어디로 간다고 들은 건 없어?”
“없어. 원래는 우리집에서 더 머무를 계획이었는데, 하필 프레드릭왕이 보낸 기사들이 찾아오는 바람에 어느날 갑자기 떠나 버리고 말았지.”
버나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프레드릭왕이 기사를 보냈다고? 왜?”
“자세한건 나도 몰라. 그땐 어렸으니까. 어른들의 사정따위 어떻게 알겠어. 그냥 내가 본것만 얘기하자면, 레퍼드가 왕이 보낸 기사들에게 순순히 붙잡히며 자신의 두 눈을 내주는 것만 봤어. 자유를 주는 조건으로 기사들이 두 눈을 뽑으라고 요구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