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되찾는 노력, 수련25
천장을 올려다본 버나드는 시선을 내려 사만다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히죽 웃고 있었다.
“윗층은 미셸님 방이야. 피에르랑 뜨거운 밤을 보내는 중이지.”
피에르라…… 몸종인 그가 미셸의 방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한데 버나드는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피에르를 마스터울프 라고 부르는 것일까? 마스터울프는 바로 자신인데.
“마스터울프는 피에르의 별명입니까?”
“역할놀이를 하는 것 뿐이야. 가신들이 알면 경악할만한 미셸님의 남다른 성벽이지.”
“역할놀이…?”
사만다는 포도주를 한모금 마시고 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누구나 그리워 하는 인연 하나쯤은 있잖아? 지나가버린 인연을 잡지못한 아쉬움과 후회. 그 시절에 미련이 남아 피에르를 그때 잡지 못했던 남자의 이름으로 부르는거야. 그나마 목마름을 채울겸. 정확한 이름은 모르고 마스터울프라는 호칭만 아나봐. 역할놀이를 자주 하는건 아냐. 그가 유난히 그리워질때만 저렇게 집착을 보이더라고.”
버나드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되어 내심 속으로 놀랐다.
미셸이 자신에게 애틋한 감정을 품을만한 접점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녀가 언제 자신을 연모하게 된거지?
살짝 당황한 그가 잠시 말문이 막혀 입을 다물고 있을때 사만다는 즐거운듯 계속 말을 이었다.
“아마도 저녁만찬에서 보여주었던 네 활약이 다시금 그를 생각나게 만들었나봐. 얼마전에 미셸님께 물어보니까 너, 마스터울프가 지휘했던 밤의 늑대들 소속이었다며?”
딴곳을 멍하니 보던 버나드의 시선이 그녀를 돌아봤다.
“예… 그랬습니다.”
“따라서 내 생각에는 너 때문이야.”
사만다의 끈적한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버나드의 발기된 성기를 먹음직스럽게 쳐다보며 그녀의 시선이 멈췄다.
“너 때문에 마스터울프가 떠올랐고, 그에게 박히고 싶어 몸이 달아올랐던거지. 지금의 나처럼.”
크고 단단한 성기를 주시하던 그녀가 감질나는듯 자신의 윗입술을 부드럽게 핥았다.
윗층에서 재차 미셸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버나드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피에르! 벌써 싸면 어떡하니! 다시 세우렴! 명령이란다!”
“죄, 죄송합니다!”
그때 갑자기 버나드는 자신도 모르게 항문에 힘이 들어가며 귀두를 껄떡거렸다. 그 모습을 목격한 사만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너. 설마 미셸님 때문에 흥분한거야? 왜 페니스가 더 커진 것 같지?”
버나드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미셸님은 아름다우시니까요. 윗층의 소리가 매우 자극적으로 들립니다.”
“아하, 미셸님이 하는걸 떠올리니 못참겠어?”
“아뇨. 그냥 그렇단 말입니다.”
“거짓말 하지마.”
사만다는 미소 띤 얼굴로 몸을 밀착해오더니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버나드의 성기를 움켜쥐었다.
“아… 정말 굵다.”
드문드문 돋아난 힘줄과 한손에 잡히지 않는 그의 크기가 그녀를 절로 미소짓게했다.
소중한 것을 다루듯 아래서 위로 부드럽게 문지르며 버나드와 눈을 맞췄다.
“미셸님과 하고 싶어?”
버나드는 그녀의 따뜻한 손길을 느끼며 잠시 몸이 굳어 있었다. 대답없이 보고만 있자 그녀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전에 피에르가 그러더라. 자기는 미셸님의 성욕을 감당하기가 버겁대. 그래서 하는 말이 잠자리 시종을 따로 구하면 안되냐는거야. 자기는 그냥 순수하게 시중만 들고 싶다나?”
“……”
버나드는 낯뜨거운 이야기에 별로 동참하고 싶지 않았다.
미셸이든 피에르든 그 사람들 사정을 자신이 알아서 뭣한단 말인가.
“미셸님을 원하면 내가 소개시켜줄 수 있어. 인사권한을 가진 총장으로서 임명하면 그만이지. 하지만 그전에 미뤘던 숙제부터 해결해야겠지?”
그녀가 말을 마치며 밑으로 고개를 내렸다.
손으로 문지르던 페니스를 바로 잡고 입을 크게 벌리며 그대로 삼키려고 하는 찰나였다.
버나드가 황급히 그녀의 이마를 붙잡으며 제지했다.
“하지마요.”
“왜 그래? 너무 튕겨도 밥맛이야.”
버나드가 자꾸만 딱딱하게 굴며 협조를 안해주자 사만다도 애가탔는지 반사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총장의 권한으로 네 자유를 구속할 수도 있어.”
“미셸님께서 가만 있으시지 않을겁니다.”
“잠자리 시중으로 달라고 요청하면 그만이지. 나와 미셸님의 관계는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돈독해.”
사만다는 버나드의 손을 잡아채더니 자신의 젖가슴쪽으로 가져갔다.
“어서 나를 만져.”
풍만한 가슴살에 강제로 손을 비벼댔지만 버나드는 결코 그녀를 만지지 않았다.
“그만하시죠.”
버나드가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물살이 세게 출렁거렸다.
전신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당황한 표정의 사만다를 내려다봤다.
“전 총장님과 그런 관계를 원치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상황에서 당신과 관계를 갖는다면 제 가슴속에 평생 수치심이 남을 것입니다.”
“무슨 수치심…?”
버나드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말할까 말까 잠깐 고민하다가 거침없이 말했다.
“남창짓 따위나 하자고 아킨테 가문에 들어온게 아닙니다.”
그 말을 뱉고 즉시 목욕통에서 나와 서둘러 옷을 주워입었다.
사만다는 다소 충격을 받은듯 코웃음을 치며 잠시동안 포도주만 삼켰다.
“죽고 못사는 애인이라도 있어?”
“제게 연인이 없다는건 잘 아실겁니다.”
“그럼 왜 그렇게 사람이 목석같아? 날 애태워서 더 큰걸 얻어낼 작정이야?”
“절 비열한 음모나 꾸미는 파렴치한으로 보지 마십시오. 기사답게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명예만 생각할 뿐입니다.”
사만다는 대화를 하는 와중에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유두를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발기한 유두가 원을 그리며 탄력있게 돌아갔다.
“여자를 안는다고 해서 명예가 실추된다는 소리는 처음듣네. 시도때도 없이 창녀를 껴안고 자는 기사도 많아.”
“당신은 창녀가 아니잖아요. 제 윗사람입니다. 우리 관계가 발각되면 사람들은 저를 손가락질 하며 비웃을 겁니다.”
버나드는 마지막으로 옷매무새를 점검한 후 그대로 문쪽으로 향했다.
“무슨 뜻인지 난 잘…… 모르겠어. 사람들이 비웃을 일인가?”
“각자 처한 상황을 경험해보지 않는 이상 남의 입장을 공감하기 힘들죠. 좋은밤 되십시오.”
잠시 후 거실로 사라져버린 버나드가 방문을 닫고 나가자 사만다가 씁쓸하게 웃었다.
“정말 손에 넣기 힘든 아이야.”
***
이윽고 방으로 돌아온 버나드는 문을 닫고 주변을 둘러봤다.
실내는 좁았고 허름했다.
작은 책상에 촛불이 하나 켜진 가운데 딱딱한 나무 침대에서 데보라가 몸을 구부리고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1인용 침대라서 침대마저 좁았다.
“쿠울…… 으음, 버나드…”
“올때까지 기다린다더니.”
버나드는 자고 있는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
“너무 늦긴 했지…”
대충 옷을 벗어던지고 데보라의 옆으로 가서 눕는동안 옆방에서 소근소근대는 하인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벽은 얇은 판자라 방음이 형편 없었고, 옆방은 방이 아닌 헛간이었다. 그 옆에 마구간도 있었다.
찬바닥에 지푸라기를 깔고 단체로 모여자는 하인들이 떠드는 소리가 고스란히 들렸다. 잠이 안오는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중인가보다.
“할 수 없지. 자장가 삼아 들을 수 밖에…”
그런 생각을 하며 데보라의 품속으로 기어들어가 똑바로 누웠다.
침대가 무척 비좁았기에 둘이 서로 얼싸안고 자지 않는 이상 나란히 눕기조차 버거웠다. 원래는 버나드를 위한 침대였으나 데보라가 있으니 별 수 없었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속으로 한껏 파고들었다.
그러자 데보라도 잠결에 두 팔을 뻗으며 버나드를 힘껏 안아주었다.
“으음… 이리오렴 버나드… 쿠울…”
데보라는 버나드를 기다리다 잠이 드는 바람에 낮에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고, 옆으로 누워서 자는 덕분에 그녀의 젖가슴이 흘러내리듯 아래로 쏠려 버나드의 얼굴을 짓눌렀다. 압박감이 좀 있었으나 숨쉬는데 나쁘지는 않았다. 그리고 데보라의 체취가 좋아 기분도 덩달아 좋았다. 가만히 맡고 있으면 잠이 솔솔 잘 올 것 같았다.
하지만……
버나드는 쉽게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사만다가 한껏 띄워놓은 성적 흥분이 그를 집요하게 괴롭혔기 때문이다.
하체가 여전히 발기된 상태라 그런지 버나드는 전혀 졸리지 않았고 의식은 또렷하고 눈이 똘망똘망 떠졌다.
“미치겠군… 내일을 생각해서 빨리 자야하는데…”
신체가 젊어진 덕택에 무척 혈기왕성한 나머지 한번 달아오른 몸은 그리 쉽게 잠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욕망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절대 잠을 이루기가 힘들듯 싶었다.
게다가 더 암울했던 것은……
“주변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데 그녀가 몰래 내 거시기를 빨아주지 뭔가…!”
“그래서? 그래서?”
“아휴, 빨리 말해보게! 숨 넘어가겠어!”
옆방에서 들려오는 하인들의 음담패설이 버나드의 가슴속을 더욱 헤집었다.
가만히 듣고 있으려니 살짝 화가 났고, 벽을 치며 한마디 하고 싶었으나 문득 그의 머릿속에 벌거벗은 사만다가 떠올랐다.
‘품을걸 그랬나…’
뒤늦게 아쉬운 입맛을 다셔보지만 이미 늦었다.
그리고 후회는 하지만 만약 같은 경험을 하게된다면 그때도 같은 선택을 하게될 것이다.
왜냐하면 버나드는 상대방에게 끌려다니는 관계를 원치 않았다. 정사를 나누는 사이라면, 그 상대방은 자신이 관계를 주도할 수 있고 통제가 가능해야했다.
예를들어, 눈앞에서 자고 있는 데보라처럼.
데보라는 자신의 손안에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그녀라면 안심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성욕을 감당하기 버거웠던 버나드는 무심코 치마를 향해 손을 뻗었다. 며칠전 그녀의 가슴을 빨았던 경험때문인지 행동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무척이나 쉬웠다.
손으로 데보라의 치마를 허리 위까지 걷어올린 다음 그녀를 제대로 눕혀놓고 양다리를 벌렸다.
그러고 나서 늘씬한 다리 사이로 들어가 허리를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속옷을 입고 있는 그녀의 갈라진 계곡에 발기된 성기를 바지채로 마구 찔렀다.
“헉! 헉!”
단지 하는 시늉만 할뿐이지만, 실제 하는 느낌이 들고 기분이 무척 좋았다. 바지를 입고 있음에도 찌르는 감촉이 매우 뛰어났다.
“아아!”
버나드는 속으로 탄성을 내질렀다.
얼마만의 율동인가!
정말로 오랜만에 여자랑 하는 것이었다!
비록 삽입은 아니지만 몸을 움직이는 동작만으로도 쾌감이 치솟고 너무 짜릿한 나머지 머리가 핑 돌아버리는 것 같았다.
‘후련해!’
절정을 향해갈수록 버나드의 행위는 점점 거칠어졌지만, 데보라는 그에 아랑곳 하지않고 여전히 평온하게 잠을 자는 중이었다.
적어도 버나드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어차피 그녀가 깨어나든 말든 상관없었다. 바다처럼 넓은 누나의 마음으로 자신을 품어줄게 뻔하니까.
놀랍게도 그의 생각대로였다.
데보라는 실은 깨어있었다.
자신이 눈을 뜨면 혹시 버나드가 놀랄까봐, 그리고 행위를 멈출까봐 걱정되어 일부러 자는척을 하고 있었다.
버나드가 열심히 움직여서 마음껏 사정하길 바라며.
‘또 야한 생각이 들어서 괴로운가봐. 불쌍한 버나드……’
얼마전에 그가 멜라니아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광경이 떠올랐다.
'요즘 내 몸이 이상해. 여자만 보면 자꾸 발정난 것처럼 성기가 흥분한다.'
두 팔을 내밀어 그를 꼬옥 안아주고 싶지만, 그러면 멋쩍어하며 행위를 중단할까봐 그냥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가만히 몸을 내주고 있는동안 진하고 짜릿한 쾌감이 그녀의 전신을 점점 휘감기 시작했다.
‘버나드가 움직일때마다 가슴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어. 심지어 치아까지 녹는 기분이야… 흐윽!’
데보라는 남녀의 사랑행위를 직접 본적도 없고 구체적으로 들어본적도 없다. 그렇다보니 현재 버나드의 간접 성행위가, 단지 페니스를 기분 좋게하려고 자신의 몸에 비비는 것일뿐 그것이 성관계를 의미하는 동작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혼자 자위를 하는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녀가 하체에 입고 있는 속옷은 아주 얇은 천조가리에 불과했다. 바지에 가려진 뭉툭하고 단단한 돌기가 그녀의 갈라진 부위에 탁탁 부딪힐때마다 처음 느껴보는 야릇하고 묘한 감정에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아아……!”
온몸 구석구석 밀려드는 황홀감에, 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면서 동시에 신음도 흘러나왔다.
그를 더욱 원했다.
“버나드? 누나 좋아, 더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