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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화 〉되찾는 노력, 수련18 (51/200)



〈 51화 〉되찾는 노력, 수련18

기사 작위 수여식이 끝난 그날 저녁.
갑자기 멜라니아가 찾아와 지난번의 약속을 지키라며 느닷없이 화를 냈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네놈이 왕족을 살해하고 다녔던 우두머리 늑대라고 미셸한테 말할거야!”

얼마전 버나드는 블라쉬의 시체에다 네크로맨시를 거는 대가로 그녀가 원하는 부탁을 한가지 들어주기로 약속을 했었다.
오늘이 바로 약속을 이행해야할 때라며 자신을 어딘가로 데려가달라고 버나드를 보챘다.

마침  장소는 현재 머물고 있는 야영지와 가까운 곳에 있는 산이었고,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밤에 데려다 달라니, 갔다오면 날이 샐게 뻔해서 버나드는 귀찮았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낮에 미셸에게 하사받은 말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알았다. 데려가줄게.”
“어서 준비해! 보름달이 지기 전에 가야한단 말이다!”

버나드는 떠나기 전에 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었다. 멜라니아를 술술 달래듯 하면서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요르트나 산이라는 곳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줄테니까 하나만 알려줘봐. 요즘  몸이 이상해. 여자만 보면 자꾸 발정난 것처럼 성기가 흥분한다. 혹시 내가 작아진 것과 연관이 있나?”
“계집년을 보면 원래 자지가 서는게 사내의 본능 아니더냐?”

멜라니아가 낄낄 웃어댔다. 그녀가 원하는대로 해준다니까 방금전까지 화내던것을 잊고 금세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건 맞는 말인데, 예전에는 그래도 여자의 알몸을 봐도 무덤덤하거나 잘 통제가 됐는데 최근엔 제멋대로 커져서 곤란을 겪고있다.”

옆에서 함께 듣고 있던 데보라가 살짝 입을 벌리며 놀란다.

“악마가 아직도 몸에 숨어있는거 아니니?”
“나도 그런게 아닐까 하고 고민해봤는데 그건 아닌것 같아.”

버나드는 말을 마치면서 반사적으로 데보라의 젖가슴에 힐끗 시선이 갔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은 옷을 입고 있음에도 둥글고 큰게, 바라만 보고 있어도 참 탐스럽고 자극적이다. 잠깐 쳐다봤을뿐인데도 이 망할 놈의 성욕이란 녀석이 꿈틀거리는게 느껴졌다. 평소 같으면 그런가 보다하며 생각하고 끝이었는데, 지금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생각만으로 끝나지 않고 하반신에 달린 그의 물건이 바로 반응을 하며 움찔거렸다.

“후ㅡ”

버나드는 답답한 한숨을 내쉬었다.

“몸이 너무 민감해졌어. 빨리 말해봐 멜라니아.  몸을 작게 만든 당신의 주술과 관련이 있는건가?”
“좋은거 아니냐? 서게 해달라고 빌어도 안서는 고자들도 있는데.”
“헛소리 말고.”

멜라니아가 낄낄 웃으며 말했다.

“걱정할 것 없다. 작아지면서 생긴 매우 정상적인 반응이야.”
“이게 정상이라고? 성욕에 환장한 내가?”
“내 완벽한 주술 덕분에 네 몸 상태는 십대시절로 되돌아갔다. 그 시기를 겪는 모든 사내놈들은 게걸스럽게 욕망을 갈구하며 하루에 수십번씩 자지가 서지.”
“그 말인 즉슨, 내 몸상태가 혈기왕성한 십대소년의 것이라고?”
“지금 네 몸은 단순히 부피가 줄어든게 아니라 젊어졌다. 이게 답이다.”

버나드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맞는 말인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강해 성욕도, 성기의 기능도, 자신의 인생중에서 제일 절정으로 치달았을때였다.

“내가 그때 이 정도로 건강했었나……”
“어머, 버나드! 회춘해서 좋겠다!”

데보라가 신기하다며 손뼉을 마주쳤다.

“정상이라면 뭐… 안심이지만.”

버나드가 안도의 한숨을 흘리며 다시 물었다.

“내 몸을 원상태로 돌리는 방법은 뭐지? 평생 이렇게 살 수 없어. 혹시 성장도 하나?”

곧장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날아든다.

“요놈 봐라. 하나를 알려주니까 도둑놈 심보처럼 열가지를 훔쳐가려고 하네. 그걸 말해주는 멍청이가 어딨냐? 답을 알고 싶거든 내가 시키는걸 해라!”
“……”

버나드가 못마땅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허리를 숙여 신발끈을 조이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빨리 갈 준비나 해.”
“누나도 갈거란다!”

데보라도 따라가겠다고 나서며 서둘러 외투를 챙겨입었다. 버나드는 내심 만류하고 싶었으나 분위기상 말을 듣지 않을  같아 그냥 내버려뒀다.
얼른 다녀올 생각에 말안장에 식수와 칼을 매달고 있는데 문득 처음보는 하녀가 찾아왔다.

“사만다님께서 찾으십니다.”
“나를?”

딱히 부를 일은 없을듯한데 어쨌든 부르니 잠깐 다녀올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데보라가 황급히 뛰어와 버나드를 붙잡았다.

“기다려!”

그녀의 눈동자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서려있었다.

“엊그저께 사만다님과 함께 있으면서 둘이 아무일 없었지? 없었던거지?”

추궁하듯이 캐묻는 데보라의 말에 버나드의 입에서 일초도 고민없이 곧바로 거짓말이 흘러나왔다. 그는 시치미를 뚝 떼며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아무일도 없었어. 왜?”
“저, 저기, 사만다님 앞에서도…”

데보라가 슬쩍 눈치를 보며 수줍게 말을 이었다.

“꼬추 커진거 아니니?”
“뭔 소리야.”

버나드가 황당하다며 웃음을 터뜨리자 데보라가 양볼을 붉히며 민망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라면 누나는 안심이란다…”
“걱정마. 아무 일도 없었어.”

버나드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오는 즉시 떠날테니까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어.”
“응! 빨리 다녀와!”

데보라가 밝게 손을 흔들었다. 버나드도 같이 손을 흔들어주다 뒤로 돌아서자마자 바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데보라가 왜 저러지. 뭔가 점점…… 집착이 심해지는 느낌이야.”

뒤에 남겨진 데보라는 밝게 웃는척 했지만 솟구치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사만다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낮도 아니고 밤에, 그것도 이 늦은 시간에 버나드를 부른단 말인가. 살짝 짜증이 솟구쳤다.

“버나드는 왜 그 여자가 부른다고 가는거야. 나랑 있었으면서……”

그녀는 결심했다.

“몰래 따라가봐야지.”

잠시 후 버나드는 사만다의 숙소 앞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집무실로 쓰고 있는 외실에 아무도 없었다.

“사만다님?”
“이쪽으로 와.”

커다란 장막이 쳐져있는 내실쪽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곳은 침실이다.
이상하게 여기며 일단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뱀이 그려진 비단 가운을 걸친 사만다가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는 것을 한눈에 알  있었다.

“기다렸어.”

그녀가 끈적끈적한 미소를 흘렸다. 그 모습을 보고 버나드는 그녀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불쾌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용무로 부르셨죠?”
“왜 그렇게 딱딱해? 긴장한거야?”

사만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가운을 벗었다. 예상대로 그녀는 알몸이었다. 둥그스름하게 농익은 젖가슴과 거무스름한 유두, 미끈한 아랫배에 자리잡은 볼록한 둔덕과 그곳에 무성하게 자란 털이 눈에 들어왔다. 버나드는 우두커니 서서 그녀의 육체가 내뿜는 강렬한 자극을 침착하게 지켜보았다.

“최근 귀족 여자들 사이에서 미소년을 정부로 삼는게 유행이지. 난 흥미가 없었는데, 오늘부터 하나 두려고 해. 마침 괜찮은 녀석을 발견했거든.”
“축하드립니다.”
“너도 축하해.”

그녀는 엉덩이를 씰룩이며 다가와서는 버나드를 그윽한 눈길로 쳐다봤다.

“그게 너야.”

그러고는 갑자기 버나드의 목덜미를 끌어안으며 진하게 키스를 퍼부었다.
이렇게 나올줄 이미 속으로 예상했던 버나드는 당황하지 않고 성실히 그녀의 입술을 받아주었다. 그러나 아무런 떨림이 없었고, 욕망 또한 솟구치지 않았다. 건조한 키스였다.
 감정이 전해졌는지 사만다가 입술을 떼며 그의 눈을 마주봤다.

“내가 널 기사로 추천했어.”
“감사합니다.”
“고마우면 나를 만져.”
“……”
“하고 싶은대로 범해봐.”
“오늘밤에 급히 할일이 있어서요.”
“엊그제 했던걸 이어 가고 싶지 않아? 그때 너만 기분 좋았어.”

버나드가 어깨를 으쓱했다.

“오늘은 별로 하고 싶은 기분이 안듭니다.”
“여긴 벌써 준비가 끝났는데?”

그녀의 손이 미끄러지듯 내려가더니 커져버린 성기를 바지채로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안에 굵고 빳빳해진 성기의 윤곽이 고스란히 잡혔다.

“키스 때문에 그새 커졌나본데 딱딱하게 굴지마.”

사만다가 나직하게 말하며 바지채로 성기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같은시각. 막사 밖을 서성이고 있던 데보라는 천막에 귀를 대고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엿들으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근심 어린 얼굴로 그녀가 중얼거렸다.

“천막을 찢어야겠는데……”

그래서 주변에 뾰족한게 없나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주변을 순찰하던 경비병에게 걸려버렸다.

“누구냐!”
“버, 버나드 경을 찾으러왔어요!”
“버나드 경? 아, 그 꼬마?  여기 없는데?”
“아하 그래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여긴 얼씬 거리지마! 높으신 분들만 머무는 곳이다.”
“네네, 잘 알겠습니다.”

데보라는 서둘러 언덕을 내려가면서 속으로 혀를 찼다.

“변명하지 말고 그냥 돌로 머리를 때릴걸 그랬나……”

한편 사만다의 숙소에서는, 버나드가 멋쩍은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

“성기가 커진건 생리현상일 뿐입니다.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어서 확실히 말했다.

“전 사만다님의 정부가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다른 사내를 찾아보십시오.”

바지채로 성기를 문지르던 그녀의 손이 멈췄다.
사만다의 눈에 실망하는 기색이 언뜻 스쳤다.

“네 아랫도리에 달린 물건은 뜨겁고 정열적인데 입술은 사막의 모래 바람처럼 건조하네. 오크한테서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오늘밤 서로를 위로하며 같이 있자는데 그렇게나 어려운 일이야? 넌 엊그제 나한테서 느낀게 없어? 정복하고 싶다든가. 그 나이에 여자랑 자본적도 없을거면서 뭐가 이리 뻣뻣해? 여자를 경험해보고 싶지 않아?”

그녀의 목소리가 진심으로 애원하다시피 높아졌다. 오늘밤 버나드에게 안기고 싶다는 욕망을 직관적으로 표출한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버나드는 바위처럼 단단했다.

“전 가야합니다. 지금 바로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킨테 가문 내에서 제게 주어진 역할은 총장님의 잠자리 시중이 아니라 당주인 미셸님을 위해 가문의 위상을 드높이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몸값 올리려고 밀당중이야? 하긴 쉽게 넘어오면 그만큼 쉽게 질리기 마련이지. 오히려 튕기니까  재밌긴 하네.”

사만다는 한동안 말없이 버나드를 빤히 바라보기만 하다가 결국 물러섰다.

“조만간 그 입술과 손으로 나를 애무하게 될거야.”

그녀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가봐.”

***

밖으로 나온 버나드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사만다의 농익은 육체를 보고 욕망을 억누르느라 힘들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레아가 있었고, 복수할게 있었고, 마지막으로 자존심이 있었다.

“왕국의 마스터였던 나보고 남창짓을 하라는건 수치다. 게다가 난 귀족이라고.”

그는 침을 퉤 뱉고 나서 씩씩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잠자리 시중이라니, 그 반대면 모를까 본인이 덮쳤으면 덮쳤지 정말이지 심한 모욕을 당한 기분이었다.

“비록 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귀부인들 음부를 핥아가면서까지 비굴하게 살고 싶지는 않아.”

이후 버나드는 멜라니아와 데보라를 말에 태우고 요르트나 산으로 향했다.
두 시간 정도를 달려 산 초입에 이르자 멜라니아가 손가락으로 길을 가리켰다.

“이쪽이다. 이쪽으로 올라가거라.”

높게 자란 수풀만 무성할뿐 길 같은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버나드가 길 맞냐고 다시 한번 물어보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와봐서 안다. 여기 맞으니 쭉 따라서 올라가.”

그녀의 말대로 말에서 내려 한참을 등산하고 있자니, 산중턱쯤에서 멜라니아가 걸음을 멈췄다.

“좀 둘러보고 오겠다. 여기서 잠시 쉬고 있어.”

그러면서 지팡이를 짚어가며 주변을 돌아다녔다. 보아하니 어디론가 통하는 길을 찾는듯 했다.
버나드는 가만히 그녀를 지켜보면서 이마에 맺힌 땀을 닦고 있었는데, 데보라가 물을 건네며 슬그머니 질문을 해왔다.

“사만다님이 뭐라고 하셨어?”
“기사가 된거 축하한다고. 별말 안했어.”
“정말 그게 다야?”
“응.”

버나드는 대수롭지 않다며 웃어보였으나 데보라는 떨떠름한지 낯빛이 밝지 못했다. 버나드가 자세히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단답으로 끝내버리니 불만인 모양이었다.

“이리 와라! 여기다!”

멜라니아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음성에 흥분과 기대감이 깃들어있었다. 그런 모습이 처음이라 버나드가 말고삐를 움켜쥔 채 다가가서 물었다.

“이 산에 뭐가 있길래 호들갑이지?”
“낄낄.”

산을 오르는 그녀의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 보였다.

“늑대야, 발푸르기스의 밤이다. 오늘밤 이 지역 마녀들이 모두 이 산으로 모여 성대한 연회를 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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